* 이 기사는 감리교자유게시판에 실린 변세종님의 글로 필자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동대문교회를 떠나 보내며...
날 짜 2007-10-09 16:02:56

동대문교회에서 아동기,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의 일부를 보낸 한 사람으로서 지난 2003년 이후의 동대문교회는 지척에 두고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픔의 현장이었다.

	▲ 동대문교회 ⓒ 이필완

물론, 지척에 두고도 가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었으나, 그것은 당시 간통혐의(2006년 6월 15일 유죄확정)에도 불구하고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는 담임목사와 알고도 혹은 몰라서 그를 비호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한 오랜 신앙의 벗이었던 성도들 사이에서 올바른 교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2년 군 제대 후 2003년 교회를 떠나기 전까지, 당시의 청년부를 지도했던 전도사님, 부목사님 및 청년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언제나 대답은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뿐이었다. 담임목사의 간통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나 몰라라'하는 식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지만 참고 기다리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그 때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에 여전히 청년부 활동을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지켜본 오랜 신앙의 벗이었던 성도들의 모습은 더 이상 벗이 아니었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과는 아무런 나쁜 감정이 없었지만 담임목사에 대한 판단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담임목사를 반대했던 성도들이 하나, 둘씩 무력에 의해 혹은 심신이 지쳐 교회를 떠나는 가운데, 나 역시 더 이상 혼자서 거짓웃음을 지을 수 없어 교회를 떠났다. 물론, 그렇게 다 떠난 뒤에도 묵묵히 끝까지 남았던 분들도 계시다.

그 후로 최근까지, 언제나 동대문교회는 변함없이 나의 지난 세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기억이었고, 어떤 때에는 하루에도 두어 번씩 그 앞을 지나면서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밖에 남을 수 없는 그리움의 집이었다.

그리움 반, 미움 반으로 문득 생각나면 'daum' 이나 'naver' 같은 곳에서 '동대문교회'를 검색해 보았고, 그럴 때마다 굳게 닫혀있는 홈페이지를 보면서, 여전히 세상에 떳떳할 수 없는 모습에 미움이 안타까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동대문교회에 대한 모든 마음을 접었다. 그리움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몇 사람을 빼고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것 같다.

아마도 홈페이지가 다시 문을 연지 꽤 된 듯 하다. 한동안 잊고 있다 여느 때처럼 문득 검색해본 동대문교회 홈페이지가 화려하게 재단장을 하고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특히, 여러 유명인들과 더불어 목사들의 학력위조가 논란인 지금, 그러한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당당하고도 멋진 담임목사의 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길게 늘어놓은 2000년대의 교회 연혁은 결국 나를 배꼽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1960부터 2000년까지의 40년보다 2000년 이후의 활동이 더 많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러한 차이가 아마도 과거 기록의 부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 이후 기록된 22회(22줄)의 활동 중 감사예배 및 새벽기도회 활동이 10회, 성지순례여행(기록된 그대로임) 1회, 학생들 미주탐방 2회, 중고 청년들 단기선교 2회, 지교회 부지 매입관련 1회, 산지 전용 허가 1회, 사회교육관 매매계약 1회, 아동부 축구 선교팀 창단 1회, 백두산 선교여행 1회, 노숙자를 위한 예배 관련 1회, 교회건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1회가 있다. 각종예배 및 새벽기도회 및 교회 또는 교육관 허가 과정이 교회 연혁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현 담임목사의 치적을 칭송하고자 있는 것, 없는 것 다 써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로서 궁색하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항상, 언젠가 꼭 한 번은 동대문교회에서 자라난 청년으로서 그 그리움을, 그 기억을 이 곳에서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미루고 미루다 동대문교회의 홈페이지가 재개장 한 다음에 나누게 되어 그리움이 허탈함으로 바뀐 채 글을 적게 되었다.

어느덧, 사건의 당사자였던 담임목사는 유죄판결을 받은 뒤 형법상의 죄값을 다 치렀고, 이제 다시 '기도의 능력이 역사하는 교회',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교회', '사랑을 더불어 나누는 교회'를 이야기 하며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 당사자인 담임목사는 영화 ‘밀양’에 나오는 살인범처럼 자신은 '하나님과의 1:1 관계'에서 용서 받았다며 자위하고 있거나, 혹은 많은 사람 중에 재수없어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교인들 역시 이제는 다 지난 일로 치부하며 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억울하거나 분에 겨워 치를 떠는 등의 감정은 없지만, 담임목사가 유죄확정을 받을 때까지의 과정에서 어떻게 다수의 횡포가 자행되었는지,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자고 설득하던 사람들이 결과가 나온 뒤에도 역시 변함없이 얼마나 담임목사를 추앙했는지 다 보았다.

명백한 결과를 앞에 두고도, 교회 밖 모든 사람들이 담임목사의 간통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저 자기들만 모른 척 하고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이 매우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들 중 누군가 지금 나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여전히 부정하고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하겠지만, 그럴수록 더욱 안쓰러울 뿐이다. 동대문교회 교인들 외의 모든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이 잊고 싶은 과거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생생히 남아 있으며, 과거의 잘못을 은근슬쩍 덮고 잊으려는 거짓된 행동들도 다 보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나에게 안타까움으로 남는 것은 죄 없는 교회건물뿐이다.(변세종, 보스톤 대학 유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