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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쓸쓸한 세상김영동 목사의 詩 한 편이 있는 하루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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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12월 18일 (목) 09:16:56
최종편집 : 2008년 12월 18일 (목) 10:25:20 [조회수 : 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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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쓸쓸한 세상  

김 재 진


사람이 그리운 날 있다.

눈 녹아 질퍽대는 길 위에 서서

누구나 몹시 그리워지는 날 있다

함께 있어도 쓸쓸한 세상.

허공에 떨어지는 네 그림자가

모르는 이름처럼 멀기만 하다.

네 어깨에 기대어 내 눈은

먼 산을 본다.


그리움도 인격이 있을까?

함께 있어도 쓸쓸함을 느끼는

염치없는 그리움도 인격이 있을까?

네 맑은 눈 속에서 나는 하늘을 본다.

조각조각 깨어져 길 위로 깔려버린 하늘.


하늘은 이제

질퍽거리며 녹고 있다.

깍깍거리며 울고 있는 새 한 마리.

철탑 위에 앉아 있는 그리움이

부르르, 진저리치며 떨고 있다.

*

*


  벗님,                                                       
  그래요.

   정말 그래요!  ‘함께 있어도 쓸쓸한’ 게 세상살이인가 봅니다. 누군가 내 옆에 있으면 쓸쓸하지 않고 그립지 않을 것 같은데 쓸쓸하지 않으려고 외롭지 않으려고 더욱 애쓰고 수고한 모든 정성이 오히려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쓸쓸한 외로움의 통로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의 통로가 됩니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되도록이면 인연을 맺지 말라 가르치나요?


   주님은 어느 순간부터 지극정성으로 사람살이에 관여하시고 오히려 서로 사랑하라 당부하신 걸 보면 곱고 선한(처음에야 다 그렇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고 때로 악해지죠) 인연을 많이 맺어 살라는 말씀 같기도 한데……… 그러면 더욱 외롭고 쓸쓸해지고 그리움이 더해지는데……… 왜일까요? 왜 그렇게 사시고 오히려 그렇게 살라고 당부를 하시는 걸까요?


   나는 다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 걸어봅니다. 그리면 언제나 너무 쉽게 쓸쓸하고 외로운 자리로 가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어 당황합니다. 외면하고 아니라고 부인하며 다른 모습의 주님을 찾아 만나려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주님은 채워지지 않는 아주 큰 그리움을 간직한 체 오히려 가을 이슬처럼 투명한 외로움과 고운 서리 같은 쓸쓸함으로 사람살이인 세상을 가로질러 가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시인의 의구심처럼 그리움엔 인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우리로 그 영혼의 상태를 알아보게 하고 신앙생활의 진실함을 알아보게 합니다. 그리움은 영혼의 모습입니다. 세상살이로도, 사람살이로도 채워질 수 없는 영의 모습이 그리움이요 외로움이요 쓸쓸함인가 봅니다.

   그러니 쓸쓸함이 사라지고 외로움이 가시고 그리움을 잊으면 살만한 인생이 되고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처럼 채워지지 않는 아주 큰 그리움을 간직한 체 더욱 가을 이슬처럼 투명한 외로움과 고운 서리 같은 쓸쓸함으로 세상 한복판을 사는 게 진정 행복한 인생일 겁니다.


   담대한 마음으로 사람이 만든 모든 환경에서 잠시 떠나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 속으로 들어가 머물러 보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곧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환경은 그리움을 잊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지우려는 헛된 몸부림인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문 밖으로, 광야와 빈 들녘으로 나와 보십시오. 홀로 깊은 산 속 자연으로 들어가 보십시오. 그곳에서 오래 머물며 기도해 보십시오. 채워지지 않는 텅 빈 그리움, 가을 이슬처럼 투명한 외로움, 고운 서리 같은 쓸쓸함, 금강석보다 아름다운 자신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자신을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들어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스승과 친구와  부모를 비롯한 사람들이 나를 만들었다면 그들과 함께 있는 세상이 외롭지 않아야 할텐데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고 때로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시달리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이고 그것은 우리가 비록 유한한 육체를 가졌지만 분명히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의 반증입니다.


   벗님, 외롭습니까?  쓸쓸합니까? 밀려드는 그리움을 주체하기 어렵습니까?  그리고 시인처럼 함께 있어도 쓸쓸한 세상입니까? 그렇다면 벗님은 아주 아주 행복한 사람입니다. 바로 그곳 쓸쓸함과 외로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그 마음과 생활의 자리가 곧 은총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홀로 하늘을 향하셨습니다. 하나님과 대화하시고 깊은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그리고 더욱 외로워지셨고 쓸쓸해지셨고 그리움에 목이 메어 공생활을 지극정성으로 사셨고 제자의 발을 씻기시고 십자가에 자신을 내주어 죽임 당하시기까지 하나님과 우리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그분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 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애씁니다. 그 쓸쓸하고 외롭고 그리움이 밀려오는 영의 생활을 말입니다.


   하늘이 이 땅의 풍요와 그리고 더 크게 텅 빈 공허로 찾아온 이 은총의 계절에 벗님들이 더욱 깨끗하고 청정한 영으로 연단되시길 축원합니다.

   


조각조각 깨어져 길 위로 깔려버린 하늘.


하늘은 이제

질퍽거리며 녹고 있다.

깍깍거리며 울고 있는 새 한 마리.

철탑 위에 앉아 있는 그리움이

부르르, 진저리치며 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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