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김영동 詩한편
산책은 행동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05년 07월 19일 (화) 00:00:00 [조회수 : 382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산책은 행동
김 지 하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고독한 사람이
물밑을 보리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산책은
행동.
*
*

벗님, 2003. 3. 8
이번 주일날 오상훈 권사가 다니는 교회에 교사 헌신예배 강사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 교회가 부산에 있어서 지난 월요일(3월 3일) 호산 바닷가 고포 마을에 이사한 이오 형님 댁에 들려 가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둔내를 지나 대관령을 전후해서는 하얀 눈밭입니다. 소나무가 가지마다 하얀 눈을 겨울 코트처럼 무겁게 이고 있습니다. 잎을 떨군 겨울나무엔 빈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봄과는 전혀 상관없는 새하얀 겨울풍경이 딴 나라처럼 새삼스럽습니다.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이오 형님이 양재성 목사에게 전화해서 내 핸드폰 번호를 물어 먼저 전화를 했지만 나는 음악소리에, 자동차 시끄러운 소리에 그만 벨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형님이 기다릴 것 같아 도착 예정시간을 알리려고 핸드폰을 꺼내보니 10분전에 부재중 전화 1통화로 떠 있습니다. 내 기억엔 형님이 먼저 내게 전화하는 일이 흔치 않았기에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화를 다시 하고 집을 찾으니 형수님과 형님이 찬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까지 나와서 우릴 반갑게 맞아줍니다.

고독한 사람이
물밑을 보리

형님이 이사한 집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어촌 마을의 좁은 구조의 전형적인 그러나 새로 지은 듯한 어부의 집입니다. 아직 짐이 다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작은 방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좁은 마루에 가깝게 마주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눕니다. 여기저기에서 수시로 전화가 오고 벌써 우체부가 그전 집으로 온 우편물을 이곳에 던져두고 갑니다. '이사하고 네가 첫 방문객이구나!' 웃으시는 형님의 반가움에는 맑고 밝은 외로움이 풍겨납니다. 그 외로움은 설명하기 쉽지 않은 아주 우아한 품격과도 같습니다. 다 자란 자녀들 근황도 나누고 이런저런 살아야할 내 삶도 상의합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릅니다.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 같이 빠르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도 언제나 못다 한 이야기가 많고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대화보다 먼저 가랑잎 타 들어가 버리듯 빠르게 소진됩니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형님네 이사를 하게 된 이야기를 듣습니다. 살던 집을 비워줄 수밖에 없게 되자 형수님은 형님이 자라고 한동안 살기도 했던 충주 쪽으로 이사를 하자고 했고 형님은 도닦기에(?) 좋은 고요하고 아득한 동해바닷가 산골인 사곡으로 이사를 하자고 했다는군요. 의견이 충돌되었으니 한바탕 신나게 싸워야 하는데…… ^^ 기껏 싸웠다는 게 각자 산책(散策)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답니다. 아, 역시 글쟁이(?) 형님이 다릅니다. 형님은 산책(散策)을 하며 정리한 생각을 탁자에 앉아 각서(覺書)로( *^.^* ) 쓰고…… 각서를 가슴에 품고 형수님을 만나 한마디로 전하려는데 형수님이 기회를 주지 않고 굳이 자기가 먼저 이야기하겠다고 우겼답니다. 각서의 제 1항이 아내를 평생 내 말대로 살게 했으니 이젠 '무조건 아내의 말에 따른다.'였으니 내가 먼저라고 우길 수도 없어 그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매사(每事)를 직접 힘들게 해야하는 맏이보다 그 어깨너머로 알아보는 둘째가 지혜로울 수 있는 것처럼 역시 도사인 형님과 함께 사는 형수님이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단숨에 형님을 제압(?)한 것입니다. 형수님의 그 한마디가 우리 형님을 끝도 모를 감동의 폭포 밑으로 밀어 버린 것이죠.

"지옥 끝까지라도 당신을 따라 가기로 했어요."

우∼와! 우리 모두 함께 유쾌, 상쾌, 통쾌하게 웃고 났더니 불연 듯 내 마음 속에 환하게 떠오르는 시 한 구절이 있습니다.

산책은
행동.

말이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명(生命)이 있는 감동(感動)의 말은 행동(行動)의 용광로(鎔鑛爐)에서 정금(正金)처럼 단련된다는 사실(事實)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가 산책(散策)이 행동(行動)이라는 사실(事實)을 아는 사람은 아마 시인(詩人)뿐일 겁니다. 오늘 유쾌한 웃음 뒤에 나도 산책(散策)이 행동(行動)이라는 바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깊고 고른 숨을 쉬며 홀로 산책함! 그것은 진정으로 격렬한 행동의 하나임을 통쾌하게 깨닫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생각지 않았던 뜻밖의 손님이 찾아와 대화는 전혀 다른 길목으로 접어들고 한 과정이 지난 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로 서둘러 늦어진 길을 떠나야했습니다. ☜☜☞

[관련기사]

김영동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188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