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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등불하나 켜 놓습니다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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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5일 (목) 00:00:00 [조회수 : 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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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등불하나


이 해 인


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대 내게 오실 땐

푸르른 하늘빛으로 오십시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대 내게 오시기 전

갈색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십시오.

나 오늘도 그대 향한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

*


  벗님,                                    

  하루 종일 흐린 오늘 저녁 무렵엔 소낙비가 잠시 다녀갔습니다. 온 종일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젠 제법 견딜만합니다. 이곳의 특별한 매력은 이곳에 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불볕 태양이 서산에 기울고 밤이 깊어가면서 중앙계단으로 내리 붓는 이곳만의 매력 만점인 향기로운 산바람은 거의 환상입니다. 나는 저녁 무렵 중앙계단에 의자를 내 놓고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신앙수련 팀의 선발대가 오늘이 가기 전에 이러저런 물품들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나는 밤이 깊어가자 TV도 끄고 등을 모두 꺼버린 어두운 중앙화단에 나와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삼면이 4층 높이의 건물로 둘러진 중앙화단은 풀벌레 소리로 가득합니다. 아마 너무 어두워서 생각이 났을 겁니다. 며칠 전에 읽은 이해인 수녀의 ‘그리운 등불 하나’가 다시 생각나며 내 마음을 밝게 합니다.


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피서지가 붐비는 요즘 이 밤에 나를 보러올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더욱 호젓한 그리움이 가슴 가득 잔잔한 기쁨이 되는 밤입니다. 소나기가 내린 뒤라 기분 좋은 촉촉함이 온 몸을 감쌉니다. 그래, 그리운 등불하나 켜 놓자! 이 나이에 누가 날 그리워하겠는가? 혹 그리워한들 바쁜 세월에 누가 오겠는가? 그리고 누가 오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오늘 밤 내가 아는 아무도 오지 않을 이곳이 사실은 모두의 천국이니 그리운 등불하나 켜 놓자! 그래서 나는 내 승용차를 뒷부분이 중앙정원을 향하도록 돌려 세우고 차에 장착된 CD를 켰습니다. 환하게 어둠을 가르며 아름다운 선율이 춤추듯 날아 오릅니다. 앞문은 최대한 열고 뒷문은 절반쯤 열고 트렁크 문을 활짝 여니 좁은 차 안에서 울리던 소리가 사라지고 삼면이 건물로 둘러진 중앙정원에 멋진 화음이 가득 차 오릅니다. 원 세상에, 이거야 말로 한 여름 밤의 멋진 야외 음악회가 아닌가? 회색빛 어둠과 밤안개로 희뿌연 인수봉과 백운대가 저 만큼 아스라하고……… 소나기 뒤의 촉촉한 습기 때문일까? 하늘 가득 울려나가는 음악 소리조차 촉촉하고 윤기가 넘칩니다.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수련 팀 선발대의 짐 실은 차가 비탈길을 올라 설 때까지 음악에 묻혀 한두 시간을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 엠프와 악기 등 두 차분의 짐을 옮긴 그들이 가고 난 이곳에 다시 고요함이 깃들고 풀벌레 소리가 가득해질 때 나는 나보다 먼저 그리운 등불하나 켜들고 서 계신 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의 창조하는 일을 보고 영원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신 주님(이사야 65:18), 언제나 힘든 내게 기꺼이 빈 의자가 되어 주시곤 하신 주님, 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를 벗으로 부르신 주님, 선듯 생명까지 내어 주신 정말 좋은 친구이신 주님, 그 주님이 나보다 훨씬 먼저 그리움 가득 담은 등불하나 켜들고 서 계신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주님은 음악의 여운이 체 가시지 않은 촉촉한 그 어둠 속에서 내게 이렇게 노래를 하시는 겁니다.


그대 내게 오실 땐

푸르른 하늘빛으로 오십시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대 내게 오시기 전

갈색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십시오.

나 오늘도 그대 향한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


  나는 까무러칠 듯 놀랐습니다. 그래서 얼른 대답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주님, 주님이 ‘푸르른 하늘빛이십니다.’, 정말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이시죠.’, 그리고 언제나 ‘내 의식의 갈피에 곱게 끼워져 있는 그리운 소원이 담긴 낙엽이십니다.’ 주님, 내가 아닙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오늘 나는 막연히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두려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주님은 뒷전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주님은 지친 내 육신과 어두운 내 영혼을 위해 밝고 밝게 그리운 등불하나 이미 켜 놓으셨습니다. 그리곤 주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내게 하늘빛으로 오라하십니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라 하십니다. 주님의 십자가 고난의 갈피에 끼워진 내 헌신의 결심 담은 그 빛바랜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라하십니다. 아, 주님이 오라시면 거부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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