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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이의 사춘기 (봄날)덤 목사의 오래된 목회일지
김영동  |  wewind@kmcwe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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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7월 19일 (화) 00:00:00
최종편집 : 2009년 01월 21일 (수) 03:18:28 [조회수 : 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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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이의 사춘기

주일날 이른 아침 6시면 벌써 교회 운동장이 시끌법쩍해집니다. 하나 둘씩 모인 학생들이 축구공도 차고, 농구도 하면서 마져 올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다립니다. 6시 30분이 되면 교회 차에 차고 넘치도록 타고 장곡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아침운동을 하러 갑니다.

오늘(1994. 4. 24) 아침엔 선명이가 제일 먼저 교회 운동장에 나왔습니다. 농구공도 던져보고 김진이 선생도 깨우고 싱겁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일 학생예배 땐 선명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종일아,(선명이 동생) 누나 어디 갔니?"
"아니요. 집에 있어요. 아프데요."
"아침운동도 나왔는데 감기야?"
"아니요. 마음이 아프데나 봐요. 이상해요. 맛이 갔어요"

학생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선명이가 이제 어린아이의 마음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나 봅니다.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삶과 생각의 대지진인 사춘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선명이 뿐이겠습니까! 달월의 모든 청소년 청소녀들이 지축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지고 해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감정의 폭풍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 자아확립의 때를 맞은 것입니다. 자기의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맞서고 부딪쳐 보고 일딴 부셔 봅니다. 여리고 작은 자기 감정의 새 싹을 떨리는 손길로 보호하고 막 터오르는 새움과 같은 자기의 여린 생각들을 애지중지하며 제 손으로 싸고 돌 수 밖에 없는 불안하고 답답하기만한 과정을 겪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겪는 일인데도 유난히 <나 designtimesp=2564>만 겪고 있는 것만 같은 당혹감에 진한 외로움을 느끼는 그런 시절이 된 것입니다. 사실은 기쁘고 축하하고 칭찬 받으만한 일이지요. 선명이가 하나님께서 주신 자기를 (하나님의 형상) 만나고 자아를 깨워 일으켜 세우는 여린 내면의 투쟁을 시작한 것이니까요. 선명이 화이팅! 달월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아, 나가자, 싸우자, 이루자! 힘차게 생활하자!

선명이, 이지 또래는 유치원 때부터 유난스럽게 열심이고 극성스러워서 내 기억속에 선명이, 이지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를 전후한 유별나도록 적극적인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함께 어린이 연극 구경도 자주 갔습니다. 선명이와 그 또래들은 모든 아동부 행사의 주축이 되곤 하던 못말리던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땐 학생부 여름 수련회를 따라가겠다고 얼마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졸라대는지 그만 허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제멋대로 튕겨다닐까 염려되서 <목사님 수행 비서관 designtimesp=2569>이라는 직책을 주고 감독하려 했는데 노파심이었습니다. 하룻만에 풀어주었습니다.모든 일정에 얼마나 모범적으로 참여하는지 제일 어린 선명이와 이지의 솔선하는 참여가 그 해 여름 수련회의 활력소가 된 것입니다.

여름 수련회가 끝나는 날 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약수교회 앞 널은 냇가에 모닥불을 환하게 피워놓고 한여름 밤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촛불예배, 조별행사, 개인 장기자랑을 끝으로 기다리던 "한여름 밤의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청문회에 소환된 사람들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을 차례로 불러 앉혀 놓고 학생들이 질문공세를 하는 것입니다. 민은경 선생님이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건 민은경 선생이 달월 미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선명이와 이지가 좀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질문을 해댔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 남자 애인 있어요?"
"--- 네."
"아버지나 오빠는 아니겠죠?"
"---네."

학생들은 웃으며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아무개 선생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지가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선생님, 애인하고 키스해 보셨어요?"
"---------"

선명이가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합니다.

"영어를 모르시나 본데 그럼 우리말로 뽀뽀해 보셨어요?"

학생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 굵직하게 변성되어 가는 목소리로 반주를 넣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위증하면 구속됩니다."

민은경 선생님은 모닥불빛에 더욱 새빨개진 얼굴로 결심한 듯 체념한 듯 또렷한 음성으로 대답했습니다.

"--- 녜, 해 봤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여학생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박수를 쳤고 남학생들은 아쉽고 억울한 듯 탄식의 한숨을 쉬며 발을 굴렀습니다.

이런 저런 신상에 관한 질문과 신앙생활의 진지한 질문들 속에서 선명이와 이지의 직설적이고 색깔있는 질문은 오늘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 여름밤의 청문회 designtimesp=2598>를 모두에게 아름다운 축억이 되게 하였습니다.

선명이는 달리기 선수라 특기생으로 원곡중학교에 진학했고 조이지는 군자 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이지는 1학년을 마치면서 노환의 할머니와 함께 아버지와 새 엄마가 사시는 안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이지는 한달에 한번 주일날 달월교회를 찾아옵니다. 그리운 친구 선명이가 보고 싶고 또 목사님도 보고 싶고 우림이와 우리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내 마음속에 귀엽고 똑똑하고 적극적이고 쾌활한 극성장이들인 어린 선명이와 이지가 벌써 이렇게 커버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각자의 가슴에 숨겨두신 자아(하나님의 형상)를 찾아 저 먼 하늘을 보고 방에 웅크리고 앉아 콧끝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가는 사춘기 소녀로 자라난 것입니다. 아마, 오늘 예배 시낭에 참석하지 않은 선명이는 자아를 찾아 확립하기 위한 알수 없는불안과 답답함으로 제 방에 앉아 두눈을 감고 제 손톱만 쳐다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주일 낮에 나는 달월동산에 흐드러지게 핀 향기짙은 라이락 꽃 한송이를 꺽어들고 선명이 집엘 갔습니다. 집에는 할머니만 계셨습니다. 반가워 하시는 할머니께 꽃을 전하고 선명이가 어디 아픈가 궁금해서 찾아 왔다고 했지요.

'낮에 나갔어요. 선명이 아픈데 없어요. 아주 건강한데요."
의아해 하시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선명이에게 <애인이 꽃 한송이 들고 찾아왔다가 못 만나고 서운하게 돌아갔다 designtimesp=2608>고 전해 주세요"
"그러세요.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는 밝게 웃으시며 라이락 꽃을 물담은 유리컵에 꽂아 텔레비젼 위에다 놓으셨습니다.

월요일(2004. 4. 25) 저녁에 나는 공부방에서 선명이를 만났습니다. 학교에선 남학생들이 까불면 한주먹에 날리는 선머슴 같은 선명이가 아, 글쎄, 다소곳한 몸가짐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겁니다.

"목사님, 라이락꽃 한송이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은 들꽃처럼 청초한 소녀다움이 돋보여 그럴듯해 보이지만 아직은 남의 것처럼 서툴러 보여 자꾸 웃음이 납니다. 그렇지만 저 서툰 것 같은 고운 몸짓과 예쁜 마음과 정중한 인사가 진짜 선명이의 숙녀다운 모습이고 선명이입니다. 하루 하루 신록이 푸르러가듯 선명이의 세련된 예절과 말씨와 마음씨가 돋보여 갈 것입니다. 주안에서ㅜ 자기다움을 이루어 갈 것입니다.

"마음이 아파서 교회 안왔니?"
"아니예요 목사님. 왜 종교가 있어야 하나요? 보이지도 않는데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게 이상해요. 모든 게 다 의심스러워요."

의심 마귀 들렸다고 펄쩍 뛸 사람들도 많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의심마귀들지 않고 이겨내도록 하나님께서 의심 예방주사를 놓아 주신 것입니다. 예방주사 맞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큰일이지요. 예방주사 맞고서 불편해 하는 아이들을 알아주고 사랑으로 잘 돌보아 주듯이 선명이와 그 또래의 청소년, 소녀들을 알아주고 주님의 사랑으로 잘 보살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말, 너무 무관심한 것이 좋지 않은 법입니다.

"선명아, 자기 몸과 인생이 지금 여기 있어서 종교가 있는 법이란다. 자기 마음이 자기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하게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도 분명히 살아 계신 것이란다. 의심이 나면 너처럼 찾아가보고 살펴 관찰하고 따져 보아야지. 그래 한두번쯤 교회에 안나와 보는 것도 잘 한 짓이구나. 밥이 월까? 의심나면 새롭게 먹어 봐야 알고 손으로 주물러 뜨려 보아야 알고 또 안 먹어 보아야 알 수 있겠지. 그렇지만 선먕아, 밥이 뭘까? 꼭 먹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고 안 먹으면 어떻게 될까?"

"굶어 죽겠죠."

"그래, 종교가 뭔지, 교회가 뭐니 모르겠고 의심나면 새롭게 나와 보고 따져보고 살펴보고 물어봐야지. 또 선명이처럼 안나와도 봐야지. 그렇지만 종교가 뭔지 교회에 꼭 가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계속 교회에 안나오면 어떻게 될까? 마음이 뜨거운 사막과 거친 광야처럼 메마르고 영혼이 점점 어두워져 버린단다. 선명아, 새롭게 열심히 다니면서 찾아보고 고민하고 부딛쳐 보고 만나보면서 마침내 깨닫게 되고 체험하게 되는 거란다.

학교가 뭘까? 꼭 다녀야 하나? 의심이 나서 학교에 안 나오는 친구들도 있을꺼야. 선명아,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렴. 학교를 다니고 안다니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학교가 뭔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를 알고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학교 안가서 학교가 뭔지 알아 보려는 노력은 아무 때나 하지말고 방학하는 날 결심하고 한달내내 학교 가지말고 학교란 꼭 있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거야. 선명아, 시간을 잘 맞추는 거야. 각자 자신의 삶이 곧 인생이고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이란다. 박자와 장단이 잘 맞아야 한단 말이지. 그래 넌 달리기 선수였으니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 자주 들어 봤을꺼야. 타이밍! 그게 바로 성령의 능력이고 도우심이야. 자기 멋대로 하지 말고 가정이 뭘까? 부모가 꼭 있어야 하나? 의심이 나고 자기 판단을 세우기 위해 고민하게 될 때 조금 참았다가 방학이 되면 여름 수련회, 겨울 역사기행할 때 예수님과 함께 집에서 도망쳐 보는거야. 집에서 멀리 도망쳐 보라고 교회에서 여름수련회도 가고 겨울 역사기행도 하는 거란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도해 보는거야. 선명아! 새롭게 교회 다니면서 찾아보렴. 성경도 새롭게 읽고 새삼스럽게 하나님께 기도도 하면서 진지하게 구하고 찾아보고 문을 두두려 보자꾸나."

"예!"

선명이는 향기로운 라이락 꽃 한송이 때문인지 아니면 어렸을 적부터 자기 옆에 있던 목사에게 예의를 지키느라 짐짓 대답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명이는 솔직하고 지혜롭고 마음씨 고운 진지한 소녀입니다. 자기 인생에 찾아온 사춘기 갈등과 폭풍의 시절을 믿음으로 잘 헤쳐나갈 것입니다.

글쎄요, 먼저 헤쳐나간 달월교회의 언니, 오빠들이 정다운 그리스도의 손길로 선명이와 그 또래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고 즐거운 이야기도 들려 주면서 주안에서 자아를 확립해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교회 선생님들이 애쓰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덤 목사도 꼭 한두걸음만 앞서 걷는 소박한 소년이 되어 그들과 함께 걷고 살아가려 합니다만 내 마음과 안타까운 입에선 자꾸 이런 말이 기도가 됩니다.

"주님, 주님의 손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님의 손길로 돌보아 주옵소서. 주님의 도구들이 언니, 오빠되어 저들의 친구가 되어 주옵소서. 자랑스러운 소년들로 자라가게 하소서. 귀하고 아름다운 소녀들로 자라가게 하옵소서. 주님, 주님의 이 한 손길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주님의 다른 손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믿음의 벗들이 주님의 도구되고, 주님의 손길이 되어 사랑스러운 달월의 딸들과 아들 곁에 있게 하옵소서! 오, 주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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