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김영동 詩한편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 최명희시 한편이 있는 하루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05년 07월 20일 (수) 00:00:00 [조회수 : 760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최 명 희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

*


<혼불>중에서



  벗님,                                           2002.   7.   25

  옛말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란 말이 있습니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한 개인이 막강한 권력으로 중무장된 조직과 체제와 싸울 때 쓰는 말입니다. 구 한말 부패한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소설 '혼불'은 여류작가 최명희가 십년 세월, 혼연의 열정으로 이 세상에 뿜어낸 대작입니다. 온 몸의 생명력을 그곳에 다 쏟았는지 '혼불'을 끝낸 작가는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 아쉽고 덧없는 짧은 생애입니다.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오늘은 그녀의 글 중에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는 말에 오래 머물러 묵상합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분노와 무모와 자멸의 길이 아니라 그 길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깨우치고 깨어나 새 생명으로 바위를 넘는 생명의 도도한 흐름을 묵상합니다. 민중, 한 개인! 들풀처럼 쉽게 버혀지고 핏기없이 마르고 들불처럼 덧없이 타고 스러질 그 저항의 몸짓들을 그리며 작가는 온 몸으로 저항하며 깨우치고 깨어나는 더 이상 어리석고 무지 할 수 없는 한 개인, 민중을 봅니다. 그 민중의 절규를 노래합니다. 아마 그래서 '혼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오늘 내가 일하는 이곳엔 흰 병아리 10마리와 오골계 병아리 15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이른봄에 어느 벗님이 약속한 병아리가 오늘 도착한 것입니다. 전에 말했던가요? 이곳에 사는 장닭 한 마리가 얼마나 크고 사나운지 진돌이(이곳 진돗개)도 슬슬 피합니다. 장닭과 암닭의 텃세가 이만 저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원들이 모두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닭장에 25마리 희고 검은 병아리를 풀어놓았더니 장닭과 암닭, 그리고 병아리 네 마리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들은 닭장 윗 구석으로 몰려가고 25마리 희고 검은 병아리들이 앞뒤도 분간 못하고 우르르 안방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싱겁게도 끝입니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


  장닭이 조심스럽게 내려와 봅니다만 25마리 놀란 병아리들이 우왕좌왕 삐약대니 장닭이 되레 놀라 후다닥 윗 구석으로 돌아갑니다. 죽을 때까지 쪼아댄다는 장닭의 사나움과 권위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원이 자신 있게 말하던 닭들의 유난스럽다는 텃세는 어찌되었는지요. 희고 검은 병아리 25마리는 이곳 닭장에 큰 무리인 체 예상을 깨고 쉽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힘없는 병아리들, 같은 처지에서 같은 무리를 이룬 25마리 병아리들의 내일은 어쩔지 궁금합니다. 죽음의 권위와 텃세를 어떻게 넘어 가는지 아침 일찍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해 봐야겠습니다. ^^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

*


<혼불>중에서

[관련기사]

김영동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272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