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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그림자가' 있습니다시 한편이 있는 하루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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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7월 17일 (일) 00:00:00 [조회수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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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그림자가


나 희 덕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

*


  벗님,                                   2005.   6.   24

  신기합니다. 시인의 눈은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뜻밖에 언어의 경계를 뛰어 넘는 생생한 다른 현실을 봅니다. 그 현실을 전해주는 새삼스러운 말이 우리로 하여금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싱그러운 즐거움을 갖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림자라면 당연히 빛이 연상됩니다만 시인의 눈에 비쳐진 비 내린 땅에는 빛과 상관없는 그림자 하나 생생합니다. 그래서 ‘비에도 그림자’랍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에게 비에 젖지 않은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은 비의 그림자입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비에도 그림자가 생기는 구나’ 공감하게 됩니다.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벗님, 비에도 그림자가 있으니 가히 모든 만물은 자기 형편대로 저마다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로군요. 빛으로 생겨난 그림자는 실체의 그림자라면 ‘비에도 그림자’는 빗방울의 그림자가 아니라 한차례 비가 내린 뒤에 빗방울이라는 실체가 만들어내는 생활의 흔적(痕迹)이고 궤적(軌迹)이라는 말입니다. 남아 있는 생활의 흔적과 궤적인 그런 그림자는 색다른 맛으로 우리에게 실체의 삶에 접근해 갈 수 있는 생각의 실마리와 통로를 제공합니다. 자, 그러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듯 비에는 어떤 그림자가 생기는지 시인이 걸어간 생각의 통로를 따라가 봅니다.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마른 땅 한 조각이나 급히 떠난 자동차 아래 난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인 비의 그림자나 큰 나뭇가지 아래 생긴 마른 땅 한 조각으로 남은 비의 그림자는 빛과 대비된 그림자처럼 비에 젖지 않은 실체의 그림자지만 그 마른 땅 한 조각이 마른하늘 한 조각이 되는 시인의 생각을 따라 눈을 들면 젖을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허리 굽은 연륜이 담긴 고단한 생활이 애잔하게 묻어납니다. 시인이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비의 그림자’인 ! 마른하늘 한 조각엔 고단하지만 착한 일상생활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삶과 꿈이 활짝 펼쳐진 듯 공감이 됩니다. 그러면…… 시인에게 비의 그림자는 우리가 살아야 하는 생활의 궤적이고 우리의 생활에서 드러나야 하는 하늘이라는 말이겠습니다.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


  나는 일상생활의 흔적(痕迹)과 궤적(軌迹)으로 남는 내 생활의 그림자가 마침내 마른하늘 한 조각이 될 수 있을까? 뒤돌아봅니다. 내 생활에서 드러나야 할 주님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으로 보일까? 내 자신에게 되물어 봅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늘 그렇고 그런 내 일상생활에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듯 잠시 잠깐 이런저런 다툼과 갈등이 지나가고…… 비의 그림자인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처럼 여전히 너그럽고 의연하고 평화로운 내 마음 한 자락 내 삶의 그림자가 되었으면…… 비의 그림자를 마른하늘 한 조각으로 알아보듯 그렇게 내 일상생활의 그림자를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고 섭리하시는 손길로 알아볼 수 있다면 나는 새삼스러운 기쁨을 가지고 늘 그렇고 그런 내 일상생활에 찾아오는 소낙비같이 귀찮은 번거로운 일들을 모른 체 하지 ? 歌?좀더 내 일인 양 진지하게 살아낼 텐데…… 단 한 사람 누구라도 내 생활의 그림자에서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손길을 만나고 마른하늘 한 조각을 만날 수 있다면……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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