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김동언 기자의 기사입니다.

	▲ 고난함께 총무 진광수 목사는 '이랜드비정규직문제해결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진광수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낼 수만 있다면 땅에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신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랜드 사태가 풀리지 않은 채 다섯 달이 지났다. 어떤 심경인가

이랜드 그룹이 비교적 납세의무를 잘 지키고, 기업 운영이나 문화가 다른 기업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막연히 그런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2000년대 접어들면서 계속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무리하게 사업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 건데, 이 일을 보면서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라는 말씀이 퍼뜩 떠올랐다. 처음 품었던 기독교 정신으로 기업을 하겠다는 소박함이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퇴색하기 시작하고, 이제 다른 기업과 차별성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래에 심해지는 반노동자적 행태를 보면서 씁쓸하다.

예전에는 많은 매장이 ‘주일에는 쉽니다’라고 내세워 기독교인들에게 어필을 했는데, 최근에는 공공연하게 근무를 하는 매장이 있지 않나. 사실 그나마 기독교 기업이라고 이야기했던 부분마저도 거의 차별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기독교’ 이미지를 자신의 사업 팽창의 도구로 사용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기독교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다. 그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건 초기 KNCC를 중심으로 노사 양쪽을 오가면서 중재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는 양쪽을 똑같이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성금도 전달했다. 참 어려운 문제가… 박성수 장로는 확신범인 것 같다. 자기 나름으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이 더 어려워지는 듯 하다. 차라리 신앙인이 아니었으면 외부의 압력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지만 산앙적 확신을 가지고 하는 일이다보니까 큰 벽을 느낀다.

결정적으로는 박성수 장로가 출석하는 사랑의교회가 KNCC 가맹 교단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KNCC를 중심으로 한 단체들이다 보니까 한계가 있다.  우리의 목소리와 주장이 박 장로를 움직이기엔 힘이 부족한 것 같다. 제일 좋은 것은 사랑의교회가 속한 교단이 한기총에 가입되어 있으니까, 한기총이 중재를 하면 좋을 텐데, 그것은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상황인데 이번 기독교대책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초기에는 매장점거나 불매운동을 하는데 주력하다가 5개월의 시간이 지나서 KNCC에 들어왔는데, 시기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묻혀버릴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어서  아쉽다. 초기에 기독교 쪽에 호소하는 활동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우리 마음대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우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고, 사실이 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 이랜드가 교계 신문에 한 달간 매주 전면광고를 실어서 노조가 마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랜드를 쓰러뜨리려고 한다는 것처럼 홍보하고 거기에 신앙적 의미를 첨가하는데 우리 쪽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노조가 교회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대사회적 활동을 했지만 교회에 대한 활동은 못 했다. 그 사이에 이랜드 그룹은 그 공간에서 끊임없이 교회와 교인들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 거다. 문제의 본질이 뭐고, 노동자들이 왜 투쟁하는지 기독교인들에게 전해야 한다.

이웃이자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한 달에 80만 원 정도 받으면서도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런 면을 교인들에게 알려야할 필요가 있다. 교회에 알릴 수 있는 홍보물을 제작할 생각이다. 이 문제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홍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오늘 저녁부터 매일 두 주 동안 기도회를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가질 것이다.

매일 저녁 6시에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대선유력주자들의 현장 방문도 추진할 예정이다. KNCC와 한기총이 이 시대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한 목회 서신을 보내자는 논의를 했다. 이랜드 경영진들이 출석하는 교회를 파악해서 그 교회 목사와 함께 간담회를 열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논의도 있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기업인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 사회가 지향할 어떤 것을 주장해야 한다. 이게 일반사회운동과의 차이점이다. 일반사회운동은 전략과 전술을 구분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따지지만 우리는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유불리보다는 당위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랜드 문제의 경우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점주들은 직영이 아니다. 그들의 입장도 딱하다. 매장을 점거하고 불매운동을 하면 생계에 지장을 받는다. 한 문제를 보더라도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우리의 관심이 해고되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에게 있기 때문에 여기에 관심을 두고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도 기독교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우리가 고백하는 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스로 기독교 기업이라는 것을 표방하지 않는다면 탓할 것도 없지만, 끊임없이 기독교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한 성경이 가르치고 고백하는 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랜드가 북한 수해가 났을 때 지원하기도 했다. 어떤 목사는 '비정규직법을 회사에 유리하게 적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각자 신앙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간극이 크다. 최종 판단은 하나님이 하실 거다. 우리가 배우고 들어온 믿음으로는 고난당하고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고난당하는 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 기독교를 표방하는 기업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아픔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가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랜드 기업의 상품을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고, 각 교회의 모임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 싸움이 쉬운 싸움은 아니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기독교를 표방하는 이랜드 그룹의 반노동자적인 횡포에 대해서 기독교가 침묵할 수는 없다. 우리가 고백하는 바를 외쳐야 한다.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알 수 없고 국회에서 박성수 회장을 나오라고 하는데도 안 나가고 버티는 상황이지만, 역사적이고 신앙적인 책임이고 분명히 잘못된 것을 보고도 침묵할 수 없는 거다. 결과는…하늘을 감동시켜야 한다.

박성수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글쎄. 박성수 장로를 일면식한 적도 없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고백을 하는 순간, 그리스도의 삶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예수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이 시대의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장애인들이었다. 그 시대에 소외받던 사람들과 함께 사셨던 분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한 누구도 주님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처지와 믿음의 양에 따라 그분을 얼마나 쫓아서 사는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누구도 그분의 삶을 외면한 채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다.

목사로서 확신하는바 그분은 가난하고 고통당하고 힘들고 소외당하는 자들과 함께 사셨던 분이고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원하셨던 분인데, 지금 한국교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배가 불러있고, 너무 커지고, 너무 주님의 길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게 안타까운 일이고, 박 장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일 수 있고 교인들을 잘못 기른 목회자들의 큰 책임이기도 하다. 기독교다운 기업문화와 기업윤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그런 책임도 있다.

왜곡된 한국기독교의 삐뚤어진 모습이 이랜드 사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입으로 사랑을 얘기하고 회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것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천박한 한국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담하다.

한국교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법의 문제도 있고, 온 나라가 씨름하면서 풀어야할 문제가 아닌가

비정규직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근래에는 한미FTA 문제도 불거졌는데,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이고, 사회적 양극화의 한복판에 비정규직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비정규직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고,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하나의 아름다운 선례를 보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한국교회가 선교 초창기에는 빛이 되고 소금이 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사회에서 가만히 있어만 달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마당에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수만 있다면 아마 지금 이랜드 사태로 인하여 땅에 추락한 위신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