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유헌 기자의 기사이다.

	▲ 유경동 교수는 기독교 기업은 일반기업보다 더 고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많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 기업의 정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회인권센터가 8월 9일 주최한 '기독교에서 본 비정규직 문제' 토론회에서 유경동 교수(감신대)는 기독교 사업체가 효율성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본래의 기독교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랜드의 문제는 한국 기독교의 문제

유 교수는 최근 벌어진 이랜드 사태와 연관되어 다른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실효성에 논란이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되었으며, 형평성을 상실한 정부의 공권력이 투입되고, 이랜드의 실추된 기업 이미지가 기독교 전체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랜드 사태는 한국의 기독교와 기독교 사업체 전반에 관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세상과의 타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세상에 대해 승리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태도는 기독교의 위선이며, 기독교적 의미의 공동체성 회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경제는 인격을 매개로 하는 하나의 도구지만, 이제는 인간이 경제 현상의 도구로 전락했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존재함으로써가 아니라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살아간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병폐를 낳았다. 그러나 기독교적 경제원칙은 이윤추구 보다 진정한 섬김으로 사회 속에서 거룩성을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독교 기업, 더 많은 나눔을 목표로 삼아야

유 교수에 의하면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소비가 아닌 나눔, 독점이 아닌 관계를 기독교의 중심메시지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교회는 물론 기독교 사업체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와 기독교 사업체는 권력이 없는 공동체 즉 하나님의 백성·평신도와 함께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가진 공동체인 성직자·CEO를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회와 기업이 "승리주의·팽창주의 등을 넘어 신앙공동체에 봉사함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교회인권센터가 8월 9일 비정규직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의 모습. ⓒ뉴스앤조이 유헌

기독교 사업체가 한국 경제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기독교 기업이 정당성과 정통성에 근거한 시민사회 형성에 공헌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실현과 한국형 자본주의 경제의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부'에 대한 깊은 신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부의 소유가 사유화에 머무르지 말고, 나눔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또 조직·계통·전략보다는 사람·과정·우선순위를 중시하는 체계가 확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모두 이랜드를 두고 한 말이다. 유 교수는 "이랜드의 경우에서도 기업 총수와 경영인 그리고 일반 근로자 사이에서 관료적 행정의 부각은 심오한 관계를 중시하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의 해체를 가져왔으며, 효율성의 원칙에 지배되는 체계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나눔과 섬김'의 이상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 이념을 내세우지 않은 많은 기업들도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을 고려하면 기독교 사업체가 사랑을 통하여 인간을 중시하는 기독교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라며 이랜드의 비정규직 정책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