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지켜온 분포나루터>

순례단은 지난 2월 12일 김포의 애기봉을 출발한 이후 매주 금요일은 휴식 및 일정을 조정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다름없이 낙동강가를 따라 계속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예정되어 있는 일정을 계획대로 추진하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제밤 비가온다는 소식에 인근 사찰에서 숙박하였던 순례단은 이른 아침에 본포나루터에 도착하여, 본포나루터를 지키고 계신 장윤정 선생님으로부터 본포나룻터의 유래와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본포나루터 인근을 둘러보았습니다.
 

본포나루터 건너편에 보이는 골재채취선을 뒤로 하고, 도로변에서 하루 순례길에 동참하신 참여자분들과 함께 “인류의 역사, 문화, 전통은 물길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4대 문명지 역시 강 길을 따라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러합니다. 운하는 이러한 모든 역사와 문화, 예술의 인위적 파괴입니다. 순례는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품고 가는 수도의 길입니다. 가장 좋은 날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라는 오충일 목사님의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순례길은 본포나루터를 시작으로 본포리의 제방길을 따라 강변여과수 방식을 취하는 대산 정수장과 일동리 수산교, 수산대교 인근의 비닐하우스 촌락을 지나, 북부리 인근 제방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은밀히 추진되는 운하 사업을 중단하고, 낙동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라>

본포나루터 인근 지역의 하상정비공사로 제방에 엄청난 공사를 하였더군요. 공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나무나 풀이 전혀 없고 오직 돌망태기로만 제방을 쌓은 모습에서 수해를 막기 위한 노력도 보았지만, 동시에 하천을 치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동시에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애초에 강물이 굽이쳐 흐르던 넓던 강변을 직강화 시키고 강폭도 좁히고, 그 강물이 지나는 길을 제방으로 통제하려는 합니다. 그리고 매년 수해가 나면 또 제방을 높이며, 원래부터 강물의 길이 아니라 인간의 땅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강을 강답게 하고, 강물이 가던 강물의 길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순례단은 이 지점을 지나 엄청난 규모의 골재채취 단지를 만났습니다. 오늘 하루동안 만난 골재채취 현장은 2개 지구였는데, 모두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골재채취의 문제점은 앞서도 여러 차례 지적하였지만, 오늘 하루 동안 만난 골재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운하 사업에는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환경영향평가다 뭐다 해서 허가를 받기도 힘들고, 4계절 영향조사를 한다고 해서 허가를 받는 기간도 오래 걸리는데, 운하 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1년안에 모든 과정을 끝내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특히 “대기업은 운하한다고 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단축하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들과 같은 소규모 업체는 4계절을 단축시키는 방법을 모르겠다”면서 어떻게 4계절 조사를 단축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 하더군요.
 

강을 강답게 하지 못하고 생명의 기운을 빼앗는 골재채취 사업 자체도 문제지만, 신임 환경부 장관이 운하에 대해 우호적이라는데, 앞으로 운하사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도 “4계절 조사가 아니라 단축조사”가 일반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어제 방송에서 정부가 운하 관련한 부분을 은밀하게 숨어서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데, 정당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숨어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 기관 스스로가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히 추진하고 정치적 상황이 유리해질 때 특별법을 만들어, 국민의 반대와는 무관하게 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인가 봅니다. 엄정한 검증과 토론이 아니라 밀어붙이기식 사업이 현 정부의 특징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도 공개하지 못하면서 은밀히 추진되는 운하 사업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오염원을 줄이고 강변의 살리는 길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한 사회적 지혜와 노력이 모아질 때 낙동강은 생명의 강으로 다시 힘차게 흘러갈 것입니다.
 

오늘 오전 일정은 강변여과수 방식을 취하는 대산정수장을 지나 북부리 인근에서 종료되었으며, 오후 일정은 북부리 비닐하우스 촌락을 지나 유창마을과 유등마을을 지나 유등배수장을 통해 김해지역에 도착하였으며, 이후 시산마을 제방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이후에 오늘 숙박을 해야 할 순례단의 천막이 거센 바람에 철거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주변에 천막을 치기 적절한 장소가 없어 불가피하게 제방 위에 천막을 마련한 상황인데, 오늘 따라 거센 바람에 천막 유지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급하게 숙박 장소를 찾던 중 진영성당에서 숙박 장소를 제공하여 이동하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정리되었습니다.

<강변여과수란 무엇인가>

경부운하 주장이 나온 이후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 중의 하나가 ‘강변여과수’라는 말이다. 운하 주장에 대해 국민의 2/3가 사용하는 상수원이 오염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운하를 주장하던 측에서는 ‘선박이 운행하면서 스크류가 돌면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수질이 개선된다며 운하만 만들면 환경이 좋아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주운수로와 취수 전용수로를 분리하는 이중수로 계획’ 또는 ‘상수원 취수지점의 상류 이전’을 주장하더니, 급기야 ‘취수방법을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먹는 물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운하를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면서 취수지점이나 취수 방법을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변여과수’는 \하천 또는 호수 인접지역에 굴착을 통해 양수시설을 설치하여 하천 혹은 호수 주변의 지층에 시설을 두어 지표수와 지하수를 양수시설로 유도하는 취수방식이다. 하천수의 부유물질 등 탁도와 세균 등을 지질을 통해 1차적으로 여과시킴으로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강변여과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취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창원의 대산정수장의 경우 1일 취수량 6만㎥ 규모의 설비에 약 800억이 소요되었으며, 이중 100억은 주변 농경지 경작에 소요되는 주민보상비였다. 이 수치를 경부운하 구간에만 적용할 경우에는 4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이 비용은 운하 건설에 소요되는 계획 비용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사실 강변여과수와 같은 간접 취수방식은 각종 수질오염이나 수질사고로 인해 하천에 흐르는 자연수를 그대로 취수원으로 뽑아 쓸 수 없을 때 그 대안으로 개발된 취수 방법이다. 운하 추진론자들이 모범답안처럼 이야기하는 독일은 70% 이상이 지하수를 이용하고 강변여과수 이용률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 식수원은 하천수와 호소수를 포함하여 85% 이상이 강물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운하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강변여과수 방식의 취수방법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하천 수질 오염에 따라 식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취수지점과 방법을 바꾸면 상수원 보호구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시민도 있지만, 창원지역 상황이나 외국의 상황을 보면 이 역시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산정수장 인근의 하천부지를 이용하던 농민들은 대부분 경작을 금지당하였고, 인근 지역으로 하우스를 이전하였으나, 또다시 경작이 금지당할 상황에 처해있다.
 

강변여과수 방식의 취수방법은 관정등이 오염될 경우 대책이 없는 방식이며, 여과수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어, 취수장 주변에서는 농사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대산정수장 인근에서 만났던 딸기 재배 농민은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바뀐 이후 이주하였는데, 또 여기까지 농사 금지한다고 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강변여과수 방식을 취하게 될 경우 하천부지 자체가 모두 국유지는 아니고 사유지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강변여과수 사업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토지 매입을 위한 보상비는 막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 농민은 더 심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먹는 물 문제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없이 운하가 만들어지면, 무조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는 무모함. 그리고 그것을 상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현재의 운하 추진론자들의 모습이다. 먹는 물 문제에 있어 강변여과수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순례단이 길을 가다 만나는 많은 분들 중에서, 자신의 삶의 터전인 고향을 찾아 확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한 현재 거주하는 지역을 자세히 알고 싶어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 출발장소인 인근에 사신다는 하성윤님은 “60년을 저는 이곳 강가에서 살았다” 하십니다. 그러면서 “농로에 뱀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라고 하시면서 농민의 심정을 말씀하셨습니다. “운하는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십니다. 그러면서 “걸으면서 내가 사는 고장을 다시 보니까 너무 아름답다”고 하십니다. 하성윤님은 내 고장이 꼭 지켜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일일순례에 참여하셨다 합니다.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하성유님의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비단 하성윤님만 그런 것잉 아니지만, 그동안 순례단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걸어가면서 우리 국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명의 강을 찾아가 강을 논하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강강수원래(江江水原來)’ 준비모임의 지원팀으로 계시는 임철민님은 “아이들과 운하관련 탐사 과정에서 각자 입장 정리를 하기 위해 왔다”고 동참 동기를 밝히셨습니다. 이들 학생들은 4월 이후 운하 예정 구간을 직접 도보로 순례하면서 우리 자연과 강, 그리고 운하에 대한 논의를 예정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답사하고 토론할 예정이라 합니다.
 

임철민님은 운하에 대해 “저는 운하에 대해 정치적인 것을 떠나 반대다”라며, “강은 문화적, 환경적 가치를 품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범할 수 없는 신성한 가치이며, 경제적 가치는 그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마산에서 오신 송형렬님은 “운하는 건설여부를 떠나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며, “운하 자체가 몇 사람, 몇 달에 걸쳐 계획 할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토를 전부 개조하는 사업인데, 적어도 10년 동안 기술, 공학, 환경, 문화적 검토와 검증을 완료한 이후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운하 추진 정책에 대해서 “(운하 사업은)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이 높아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결국 저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오늘 참여한 학색 중 간디학교의 학생들에게 순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노연주 학생은 하루 순례 소감을 묻자, “종교인분들과 함께 하면서 믿음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고, 걸으면서 마음의 변화도 생긴 것 같다”고 하네요. “잘 산다는 의미나 기준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사는 것인데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며 운하 사업은 자연에 대한 큰 폭력을 저지르는 행위이기에 다시 한번 생각에 주실 것”을 기성세대에게 촉구하셨습니다.

함께 참여한 김민지 학생도 “산, 강, 들길을 걸으면서 특히 강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운하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지나오면서 내가 보았던 자연의 모습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합니다. 또 “더 이상의 개발논리로 발전만 추구한다면 우리나라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김민지 학생은 현 정부에 대해서도 “경제만 생각하지 말고 환경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말로 2박 3일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미래의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기성세대가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최종수 신부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도법스님 / 연관 스님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최아나다시아 수녀 등(마산교구) / 도연 스님(불교환경연대) / 김옥금, 주은정 등(경남물처럼평화학교) / 김정식 외 10명(금산 간디학교) / 한석주, 임철민 외 15명(청소년 강강수월래 기획모임) / 전동혁 외 6명(수산성당) / 이동금, 송형렬(열린사회희망연대) /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님 외 1명(마산교구) / 합천의 전진택 목사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정 안내>

* 3월 29일(토) 일정 : 김해시 진영읍 시산리 시산마을 인근 출발 - 밀양시 삼랑진 삼랑리 내부 마을 인근 점심 - 삼랑진읍 승선 철교 인근 종료 / 이후 순례단 선박 승선 이용 이동(순례단만 참여)

* 3월 30일(일) 일정 : 물금읍 물금나루 인근 출발 - 부산시 북구 금곡동 점심 - 구포 낙동교 인근 종료 예정

* 3월 31일(월) 일정 : 구포 낙동교 출발 - 사상구 삼락강변 체육공원 점심 - 환경시설공단 인근 종료 예정

* 4월 1일(화) 일정 : 부산 사상구 환경시설공단 인근 출발 - 부산 을숙도 생태공원 종료 - 경부운하 구간 마무리 행사 참여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3월 27일 창영 청암사에서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3월 28일 진영읍 진영성당에서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28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