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에 대한 논쟁들

기독교신앙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항상 논란이 되는 하나가 구약에 주로 등장하는 여호와 하나님이 과연 믿을만한가라는 것이라면(나의 글 네 번째 참조), 또 하나는 예수에 대한 논쟁이다. 대표적인 것은 예수가 과연 실재했던 인물인가 하는 역사성 논쟁이고, 또한 예수가 과연 하나님(또는 그리스도)인가 하는 그의 성격 논쟁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후자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 주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기독교가 말하고 있듯이 예수는 결코 하나님(또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며 구약에 기록된 메시야 예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예수가 신적 존재라는 표현이 혹시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그건 모두 예수를 이미 종교적 신앙대상으로 믿고 있던 제자들과 초대교회가 각색해서 그려 넣은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수는 결코 신적인 존재가 아니며 그저 타종교의 현자나 존경의 대상들처럼 탁월한 종교적 깨우침과 권위를 가졌던 위대한 인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는 내 자신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기준으로 말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의 믿음의 기준 삼아 말한다면 당연히 “그건 네가 처음부터 그렇게 믿고 있으니 결론이 그렇게 가는 것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러 이 글의 목적인 소통을 위한 신앙이야기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예수라는 인물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인 성서를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과연 예수가 누구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하고 싶은 것이다(성서가 그 판단근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성서의 기록 외에 예수의 존재에 대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당시의 그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나는 성서의 여러 가지 자료들을 확인해 볼 때 예수의 인간적 매력들을 도외시한 채 신성만을 강조하려는 시도도 매우 부자연스럽지만, 분명히 드러나 있는 신적 속성을 억지로 눈 감으려는 의도도 매우 인위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의 복음은 예수의 존재에 결정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서는 본래 하나님을 볼 수도,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인간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존재했던 한 인물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요 1:18, 14:8~24), 그가 예수이고, 그가 바로 하나님이라고 증언한다(요 1:1).

2. 억지로 거부되는 예수의 신성

그러나 이러한 성서의 증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극단적으로 공격받는다. 그들은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인간적 면모들(예: 굶주리셨다, 우셨다, 불쌍히 여기셨다, 분노하셨다 등)이 예수의 진면목이며, 반대로 신성을 드러내는 것 같은 구절들은 모두 후대에 편집되었다거나, 신화적인 표현에 다름 아니라고 단정한다. 심지어 복음서의 구절들을 예수님의 진짜 말씀과 후대에 그를 신격화하기 위해 편집되거나 신화적인 작업으로 각색된 것들로 단정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마치 그들이 예수님과 함께 사역했거나 복음서를 기록할 당시 밤을 지새우며 제자들과 함께 편집했던 것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이 예수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신적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예수는 오히려 자기를 숭배하려는 사람들을 거부하려고까지 했는데, 나중에 예수를 존경했던 제자들과 초대교회가 예수를 신적인 존재로 올려놓고 종교창시자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는 신적 권위를 행사하며 스스로 신적 존재임을 암시했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예수는 한 번도 자신이 직접 “나는 하나님이다” “나는 메시야다”라고 말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의도적으로 그런 대답을 유도하였고, 또 그런 고백을 중요히 여겼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5-17) “예수께 여짜오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누구든지 나를 인하여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시니라.”(마 11:3-6)

그는 하나님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권위를 스스럼없이 행사했다. “예수께서 저희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소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참람하도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죄를 사하겠느냐…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막 2:5, 7, 10) 그리고 마 5:21-48에서는 유대인들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구약시대의 율법과 계명들을 재해석하며 감히 자신이 하늘의 법을 제시하는 존재인 것을 보여주었다. “너희가 모세를 통해서는 이렇게 들었지만 나는 (나의 권위로) 너희에게 새롭게 말한다.”

하나님 말씀과 동일시되었던 모세율법의 권위를 감히 상대화시키며,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 것은 자기 스스로 하나님급(?) 권위를 주장한 것이다. 그는 마치 하나님처럼 사람들의 평판이나 인정에 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보증이 되는 독특한 권위가 있음을 말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사람의 증언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다만 너희로 구원을 받게 하려고 이 말을 하는 것이다.”(요 5:34/표준새번역) 그래서 이미 사람들은 예수의 독특한 권위에 놀란다(막 1:22, 27).

그는 명백히 자기 자신을 신앙의 대상으로서 믿으라 했고, 자신이 하나님과 그의 나라로 갈 수 있는 길이라 말했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 26)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그러므로 어떻게든 예수를 죽이려 했던 유대인들의 분노는 충분히 정당한 것이다. 예수는 분명히 자신을 하나님과 동일시하여 말했다. 여호와 신앙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유대인들 앞에서 30세 안팎의 젊은 청년이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유대인들은 그런 신성모독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그를 죽였다.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선한 일을 인하여 우리가 너를 돌로 치려는 것이 아니라 참람함을 인함이니 네가 사람이 되어 자칭 하나님이라 함이로라.”(요 10:33) “…대제사장이 다시 물어 가로되 네가 찬송받을 자의 아들 그리스도냐…내가 그니라…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가로되 우리가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저희가 다 예수를 사형에 해당한 자로 정죄하고”(막 14:61-64) 역사적 예수가 존재했고 그가 유대인들에 의해 죽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자신을 하나님으로 주장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그의 주장을 사실로 믿든지, 코웃음을 치든지 하는 것뿐이다.

양심적으로 성서를 살펴보면 예수가 스스로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던 증거들로 가득 차 있고, 그 맥락들을 제거해 버린다면 성서의 신뢰성과 일관성은 당장 없어진다.

“너희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 유대인들이 가로되 네가 아직 오십도 못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느냐 예수께서 가라사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 하시니 저희가 돌을 들어 치려하거늘….”(요 8:56-59) 분명히 말하지만 이 말들이 조작된 것이 사실이라면 성경은 세계 최대의 사기문서이며, 교회는 최고의 사기집단임에 틀림없다. 정말 그렇다면 기독교를 개혁하라는 말은 필요 없고, “기독교를 없애고, 성서를 없애라”고 외쳐야 한다. 적당히 기독교 개혁이니 정화니 말하는 것보다 “인류최대의 사기신화 예수장사를 그만두고 기독교는 깃발을 내리라”고 외치는 것이 솔직한 모습이다.

나는 앞서 성서가 어떤 책인지 서술하면서, 성서가 그저 신문기사 작성하듯이 육하원칙 아래서 사실적으로 기록된 게 아니요, 상당히 많은 부분이 과장된 강조 및 축소, 의도적 편집과 배열, 그리고 상징적 서술들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그저 모든 부분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안된다. 그리고 그 기록의미를 정확히 찾기 위해 현대신학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비평방법과 현대학문을 이용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엔 한계가 있다. 성서비평과 현대 학문적 성과가 아무리 유용해도 그것은 성서기록의 정확성을 판별하기 위한 도구일 뿐, 성서 자체가 말하지 않는 “추측”이나 “설명방식”을 성서보다 더 신뢰하는 1차 자료로 삼아서는 안된다.

만약 복음서의 많은 부분이 제자들과 초대교회가 그의 스승 예수를 신격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편집한 문서라면 지금과 같이 눈에 명백히 보이는 모순점들을 그대로 놓아두었을까? 복음서 사이에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순서의 차이, 관점의 차이, 사건의 결과에 대한 증언의 차이 등 엄청나게 많은 의문점들이 발견된다. 우리가 만약 예수의 신격화를 위한 의도로 성서를 편집하려 한다면, 위와 같은 성서기록들 사이 오해의 소지들을 사전 검열하여 처음부터 없애거나 바꿔버릴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또는 성서 전체)는 그러한 오해의 소지들을 조정하려는 의도나 인위성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성경의 신뢰성과 순수성을 증명해주는 분명한 근거가 아닐까 싶다.

중세에 신 존재 증명이라는 게 있었다. 안셀무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등이 나름대로 근거들을 제시하며 “이런 이유로 신은 존재한다.”고 증명하였다. 반면 니이체나 버틀란드 럿셀 같은 이들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며 “그래서 신은 없든지 없어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근거들을 가지고 “이래서 신은 있다”라든지, “그래서 신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증명되었다고 해서 없던 데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던 하나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3. 위압적이지 않은 신성과 풍요로운 인간성의 신비한 결합

예수의 신성은 결코 인간성을 대신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의 신성은 인간성을 초월해 있지 않고,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주는 참맛이기도 하다. 전혀 과장되거나 위압적이지 않고, 절제되어 있는 신성이다. 내가 성서에서 느끼는 바는 예수에게서 발견되는 신성은 결코 폭군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이기는 커녕 섬기는 하나님의 모습(요 13:13~17)이요, 그의 인간성은 인간적 한계에 갇혀 허덕대는 것이 아니라 영원성과 초월성을 향해 열려 있는 것(마 6:19~33)이었다. 그래서 예수에게 인간성과 신성은 철학적 분류처럼 모순관계가 아니라,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게 하나 있다. 소위 민중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한사코 예수의 기적을 부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수가 일으킨 기적들은 대부분 가난한 민중들을 먹이고(마 14:15~21), 고치고(마 14:14), 살리는 것(요 11:35~44)과 관련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지나친 탓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가?

언제나 사람을 살리는 것과 관계되어 있었던 예수의 기적(마 9:35, 36)을 거부하는, 또는 거부하고 싶어하는 지성인들의 마음에서 나는 진정 민중의 고통을 예수만큼 절절히 체득하지 못하는 우리의 냉정함을 느낀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병고침과 구제 등 신기한 이적을 방편으로 행세하려는 혹세무민이 항상 있어왔다(행 19:13). 그걸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성서의 기록을 보면 예수는 한 번도 자신의 신기한 능력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억지로 자기를 따라오게 하려는 흔적을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와 반대로 예수는 자신의 신비한 능력만 보고 무작정 추종하려는 것을 한사코 제지하려 하였다(요 6:15, 26).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나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부르짖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중의 친구임에 분명했던 예수를 한사코 싫어한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란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가 위선적 기독교인들에 대한 실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그들은 예수를 실제로 증오하기도 한다. 성서의 예수가 평생 죄인들의 친구로 살았고(눅 7:34), 그들과 어울려 지내다가(막 2:15~17), 고관대작들의 미움을 사서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는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결국 예수의 하나님됨이 싫은 것이다. 그러나 조심하라. 모든 정당한 권위마저 싫어하다가는 자칫 세상에 오직 자기 자신만 믿는 권위주의자가 되기 쉽다. 물론 예수를 성서에서 가르치는 맥락대로 올바로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라는 매력 없는 단어를 들으면 음모와 자기 쾌락이 빠져있는 헬라적 신관이나 오해하기 쉬운 구약의 여호와 하나님의 폭군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성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으면 복잡하게 추리할 게 아니라 예수를 보고 깨우쳐 알라고 말하고 있다(요 8:19, 14:7, 빌 2:5~8). 예수를 어떻게 고백할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