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평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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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경제공동체 만들기’ 통일시대평화누리의 주장 1

“참다운 발전과 공동체적 경제성장 방식을 만들어 내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해에 우리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여러 가지 청사진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담론은 바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상반된 관심들이다.

민간정부가 들어선 지난 10여 년 동안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믿는 일부언론 및 지식인들은 정의와 공평, 공동체정신이 다소 소홀히 되더라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참여와 공평, 경제정의도 좋지만 그런 것 신경쓰다보면 성장이 멈추고 만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통일시대의 올바른 담론을 형성하고 우리사회의 건강한 개혁을 추구하는 ‘통일시대평화누리’(이하 평화누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룩했지만 경제정의와 공평분배에 결함을 드러낸 우리식 발전모델을 30년이 지난 21세기에 다시 대안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역사의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 발전의 혜택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는 아름다운 발전은 계속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만이 아니라, 적극적 실험과 대안적 모델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화누리는 우리사회에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사례들을 발굴하고, 평가함으로써 더 적극적인 담론형성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1. 공동체적 신뢰경영을 보여준 유한킴벌리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모범적 경영관에 바탕하여 성장한 유한킴벌리는 90년대 들어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95년 새로운 경영변화로 회사 내 신뢰가 쌓이면서 모든 직원이 힘을 합해 발전하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째, 철저한 윤리경영, 투명 경영

술, 골프, 선물 등의 접대를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는 관행을 없애고 상품으로만 승부를 거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이젠 매출액과 거래처가 더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노조가 회사의 경영 자료를 요구하면 노조가 요구한 것 이상으로 공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입증하여 내부의 불신을 제거하였고, 이는 노사의 협력적 관계를 낳아 결국 회사발전의 토대를 이룬다.

둘째, 해고 대신 경영합리화를 통한 위기 극복

유한킴벌리는 IMF시기 동안 단 한명의 정리 해고도 없이 4조 2교대 방법으로 너끈히 이겨내었다. 그리고 4조 2교대로 인해, 확보되는 여유 시간에 근로자들에게 직장 내 평생 학습의 기회가 제공되고, 회사 밖에서는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직원 1600명 가운데 1000명이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셋째, 나눔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익의 사회적 공유

유한킴벌리는 1995년부터 연간 매출액의 1% 이상을 공익사업에 쓰고 있다. 사장은 매년 수입의 절반 이상을 환경단체 등에 기부한다. 강연으로 얻은 수입이나 원고를 써서 번 돈은 전액 환경•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여기에 회사에서 주는 스톡옵션과 월급의 일부까지 보탠다. ‘회사에 득이 되는 것을 넘어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이 유한킴벌리 사회공헌의 원칙이다.

이러한 시도는 성공했다. 윤리, 투명 경영을 정착시키면서도, 여성용품의 시장점유율을 18%에서 61%로 상승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다국적 회사인 P&G(25%)를 압도했다. 다른 7개 사업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13년 동안의 매출액이 4배 이상, 순이익이 17배 이상 늘어났고,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2년간 10위권에 들었다.

2. 고질적 노사분규 기업 현대 자동차의 무분규 타결의 의미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독재적 경영과 노사간 불신으로 인해 해마다 파업과 분규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러나 2007년 9월 4일 현대자동차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타결에 합의했다.

첫째, 회사 경영에 대한 노조의 참여

현대자동차 노사는 해외 공장의 신증설은 물론 국내 생산 차종의 해외 이전이나 해외 생산제품의 제3국 수출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는 회사의 구성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함으로써, 노사관계를 갈등적 관계에서 상보적 관계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 효자기업이라는 찬사를 들으면서도, 오히려 회사 안에서는 험악한 노사관계로 위기를 자초했던 것은 회사가 경영투명성과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에 대해 노조는 극한적 대결자세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지금까지의 한국의 기업들이 보여준 노동을 수단으로 치부하고 노동의 생산에 대한 자본의 일방적인 수취구조에 대한 대안적인 모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둘째, 기업의 경영성과를 노동자에게 더 폭넓게 지급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에 회사의 성과에 대하여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배분이 주어지도록 하였다. 또 현재 정년인 58세를 59세로 늘리되 임금은 동결하는 정년 연장안과 무상주(株) 30주 지급에도 합의했다. 이는 회사 발전의 열매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지급함으로써 노동의욕을 고취시키고, 파업의 주요인을 애초부터 제거한다는 긍정적인 노사관으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3. 평가와 우리의 주장

유한 킴벌리의 대안적 경영과 이번에 현대자동차가 만들어 낸 무분규 타협은 신자유주의 경제 원칙인 무한 경쟁주의, 승자 독점 주의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 인류 공동체를 파멸시키는 추세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모델로 더 활기찬 연구와 실험의 기틀을 제공한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경영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기업 이상의 경제성과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유린하는 인간적 가치도 멋지게 살려냈다는 점에서 창조적인 대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또 현대자동차의 예는 당 회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지만, 대표적 노사분규 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노사관 창출을 위해 협력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두 기업이 한국사회의 대안적 경영모델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유한킴벌리나 현대자동자는 상당한 물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구조상 가장 좋은 모델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델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노동착취와 저가경쟁을 통한 매출액 늘리기에 앞장서온 이랜드의 기업운영이나 문제가 터져야만 억지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곤 하는 많은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을 심각하게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우리 평화누리는 한국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자극할 수 있는 더 좋은 모델을 찾아 소개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가도, 노동자도 합리적이고 사회적 이해에 기반 하여 자기 몫을 주장한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는 이 자리를 빌려 심각한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및 양극화 문제의 해소를 위해 대기업 경영주와 정규직 노조가 자기 몫의 일부를 포기하고 동일한 액수를 매칭 펀드로 출연하여 사회적 기금을 만들도록 권고한다. 우리 평화누리는 단순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안적 실험과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소개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우리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통일시대평화누리 (공동대표: 박득훈, 박종운, 안기홍, 최갑주, 최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