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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부르고 간 박상서장로님
박상서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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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촌 이계선 |
장로님은 지난 28일 아침, 향년 76세를 일기(一期)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고 죽음의 문을 넘어 영원한 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로님은 가족이 아닌 우리들에게도 무형문화재처럼 아름다운 유산을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그건“향수”와 “사랑의 테마“입니다. 두달에 한번씩 기독문학동우회가 모일 때마다 박장로님은 이성철목사님과 듀엣으로 “향수”와 “사랑이여“를 부르셨지요. 10년 넘게 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맑고 향기로웠던 장로님의 테너를 들을수 없게 됐지만 장로님이 그리울 때마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목소리로 ”향수“를 노래할 것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 되며/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로 시작되는 “향수“는 우리기독문학동우회의 영원한 노스탈지어입니다.
목이 메이도록 가슴을 울렸던 사랑의 테마는 이렇게 시작했지요.
“사랑 그것은 정녕 그리움/ 노을빛처럼 타는 가
가슴 가득히 설레는 바람/ 잠들지 않는 물결
사랑 원하지 않아도 찾아 오네/ 사랑 보내지 않아도 떠나 가네
사랑 혼자선 이룰 수 없는/ 오 사랑이여“
박상서장로님!
당신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삶과 죽음을 분리하거나 떼어놓으려 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동일선상으로 이끌고 가신분입니다. 당신은 철학자처럼 거인처럼 특이한 삶을 사셨습니다.
1.장로님은 너무 공부를 잘해서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목사가 되지 못한 분입니다. 중 고등학교 때 영어교과서를 달달 외운 영어의 달인이라 감신대를 졸업하자 대 기업체에서 끌어갔습니다. 장로님은 감신 59학번입니다.
2.장로님은 너무 장가를 잘 가서 고생 좀 하신분입니다. 역사상 제일 장가를 잘 간 남자로 독일의 엘버트공을 듭니다. 해질 날이 없다는 대영제국을 건설한 유명한 빅토리아여왕과 결혼했으니까요. 여왕폐하를 모시느라 엘버트공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장로님이 결혼한 60년대는 목사의 인기가 이발사만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출신의 박장로님은 서울대출신의 재원과 결혼했습니다. 그것도 빠 리장 저리가라는 지성과 멋쟁이 아가씨와 말입니다. 여왕폐하를 모시듯 했을 게 틀림없을 텐데, 제대로 부부싸움 한번 했을라구? 의문입니다.
3.장로님은 너무 사업을 잘해서 망한 분입니다. 30대에 건설회사 한양의 해외수주 담당 이사가 되어 중동의 왕자들 자본가들과 빅딜을 벌려 대형공사를 따내는 유 능한 비즈니스맨 이였습니다. 그 공로로 정부의 철탑산업훈장을 받아 청와대 에서 전두환과 식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너가 아닌 셀러리맨으로는 아주 드 문 케이스입니다. 그후 장로님이 독립하여 사업을 시작하자 일취월장 승승장구 로 잘 나갔습니다. 그러자 청와대와 민정당의 자금총책 이학봉이가 찾아와 정치 헌금 1백억을 내라고 요구 했습니다. 신흥재벌로 착각한 것입니다.
80년대초의 100억은 굉장한 돈입니다. 신동아그룹의 최순영은 90년대 말에 여당 이 요구하는 100억을 내지 못한 죄값으로 22개 계열사가 망하고 감옥에 갔다고 했으니까요. 장로님은 사정했습니다.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지금은 어렵습니다. 회사가 본 궤도에 올라가면 갑 절로 2백억을 드리겠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학봉이가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자마자 은행거래가 끊기고 빌려준 돈 갚으라는 통지가 왔습니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부도나서 망했습니다. 망명하듯 미 국으로 건너와서 우리들의 친구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장로님은 평생을 정의 자 유 평등을 이념의 좌표로 삼았습니다. 언뜻 보면 실패 같지만 영웅이나 천재의 삶처럼 멋지게 사셨습니다.
박상서장로님!
당신은 아침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고도 천하를 얻은 소년처럼 감격하는 휴머니스 트였습니다. 당신은 아마추어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도 대성통곡을 하는 부드러 운 남자였습니다.
이제 제 조사(弔辭)가 끝나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가는 장로님에게 장로님 생 전의 단짝이었던 이성철목사님이“향수”를 불러드릴것입니다. 원래는 장로님과 듀 엣으로 불러야 하는데 장로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목사님 혼자서 불러야 합니 다. 장로님은 관속에 누워 가만히 듣기만 하세요. 이목사님이 힘들어 하시면 우리 들이 다 같이 불러드릴 테니까요. 장로님 대신에 말입니다. 관속에 누워계신 장로님이 들으시도록, 하늘나라 하나님의 보좌에 까지 울려 퍼 지도록 우리들이 목이 터지도록 합창할 테니까요.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 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박상서장로님!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면 “향수”의 고향에서 만난 옛 친구들처럼 회포를 풀자구요. 그때까지 주님의 품안에서 편히 쉬십시오.
2010년 7월 1일
미주기독문학동우회 등촌 이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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