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반대시민연합 게시판에 올라온 참가 후기를 옮겨왔습니다.

아침부터 꾸무룩한 하늘이 염려스럽습니다.
날씨가 맑고 쾌청해야 한분이라도 더 참여하실텐데...
국민의 뜻을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알리고픈 마음에 한분이라도 더 많은 참여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3/30 국민평화행진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27일부터 시작된 공식선거운동기간 중의 집회라 선관위에서도 부담이 많은가 봅니다.
걱정하시는 전화와 안내문들을 거듭 주시고 이왕이면 4/9 이후에 행사했으면 하는 말씀들도 하십니다.
그러나 회원님들과 한달 전부터 맺은 약속을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한분이라도 나오신다면, 선거법에 걸린다 하더라도 그 분과의 약속이 더욱 소중합니다.

마음 한구석에 걱정되는 마음을 애써 지우고 행사준비를 합니다.
컴퓨터 팀장님은 생업으로 사이트 개발건을 맡아 이번 주에 처리해야 하기에 시간이 없어서 전격적으로 나서지도 못합니다.
당연히 인터넷 광고도 소홀해 졌습니다.
이래 저래 무거운 마음으로 3/30일을 맞았습니다.

개일 것이라던 날씨는 아침부터 흐립니다.
트럭과 앰프도 준비 중에 혼선이 생겨 한바탕 소란이 생깁니다.
와중에 프린트 잉크도 떨어져 일요일이라 구할 곳도 없고 근처 피씨방에 가서 급한대로 해결합니다.
다행히도 전국철거민중앙협회(전철협)에서 트럭과 앰프를 별도로 준비하겠다고 연락을 주십니다.
스트레스 받는 중에 천군만마를 얻는 느낌!

시골에서 올린 트럭이 도착하자 짐을 부려넣고 서울역으로 출발합니다.
2시 20분부터 설치를 시작, 어젯밤 늦게까지 작업한 음악도 틀어 분위기를 띄웁니다.
전철협의 차량도 도착하고...
나름대로 트럭 두대를 이은 무대는 빵빵해 보입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새로 준비한 플랭카드들도 멋지게 반짝거리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세시 20분, 행사 개시를 선언합니다.
모이신 분은 대략 200여 분.
2/24 청계천 행진행사보다는 많이 안오셨지만, 그래도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입니다.
수녀님들도 보이시고 스님도 계시고, 녹색연합, 박스맨도 보이십니다.
앗! 임종인의원님도 보이십니다.
선거 중, 특히 휴일이라 황금같은 시간이실텐데... 새삼 대운하반대에 대한 임의원님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창조한국당과 태안에서 봉사를 하시는 '자봉이'에서 나와주신 분들도 보이십니다.
참! 대운하 반대 뺏지를 제작, 무상으로 나누어 주시는 어린이와 문학 단체에서도 나와 주셨습니다.
대운하 반대 뺏지를 한보따리 풀어 놓으십니다. ^^

성명문을 읽고 곧바로 '나도 한마디' 시간
사회는 2/24 청계천 행진에서 사회를 보셨던 하얀꿩님,
이제는 거의 프로급 진행을 하십니다.
방송 카메라가 들이대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오히려 유창해지는 사회 솜씨.
연사는 초청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어린이들부터 일반시민들입니다.
역시 맛나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평범한 시민 분들이신 것 같습니다.

서울역에서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행진 시작.
서울역 반대편에서부터 차로행진을 합니다.
청계천 행진에서도 느꼈지만, 막상 행진을 시작하면서 더욱 인원이 불어나신 것 같습니다.
선두에 트럭, 후미에 트럭이 각자 음악을 목청껏 뿜어내고, 구간 구간마다 구호를 열창하며 행진합니다.
경찰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속도를 한껏 늦추어 갑니다.
그야말로 거북이 행진입니다.
경찰 한 분이 오시더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니 속도를 좀 올리는게 어떻겠느냐 합니다.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더니 뜨끔하고 한방울 떨어지기는 합니다.
한국은행 앞에서 교차로를 지나면서는 속도를 조금 올립니다.

드디어 중앙우체국 앞.
넓은 우체국 앞 광장을 행진 시민들이 다 채우십니다.
마무리를 하고 촛불집회 안내를 합니다.
각자 식사 해결하시고 종각 보신각 앞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하기로.
정식행사는 끝났으니 돌아가실 분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내일 서울지검 앞에서 정종환, 이만의 두 장관 고발하는 행사도 안내를 합니다.
장관 고발하는 것에 그렇게들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안내하는데 그저 함성이 터집니다.
내일 서울지검 앞의 행사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마무리 말을 끝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하귀님의 등장.
서울역에서 멋진 춤의 안무를 보여주신 하귀님.
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신 하귀님,
마이크를 받아들더니 새로 구호 열창을 시작합니다.
시민들도 그냥 끝내기는 아쉬우셨는지 뜨거운 목소리로 하귀님의 구호를 받습니다.

이윽고 행사를 마무리하고 각자 흩어지신 다음 저희들도 근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사켜먹고.
그런데 마산에서 이번에도 올라오신 열혈애국지사 을파소님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어디가셨을까? 마산에서 홀로 올라오신 분인데 우리가 미리 미리 식사라도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식사를 대충 끝내고 보신각 앞으로.
플랭카드들을 바닥에 깔고 피켓들도 바닥에 깔고...
음악을 틀려니 우리가 준비했던 앰프는 밧데리가 나갔습니다.
이때 역시 천군만마처럼 등장하시는 전철협 회원 여러분들과 전철협 차량.
전철협 차량을 길가에 배치하고 우리가 준비했던 음악을 다시 틉니다.
촛불도 켜고 음악도 좋고, 춧불집회 분위기는 제대로 잡혔습니다.
모두가 주욱 늘어서서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참여하거나 말거나 우리끼리 한판 놀이터였습니다.
아주 이쁜 애기들도 촛불을 켜고 깜찍한 얼굴로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보신각 앞 보도 넓은 터에서 탑돌이도 하고 춤도 추고, 하하
하귀님은 1인 시위를 하면서 터득하신 삽질 신공도 보여 줍니다.
일요일이라 지나가는 분들은 많지 않았지만, 촛불집회는 우리끼리 후련한 한마당 놀이판이었습니다.

8시 지나면서 다시 빗방울이 듣기 시작.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들의 참여가 바로 대운하를 저지하는 힘입니다.
오늘 참여해 주신 '전철협'과 '어린이와 문학'은 대반련 사이트에 연대 배너를 띄워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찾아 주셔서 뜻을 함께 나누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행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행진시위의 안전을 위해 옆에서 지켜주신 경찰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