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찬 : 최근 한국감리교회 성찰과 전망
     <감독회장 선거사태 자료집> 연구를 중심으로

김기택 목사(전 서울연회 감독, 임시감독회장)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2008년 감독회장 선거사태가 시작된 이래 세 차례에 걸친 감독회장 선거(당선)무효 판결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임시감독회장 체제가 세 차례와 직무대행 체제가 두 번이나 반복되었으며, 제28회 총회무효 판결... 등 총회 무효사태도 다섯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감리회 사태로 지난 8년 동안 발생한 재판은 총 106건이나 되며, 이를 사건 별로 분류하면 교회재판이 6건, 사회재판이 58건(감독회장 37건, 감독 18건, 기타 3건)입니다. 그러니 시간적, 물질적, 대외적인 손실을 생각하면 우리 감리회가 정말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마땅합니다.

돌이켜 볼 때 지난 8년은 우리 모든 감리교인 들에게 실패와 울분, 고통과 갈등, 절망과 탄식의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여기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정말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우리 감리회의 불합리한 선거법과 제도 또 정치파벌...등의 관행으로 우리 감리회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재판이나 교회재판도 완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교회법이나 제도도 너무나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감리교인들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교권지상주의, 파당주의, 배타주의, 율법주의의 병폐를 깨닫게 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감독회장 선거사태가 발발한지 8년(2008년 7월~2015년 4월)만에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 감리회의 미래를 제도적으로 든든히 하자는 여론에 부응하여 소송 당사자 간 스스로의 합의로 소송이 종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느니라(악1:15)”는 말씀과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3:1)”라는 말씀은 우리 감리회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립니다. 이제 우리는 조용히 우리 감리회와 우리 자신의 영적 상태를 성찰하고 감리회 본연의 모습과 신앙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감리회의 어려운 현실을 겪으면서 지학수 목사를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몇몇 목사들께서 그간의 자료들을 땀과 눈물로 모아 전 7권 6,000쪽이나 되는 방대한 기록들을 모아 “감리교회 개혁을 말한다.” - 백서를 만들어 내고 또 이를 근거로 여러 학자들이 함께 우리 감리회의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희망의 좌표를 설정하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게 된 것은 정말 높이 치하 받을 만한 일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망과 탄식의 현장에서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연구자들의 연구내용을 보면 ‘선거사태의 객관적 성찰’, ‘교회의 창조적 패러다임’, ‘희망 공동체로서의 교회’, ‘교회분열의 극복’, ‘교회에 대한 성찰’,  ‘선거제도와 재판제도 개선방향’ 등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였고, 구성원이 교회사 교수, 성서학 전공자, 목회자, 타 개신교 교수, 미국연합감리회 목사 등 다양한 것을 보면 감독회장 선거사태의 전개와 결말, 그리고 극복 결과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2년 앞둔 시점에 우리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희망을 꽃피우는 일은 우리 감리회 모든 성도들의 몫입니다. 잘못을 비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잘못을 고쳐나가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우리 감리회의 모든 지도력이 함께 일어나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구체적으로 화해를 도모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회에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목사들은 거듭남과 성화, 은혜로운 복음신앙을 회복하며, 신학대학교는 감리회의 바람직한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모세는 나이 사십이 되었을 때 그의 동족 히브리 자손을 돌아볼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연구발표회가 우리 감리회를 돌아볼 생각으로 지난날의 모든 과오를 품고 함께 기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 감리회의 미래를 제시하는 뜻있는 출발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정말 뜻 있는 심포지움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년 여간 우리 감리회 사태의 근원적인 이유를 밝혀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먼저 이 방대한 자료를 읽고 연구 분석하여 우리 감리회의 미래를 말씀해 주신 연구자 여러분들께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발표도 듣고 또 연구하신 논문들을 읽으면서 저 나름대로 몇 가지 중요한 느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그동안 우리가 겪은 감리회사태는 새 시대를 여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 연구하신 모든 분들은 지난 8년여 동안 우리가 혹독하게 겪은 감독회장 선거사태를 단순한 교권쟁탈전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려는 진통과 대립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감리회가 그동안 어렵게 겪은 8년 사태를 연구자들은 계파나 학연이나 파벌 중심의 교권쟁탈 싸움이 분명하지만 그 힘겨운 갈등과 대결을 통해 우리 감리회 신앙공동체가 어떤 새로운 희망과 미래의 지평으로 도약해 보려는 역사적인(historic) 몸부림으로 보고 있습니다.

둘째, 새 시대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8년 사태는 우리가 1978년에 만들어 38년간 시행해 온 - 다원화 감독제로 대표되는 우리 감리회의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이제‘제4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리회사태는 교권싸움이었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 감리회 130년 역사의 맥락과 흐름에서 볼 때 이제는 우리 감리회가 새로운 교회운용과 새로운 신앙생활 방식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요청받았던 의미심장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감리회는 이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만일 이런 것을 못한다면 지난 8년 사태에서 얽힌 이해 당사자들의 정치적인 힘겨루기와 감정대립의 자취밖에 아무 것도 남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셋째,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말끔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8년 우리 감리회사태(2008-2015)를 차분하고 심원하게 성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총체적인 자료집이 필요합니다. 이는 감리회의 넷째 패러다임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입니다. 지난 8년 감리회사태의 전모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총체적인 자료집이 없을 경우, 우리 감리회는 또 다시 눈앞의 이익으로 얽힌 단견과 편견을 가지고 자기 입장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취합하며 자칫 감정적인 사태 인식과 대응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리회 8년 사태 자료집을 발간한 것은 교회사적으로 또 신학적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후대들도 앞으로 계속 이 자료집으로  공부할 것이며, 이 자료집을 통해 학연, 계파, 세대, 교역자와 평신도들의 복잡한 역학관계와 대응 양상... 등을 돌아보고 조화와 균형, 화합과 공생, 평화와 사랑의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감리회를 만들어갈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넷째,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신앙의식과 신학을 수립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1978년에 만들어진 셋째 패러다임의 한계를 지난 8년의 사태 속에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낡은 현상과 그 속에 얽혀 있는 낡은 신앙의식의 양상들이 오늘날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자료집이 발간되고 심포지엄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리회, 개혁된 감리회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감리회사태 백서가 모든 연구의 1차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 총체적인 자료집 안에는 지난 8년여 감리교 사태와 관련된 각 계파와 집단 등의 각종 회의록, 성명서, 신문기사, 소송문서 등이 들어 있습니다. 연도별, 시기별로 배열을 했고, 또 주요 주제와 사안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관심 있는 이들은 누구든지 편리하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양한 집단, 다양한 시각, 다양한 소리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복잡한 행보의 역정이 그대로 다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 감리회를 향한 각기 다른 애정과 열정들의 숨소리도 담겨져 있으며, 심각한 위기 현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해법을 찾아보려는 여러 방향의 시도와 대응들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현재 우리 감리회의 신앙의식과 희망의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파악하고 제 4의 패러다임 창출과 새로운 역사 창조의 지평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저는 이제 중요한 제안 한 가지를 하려고 합니다.

쉽지는 않겠으나 우리 감리회가 자리를 마련하되 지난 8년여 감리회 사태 한 가운데서 이렇게 저렇게 지탄을 받고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초청하여 위로하고 화해하고 화합하는 대 통합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부분, 그분들도 현재 우리 감리회의 감독제도와 선거제도의 구조적인 희생자들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느 누가 나왔어도 비슷한 운명이었을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실추된 우리 감리회의 이미지도 회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이번 감리회 학술 심포지움을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의 노고를 치하 드리며 우리 모두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기택 감독 프로필

감리교 신학대학 졸업
동신대학원 및 박사원 수료
성천교회개척39년 시무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 대표
NCCK 화해통일위원장
제14대 서울연회 감독
기독교대한감리회 임시 감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