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탈출과 연관하여

‘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에서 저자는 이집트 탈출과 연관하여 그러한 일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 과정에서 이집트 탈출이 있었다는 학자들의 견해를 활용합니다. 그렇게 활용하면서 여러 유물과 그 해석을 통하여 결론적으로 이집트 탈출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저는 그 접근 방식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내용인데,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학자들의 견해를 활용함에 있어서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후대설-BC 13세기-만을 이야기합니다. 이집트 탈출에 대한 견해는 주전 15세기 설과 13세기 설이 있는데, 후자만을 활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입니다.

후대설의 근거로는

첫째, 라암세스라는 지명입니다.

이집트의 몇몇 자료는 피-람세스(람세스의 집)라는 도시가 기원전 1279년부터 1213년까지 재위한 이집트의 위대한 왕 람세스 2세 시대에 삼각주에 건축되었으며 이 도시 건설에 셈족이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는 것입니다. 셈족이 고용되었다가 아니라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내용이 바로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라암세스를 건축하였다는 내용과 연결될 것이기에 13세기 설을 맞다고 보고 활용합니다.

둘째, 람세스 2세의 아들인 파라오 메르넵타가 가나안에 원정한 사실을 기록한 비석입니다.

이는 성경 이외의 기록 문서로서 가장 일찍 이스라엘을 언급한 것으로서 13세기 말의 것입니다. 그 내용은 가나안을 침공하여 이스라엘이라고 불린 민족을 대량 학살하여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의 “씨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과장되었을 것이지만 그 시기에 이스라엘이라고 불린 특정 민족 집단이 이미 가나안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셋째, 고대의 초기 이스라엘인들과 관련된 수십 개의 주거 유적이 그 무렵의 가나안 산간 지방에서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주장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출애굽기의 라암세스가 람세스 2세에 의해 건립된 성이라는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같은 지명이기에 같은 사건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둘째, 메르넵타의 원정 비석의 내용이 곧 13세기에 이집트 탈출이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전에 이집트 탈출이 이루어지고 가나안에 정착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셋째, 산간 지역에서 발굴된 주거 유적입니다. 그것은 “여호와께서 유다와 함께 하신 고로 그가 산지 거민을 쫓아내었으나 골짜기의 거민들은 철병거가 있으므로 그들을 쫓아내지 못하였으며”(삿 1:19)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는 성경의 기록이 후대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록된 책이 아니라는 반증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는 앞에서 제 나름대로의 근거에 입각하여 이집트 탈출의 시기로 전대설을 말했습니다. 라암세스의 경우 히브리인들이 살던 지역인 고센의 다른 이름으로서 라암세스 건설은 고센 지역을 성으로 둘러서 쉽게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본다고 적었습니다. 히브리인들은 언제든지 가나안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을 새 왕조에서 알았기에(출 1:10) 취한 조치로 보는 것입니다. “갈까”는 정확하게 번역하면 “올라갈까”인데, 성경에서는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반대는 “내려간다”로 표현됩니다.

이집트 탈출을 전대로 보면은 메르넵타의 가나안 원정은 성경의 사사 시대에 해당됩니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서는 여러 이민족들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던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저자가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두 주장을 함께 살피고 각 주장에 따른 유물 해석을 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일방적으로 후대설만을 받아들이고는 그 후대설에 따라서 유물들을 해석하고서 이집트 탈출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성경의 내용들은 고고학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거짓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탈출하고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에 몇 차례의 전쟁이 있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방랑 생활에 관한 성경의 설명에 언급된 다른 주거지들과 종족들은 실재했던 것일까?”(83쪽)

네게브에 살았던 가나안의 왕 아랏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일부 백성을 포로가 잡아가고 이스라엘은 그에 대한 보복을 합니다(민 21:1-3). 그에 대해 “브엘세바 동쪽에 있는 텔 아랏의 유적을 근 20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굴한 결과 크기가 대락 1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초기 청동기 시대 도시의 유적 몇 개와 철기시대 요새 유적 하나가 발견되었으니 후기 청동기 시대의 유적은 나오지 않았다. 후기 청동기 시대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브엘세바 계곡 전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아랏이라는 도시는 후기 청동기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라고 합니다.

“상황은 동쪽 건너편에 있는 요르단도 동일하다. 이 지방에서 유랑생활을 했던 아모리족의 왕 시혼의 수도인 헤스본에서 불가피하게 전투를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민 21:21-25, 신 2:24-5, 삿 11:19-21). 고대 헤스본이 위치했던 암만 남쪽의 텔 헤스반을 몇 차례 발굴한 결과 청동기 시대의 도시는 물론이고 작은 마을의 유적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모압인, 암몬인을 언급하면서 후기 청동기 시대에는 농경인구가 정착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출애굽기에 언급된 지명들은 실제로 존재했다. 몇몇 유적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훨씬 앞선 시대나 훨씬 나중 시대에 주민이 거주했다. ~ 여러 사건 속에 등장한 것으로 기록된 바로 그 시대에 해당 장소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집트 탈출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행이다”라고 적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고학에서의 연대 측정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연대 측정 방식이 과학의 발달과 함께 더 정확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위의 글은 앞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집트 탈출에 대한 신학적 두 견해 - BC 15세기 설과 BC 13세기 설 - 가운데 13세기 설만을 전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라암세스라는 지명 하나가 일치한다는 것은 내세워 이야기되는 것이 BC 13세기 설은 잘못된 연대 측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새 왕조 곧 18왕조의 출현과 함께 이야기되는 성경의 라암세스 건축과는 시간적으로 200여년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을 BC 15세기 설에 따라서 읽으면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BC 15세기에 이집트에서 탈출했고 광야에서 40년을 지내면서 전쟁을 하여 어떤 곳은 멸절되어 BC 13세기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는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핑컬스타인이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BC 15세기 설에 대해 몰랐을까? 저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연 핑컬스타인이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BC 15세기 설에 따른다면 위의 내용으로 글을 적을 수 없으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몰랐을까? 저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잘 알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이 철저하게 고고학적인 연구의 결과물로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제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성경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그것을 증명하는 데에 고고학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데에 유리한 자료를 활용하면서 말입니다. 이후의 글들도 BC 13세기 설과 연결하여 성경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저자에게 있어서 학자적 양심이 의심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