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그냥 넘기려고 하다가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껴서 적습니다.

먼저 어떤 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엉터리입니다.

오늘날의 개신교가 보편적으로 힘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교회의 세속화를 말할 때에 여러 모습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힘의 논리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강길님은 개신교의 보수신학이 그 이유라고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근본주의가 그 이유라고 합니다. ‘성서의 축자영감설(혹은 성서무오설),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 그리스도의 재림’를 토대로 하는 교리에 의해 힘의 논리를 추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힘의 논리 추구를 세속화로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근본주의 신학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도들이 사도적 복음을 가르치고 그 복음을 수용하며 살았던 그때에도 교회는 위의 다섯 교리를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교회는 낮아짐과 섬김 그리고 평화를 추구하였습니다.

교회가 나타내는 힘의 논리 추구의 원인이 근본주의 신학에 있다면 결코 나타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이는 그의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반증입니다. 힘의 논리 추구는 근본주의 신학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거듭났다고 하더라도 죄의 지배를 받아 인간적인 욕심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이는 근본주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힘의 논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됩니다.

그의 글 전개는 일반화의 오류에도 해당됩니다. 어떤 현상이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임의로 그것을 전체로 확대하여서 말하는 오류입니다.

두 번째로 순환논리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잘못된 순환논리의 오류입니다.

순환논리라고 하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TV의 사극을 보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왕건에 대한 이야기에는 왕건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인물들의 등장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런 인물들이 기록된 역사책에 의해서이지요. 그런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근거는 그 인물들을 이야기한 역사책입니다. 주변 나라의 역사책에도 등장하는 인물의 경우는 그 내용들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조선왕조실록에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기록된 사건들도 있습니다. 그 인물들과 사건을 말할 때에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하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순환논리이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시대에 살지 않은 우리는 이전 시대의 글들에 대해서 그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제시되기 전에는 그 내용들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해 순환논리이지만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을 근거로 말할 수밖에 없고 말하게 됩니다. 순환논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으로 성경의 가르침을 결정하는 것은 순환논리이지만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순환논리이기에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무지한 주장입니다. 정강길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순환논리도 있습니다. 정강길님은 물질의 창발을 근거로 비시간적인 존재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창발의 출발점에는 반드시 사전에 무언가가 존재해야만 한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매순간마다 시간적 현실 세계와 조우하고 있는 그 어떤 비시간적인 존재(혹은 영역)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해서 물질의 창발과 비시간적인 존재가 연결된다는 것일까요? 물질의 창발과 비시간적인 존재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사전에 존재해야만 하는 무엇가를 비시간적인 존재로 보아야 할 어떤 필연성이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비시간적인 존재가 있었고 물질에 어떤 형태로든지 관여하였다는 주장자의 선인식이 있음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선인식으로 인해 물질의 창발을 비시간적인 존재로 연결시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선인식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비시간적인 존재로서 신을 증명하겠다면서 적은 글인데, 이미 그 존재를 수용하는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존재를 애초에 상정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립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정강길님은 물질의 창발 자체와 비시간적인 존재의 연관성, 필연적인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므로 물질의 창발로 비시간적인 존재 곧 신이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순환논리이되 잘못된 순환논리인 것입니다.

세 번째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의 잘못입니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말하면 소통이 없고 그것에서 벗어난 자신의 주장은 소통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때의 소통이란 무엇일까요? 신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는 전지전능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상관없이 소통이란 없습니다. 그리고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말하면서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소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입니다.

전지전능은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그 의미는 하나님께서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해 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인 제한을 가지지 않으시고 시간을 초월하신 분이십니다. 처음과  끝으로서 그 모두를 아십니다. 하나님은 그 기쁘신 뜻을 따라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일을 이루십니다. 그분이 이루고자 하시는 바에 대해서는 그 능력으로 이루십니다. 실패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자신에게 스스로 지우신 제약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기 결정권을 주고서 그것을 침해하지 않으십니다. 그 결과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항상 현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하나님을 뜻을 거부하고 저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지 않다고 말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현대인의 사고와 삶에 아무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거부하여야만 바른 사고와 삶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말하면 소통이 없고 그것을 거부하여야만 소통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자신과 자신과 같이 생각하는 이들이 그렇게 살기를 원하는 것일 뿐인데도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한선영님과의 댓글 싸움에서 상대방에게 잘못된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 모습을 본인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에 대해 어떤 논리적인 대답도 없습니다. 엉뚱한 소리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앞세워 회피하고만 있습니다. 논리와 삶에 있어서 정직은 상대방에게만 요구할 사안이 아니라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고 실천하여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건전한 합리성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