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이 통용됩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더 나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기독교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선의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입니다. 경쟁은 다른 이를 이기기 위하여 다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누구와도 이기기 위하여 다투지 않습니다. 그의 백성들에게 다투어 이기기를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선의에는 경쟁이란 없습니다. 신앙의 세계에서 선의와 경쟁이란 논리적으로 함께 사용될 수 없는 말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란 하나님이 없는 세상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통용되지만 신앙의 세계에서는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다투어 이기려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와 거리가 멉니다.

경쟁은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합니다. 필요 이상의 긴장이 뒤따릅니다. 경쟁 상대에게 추월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불안합니다. 경쟁 상대이기에 그를 배려하고 섬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물론 이기면 만족감이 있습니다. 승리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옆에는 패배자의 슬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절망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그 슬픔과 고통, 절망이 자신의 것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겨야 하는 경쟁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가지기가 힘듭니다. 이겨야 하기에 무리하기 쉽습니다. 건강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로로 인해 쓰러지게 될 여지가 많습니다. 경쟁을 통한 성취로 얻게 될 만족감에 비하여 생에서 누려야 할 참된 자유와 평화를 상실할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 중에서 지체들을 경쟁으로 이끌어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모습과 자리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적인 사고를 아무런 여과 없이 신앙의 세계에 끌어들인 것입니다. 세상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앙의 세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경주입니다. 푯대 다르게 말하면 바른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을 밟고 자신이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협력하고 함께 목표에 이르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감당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돌아보는 삶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일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끝까지 경주를 감당한 이긴 자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 대하여서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선의의 경주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목표로 삼고 서로 사랑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이루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소금으로서 세상의 부패를 방지하고 세상이 살 맛이 나도록 하기 위하여 함께 수고하는 것입니다. 빛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반영하기 위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나 홀로가 아니라 지체와 함께. 이웃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