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신앙을 고백한 시몬에게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반석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페트리아(여성형)입니다. 앞의 베드로는 페트로스(남성형)입니다. 반석의 의미에 대해 크게 세 입장이 있습니다. 신앙고백, 예수님, 베드로입니다.

예수님이라는 입장은 문맥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입니다. ‘이 반석’에서 ‘이’는 베드로와 어떤 형태로든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베드로라는 입장은 앞의 베드로와 같은 단어의 반복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의도하신 것은 구약 성경에서 이야기되는 큰 돌 곧 반석인데, 그 반석을 뜻하는 단어가 여성형이어서 남자인 시몬을 지칭할 때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일반 명사로서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페트로스는 일반적인 돌을 뜻하고 페트리아는 큰 돌 곧 반석을 가리킵니다.

신앙고백이라는 입장은 곧 이어서 잘못을 범하여 예수님께 책망을 듣고 십자가 죽으심 때에 부인하기도 한 베드로 위에 예수님의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고의 산물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미래형으로 말씀하셨고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의 베드로를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바울 사도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이 교회의 터라고 진술했습니다(엡 2:20).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반석은 베드로를 뜻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바울 사도는 예수님은 모퉁이 돌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성경의 진술에 대한 바른 이해는 이처럼 해석의 문제입니다.

반석이 베드로를 뜻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톨릭과 같이 오용해서는 안됩니다. 베드로를 한 개인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주어진 권위가 교황으로 계승된다는 것은 잘못된 적용입니다. 반석은 한 개인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앞의 바울 사도의 진술과 같이 사도들과 선지자들을 다함께 담고 있습니다. 곧 사도들과 선지자들을 통하여 전해진 복음 곧 사도적 복음을 가리킵니다. 바울 사도는 ‘우리 복음’, ‘내 복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사도적 복음 위에 세워집니다. 사도적 복음이 교회의 유일한 터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사도적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그 위에 스스로를 세워가야 합니다.

문제는 바른 이해를 벗어나 엉터리 해석이 횡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엉터리 해석에 있어서 달인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게 되기를 원한다(요삼 1:2)으로 삼박자 축복을 주장하는 것은 엉터리 해석의 결과입니다. 오늘날도 십일조가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라며 십일조를 하여야 한다는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을 성공에 대한 안내서로 읽는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입장은 본문 자체가 전달하는 바를 바르게 찾는 것이 아니라 해석자의 입장을 본문에다가 끼워 넣어서는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본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바른 해석은 본문 자체에 대한 바른 이해를 넘어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신약 성경은 노예제도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록 노예라도 함께 사랑하여야 할 한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예 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예 제도가 오늘날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신약 성경이 기록된 때까지만 있고 그 이후에는 중단된 것이 아닙니다. 일반 역사에서도 하나님은 섭리 가운데 그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를 가지고 신약 성경 이후 시대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하는 부분과 모든 시대에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을 잘 분별하고 전자는 변화를 따라야 하고 후자는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엉터리 해석이란 본문 자체가 진술하는 바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본문 자체를 바르게 적용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엉터리 해석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본문에 자신의 입장을 끼워 넣어 본문이 말씀하는 바를 왜곡시키는 것입니다.

이 면에 있어서 달인들이 있는데, 자유신학을 토대로 한 현대신학을 추종하는 이들입니다. 현대인의 과학 지식과 철저하게 그 테두리 안에서만 합리적 지성을 말하면서 그것을 본문에다가 끼워 넣어 본문을 해석합니다.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을 넘어서는 내용들은 모두 부정합니다. 하나님을 전제하고 그 하나님께서 자신의 능력으로 행하신 일들임에도 말입니다. 하나님을 배제한 과학을 성경에도 그대로 대입시켜서 하나님을 전제한 내용들을 결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본문 자체의 진술, 정황 등을 모두 무시하고 하나님을 배제한 과학이 테두리 안에서 수용될 만한 내용으로 바꿔버립니다. ‘바꿔, 바꿔, 얼마든지 바꿔’가 그들의 모토입니다.

그렇게 바꾸면 앞뒤의 내용들이 전혀 연결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자연세계의 일반 법칙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는 신념을 절대화하여서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들의 신념에 부합되는 내용을 바꿉니다. 거의 달인 수준입니다.

자신들의 사고에 맞지 않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에 대해 성경은 일관되게 대속을 말씀하며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죽도록 하는 것은 잔인한 짓이라며 대속을 부정합니다. 아주 당당하게.

서울 가보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우기는 것과 똑같은 행태를 보입니다. 신약 성경은 기록자가 있고 그 기록자가 교회에게 그 내용을 가르쳤습니다. 그들에게 듣고 배운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물론 자신의 어떤 필요에 의해 기록자에 대해 다르게 말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편적으로 그 내용들은 수용할 만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신학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당당하게 그 내용들을 무시하고 뒤집습니다. 처음에는 가설을 제시하고 입장들을 연구에 입증하고 활용하면서 정설로 만들고서는 그 주장이 옳다고 확증하는 방식입니다. 기록자와 그 기록자들에게 배워 적혔던 글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이 옳다고 우깁니다. 서울 가보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우기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느 세계가 마찬가지이지만 학문의 세계에서는 튀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기존의 흐름을 어떻게든지 뒤집어보려고 하는 시도가 환영을 받습니다. 그것이 학문을 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고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뒤집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교에게 있어서 바른 태도, 바른 행위, 바른 삶은 중요합니다. 너무나 중요합니다. 동시에 그 이론적인 토대도 중요합니다.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는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의 문제입니다. 바른 해석과 그에 토대를 둔 바른 삶이어야 합니다. 잘못된 해석과 그로 말미암는 잘못된 삶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아 안타까움을 넘어서 한심한 지경입니다. 바른 해석을 하더라도 잘못된 삶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른 삶을 주창한다고 하더라도 해석에 있어서 잘못된 경우도 정당화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바른 삶을 주창한다는 것에 젖어서 잘못된 해석을 당연시하고 달인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그 또한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한심한 지경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약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모습은 여전히 오늘날의 그리스도교에게 본이 됩니다. 그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되었다고 굳게 확신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고 굳게 확신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분이 사랑이시라는 고백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박애와 공의 추구는 사랑이신 하나님에 대한 삶의 고백이었습니다. 그들은 겸손하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섬겼습니다. 그 당시의 노예들이 그들이 전한 복음을 듣고 복음을 전한 이들의 생활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믿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함께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철저하게 평화를 추구하였습니다. 그들의 신앙으로 인해 죽음의 위협에 직면하였을 때에 두려움이 없이 당당했습니다. 오히려 복음으로 말미암아 주님을 위하여 죽는다는 사실을 감사하였습니다. 기뻐하며 찬송하였습니다. 그 모두는 성령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 없는 사람들과는 구별되어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으며 사는 삶이었습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직접 들으며 하나님의 뜻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고 그 위에 바른 삶을 세운 전형입니다.

저는 그 모습이 오늘날의 교회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 모습이 이 땅의 교회에게 회복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엉터리 해석의 달인들이 스스로를 좀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돌이키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들로 인해 엉터리 해석에 빠지는 형제들이 줄게 되기를 바랍니다. 바른 생각- 바른 해석과 바른 삶-을 토대로 스스로를 바르게 교회로 세워가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