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교회는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인 유교의 폐해와 차별적 관습, 피지배계층들에게 파고든 무속적 미신의 폐습을 타파하고 개화된 세상을 만들어간 선도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 선도적 사회의 리더십이 이제는 역사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거대한 맘몬의 질서에 편승하여 춤을 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맘몬의 질서로 인해 양극화현상을 가져왔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양극화현상을 가져 왔습니다. 대형교회는 더욱더 부익부의 현상을, 개척교회는 도산을 향하는 빈익빈의 현상을 가져 왔습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의 교육열로 인해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로 신학대학도 그렇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못한 청년실업자가 많듯이 신학대학에서 배출된 목회자들 역시 목회실업자가 되어 갈 곳이 없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되면 알바개념으로 아니면 봉사개념으로, 실습개념으로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하기도 합니다만 당장 밥벌이를 해야 할 처지이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지요.

지금 한국교회에 규모에 비해 목회자들은 과잉공급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사비로 개척교회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교회 목사 청빙을 받으려면 박사학위와 신학대학 교수의 경력 그리고 교단의 인맥이 작용하고 은밀한 뒷거래도 하여야 할 것이고 부모 잘 만나면 교회를 송두리째 인수인계 받는 목회 로또 당첨도 될 것이지만 아무런 빽 없이 순수한 목회열정으로 한국교회에서 목회를 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웬만한 중소형 교회는 이미 기득권을 가진 목사들이 박힌 돌이 되어 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대부분의 목회를 시작하는 초보 목회자들은 자신의 돈으로 혹은 사채로 상가건물을 임대하여 교회 개척을 하게 되는데 이런 케이스도 과거 한 때는 반짝 부흥을 하고 성공을 하였지만 지금은 상가교회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냉혹한 시장질서로 인해 소위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지요. 성도들도 초창기에는 목사의 열심과 성도들의 공동체적 훈훈한 사랑으로 인해 한때 반짝 성장한 적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많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필히 교회건축문제가 대두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헌금을 강조하게 됩니다. 특정인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오죽 했으면 한국교회의 단면을 풍자한 <모여라, 믿으라, 돈 내라>촌철살인의 말이 생겨났겠습니까?

이제 개척교회의 전성시대는 한 물 갔습니다. 성도들은 성도들대로 경험적으로 입소문을 통하여 개척교회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일단 성도들이 모여야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수입이 없이는 아무리 하나님의 교회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존재의 한계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입에 풀칠은 고사하고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고 대출받은 이자도 갚지 못하기 때문에 교인 몇 명에, 집기 포함, 음향시설 포함해서 얼마 얼마에 인수 할 분이란 교회임대 광고가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사역이 돈으로 영향을 받을 수 는 없습니다. 목회자가 사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사례를 받는 것을 굳이 마다 할 수 는 없습니다. 문제는 과도하거나 사례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인데 가만히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목회, 양반체면 사상 때문에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재고를 해봐야지요. 한 두 명의 귀한 영혼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대형교회의 대안으로 작은 교회의 존재는 꼭 필요합니다. 성도간의 교통과 목사와 인격적 관계를 맺기에는 작은 교회가 안성마춤입니다.

가라지가 가득 찬 대형교회 보다는 소수라도 알곡으로 자라게 하는 작은 교회의 인격적, 전인적, 치유적, 생태적 목회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생계를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목회자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교단별로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 목회자의 사례비를 평균케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가정과 직업을 버리고 하나님나라를 전파하셨습니다. 물론 제자들도 가정과 재산과 모든 소유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3년여의 전도기간동안 그들은 다른 직업을 갖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형편인 먹고 사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요.

바울과 바나바는 자비량하며 목회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초대교회의 재정지원을 거부한 것은 교회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고 복음전도가 방해받지 않고 전도의 자랑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예수그리스도의 사도로서 모범을 보인 것입니다. 궁핍함과 배고픔과 일체의 부족한 환경이었지만 자족하는 것을 일체의 비결로 여겼습니다.

외국에서는 자비량목회 인식이 긍정적이고 이를 실천하시고 계시는 목사님들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택시 기사로, 막노동으로, 아니면 알바개념의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 목회에 충당하는 목사님들도 있는 줄 압니다. 물론 목사의 체면을 생각해서는 결단하기가 힘이 들겠지요.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목회자들의 자존감 상실 즉 목회자가 일을 한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과 하는 일자체가 사회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모멸감에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목회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다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전문으로 알선해주는 곳도 없고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일한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서로간의 체면을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보지를 통해서 구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알바, 비정규직 개념이지요. 그래서 필자는 이제 현실적인 목회자의 직업을 가지기 위한 대안으로 어떤 작업의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목회자를 위한 작업 공동체는 이미 사회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장애자의 작업공동체, 노인 작업공동체, 식품생산 공동체, 농장공동체 등 간단한 생산과정과 조립작업으로 수익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업공동체에서 일을 하면서 기도하고, 목회정보를 교환하고, 또한 시간을 내어서 신학연구와 성경공부, 토론도 하면 목회동역자로서의 일체감도 느끼고 노동의 신성함, 근로소득의 기쁨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눈치 볼 것도 없이 일하고 쉬고 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재원 마련은 건강한 대형교회가 마련해주면 가장 좋을 것이고 아니면 있는 재력가 그것도 아니면 십시일반으로 투자하여 공동 작업장을 마련하고 아이템을 정하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