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이진오 기자의 기사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22년간 여러가지 부침은 있었지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독 시민 운동의 역사이며 양심이었다. 87년 창립 이후 "정직, 검소, 절제, 나눔"이라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그동안 기독교인들의 윤리 의식 제고, 한국교회의 건강성 회복과 대사회적 신뢰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동안 기윤실의 활동은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및 대형 교회들과 협력 관계를 갖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개교회주의, 기복주의, 비민주적 운영 등으로 치닫는 대형 교회들에게 회개와 개혁을 촉구하며 감시자의 역할을 해 왔다.

최근 기윤실은 '개인의 정직'을 넘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사역 방향으로 정하고 "기독교의 대사회적 신뢰도 조사 발표' 등 다양한 신뢰 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정신은 지난 1월 4일 자로 보낸 2010년 새해 인사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10년 기윤실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섬김을 위한 표준을 세우고, 표준을 제시하는 사역을 섬겨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세상의 조롱이 아닌 희망의 근거가 되고, 신뢰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동역하는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회원들과 함께 마음을 다해서 기쁨으로 사역을 감당해 나가고자 합니다."

좋은 비전이며 사역 방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사글 아래 이사장, 공동대표 등과 함께 붙여진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 공동대표'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약 2,100억 원 정도가 들어갈 초대형 교회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축을 반대하는 교인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 심지어 예배 시간에 건축 반대 의견을 제시한 교인의 개인 블로거에 사이버 폭력을 가하도록 '백기사' 발언을 했다. 수천억 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건축을 결정하고, 부지를 매입하고, 매입한 땅을 담보로 수백억 원 대출 하면서 교인들의 의사를 묻는 '공동의회'도 개최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하였다. 이는 담임목회자나 소수 당회가 권력을 휘두르며 교회를 타락시켜 온 전형적인 권력형 개교회주의의 부패의 극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는 교회 내적으로 게시판 등을 통해 정보 제공을 요청하거나 반대 의사를 개진하며 질의하는 교인들의 의견을 무시하였고, 교회 외부적으로는 많은 교계 인사들과 개혁 단체들이 건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화, 면담, 포럼 등 다양한 제안을 하며 의견을 개진했지만,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다수 한국교회 건축 현장에서 보여 온 감성적 홍보와 기복적 설교를 일삼으면서 성도들의 기복주의, 개교회주의를 극도로 부추겼다.

일반 언론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경향신문> 등이 사회적 관점에서 교회 대형화의 문제점과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는 1월 10일 공동의회를 열어 그동안 진행한 모든 건축 관련 활동을 사후 승인받고, 이후 모든 활동을 당회와 건축위에 전권 위임하는 투표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마디 사과도 없었음은 물론이고, 건축에 관련한 객관적 정보 제공도 없었고, 찬반 토론이나 대안 의견에 대한 심의 등 모든 민주적 절차는 간단하게 다루거나 대부분 생략했다. 다만 94%가량의 찬성율을 홍보하며 정당성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마치 세습하는 교회들이나 각종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교회들이 형식적인 절차에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과 동일한 모습이다.

오정현 목사는 교회 건축 이유로 내부 장소 부족과 외부적 이유로 '큰 교회가 큰일한다'며 큰 교회를 만들어 소위 '거룩한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선교와 한국교회에 기여하겠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종교개혁 정신인 낮아짐, 비움, 십자가의 신학을 배신하고, 중세 교황청의 부패한 번영, 영광, 승리의 신학의 오류로 회귀하는 것이며, 작은 교회들의 거룩한 사역을 폄훼하는 것이며, 지난 30여 년간 평신도를 깨우며 건강한 교회론을 세워 온 전임 옥한흠 목사의 가르침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의 초대형 교회 건축은 이미 일반 언론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상당히 추락시키고 있으며, 향후 한국교회 내 초대형 교회 경쟁을 부추겨 회복할 수 없는 타락의 길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 사랑의교회 건축을 지지하는 일부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여러 신학적, 교회사적 합리화로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지난 대형 교회 세습 때도 한기총 등이 나서서 신학적, 교회사적 정당성을 논리화함으로써 죄책감 없이 한국교회 내에 세습을 일반화시킨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 대한 대사회적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무너진 전도 및 선교의 문을 완전히 닫게 할 것이다.

'기윤실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는 그 활동 목적을 "교회가 윤리성과 공공성의 회복을 통해 성도와 한국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공동체가 되도록 섬기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활동으로 한국교회 신뢰 지표 개발, 교회 저작권 운동, 재정 투명화 운동 등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일이고 꼭 필요한 사역이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는 이제 이 사역의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재정을 들여 초대형 교회를 건축하고, 비민주적 행태와 재정 불투명을 자행함으로써 일반 언론에서까지 씻을 수 없는 비판을 받는 당사자가 한국교회 신뢰 회복 운동을 대표하며 도덕성, 신뢰성 운운하는 것을 누구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22년 동안 전개해 온 기윤실 활동 내용과 정신에서 볼 때, 오정현 목사는 현 시대 기윤실의 가장 강력한 비판과 회개를 촉구받아야 할 대상자이다. 그런 사람이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 공동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기윤실과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정현 목사는 스스로 공동대표직을 사임해야 한다.

또한 기윤실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오정현 목사가 그대로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의 공동대표직을 수행하고 기윤실이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는다면, 기윤실은 자체의 신앙적,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기윤실이 이야기하는 신뢰 운동은 오히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게 될 수 있다.

이진오 / 부천예인교회 전도사, 전 기윤실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