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55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열흘 빠진 일 년을 끌어오던 용산철거민 참사가 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속자와 수배자 문제가 남아있고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 절반의 해결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다.

아무튼 장례를 치르게 되어 그동안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했던 기독교가 장례 위로예배를 드렸다. 2010년 1월 7일 오후 7시 45분경 참석자 100여명 및 기자 40여명이 순천향병원 영안실 4층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 예배는 기독교장례위로예배준비위원회가 주최하였는데 사회를 맡은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의 설명에 의하면 그동안 성금을 내거나 현장에서 기도회와 예배를 드리며 참여한 모든 기독교인과 단체, 교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김경호 목사는 초대의 말을 ‘용산에서 번진 불길은 화려하고 편안한 예배당 안에서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만 외치던 교회의 모습을 깨우치는 사건으로 우리의 양심을 깨우는 봉화였다’고 하며 맺었다.

‘고인들의 안식과 유가족들의 위로를 위하여’ 기도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일 년만에 장례라니 기가 막힙니다. 왜 하나님은 이제야 응답하십니까! 열사의 이름이 우리의 양심을 부르고 있습니다. 도시 테러리스트, 전문 철거데모꾼이라는 세상의 비난이 기가 막힙니다.

인간가치보다 물질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은 그들을 숯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야만의 시대, 짐승의 시절을 사는 우리, 풍요의 주술에 걸려 텅빈 영혼, 이웃의 아픔에 반응하지 않는 돌가슴이 된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유족들을 품으시고 이 시대 기독교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낮은 자리로 내려가지 않으면 어디서 하나님을 만나겠습니까. 이들의 죽음이 죽어버린 교회의 심장을 되살리는 강한 울림이 되게 하소서. 유족의 피눈물을 닦으시고 먼저간 이들이 살고 싶었던 세상을 만들고 살게 하소서’하고 기도하였다.

이어 김동민 집사(CBS PD)와 노한나 집사(용산4지구 철거민대책위원회 총무)도 각각 ‘구속자 석방을 위하여’, ‘민중의 주거권 보장과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향린교회 전경옥 집사의 조가에 이어 기독교사회봉사단 단장 오정현 목사 (사랑의교회)가 ‘성도의 죽음을 귀히 보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였다.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기원하며 설교를 시작

오정현 목사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내가 왜 지금 이 자리에 섰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봉사단 단장이기도 하지만 부친이 부산에서 철거민, 난민, 빈민들과 함께 살면서 40여년동안 목회를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랐다.

그들의 아픔을 알기에 하나님께서 나를 이 자리에 세우신 것 같다. 애환과 아픔을 가진 이들이 하나님께 기도할 때 응답하시는 것을 보았다. 중산층 지향이 아니라 복음 지향적 삶을 살아야 한다. 죽음과 허무의 문제는 그 어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해결하셨다.

그렇게 귀하게 우리를 그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유족들에게 하늘이 생수를 터뜨려 복주시기 바란다. 하나님의 은혜,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선택된 우리에게 있어 죽음은 영적인 진급이다’고 말한 미리 준비한 짧은 설교문을 4-5분간 읽는 것으로 설교를 대신하겠다고 하였다.

설교의 요지는 ‘기독교는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겼다.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긍휼의 에너지가 유족을 위로하기 바란다. 우리는 거룩한 중보자로 화해, 통합, 치유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예수의 길이고 우리의 사명, 의무이다.

이 시간이 중보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삶에서 중보의 삶을 찾을 수 있다. 상처의 치유는 함께 하는 삶에 올인함으로 가능하다. 유가족과 사회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 함께 함으로 모두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다. 상처를 함께하면 꽃이 된다. 우리의 상처가 꽃이 되기를 바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치유가 모두에게 함께 하시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어 서덕석 목사(성남열린교회)의 조시를 최헌국 목사가 퍼포먼스와 함께 감동적으로 낭송하였다. 서덕석 목사는 언어장애가 있어 최 목사가 대신 하였다.

범국민장례위원회 공동상임장례위원장인 이강실 목사(전주고백교회)는 약력 및 경과보고에서 그간의 과정과 해결노력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3일장, 5일장은 들어보았지만 355일장이란 말은 처음 들었다’면서 구속자 석방, 재개발 정책 수정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며 끝까지 함께 하려는 결단이 참된 위로와 추모라고 보고를 정리하였다.

이어 이수호 집사(민주노동당 최고위원)는 ‘다섯 분이 들불, 봉화불이 되었다. 이들을 찾아보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를 보면서 아직 기독교가, 불교가, 천주교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명박 정권을 최초로 무릎 꿇린 이 다섯 분의 기운이 이명박 독재독주를 막는 힘이 될 것이다. 가신 이들이 우리 가슴에 살아나도록 함께 사랑하며 살자. 부디 편안히 가시라’고 조사를 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유가족 당사자들이야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편히 가시고 이땅의 민중들을 깨우고 분연히 일어서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예수의부활이고 민중의 부활이 아니겠는가!

오정현 목사 자신도 그 자리가 자기가 찾아가기에 무척 쑥스러운 자리인 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사랑의교회에서는 당당하게 강단에 서서 설교하였을텐데 장례식장에서는 오 목사도 설교를 듣는 이들도 모두 어색하고 민망해보였다.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이니 어느 누구인들 함께 하지 못하랴만은 그래도 그렇게 쉽게 생각하기에는 오 목사의 출현과 설교는 쌩뚱맞았다. 기독교사회봉사단 회장인 김삼환 목사가 외유중이어서 부득이하게 단장이 와서 설교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요청한 준비위원회도 그렇고 그 요청을 수락한 오 목사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 기독교 장례 위로예배 스케치(18분)

그동안 무관심, 아니 경원시하던 용산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되니 그제서야 대형교회 목사가 와서 설교하면서 돋보이겠다는 의도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큰 물에서 크게 노는 이들의 생리야 그렇다 쳐도 왜 진보진영이 오정현 목사를 선택했는지는 많은 이들이 의아해한다.

하긴 좋은 일에 그 공로를 누가 누리느냐 하는 것에 굳이 시시비비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너그러운 진보진영의 품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맛이 씁쓸한 것은 무엇일까?

기독교계는 ‘범’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범기독교’라는 말에 환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감리교회 사태를 수습하려는 전국감리교목회자개혁연대도 비슷한 것 같다). KNCC와 한기총을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로 갈려 있는 기독교계가 하나가 되어 용산 유가족을 위로하고 장례에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범’이라는 단어의 댓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투신한 이들을 뻘쭘하게 만드는 것이다. 왜 내가 이 일을 그처럼 열심히 했는가 하는 자괴감도 요구한다. 결국 ‘범’이라는 허상의 단어는 남지만 사회변혁의 꿈을 함께 꾸며 하나님 나라가 이 땅위에 성취되기 위해 투신하는 동지는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너와 나, 진보와 보수를 극명하게 나누는 잣대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어느 종교보다도 먼저 달려가 가장 늦게까지 용산 현장을 지키며 유가족과 동고동락했던 이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재주를 열심히 부렸지만 돈 한푼 못 챙기면 기분이 더러운대로 그러려니 하겠지만 조련사가 챙겨가는 것을 볼 때는 분통이 터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너무 속 좁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따로따로 예배 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뭔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기회가 한국 기독교회의 새로운 연합과 협력의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용산 유가족들의 슬픔을 다시 한 번 위로한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은 1월 9일(토) 오전 9시 순천향병원 발인식, 낮 12시 서울역 광장의 영결식, 오후 3시 용산참사현장에서의 노제, 오후 6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의 하관식 순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가 대국민 행동제안을 하였다.

시민 장례위원으로 참여, 9일 치러지는 장례식에 대대적으로 참여, 추모주간(5-9일)동안 참사현장, 장례식장, 지역별 분향소에서 조문 참가, 장례식 당일 낮 12시에 1분간 추모 묵념, 10초간 추모 경적, 네티즌은 문자메시지나 온라인 대화화면에 추모리본 달기, 시민사회단테는 추모성명을 발표하고 추모 플래카드를 부착, 수도권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장례식 당일 사무실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장례식 모든 일정에 결합, 종교단체는 추모기간 중 추모 기도회를 개최하고 장례식 당일 낮 12시 추모타종 등이 그 행동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