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용산 남일당에서 드린 성탄 예배와 서울 시내가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 마지막 목요일인 31일 밤에 드린 예배 때에 참여했던 사람들, 겨울·봄·여름·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이렇게 다섯 계절을 남일당에 남겨진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울고 웃고 예배했던 사람들을 1월 7일 장례 위로 예배가 열린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볼 수 없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소원하고 간절히 기도했던 장례식인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신, 목사였던 아버지가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철거민들과 함께 사역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아픔을 잘 알고 지금 자신의 뿌리와 신앙의 시작이 철거민과 관련 있다는, 살림은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이름만은 예뻤던 '꽃동네' 비닐하우스들을 쓸어내고 금싸라기 땅으로 둔갑시킨 곳에 2,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교회를 지으려 하는, 유족들의 고통을 1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보았다면서도 한 번도 남일당을 찾은 적 없이 철저하게 개발의 이익을 좇는 가치를 지향해 왔던, 그런 목사가 개발의 처참한 희생자들의 장례 예배에 설교하러 왔다.

	▲ 장례 예배 설교를 하고 있는 오정현 목사. ⓒ뉴스앤조이 유연석

오정현 목사가 설교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분개했다. 대부분은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조문만 하고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돌아간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오 목사의 설교를 몸으로라도 막겠다면서 흥분했다가, 유족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는 분위기에 자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장례 예배는 시작됐다.

오정현 목사는 설교하기 전 하나님께서 자신을 왜 이 자리에 세우셨나 묻는 기도를 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부친이 부산에서 개척한 교회에서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사역해 그들의 아픔과 애환을 잘 안다고 했다. 지금은 사랑의교회에서 사역하지만, 자신의 뿌리와 신앙의 시작이 철거민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오 목사는 '성도의 죽음을 귀히 보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성경은 우리에게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말씀했다. 이는 기독교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말한다. 기독교인은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 사람을 천하보다 높게 보신 예수님처럼 살아야 한다. 이 삶에는 예수님처럼 희생이 따른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마땅히 값을 치르고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희생에서 세상을 치유하는 힘이 나온다"고 했다.

	▲ 방인성 목사가 오정현 목사에게 "진정으로 철거민의 아픔을 안다면 교회 건축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예배는 무난하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무렵 돌발 사건이 벌어졌다. 오 목사가 이날 설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예정된 사회를 거부했던 방인성 목사가 앞에 나왔다.

방 목사는 "오 목사님은 설교 전반부에 하나님이 무슨 뜻이 있어서 자신에게 마지막 예배를 맡기셨을까 질문했다고 했다. 오 목사님은 철거민의 뿌리를 잘 알고,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랑의교회가 2,100억 원 교회 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멈추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이 용산 참사 현장 마지막 예배 설교를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고 했다.

또 "여기 있는 유족들, 돌아가신 다섯 분의 열사들은 무자비한 개발 때문에 희생된 분들이다. 한국교회는 건물 짓기, 대형화를 멈춰야 한다. 한국교회가 살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그 헌금을 가난한 자와 나누고, 건축을 멈출 것을 오 목사님께 간곡히 부탁한다. 유족들에게 더 큰 상처 안 남기고, 가난한 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어야, 오늘 설교처럼 상처를 싸매는 멋진 교회로 우뚝 설 수 있다. 오 목사님께서 꼭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치고 방 목사가 오 목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다시 한 번 "건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 목사는 "장례 예배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다. 오 목사의 수행원들이 막아서고, 오 목사를 이동시켜서 대화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 예배를 마치고 방 목사가 오 목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다시 한 번 "건축하면 안 된다. 재고해 달라"고 당부하자, 오 목사는 "장례 예배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방인성 목사는 "오정현 목사가 그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마지막 예배에 나오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 회개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건축을 철회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그렇다면 오 목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용산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사 355일 만에 열린 장례 예배는 기독교에서 주관하는 마지막 예배로 △한국교회봉사단 △예수살기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등 그동안 용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앞뒤에서 노력한 기독교 단체들이 연합하여 준비했다.         ▲ 참사 355일 만에 장례 예배가 열렸다. 이강실 목사(범국민장례위원회 공동 상임장례위원장)는 "3일장, 5일장은 들어봤어도 355일장은 처음 들었다"며 정부와 서울시의 늑장 대처를 비꼬았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사회는 김경호 목사(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집행위원장)가 맡았고, 기도는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와 김동민 집사(CBS PD), 노한나 집사(용산4지구 철대위 총무)로 각각 '고인들의 안식과 유가족들의 위로를 위하여', '구속자 석방을 위하여', '민중의 주거권 보장과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기도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구속자 석방, 수배자 문제 해결, 진상 규명 등을 이야기하며 아직 끝난 게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공감했다.         ▲ 이날 모인 사람들은 용산 문제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구속자 석방, 수배자 문제 해결, 진상 규명 등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8일 오후 2시에 입관하고, 4시에 입관했다. 저녁 7시에는 남일당 현장에서 촛불 추모 문화제를 연다. 9일에는 '용산 참사 철거민' 민중 열사 범국민장이 열린다. 오전 9시에 발인식, 낮 12시에 영결식(서울역 광장), 오후 3시에 노제(용산 참사 현장), 오후 6시에 하관식(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 순서로 진행한다.         ▲ 용산 참사 유가족들. ⓒ뉴스앤조이 유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