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오후 6시 청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월례포럼이 열렸다. 14회를 맞는 예수포럼은 한겨레 편집위원이자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홍세화 선생을 강사로 초청하여 ‘한국사회와 똘레랑스’라는 주제로 약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홍세화 선생은 먼저 자신이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기독교인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는 이웃을 위한 삶을 사느냐 아니냐, 생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어느 학자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다음은 홍세화 선생의 강의내용 요약이다.

	▲ 강연 '한국사회와 똘레랑스' 70분 Full 동영상

똘레랑스는 ‘참다’는 단어와 상통하기에 나는 ‘容忍’이라고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그럼 무엇에 대한 용인인가? 차이를 차별하거나 억압, 배제하지 말라는 성찰이성에 따르는 것이 똘레랑스의 정신이다.

차이는 남/여, 이성애자/성소수자, 장애인/비장애인, 사상, 종교, 출생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차별, 억압, 배제한다.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오류를 수정하고 자신을 성찰하기보다는 기존의 틀 안에서 합리화하고 변명하기를 더 선호한다. 차이에 대한 차별을 정당하하기 위해 우/열, 정상/비정상, 선/악이라는 기제를 만들어내 내 끔찍한 일을 벌인다. 유럽은 종교문제로 심각한 차별이 대두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사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볼테르는 ‘광신자가 열성적인 것도 수치스럽지만 지혜를 가진 사람이 열성적이지 않은 것이 더욱 스치스럽다’고 했다. 한국사회의 지혜로운 이들은 추잡한 정치판에 끼고 싶지 않아 현실사회에 끼어들지 않고 구름 잡는 얘기를 한다. 극단주의자, 광신자, 사익추구집단은 열성이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반면 똘레랑스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얼마나 적극적인가 하는 것을 돌아봐야 하겠다. 또 극단주의자 등이 추구하는 금력, 권력들은 하나의 힘(力), 에너지화 되어 있지만 반면 정의, 진실은 어떤가? 그러나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소수자들이 부단히 노력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이나마라도 살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야 할 필요도 있다.

‘너 빨갱이지?’ 라는 질문과 ‘너 전라도 사람이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이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너 유태인이지?’라는 말이 가장 폭력적인 말이다. 소수자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천형이면서 동시에 천혜를 받는 숙명을 타고 났다.

소수자로 당하는 폭력 때문에 천형이지만 항상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를 갖게 되기 때문에 천혜이기도 하다. 선택권도 없는 출생지로 인해 자신이 ‘너 전라도 사람이지?’라는 질문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똘레랑스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똘레랑스가 철저히 거부되고 있다. 똘레랑스가 무엇이든 좋고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양비론은 아니다. 인간역사는 엔똘레랑스, 즉 비관용, 비용납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다. 지금은 한국사회는 똘레랑스 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