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오후 6시, 청파교회(김기석 목사 담임)에서는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열두 번째 월례 예수포럼이 열렸다. 이날 열린 포럼은 ‘이슬람에서 본 기독교’라는 주제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이희수 교수가 초청되었다.
김기석 목사(한기연 기획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나온 이희수 교수는 ‘오해와 적의를 풀어 함께 갈 수 있는 상호이해의 강의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의를 시작했다.

다음은 이희수 교수의 강의를 요약한 내용이다.

▲ 이희수 교수 ⓒ 이필완

“9.11 테러사건 이후 교회에서만 100여 차례 이상 강의를 했다. 그래서 교회가 낯설지 않다.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이슬람인들은 괜찮은 사람들이다. 30년간 그들과 접촉하고 함께 살면서 한 번도 테러를 당할까 걱정하고 불안했던 적은 없다. 그런데 우리 신문을 보면 이슬람을 너무 악하게 그려 ‘내가 거기에서 간신히 살아나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슬람에 관해 만들어지는 뉴스는 거의가 서구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악한 이미지로 점철돼 있다. 물론 우리가 접한 이슬람의 악한 이미지나 테러, 반인륜적 범죄 뉴스들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전체 이슬람의 3~5% 미만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대다수는 급진적인 테러단체 등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슬람국가는 57개이고 인구는 14억 가량 된다. 이들이 OIC(이슬람권회의기구)를 구성하였다. 이들 중 향후 5년 내에 급진적인 조직이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없다. 건강한 95% 이상의 이슬람 공동체를 끌어안아야 하는데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이슬람권, 아랍인들은 우리와 문화적으로 매우 가깝다. 오렌지, 커피, 파자마, 뮤직 등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이슬람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매우 가까이 있다. 이미 장보고 시대에 아랍계 상인과 접촉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아랍인들과 거래한 상품 목록이 나온다. 고려말기에는 위구르계 아랍인들이 대거 입국하여 함께 살았다고 한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이다. 이슬람의 철학, 과학, 천문학이 조선시대 세종의 문화를 꽃피우는 동력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일기를 잘못 파악하여 농업이 크게 실패하자 세종은 집현전의 세 정씨 학자에게 역법을 연구하게 하였고 정인지가 중국에 유학하여 이슬람의 과학과 천문학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배운 이슬람 역법에 한반도의 상황을 입력하여 칠정산외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음력의 기원이라고 한다. 세종실록 1427년 편을 보면 세종 조에 이슬람의 언어와 복식을 조선 사람들과 동일하게 만들자는 상소와 이를 허락하는 칙령이 나온다. 이때부터 아랍인들은 조선인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조선인으로 동화되어 살아왔다. 이들은 조선식 성씨로 개명하여 살았는데 이들의 본관과 성씨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이 오히려 친근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알라를 믿는다. 알라는 신, 하나님과 동의어이다. 아랍인도 기독교인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님을 알라라고 부르고 표기한다. 한국만이 알라와 하나님이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출발점이 같고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입장이다. 아랍권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최고의 선지자, 예언자로 보지만 한 줌도 신성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완벽한 인격체로써 인정한다. 이슬람이 추앙하는 마호멧의 경우에는 예수 사후에 나타난 최후의 예언자로써 예수에 비할 수는 없지만 매우 훌륭한 인격체로 존중한다. 마호멧이 존중되는 이유는 모든 복음을 집대성한 마지막 복음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예언자라는 입장에서는 예수와 동격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교리는 천국과 지옥, 내세, 종말 등의 굵직굵직한 줄기의 맥락은 동일하다. 코란은 예수 그리스도가 동정녀에 의해 탄생했음을 인정한다. 코란은 또 예수의 기적에 대해서 많이 감동적으로 기록한다. 반면 마호멧은 기적적인 탄생도, 놀라운 기적행위도 없다. 예수에 대한 기록이 더 많다. 이슬람학파 중에는 말세에 예수가 재림할 것이라고 믿는 학파가 많다. 그러나 마호멧이 재림할 것이라고 믿는 학파는 없다.

이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기독교를 가깝게 생각한다. 교리 상으로 유대교보다 이슬람이 더 기독교오 가까울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기독교가 가깝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21세기의 요구이다.

이슬람 남자는 기독교 여성과 결혼이 가능하다. 암묵적으로는 여성이 결혼 이후에 이슬람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개종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즉 이슬람 여성이 기독교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문화를 반영한 탓이다. 이슬람의 법이 국가의 모법(母法)으로 작용하는 나라는 3~5개국 정도가 고작이다. 이슬람법은 상징적 혹은 관습적 법으로나 적용된다. 종교의 법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이슬람 종교법을 사회의 공인된 법으로 따르지는 않는다. 간통한 여인에 대한 투석형(돌로 쳐 죽이는 사형)이 더 이상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간통죄도 폐지되고 있는 경향이다.

7세기, 1400년 전에 계시된 것이 21세기에 맞겠는가? 중요한 것은 뜻을 잘 새겨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 해내는 것이다. 80% 이상이 문맹인 낙후된 이슬람 사회이지만 점차로 문명화 되고 있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여성의 인권이 확대되고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자각이 고무되면 이슬람법이 유지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선교를 할 때 외국 선교사들이 성경을 들이대지는 않았다. 성경 없이 이 민족의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교육, 의료, 기술, 유학 등의 혜택을 베풀었다. 한국기독교는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이슬람 선교가 요즘 유행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성경부터 내미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받은 것처럼 그들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슬람사회의 요구는 교육, 의료, 기술, 산업 등이다. 이제 선교방식이 변해야 할 것이다. 선교사들을 자주 만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 50여명이 참석했다 ⓒ 이필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