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과 설립자 홍정수 목사(전 감신대 교수‧LA한아름교회).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전신은 1988년 11월 29일 홍정수 목사가 설립한 세계신학연구원이다. 2월 19일 뒤늦은 20주년 잔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한국 신학교에는 역사적 예수를 가르치는 성서신학자가 없다. 한국기독교연구소는 신학교가 해야 할 일을 해줬다." (한완상 장로‧새길교회)

지난해 11월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기독교연구소(소장 김준우)가 뒤늦은 잔치를 벌였다. 2월 19일 오후 6시 연세대 알렌관에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한완상 장로(새길교회) 등을 비롯한 100여 명이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스무 돌을 축하하려고 모였다.

인사말을 전한 김준우 소장은 "지난 20년은 고통스러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고통 때문에 하나님을 더 의지할 수 있었고 동지를 만났다. 고통을 안겨준 이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준우 소장은 2007년 감신대 임용 사태의 주인공으로, 학교 측은 동문과 학생들의 항의에도 김 소장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이후 김 소장은 한국기독교연구소 활동에 더욱 매진한다.

한구기독교연구소의 역사는 1988년 11월 29일 홍정수 목사(전 감신대 교수‧LA한아름교회)가 시작한 세계신학연구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자인 홍 목사는 1991년 이른바 종교재판으로 변선환 교수와 함께 감리교에서 출교당하고 이어서 감리교신학대에서도 해임돼 1994년 미국으로 떠났다. 감신대 동료였던 김준우 교수가 소장직을 이어받고 1995년 5월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며 현재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홍정수 목사는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신학대에서 조직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다 최근 갈릴리신학대학원을 세웠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예수포럼, 예수학당, 예수목회 세미나, 예수청년학교 등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에는 '예수'가 강조된다. <역사적 예수>, <예수는 누구인가>, <예수의 의미>, <예수와 제국> 등 펴낸 책의 이름을 봐도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연구 주제가 '예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예수에 천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홍 목사는 "80년대 감옥에 끌려가는 젊은이와 동료 학자들을 보며 신학자로서 예수의 삶을 연구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세계신학연구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미국에 건너가 서점가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세계 신학자들의 '역사적 예수' 연구서를 접하고 이를 한국에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홍 목사는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며 예수를 진정으로 알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잔치에 참석한 진보적인 목회자들의 한국기독교연구소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별강연 순서를 맡은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예수살기 총무)는 "역사적 예수 찾기는 교회 운동과 기독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학문에 머물지 않고 교회 갱신을 추구하는 한국기독교연구소의 학문이야말로 참 학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예배 설교를 전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성찰이 사라지고 반지성주의가 지배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존재할 이유"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시대의 희망인 무리는 적다. 아슬아슬하게 견디며 앞으로 나간다.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지난 20년의 발자취는 스스로 희망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축사를 전한 김경재 교수는 "최근 감리교가 기독교 얼굴에 똥칠하고 있음에도 어느 곳에서도 하지 못한 신학 연구 기관을 만들어낸 훌륭한 교단이다"고 평가했다. 또 "자신들에게 상처 준 이들이 아직 건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말에 마음이 찡했다. 상처의 딱지가 떨어졌나보다"고 격려했다.

김 교수는 "영화 <워낭소리>에 100만의 관객이 몰리고,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에 30만이 모이는 것은 이 시대 사람들이 무언가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표징이다. 한국기독교연구소가 그 목마름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한완상 장로(새길교회) 등 진보 신학자와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등이 참석해 한국기독교연구소 20년의 역사를 높이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날 잔치에는 100여 명이 왔으며 홍정수 목사와 김준우 목사의 감신대 제자들도 여러명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