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엮은 민중신학(14) - 예배 
       
                                                                                             

1.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조지 애플턴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그것은 측량할 수 없는 것 안에서 우리 자신을 잃는 것,
     무진장의 것 속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
     썩지 않을 불멸의 것 안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것,
     분명히 정의된 광대무변에 흡수되는 것,
     불과 투명성에 우리 자신을 바치는 것,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욱 신중히 인식하는 것에 비례하여
     우리 자신을 철저히 죽이는 것,
     끝이 없는 깊이를 가진 분께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 자신을 아낌없이 드리는 것입니다.

2. 공동체 성장의 두 기둥/J. 바니에

     예배를 통해 하느님께 마음의 문을 여는 것과
     반갑게 맞아들이고 봉사함으로써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공동체 성장에 필요한 두 기둥이며,
     또한 공동체의 건강을 나타내는 표징이다.
     (J. 바니에, 성찬성 역, 『공동체와 성장』, 성바오로출판사, 109쪽.)

3. 세속적인 거룩함/본회퍼

     예배의 참과 거짓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예배가 우리를 우리 한가운데 있는 피안,
     즉 배고픈 자와 헐벗은 자,
     집 없는 자와 옥에 갇힌 자 안에 계신
     그리스도에 대해 얼마나 더 민감하게 하느냐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예배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그런 사람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더 알아보게 되는 경우에만,
     그 예배는 기독교의 옷을 입은 종교성의 산물이 아니라
     진정한 기독교적 예배가 된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마가 2:27)라는
     예수의 말씀이 의미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종교적인 행사를 지킨다거나
     교회에 다닌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이런 기준에 비추어 평가되어야 한다.

4. 가난의 의미/함세웅

     오랜 교회 전통은 나름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사랑을 실천해 왔다.
     그리스도를 추종하는 삶의 방법으로 수도자들은
     자발적 가난을 통해 가난의 적극성을 증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선과 수도자적 가난은 구조적 가난을 퇴치하기에는
     미흡하며 너무나 큰 한계를 지닌다....
     가난의 비참함, 비인간적인 삶 가운데서는
     하느님 체험이 불가능하다.
     인간성이 상실된 곳에는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또한 참된 예배도 불가능하다.
     가난과 억압이 퇴치되고 인간성이 회복된
     기쁨과 해방의 한복판에서만
     인간은 참된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하느님에 대한 참된 예배도 가능해진다.
      (함세웅, 『멍에와 십자가 - 교회의 사회비판적 기능』, 빛두레, 101-102쪽.)

5. 예배한다는 것/존 쉘비 스퐁

     누가 오늘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에게 줄 수는 없다.
     아무도 못할 것이다.
     나는 단지 그리스도 사건이 뭐라고 내가 믿는지
     그것만은 증언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실행 가운데 하나님이 사랑의 원천이고,
     생명의 기원이며 존재의 근원임을 알리는,
     그리하여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완벽하게 동행하는 그 접촉점이 바로 예수다.
     예수는 신적인 생명의 진수가 특별히 강렬하게
     침입해 들어온 한 인간이다.
     예수는 온전히 사랑하고 충만하게 살며,
     그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함으로써
     하나님을 드러냈다.
     나는 사랑의 모험을 하며 용감하게 살아가고,
     나 자신
     곧 나의 최선의 가장 깊고 가장 거룩한 자신이
     될 용기를 가짐으로써
     예수 안에서 만나는 하나님을 예배한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사랑에로, 삶에로, 그리고 존재에로 초대하는
     영원한 부름이다.
     그것은 생명을 창조하는 모든 것을 위해 일하고,
     생명을 왜곡하는 모든 제도와 태도와 사람들에
     맞서 반대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유쾌하게 하며 의식을 고양시키는
     거룩하신 하나님 체험을 깨닫는 것이다.
     그 하나님께서 나를 늘 새로운 가능성에로 이끄신다.
     나는 생명에서 뒷걸음쳐 물러선 곳에서
     하나님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생명에 깊이 들어갈 때만 하나님을 만난다....

     내게 있어서 기독교란
     공허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성경과 신조의 개념들이 아니라,
     역대의 크리스천들이 나와 함께 하나님의 의미 속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여 여행하는 삶의 새로운 모험이다.
     (존 쉘비 스퐁, 한성수 역, 『성경을 해방시켜라』, 한국기독교연구소, 334-335쪽.)  
       
6. 비유신론적 관점에서의 예배의 혁명/존 쉘비 스퐁

     만일 우리의 예배를 받을
     유신론적 하나님 개념이 없다면
     우리가 정말로 의미 있게 예배 드릴 수 있는가?
     만일 우리가 고백하고 감사하며
     간구하고 찬양하는 인격적 존재가 없다면,
     우리는 이런 예배 행위들을 할 수 있는가?
     이런 물음들은 중대한 문제이며
     진지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일단 그 거룩한 존재를 비유신론적 관점에서 재정의하면,
     예배에서 혁명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유배기 이후의 예배는 외부적인 신에 대한 찬양으로
     특징짓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배는
     유신론적 하나님의 활동으로 파악된 것을
     축하하는 식의 기억된 전통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래의 예배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담지자이고
     생명을 주는 사람이며
     혹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의 근본적인 종교적 과제는
     우리 자신을 내어주는 것임을
     의식적으로 깨닫는 것으로 특징짓게 될 것이다.
     예배는 우리의 삶을 내어주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존재 상태로 불러내는 것과 관련될 것이다.
     유배기 이후의 예배는
     외부적인 하나님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공동체 세계를 향하는 예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배는
     천박한 인본주의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궁극적으로 발견할 장소는
     우리 인간성의 깊이라는 인식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예배에서는
     삶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삶을 확장시키려는 모든 시도가 생겨날 것이다.

     하나님이 종교 기관의 특별한 소유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가갈 수 있는,
     생명의 중심에 현존하는 것으로 이해될 것이므로,
     미래의 예배는 덜 위계적(hierarchical)이며
     보다 더 원과 같은(circular) 것이 될 것이다.
     미래의 예배는 교파적 특성과 영역을 놓고 다투는 일에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왕과 같은 이미지들과 그 겉치레를
     버리게 될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을 대변하거나,
     하나님의 유일한 은총의 통로인 체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회는 진리에 대한
     협소한 주장을 변호하는 일에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보편적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 헌신할 것이다.
     교회는 성서를 그 믿음의 조상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추구했던 기록으로 간주하여
     귀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성서의
     문화적 혹은 제의적 한계들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거룩하신 분의 계시는
     정경(正經) 성서가 마감됨으로써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예배는 사람들을 충만한 생명에로 부를 것이다.
     예배는 종교라 부르는 특별한 행위를 지지하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예배의 변화는
     과거의 의식에서 생겨난 하나님 체험을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하나님 체험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의해
     시작될 것이다.
     예배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는
     하나님 체험이 우리를 경외감과 놀라움으로 인도하며,
     우리의 삶을 한계나 시간을 초월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깨달음이 포함될 것이다.
     (존 쉘비 스퐁, 김준우 역,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한국기독교연구소,            219-223쪽.)
        
7. 생활 속의 예배/존 쉘비 스퐁

     미래 교회가
     생활 속에 할 수 있는 유일한 하나님의 선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존재 근거가 거룩하다는 사실과,
     그들이 존재의 거룩한 근거와 맞닿게 될 때
     다른 존재들에게 생명과 사랑과 존재를 내어줌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열어 주는 일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담지자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과업이다....
     
     하나님은 부과된 행동 규칙에 따라
     개인들에게 축복이나 저주를 내리지 않으신다.
     생명의 원천인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충만하게 살도록 부르신다.
     사랑의 원천인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남김없이 사랑하도록 부르신다.
     존재의 근거인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들이 될 용기를 갖도록 요청하신다.
     따라서 우리가 그렇게 살고 사랑하고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며,
     우리의 인간성을 확장하는 것이며,
     우리의 장애물들을 돌파하는 것이다....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261-262쪽.)

8. 신성한 예배/마커스 보그

     예배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예배는 신성한 것과의 만남을 중재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예배는 공동체적 경험 속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열게 할 수 있고,
     종교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영적인 삶을 양육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예배가 항상
     이러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예배는 죽은 것일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영적인 힘이 상실된 것일 수도 있다.
     특별히 영적인 능력을 상실한 현대 개신교 기독교는
     이러한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개신교 교회들은 신성한 것과의 만남을 매개하는
     전통적인 매개체들을 상당 부분 포기했다.
     즉 신성한 시간, 장소, 소리, 침묵, 이미지들, 여행,
     그리고 심지어 신성한 제의들조차 잘 사용되지 않으며,
     또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개신교는 중세 후기 가톨릭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가톨릭 전통을 거부하는 것은 또한
     그들의 수많은 제의들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했다.
     개신교는 또한 계몽주의와 산업사회의 발전에
     적극 개방적이었다.
     이에 따라 계몽주의 세계관 아래에서 그 의미를 상실한
     제의들은 미신적인 것으로 폐기되었다.
     또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는 취지 아래
     예배 의식은 간소화되었다.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주류 개신교의 예배는
     일반적으로 불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구두로 전달되는 말이 개신교의
     수많은 예배 형태들을 지배하게 되었다.
     즉 기도문, 교독문, 성서 봉독, 설교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구두로 전달되는 말은
     아마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 가운데
     가장 덜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항상 마음을 졸이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두로 전달되는 말은 마음을 움직이기보다는
     머리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말에 대한 이러한 의존은
     개신교 예배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
     예를 들면 찬송가 부르기로 보완될 수 있다.
     찬송가를 잘 선택할 수 있다면
     (마음으로부터 부를 수 있는 찬송가),
     예배는 신성한 것의 성례전으로서
     여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두로 전달되는 말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부르기 어려운 찬송가까지 선택하게 된다면,
     예배는 신성한 것의 매개체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개신교의 일부 예배 형태들이
     약화되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신성한 것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던 제의들에 대한
     기독교 전통의 풍부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것은 또한 되살릴 필요가 있다.

     거의 한 세기 전, 윌리엄 제임스는
     이차적인 종교와 일차적인 종교 경험을 구분했다.
     이차적인 종교란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전통으로부터 배우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일차적인 종교 경험이란
     신성한 것에 대한 우리 자신의 경험이다.....
     제의들의 영적 기능은
     일차적인 종교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매개하는 데 있다.
     즉 마음을 열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신성한 실재를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커스 보그, 한인철 역, 『새로 만난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189-191쪽.) 
9. 진정한 의미의 예배 행위/강은교

     해방자 예수는 성경 속과 피켓 속에서 죽어 있었다.
     피 흘리는 예수에게 자기의 모든 죄를 고백하라는
     성직자의 목소리에서
     아직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한
     독선의 냄새가 풍기고,
     자기의 소중한 것을 바치라는 성직자의 목소리에서
     아직 욕심의 증서를 불태우지 못한
     위선의 서랍이 닫혀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인간이 모인 예배의 장소에서
     나는 예수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다.
     어떤 경건하고 성스런 장소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예수는 그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의 장신구에 대한 집착과 현혹에서
     예수는 이미 떠나 있다.
     예수는 묵묵히 올바르게 살고 있는 인간의
     옹호자인 것이다.
     ‘예수가 우리의 죄를 사하여 줄 것이다’라는 꿈은
     우리에게 하나의 타성적인 습관과
     안일한 생활태도를 조장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자기의 죄를 용서받기를 원한다면
     자기의 죄에 대한 진정한 우리의 참회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예배의 장소에서만
     자기의 죄를 뉘우친다.
     그 짧은 시간 동안만 하는 형식적인 참회를
     어떻게 참회로 간주하겠는가?
     그것은 참회의 시늉일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배 행위는
     사실상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 혹은 국가 속에서
     더 나아가 세계 속에서 찾아야 한다.
     예수가 그의 시대에 자기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혁명과 개혁을 요구했듯이
     우리도 그와 같이 절대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는 절대 허위에 대한 동조자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만의 구원이나 속죄를 바란다면
     그것은 지극히 편협한 것이며,
     이것이 굳어지면
     독선적인 이데올로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종교의 분열은 결국 예수의 증언을
     이데올로기로 격하시킨 인간의 허위 가운데
     치유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다.
     예수는 자기를 찬양하라, 찬양하라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예수를 찬양하자, 찬양하자고 강요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입장은 예수와 인간의 입장이라기보다
     선과 악의 입장과 같다. 
     (강은교 외, 『한국인의 예수체험』, 다산글방, 145-146쪽.)        

10. 사랑과 정의가 없이는/최종수 

     만일 내가 사랑이 없고 의롭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나의 하나님이시여,
     나는 당신으로부터 내 자신을 분리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예배는
     우상숭배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을 믿는다는 것은 곧 사랑을 믿는 것이고
     정의를 믿는 것입니다.

     사랑과 정의를 믿는 것이
     당신의 이름을 선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사랑과 정의가 없이는 어느 누구라도
     당신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사랑과 정의를
     자기 삶의 지침으로 여기는 사람은
     당신께 이르는 참된 길 위에 있는 것입니다.
     (최종수, 『예수와 인간해방』, 선교신학연구회, 22쪽.)  

11. 자유의 축제/몰트만

     어렸을 때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배웠을 뿐이지
     “하나님을 즐긴다”는 말은 모른다....
     우리의 예배의 그 어디에서
     성령의 기쁨을 찾아볼 수 있는가?
     복음의 자유롭게 하는 음성은 어디에 있는가?
     하나님의 현존에 대한 체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닌가?
     기독교 예배는 부활의 축제가 아닌가?
     그렇다면 왜 우리의 예배는
     하늘과 땅, 영혼과 육체, 개인과 사회의
     자유롭게 하는 축제가 되지 못하며,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이 땅의 즐거움”이 못 되는가?
     우리의 예배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개화된 개신교는 이러한 개화된 현대인을 위해
     예배와 의식을 교리적 가르침과 도덕적 교훈으로 축소하고
     찬미와 찬양의 요소를 쓸데없는 것으로 제외시켜 버렸다....
     우리의 문화 속에 축제를 부활시키는 문제,
     삶에서 놀이와 표현의 능력을 부활시키는 문제,
     그리고 예배 속에 기쁨을 부활시키는 문제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독립교회 예배에 참석해 보면
     흑인들이 마치 다윗이 법궤 앞에서 그랬듯이
     열심히 기도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광경을 보게 된다....
     원래의 기독교 예배는
     죽은 자로부터의 그리스도의 부활의 축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삶을 지속적인 축제,
     즉 끝없는 축제로 만든다”(아타나시우스)....
     “잠자던 자들의 첫 열매”로서
     죽음의 세력에 대한 “생명의 선구자”인 예수는
     “신비한 윤무의 춤을 이끄는 사람”이며,
     교회 공동체는 그와 “함께 춤추는 신부(新婦)”다(히폴리투스)....
     고대로부터 부활절 찬송가는 죽음과 지옥을 조롱하며
     죄의식으로 말미암은 근심의 마귀들을 몰아냄으로써
     생명의 승리를 축하해왔다.
     중세기에 부활절 설교들은 즐거운 농담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속에 저항을 위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웃음은 심각한 위협을 무력하게 하고 적의 무장을 해제시킨다....
     웃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억압받지 않게 된다....
     “사랑을 즐기는 곳에 축제가 있다”(고대 교회의 크리소스톰).
     목적과 이용가치 없이 이웃을 섬기는 사랑은 기쁨이다.
     이것이 새로운 삶의 축제다.
     이것은 어떤 특별한 축제 시간이나 자유시간도 불필요하다.
     이것이 존재하는 곳에 안식일이 있고
     하나님의 은총의 해(희년)와 메시아적 시간이 있다.
     가난한 자에게 하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고
     병든 자를 고쳐주고 멸시받는 자를 받아들이고
     주린 자와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
     세상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축제적 여행이다....
     
     요한이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예루살렘에 대한 환상에서
     성전을 보지 못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거룩한 영역에 있는 성전이 나타내는 것,
     즉 하나님이 거하시는 제의적 장소는
     하나님의 영광이 어디에나 충만할 때 불필요해진다....
     부활의 축제는 하나의 축제적 저항이다.
     그러므로 그 속에는 삶을 억압하는 죽음의 세력과
     그 세력에 무릎 꿇는 무관심에 대한 대립이 숨어 있다....
     만일 예배가 그저 하나의 종교의식에서 축제로 확장된다면,
     그것은 미리 쓰여진 시편이나 기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고,
     개개인과 모든 집단의 삶의 정황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탄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을 돌볼 뿐인 종교적인 교회는
     항상 예배를 교회 “행사”로 경직화시키며,
     특수한 사회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잘 적응된
     사회적 기능을 가진 의식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의 공동체적 교회는
     자기 자신을 그들의 모임의 주체로 이해할 것이며,
     그래서 항상 하나님과 함께하는
     자신의 역사의 축제로서 예배를 형성할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 개혁과 교회 개혁은 서로에게 속한다.
     공동체를 “아래로부터” 새롭게 변형시키지 않고는,
     즉 복음의 약속과 요구에 따라 자신을 새롭게 조직하지 않고는
     예배 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
     (위르겐 몰트만, 김균진 역, 『새로운 삶을 위하여』, 현대사상사, 71-94쪽.)

정연복(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