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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9월 18일 (토) 21:22:33
최종편집 : 2010년 10월 04일 (월) 13:34:14 [조회수 : 2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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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공장을 찾은 가족야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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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촌 이계선 |
“아빠, Far Rockaway에 틀어박혀 돌섬통신만 보내지 말고 섬밖 세상으로 나와 봐요. 이번 주일 가족야외 예배를 가요? 아빠가 평소 점찍어둔 곳으로 말예요”
둘째딸 은범이의 전화를 받고 머리를 굴려봤다. 베어마운틴, 세븐레이크, 독수리언덕은 나의 단골코스다. 그중 뉴저지 알파인에 있는 독수리언덕이 제일 만만하다. 펠리세이드 파크웨이를 타고 올라가다가 Exi 2를 지나 Food 사인으로 나가면 천애의 절벽위에 커피숍이 보인다. 난 이곳을 독수리 언덕이라 부른다. 허드슨강을 병풍으로 두르고 있는 절벽에 독수리집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아 물속이 보이는 날이면 푸른 허드슨 강위로 10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날라 다니며 낚시를 한다. 하늘을 나르던 독수리의 천리안이 물고기를 발견하면 제트기 날개를 펴고 급강하(急降下). 날카로운 발톱으로 은빛 잉어를 낚아채어 하늘로 오른다. 장관(壯觀)이다.
숲속에 숨어있는 절벽계단은 등산코스로 그만이다. 꼬불꼬불 급경사라 내려갈 때는 천국의 계단이요 올라올 때는 지옥의 계단이다. 절벽계단을 다녀와 독수리언덕에서 커피를 마시며 허드슨 강위로 날라 다니는 독수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강 건너 용커스가 시골 마을로 다가온다. 기차가 꼬리를 끌며 기어가고 사람들이 소인국의 난쟁이들처럼 걸어 다닌다. 거기 붉은 집이 서있다. 멀리서 봐도 큰 빌딩인데 두 개의 굴뚝이 하늘높이 솟아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가 17년 동안 봤어도 한 번도 연기가 나지 않는 붉은 벽돌집 굴뚝! 저 집은 드라큐라 공장일까?’ "은범아, 그 집에 가고 싶다. 거기로 가자”
지난주일 우리부부와 삼남매는 그곳을 찾아 가족 야유회를 떠났다. 가보니 붉은집은 Glenwood 발전소 빌딩이었다. 앞마당이 용커스 글랜우드 기차역. 1906년에 건설하여 1936년 콘에디슨에 팔렸다. 1978년에 캔 카포리노가 인수 한 후 발전(發電)을 중단 한 채 30년 동안 빈 건물이다. 수십 에이커가 넘는 부지는 잔디로 깔려있는데 옆으로 허드슨강이 흐르고 북쪽 끝에 용커스박물관이 서있다. 소풍객들이 산책을 하거나 꽃게를 잡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땅을 왜 재개발을 안 하고 30년동안 유령의 집처럼 서있을까? 980만 불에 내놓자 개발업자들이 달려들었는데 시에서 반대란다.
“북으로 Tappan브리지 남으로 Washington브리지와 중간에 서있는 Glenwood발전소는 허드슨강의 삼대명물로 뉴욕의 자랑입니다. 허물지 않고 Landmark로 보존할 계획입니다”얼마나 위대한 건물이기에 기념문화재로 보존하려고 할까? 우리 한번 들어가 보자. 철조망이 가로막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내가 포기하자고 했다. "차라리 박물관을 둘러보고 허드슨강에서 꽃게나 잡자구요” “아니요. 자세히 살펴보면 개구멍 아니면 쥐구멍이라도 있을거요”
나와 은범이는 식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톰소여의 모험을 나섰다. 철조망을 헤치고 들어가니 한길 넘는 철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철문위에는 창 꼬챙이가 총총히 박혀있고 그 위에 가시철사 바리케이트를 덮어놓아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대학시절 암벽등반으로 명성을 떨친 은범이는 원숭이처럼 기어오르고 매달리더니 기어이 철문을 넘었다. “아빠는 위험해요. 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한 시간 있다가 나올 테니 기다려줘요”
딸애가 들어 간지 3분도 안됐는데 몇 시간처럼 지루했다. 30년 동안 폐허로 텅빈 집이라 위험과 무서움이 숨어있을 텐데? 좀이 쑤시고 불안하여 애비는 견딜수 없었다. 비장하게 여리고 기도(?)를 올린 후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헤집기를 반복한 끝에 나는 마(魔)의 철문을 넘는데 성공했다. “은범아! 아빠가 왔다” 컴컴한 공장안을 서성거리던 은범이는 내목소리에 놀라 반가워했다. “와! 아빠는 대단해요. 70노인이 위험한 철망을 넘다니?”
우리부녀는 드랴큐라 성을 들어가는 피터카우싱 목사처럼 긴장했다. 공장안은 밖의 세상보다도 넓어보였다. 세개의 건물이 복합되어 한 불럭을 차지하고 있었다. 5층이지만 굴뚝은 수십층 높이. 종합쇼핑센터처럼 가운데는 천정까지 시원하게 뚫려있어 5층을 돌아다니면서 한눈에 전체를 볼수 있게 했다. 30년 전에 가동을 중단했다는데 100년 전 전성기 때의 시설들이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 터빈, 모터, 기재들, 자재들, 사장실의 테이불. 직원사무실집기들.... 사람만 없었다.
누군가 나타나서 시동 스위치를 눌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부녀는 모터를 찾아 스위치를 눌러봤다. 반응이 없다. 30년을 기다리다 지친 터빈과 모터는 쇠뭉치로 녹슬어 있었기 때문이다. 망부석(望夫石)처럼. “얘야, 쇠도 나무도 모두 녹슬고 썩어서 밟으면 바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 그래도 공장안을 돌아다녀보겠니?” "그럼요. 위험한 구경이 얼마나 재미있는 데요”
내가 선봉으로 앞장을 섰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외나무다리처럼 걸쳐있는 철판을 건너면서 5층 아래를 보니 현기증이 올라왔다. 무너져 내리다 걸쳐있는 철판은 두드리며 기어올랐다. 구석구석 살피는데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마지막 널판을 무사히 건너고 나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갑자기 무서움이 엄습해 왔다.
“아빠, 고마워요. 위험을 먼저 진단하려고 앞장을 서는 아빠의 마음을 알아요.”은범이의 목소리에 눈물이 젖어있었다. “옛날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버지가 80노인이 됐는데 서울에서 출세한 50살 된 아들이 자가용을 몰고 온 거야. 생전 처음 자동차를 본 늙은 아버지가 그랬단다. ‘얘야 자동차 조심 하거라. 길 건널 때도 운전 할 때도 항상 차조심해야 한다’. 장성하여 유능한 자식이라도 부모에게는 물가에서 노는 어린 아기처럼 보이게 마련이란다. 아마 하나님마음도 부모 마음과 같을거야”
30넘은 딸이 귀여운 어린애로 보인다. 이번 가족야유회는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가 글랜우드발전소를 찾은 기분이다. 내가 30년은 젊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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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존경하는 목사님의 글,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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