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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류기석의 착한기행] 1박 2일 치유, 영성의 지리산 순례길 체험 연재 글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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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2월 25일 (수) 11:54:49
최종편집 : 2009년 02월 26일 (목) 09:56:28 [조회수 : 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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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길 위에서 만난 하나님 [류기석의 착한기행] 1박 2일 치유, 영성의 지리산 숲길 체험"에 이은 연재를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전합니다. 

매화를 닮은 매동마을에 사시는 예수님?

매동(梅洞)마을이란 생긴 모양이 매화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어수룩한 저녁 무렵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매동마을을 굽어보며 소나무 숲이 둘러싼 아기자기한 마을 속으로 접어들었다. 마을에 들어서니 재래식 굴뚝마다 하얀 연기들이 무럭무럭 피어나 마을을 뒤덮었고, 고사리 민박집 할머니의 친구라고 소개한 80대 할머니의 친절한 안내로 쉽게 민박집을 찾을 수 있었다. 큰아들 내외와 함께 사신다는 할머니는 동행하는 동안 "지치고 힘든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처럼 보였다.

   
▲ 하룻밤 묵었던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의 고사리 할머니 집, 고사리 할머니는 예수의 경제개념으로 숙박비를 계산했다.

이윽고 고사리 할머니 집(김미우 063-636-3065) 별채큰방2, 군불 방2이라는 느낌에 끌려서 일찌감치 예약을 끝내고 덧붙여 군불을 떼는 방으로 부탁드렸었다. 매동은 농협 팜스테이 마을이어서 민박들은 다 허가를 받은 곳이란다. 고사리 할머니 댁을 보니 전형적인 시골농가 집이다. 군불을 때고 계셨던지 연기가 사방으로 날리는 마당에서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안내받은 작은 사랑방은 우리부부의 아지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따끈한 방바닥을 위해 오후 내내 불을 지폈다는 고사리 할머니의 말씀이 짠하다. 짐을 풀면서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도 풀었다. 아궁이의 군불은 막혔는지 연기가 방안에 차서 공기순환을 위해 방문을 열어 환기도 시키고 연신 거센 연기가 올라오는 아궁이를 들락날락 거리며 연기를 진정시켰다. 그런데 아궁이 깊숙한 곳은 많은 나무들로 제대로 불이 타지도 않았고 굴뚝에선 연기가 시원스럽게 빠지지도 않았다. 응급조치를 취하고는 저녁식사를 걱정했는데 고사리 할머니가 저녁상을 차려놨다고 부엌으로 건너오란다.

   
▲ 상쾌한 아침을 맞았던 매동마을 전경, 매동(梅洞)마을이란 생긴 모양이 매화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민박집에서는 아침밥상과 저녁밥상을 차려준다는 것이다. 편리하지는 않지만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먹고 하는데 5만원이다. 너무나 싱싱한 나머지 보랏빛을 띄는 야들야들한 고사리를 비롯한 산나물 반찬이며, 된장찌개는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을 넘어 자원의 한계, 오염의 한계에 이른 지구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였다.

지리산에 왔으니 이 지역의 문화주(文化酒)로 막걸리를 자꾸 말씀드리니 없단다. 있었는데 마을 사무장이 아까 다 마셨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받으러 갈까 했는데 고사리 할머니의 특산주가 있단다. 왜 멀리 나가서 사오냐는 것이다. "술은 폼 내려 마시는 게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위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취하려 마시는 것 같다."고 와인전문가 정시련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또 "너무 취하려 하지 말고 즐기며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 아침 매동마을 길을 걸으며 바라다 본 장황마을이 아름답다.

내가 막걸리를 찾는 이유는 이웃과 정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고 문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독일이나 프랑스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니 당연 막걸리를 찾는데 그것도 우리 쌀이 50%이상 첨가되고 감미료나 조미료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친환경술이라야 한다. 유럽의 막걸리였던 와인이 만화책에서는 꿈의 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아니다. 친환경적이지 않고 건강을 지켜주기도 못하는 와인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좋은 막걸리는 다르다. 그 지역에서 난 특산물로 살아있는 미생물(누룩)을 넣어 잘 발효시킨 알콜 도수가 낮은 건강음료다. 농사일로 바쁜 농촌에서는 든든한 식사는 물론 노동에 활력을 주는 촉매제요. 소화제다.

사족이 길었다. 고사리 할머니는 막걸리 대신 복분자주가 있다며 권하신다. 할머니와의 정도 깊어져 지리산으로 시집온 이야기,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 되었지만 빨지산에 대한 진실경험과 그 이해가 잘못 되었음을 줄줄 풀어내셨다. 이윽고 정성들여 담근 도라지주를 꺼내 놓으신다. 도라지주는 기관지에 특효라는데 마실 때마다 깊은 맛이 느껴졌다.

   
▲ 매동마을에서 1시간 남짓 숲속에 있는 300살은 족히 먹었다는 개서어나무, 잠시 그곳에서 평화로운 명상을 즐겼다.

저녁상을 물리고 우선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이루어지는 우물물을 퍼서 뜨끈하게 데워진 솥에다 부어 섞고는 그물로 대충 씻었다. 화장실 물도 멈춘지 오래다. 밤이 깊어 갈수록 굴뚝 연기가 은은하게 피어올라 하늘위로 올라가야 될 연기가 방안 가득하다. 연기에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면서 예민한 성격의 고사리 할머니와 나는 다음날 새벽까지 아궁이를 두고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이후 뜨끈뜨끈한 군불 방에서의 하룻밤은 우리부부에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의 밤이 되었다.

다음날 정신없던 연기는 사라지고 구들 방바닥이 주는 뜨끈한 열기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확 풀어주어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해 주었다. 아침밥은 고사리 할머니께 미리 말씀을 드려 차리지 않도록 하고는 간단한 과일이나 발효식품으로 먹는 습관대로 차려먹고는 집을 나섰다. 할머니께서는 어제의 황토방 연기사건과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고 숙박비를 안받으시려 했지만 결국 3분의 1씩이나 대폭 깍아 주시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고사리 할머니는 예수의 경제개념을 적용한 게다. 할머니와의 아쉬운 작별을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매동마을을 나섰다. 단정하고 온화한 아침공기가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동마을 뒤로 난 지리산 옛길을 따라 가다가 반대편 어제 걸었던 장황마을의 속살이 평화롭게 서정적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매동~상황마을 지리산 둘레 길

   
▲ 큰 산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둘레 길 안내

농로인 콘크리트 길, 흙길을 지나니 본격적인 숲길이 펼쳐졌다. 중간에 300살은 족히 먹었다는 개서어나무 밑에서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는 잔가지들과 파아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조화에 마음속 깊은 곳까지 평화로움을 느꼈다. 우락부락한 몸매를 봐서는 분명히 남자나무다.

고요함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들의 수다소리는 꼬부랑길에서 멈추었다. 젊은 귀촌인이 직접 지었다는 팬션 한옥풍경은 치열한 삶이 녹아있는 중황마을 다랑지 논들의 끝머리에서 만날 수 있다. 도시에 사시는 아버지가 땔감을 위에 잠시 내려오셔서는 나무꾼 지게를 메고 떠나신다. 1박에 5만원, 건너편에 다랑논 무리가 아름다운 풍광이 장관이다. 다음기회가 되면 차와 밤을 이곳 꼬부랑길에 세워진 멋진 한옥에서 맞아야겠다.

   
▲ 꼬부랑길에서 만난 한옥, 젊은이가 직접 지었다는 팬션 한옥은 치열한 삶이 녹아있는 중황마을 다랑지 논들의 끝머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기다란 꼬부랑길을 지나 상황마을 위쪽으로 향하는데 고사리들이 밭으로 지천이다. 겨울철이라 논에 뭐 볼 것 있겠느냐 생각했는데, 그리고 20~30년전 경지정리를 하면서 그 모양새가 많이 바뀌었다는데도 중황·상황마을 다랑논의 경이로움으로 연신 카메라를 들이 됐다. 우리내의 작은 다랑지 논이 경지 정리되어 논과 논 사이 둑 높이가 3m 되는 커다란 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갈 길이 바쁜데 다랑논 길이 끝나갈 무렵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오고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주막카페가 나와 잠시 멈추었다.

직접 재배하거나 산에서 딴 구절초, 오미자, 뽕잎 등을 팔고 있었다. 그곳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막걸리,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니 직접 솔잎으로 만든 막걸리 한 대접을 꽉 채워 내놓으신다. 안주도 묵은지를 썰어 내오셨다. 그 자리에서 즉석 막걸리 품평을 연 것이다. 재료는 찹쌀100%와 누룩균을 사용하여 친환경이라 손색이 없는데 솔잎 맛이 강했다. 조언을 드리니 이번에는 구절초 식혜를 맛보게 해주었다. 역시 감미료나 설탕을 넣지 않아 끝 맛은 좋은데 구절초의 느낌이 강해 맛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했다. 지리산 순례 길에서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막걸리와 식혜를 나누어준 이분은 분명 예수다.

   
▲ 지리산 순례 길을 지나다 만난 예수, 상황마을에서 누에를 기르신 다는 아주머니게서는 낮선 나그네에게 인정을 베풀어 주었다.

지리산길이 난 뒤 고사리밭이나 고추밭, 감나무 아래에는 어김없이 ‘눈으로만 구경하시라’는 문구를 적어 외지인의 우려를 차단하려 했으나 기우였단다. 이제는 주민들도 반기는 편이라고 한다. 남원시 산내면 상황마을과 경남 마천면 창원마을 사이 길에는 등구재가 있다. 거북이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불리는데 해발 650m 정도의 고개 길인데 지친다.

이 고개를 넘자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있다. 작은 저수지와 묵은 논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전국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논들이 펼쳐졌다. 인간, 자연, 전통이 조화로운 아름다운 농촌마을은 창원마을이다. 예전 등구재를 넘어 인월장을 보러 다녔단다. 창원마을은 조선시대 세곡 창고가 있던 마을로 ‘창말’(창고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현대식 가옥과 전통가옥이 혼재된 마을은 봄부터 숲을 이루어 농촌의 고즈넉한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잘 연출할 것 같다.

윗 당산에 오르면 지리산을 병풍으로 한 창원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몸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마을의 수호나무는 새 길이 나면서 많이 사라졌다는데, 창원 마을엔 커다란 당산나무가 다섯 그루나 있다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 중에서 가장 크고 늠름한 600년 된 느티나무를 마을 분들은 윗 당산이라 한다. 앙증맞은 장작더미와 돌담이 허리춤에서 나란하게 놓여진 풍광의 잔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창원마을 어귀를 빠져 금계마을로 넘어가는 고부랑길은 길다. 이곳에서 광주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악회를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배가 고파왔다.

   
▲ 등구재를 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을 닮아 아름다운 창원마을이 나타났다.

창원마을~벽송사 지리산 둘레 길

금계마을로 향하는 입구에는 다랑지 논과 녹색의 이끼바위가 반갑게 맞이했고, 솔숲의 향기는 산행 내내 일행을 따라다녔다. 금계마을에 다다를 쯤 커다란 빔으로 가건물을 2동씩이나 지어놓고 자연석을 가득 채워 이용하려는 사업현장과 먼발치 광산개발로 지리산 자락이 통째로 잘려나간 공사현장이 마음을 심히 불편하게 했다. 갈대들이 즐비한 길에서 금계마을의 다락논이 앙증스러워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는 펜션이 많이 들어선 금계를 내려와 국도와 의탄교를 건너 의중마을에 들었다.

친절한 의중마을 사람들을 만나 허름한 농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마을중앙을 가로질러 언덕 빼기에 있는 커다란 당산나무를 좌측으로 산비탈 길로 빠졌다. 시누대 숲이 빽빽하게 자라 동물들의 은신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지친 발걸음은 서암정사에서 고비를 맞았다. 산꼭대기 우람한 서암정사는 시간관계상 안내표지판으로만 만나야 했다. 서암정사는 바위 더미 위에, 바위의 모양새를 그대로 살려 만든 웅장한 사찰로 벽송사보다는 훨씬 크고 볼거리가 많단다.

   
▲ 지리산 둘레 길의 절정인 금계마을에서 의중마을까지의 전경

절로 가는 길

칠선계곡과 엄천강 둘레의 마을은 절에 기대어 살았던 사하촌(寺下村)이다. 이 길은 절을 찾아가던 옛길로 추성마을 가는 새 길이 생기면서 이제 흔적만 남아있다. 불공을 드리러, 산나물이랑 약초를 캐러, 땔감하러 산을 오르기 위해 석축을 쌓고, 바위를 쪼아 계단을 만들었다. 오래된 숲과 화전민의 흔적, 돌계단까지 옛길에서 만나는 오랜 정취가 더욱 향기롭다. 지리산 둘레 길에서

서암정사 길을 내려서니 추성마을길과 벽송사 오르막길이 마중한다. 그런데 벽송사로 이르는 흙길을 시멘트로 포장하고 있었다. 차량 이동의 편리함을 위해 그리 결정했겠지만 흙길이 시멘트 길로 순식간에 변한 현실에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흙이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편리하고 강한 시멘트가 정말 더러운 것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 환경을 관리한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한 지역이 앞장서서 길의 원형을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지만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한 포장방법이 시급히 요구된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래된 참나무들과 서어나무들이 서있는 벽송사로 향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암시해 주는 벽송사이건만 대부분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쓰였다는 문구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맑은 햇살에 반짝이는 대나무 숲을 두른 고요한 벽송사, 때마침 떡과 차를 공양하란다. 아내와 함께 수수팥떡을 먹으며 사찰을 말없이 둘러보았다.

   
▲ 지리산 둘레 길, 사암정사에서 벽송사 절로 가는 길은 가난한 민촌들의 삶 이었던 사하촌(寺下村)이다.

다음에 벽송사에서 머물고 싶어 물으니 언제든 전화하고 오란다. 벽송사에서 우측으로 난 '숲길은 8㎞가량 더 이어졌다. 일반인들은 이쯤에서 지리산 도보 순례를 마무리한다는 데 우리는 벽송사에서 시작되는 이른바 빨지산 길을 열심히 걸었다. 벽송사 해발 500m에서 출발하여 소나무와 활엽수가 혼재된 빽빽한 숲길은 끝없이 오르막으로 이어지다가 산 정상에서 능선길로 변한다.

송대마을~세동마을 지리산 둘레 길

송대마을로 향하는 숲길은 수해로 없어진 것 같다. 길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질퍽한 땅을 밟으며 하산하니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송대마을이 나타났다. 어떤 이는 송대마을을 궁벽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던데 맞을게다. 조각보만한 땅에다가 농토를 일구고 집을 짓고 살아온 흔적이 역력했다. 적막한 송대마을에서는 개 짖는 소리만이 우렁찼다.

송대마을에서 마적동을 거쳐 세동마을에 이르는 길은 평온했다. 길을 떠나온지 6시간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람을 만났다. 아득한 계곡사이를 흐르는 물 그리고 허공을 떠도는 바람이 400년이나 된 노송 앞에서 잠시 쉼을 가지면서 이번 지리산 숲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을 생각했다. 마을과 사람들 그리고 무수한 자연의 생명들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으로 지어진 소중한 기독교의 영성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농촌마을과 사람들 그리고 무수한 자연의 생명들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으로 지어진 소중한 기독교의 영성, 울창한 숲 길로 트레킹의 짜릿한 맛을 느끼고는 송대마을과 세동마을을 만났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광주에서 온 산악회원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처음 뵙는 이분들과 어느덧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 함께 삶을 꺼내놓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지리산 길은 이렇듯 동호회뿐만이 아닌 가족들이나 부부들 그리고 연인들끼리 부담스럽지 않게 행복을 얻을 수 있는 트레킹코스로 적절하다.

마천에서 진주가는 60번 국도가 계곡사이를 돌고 돌아 나가고 엄천강을 끼고 한남동 마을까지 약 9.4km의 계곡 길로 풍광이 아름답다. 이 길 건너편에는 견불동과 고정동마을의 다락논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비탈에 집들이 산골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곳 초입에 주막집이 하나 있는데 내외분이 사신단다. 이분들은 대구에서 이사를 온 분들인데 안주인이 너무도 상냥하고 친절하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건하신다. 모두들 외면하는 빈 찻집에 나만이 홀로 맛좋은 차를 마셨다. 엄천강이 풍광을 만들고 지리산 길이 인심을 만들어 낸 모양이다.

   
▲ 지리산 둘레 길 안내센터(063-635-0850)는 www.trail.or.kr. 걷기 전에 들리면 지도와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마을에서 문의전화로 인해 논일, 밭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주의가 요구된다.

예수님은 인심과 인정(가난한 자, 헐벗은 자)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셨다. 사람이 건강과 친구, 가족을 잃는 것은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인심(仁心)을 잃는 것만은 못하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심'이 사라져 가는 것은 재앙으로 사람만이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쓸 수 있는데 그것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감정 없는 기계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어 버릴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들은 세상을 살면서 차라리 돈은 잃을지라도 인심은 잃지 말아야 하겠다.

승용차를 남원시 인월에 두고 온 우리부부에게 다행스런 일이 생겼다. 함께 지리산 둘레 길을 체험한 광주산악회원들의 인심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들의 관광버스가 세동마을에서부터 인월마을까지 태워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너른 주차장에서 곶감을 나누어주던 산악회원들의 넉넉한 인심이 고마웠고, 차편을 제공해주어 많은 시간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 좋았다. 이렇듯 끊임없이 자신의 이익을 타인과 나누려고 하는 착한마음이 온 세상으로 전파되었으면 한다. 나를 통해 사랑이 흘러 너를 통해 완전해지는 사랑, 이는 내면의 성숙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타인을 칭찬하고 타인에게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내어 주는 그리스도의 향기인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해질 무렵 지리산 길 안내센터(063)635-0850 www.trail.or.kr.에 도착하여 화장실도 들리고 안내자와 인사도 나누면서 지리산 둘레 길 걷기를 마쳤다. 남원시 인월면에서 저녁을 먹고 떠나려고 가장 맛있는 집을 길을 가던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두꺼비집을 추천한다. 신선한 밑반찬과 담백한 추어탕의 감칠 맛은 우리부부에게 행복감을 듬뿍 느끼게 해 주었다. 식당의 위치는 지리산 둘레 길 출발장소 인근인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250-4번지 어탕전문식당(061-636-2979)이다.

지리산 둘레 길 안내

지리산 길에서는 공식 숙박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지리산 길에서 멀리 벗어날 필요 없이, 지리산 길이 지나는 바로 그곳에서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산촌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매동마을과 세동마을, 창원마을과 의중마을 등이 그곳이다. 샤워시설이 잘 갖추어진 마을회관에서 저렴하게 숙박할 수도 있고, 창원마을과 의중마을에서는 가족단위로 농가 민박을 할 수 있다. 숙박시설 예약을 취소할 경우는 최소 3일전 마을 숙박시설 운영자에게 연락해 주어야 한다. 음식주문은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참고하여 문의하면 수월하다.

단 아래의 전화번호는 마을숙박과 관련된 문의만 해주시길 바라며, 기타 지리산 길 문의사항은 지리산길 안내센터로 하면 된다. (전화번호 063-635-0850) 참고로 마을에서 문의전화로 인해 논일, 밭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주의가 요구된다.

<지리산 둘레 길 숙박안내>

이름 : 달오름마을, 위치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 웹사이트 : http://dalorum.go2vil.org/, 연락처 : 011-675-2231

이름 : 창원마을 / 의중마을, 위치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웹사이트 : 없음, 연락처 : - 창원마을 011-9629-9677, 011-9035-9671,  - 의중마을 010-8514-5310, 

이름 : 흥부골 자연휴양림 , 위치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 웹사이트 : 없음, 연락처 : 063-636-4032

 이름 : 지리산자연휴양림 , 위치 :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 웹사이트 : http://www.huyang.go.kr, 연락처 : 055-963-8133

 이름 : 실상사, 위치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 웹사이트 : http://www.silsangsa.or.kr, 연락처 : 063-636-3031

이름 : 세동마을(송전리 산촌마을) , 위치 :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280번지 , 웹사이트 : www.songjunri.com, 연락처 : 전화_055-963-7949 / 핸드폰_019-463-5989

이름 : 매동마을 , 위치 :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웹사이트 : http://maedong.org/, 연락처 : 사무장 신해정 011-524-5325

 ● 가는 길

자가용 : 중부고속도로→함양 분기점→지리산 나들목→일성콘도 방향→매동마을

대중교통 :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지리산 백무동'행 버스를 타고 인월 터미널에서 내린다. 인월 터미널에서 매동마을 가는 버스는 오전 6시50분~오후 8시,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단다.

● 여행이나 숙소문의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35-0850) www.trail.or.kr. 걷기 전에 들리면 지도와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다.

   
▲ 꼬부랑길에서 만난 한옥 주인장, 몸과 마음이 맑고 건강한 청년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 등구재 고갯길을 오르다가 만난 중황·상황마을 다랑논의 경이로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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