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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석의 착한기행, 생태환경은 하나님의 숨결섬들의 나라 남해도, 그 쪽빛바다는 지친 영혼들의 쉼터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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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1월 21일 (수) 12:18:46
최종편집 : 2009년 01월 23일 (금) 22:18:44 [조회수 : 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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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더불어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최근 큰 섬들을 연결하는 대교와 포장도로가 정비되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까이 가볼 수 있게 되었다.

남해군은 사천군과 하동군에 양 다리를 걸치고 있다.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하여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척이나 길고 굴곡 또한 심한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302㎞나 되는 도로망이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 또한 자연을 닮아 넉넉하게 보인다.

   
▲ 창선대교를 건너며, 섬이나 바닷가에 위치한 어촌을 방문 또는 체재하며 매력적이고 충실한 생활체험으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면 '블루' 투어리즘이다. ⓒ 류기석

남해군은 1960년대 이후 인구가 13만7천여 명이던 것이 현재 5만 명 이하로 줄고 있다. 남해도는 오랫동안 수려한 산과 들, 청정한 바다가 만나 높낮이나 수심에 따라 미세한 환경의 차이가 있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환경뿐 아니라 어촌마을사람들이 틈틈이 논과 밭을 일구었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기에 생태계의 보고다.

바다는 스스로 제 몸을 더럽힐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육지가 발달해 감으로 인해 더 많은 교량과 도로가 편리함이라는 명목으로 놓여져 자연환경의 오염은 부인할 수 없다. 조상대대로 해안가 마을 숲을 조성하고 지켜온 지혜를 단순한 개발명목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는 환경적 생태적 악영향의 문제를 넘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해예방 차원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 어민들도 속수무책이라 남해의 보물섬이 위태롭다.

   
▲ 남해군은 사천군과 하동군에 양 다리를 걸치고 있다.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하여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기행은 12월 7일 노량해협 쪽의 남해대교가 아니라 진주 아래쪽의 삼천포에 있는 창선⦁삼천포대교로부터 시작되었다. 넉넉한 아침을 맞으며 해맑은 하늘과 쪽빛의 바다가 품고 있는 활기에 찬 삼천포항구를 한 바퀴 휘휘 돌아보고는 대교를 건너니 양 갈래 길이 나타난다. 좌측 77국도의 넉넉함을 음미하며 해안가 마을에 달린 열매에 걸음을 멈추었다. 멀리서는 탱자열매인 듯했는데 하늘타리의 열매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 몇 개를 주워 담고는 시간을 삼켜버린 당황마을과 곤유마을의 동대만에 안겼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농촌의 자연적이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을 '그린' 투어리즘이라 한다면 섬이나 바닷가에 위치한 어촌을 방문 또는 체재하며 매력적이고 충실한 생활체험으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면 '블루' 투어리즘이다. 이번 남해의 청정한 쪽빛바다를 찾은 블루투어리즘은 가족들과 내면을 반추하기 위함이다.

   
▲ 내산저수지 위에 자리한 바람흔적미술관 앞에 멈추어 섰다. ⓒ 류기석

남해군은 에코투어리즘의 수월성(秀越性)이 배가되는 곳이라 심미적 가치가 극대화되는 곳이다. 도시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찾는 자연경관과 역사경관 그리고 문화적인 느림이 만들어 내는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 멋진 삶으로 미래의 우리들이 추구해야할 오래된 미래다.

상죽과 당저마을을 지나니 창선대교다. 그 밑에는 원시어업을 하는 참나무발이 삐쭉 솟아 옛 어부들의 고기잡이 기술을 보여준다. 예종 1년(1469년)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편에 이 기록이 남아 역사가 오래다. 육지와 바다와 섬이 서로 흥겹게 어울리는 정경을 삼동의 지족(知足)에서 살핀다.

지족해협의 물살은 노량해협 못지않게 재빠르고 험살 궂다. 거기에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수심이 얕은 자연지리의 특성이 인문지리의 혜택을 주었다. 생태환경-원시어업 문화유산의 합작품이 곧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수심 낮은 뻘에 참나무 막대기를 촘촘하게 박고 대나무로 엮어 V자 형태로 만든 다음 꼬리에 임통을 달아 유인한 물고기들을 쉽사리 건져낼 수 있도록 하는 어업이다.

   
▲ 청명한 종소리의 주인공은 설치작품으로 전시된 바람개비들이다. 파아란 저수지와 빨아간 바람개비들의 앙상불 ⓒ 류기석

창선도에서 곧장 남해도로 넘어갈 때 또다시 두 갈래 길을 만난다. 우리는 우측 해안도로를 달린 뒤, 안내표지가 이상하여 되돌려 시문마을에서 길을 물었다. 3년 전 도시에서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산림감시원이 친절한 길안내를 자처한다. 인근의 바람흔적미술관과 나비생태공원,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 길과 금산 보리암 길을 찾기 위해서다.

한적한 산길을 넘고, 저수지 길을 돌아, 생태하천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서니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내산저수지 위에 자리한 바람흔적미술관 앞에 멈추어 섰다. 자동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들려오는 청명한 종소리의 정체를 찾아 돌계단을 따라 오솔길 중턱에 서니 저 멀리 바람개비들이 지천으로 펼쳐졌다. 파아란 저수지와 빨알간 바람개비들의 앙상불이 눈요기만이 아닌 귓전을 즐겁게 해준다.

   
▲ 바람흔적 미술관, 무료대관 무인공간이어서 누구나 찾고 자신의 끼를 나눌 수 있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누드 크로키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 류기석

도시의 바람들이 잠시 머물다가 갈 쉼터인 이곳은 무료대관 무인공간이어서 누구나 찾고 자신의 끼를 나눌 수 있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누드 크로키전이 열리고 있었다. 독특한 전시공간과 무인카페 등이 인상 깊었다. 이곳의 관람을 마치면 인근의 자연과 함께 전시된 조각품들을 평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홀연히 바람흔적 미술관을 나오니 편백의 향긋한 내음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숲으로 향했다. 마치 북유럽의 깊은 숲속에 온 듯 착각에 빠졌던 남해 편백 숲이 바로 그곳이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향기는 소나무보다 3~4배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긴장과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동천마을의 식당을 소개받고는 대청마루에서 행복한 식사를 나누게 되었다. ⓒ 류기석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라면서 생기는 상처에 침입하는 박테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산하는 휘발성유기물인데 삼림욕을 즐기면 피톤치드가 몸속에 들어가 나쁜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 등을 없애는 항균·면역 기능을 한다.

울창한 숲속 휴양림 앞에서 아쉽게도 발길을 돌린다. 다음번 남해 자전거여행길에는 편백림 숲 사이사이에 조성된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마음먹고는 나비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막상 나비 생태공원은 비 생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지 않고, 뒤쪽으로 잘 생긴 금산의 수려함과 앞산의 편백나무 숲의 경관만을 놓고 주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동천마을의 식당을 소개받고는 내산골짜기를 나와 우측 길에 맞닿아 있는 동천마을에 들렀다. 먼저 버스정류장에 계시는 마을 아주머니들께 여쭈었더니 대뜸 대청마루를 추천해준다. 메뉴는 대통밥인데, 음식을 주문하니 최소 1시간 전에 예약해야 된다하여 대청마루정식으로 메뉴를 바꿨다.

   
▲ 동천마을인근 남해 원예 예술촌으로 꽃과 나무가 주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 듯 보였지만 원주인 자연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 개발에 실망이 켰다. ⓒ 류기석

지역을 여행할 때면 반드시 그 지역의 음식과 전통주를 음미하는 습성이 있어 지역특산주를 찾는데 신통치가 않다. 때마침 후덕한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대뜸 지역에서 생산한 남해유자주를 한 병 내주신다. 먹는 재미가 솔솔한 자연밥상에 남해유자주가 곁들인 상차림에 행복해하면서 가족들은 대청마루주인장과 진한 삶의 여정을 나눴다. 도시에서 어머니의 가업을 잇기 위해 내려왔다는 심정부터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을 맞았던 느낌과 식당운영의 노하우까지 활달한 성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앞으로 꿈은 여행가이드란다. 적격이지 싶다. 우리가족에게 남해로 귀농하면 꼭 아이들을 위한 생태프로그램 운영을 권했다. 이곳의 대통밥은 참대나무에 오곡.인삼.녹각을 넣어 지은밥, 돼지수육보쌈과 다양한 밑반찬으로 안주는 필요 없고 소주만 있으면 오케이란다. 1인 1만1천원인데, 4인 이상 이어야 하고 1시간 전에 필히 예약하여야 가능 하단다.(전화는 055-867-9292) 남해도 여행시 조미료 없는 단백한 식사를 원하시면 이용하기 바란다.

   
▲ 기후변화형주택이 인상적이다. ⓒ 류기석

대청마루에서의 행복한 식사에 이어 도착한 곳은 동천마을인근 남해 원예 예술촌이었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농촌 주거모델로 탈바꿈한다고는 하지만 생태성이 부족한 듯 보였다. 아직 정식개장이 안됐지만 몇몇 건축물, 산책로, 허브원예광장, 식물 체험공간으로 채워질 유리온실, 원예학교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탤런트 박원숙의 퀸 궁 옆으로 기후변화형주택이 인상적이다. 그곳은 관람료가 있어 보지 않고 빗물 저금통 사이로 높다란 나무와 허브를 비롯한 각종 꽃으로 꾸며진 정원을 감상하면서 너무 이국풍주택이라 이질감이 느껴졌고, 더욱이 원예 예술촌 중앙에 자리한 우람한 콘크리트건물로 지은 회관은 동천마을 앞산 봉화대에 자리하고 있어 실망이 켰다.

원예 예술촌을 나와 우회전해서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물건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해 물건리(勿巾里)는 미조리 해안을 끼고 나이를 알 수 없는 고목들이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며 숲을 이루고 있다. 미조마을이 생기면서 동거를 시작했다는 이 해안림의 이름은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 두건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라는 뜻이라는데, 실제는 어느 한 선비가 마을의 형상이 한자의 수건 건(巾)자와 닮았다고 해 그 때부터 '물건'마을이 됐단다. 이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둥그스름한 만을 따라 해안을 휘감고 있는 해안림이다.

   
▲ 겨울풍경, 남해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은 해안을 끼고 나이를 알 수 없는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 류기석

물건리를 3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이자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곳이 바로 천연기념물 제105호 물건방조어부림이다. 다른 해안림이 대부분 소나무만 있는 것과 달리 팽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등 2,000여 그루와 보리수, 동백, 광대싸리 등 8만여 그루로 조성된 울창한 숲이 장관이다. 방조림과 방풍림은 태풍 폭풍 피해를 막기 위함이지만 해안경관을 살찌우게 하니 300여년 대물림 숲을 위한 조림사업은 물건리에서 ‘물건 값’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이 해안림이 국내 최고, 최대 해안림으로 친절하게도 인간을, 마을 주민을 안전하게 지켜온 주인공이다. 이 해안림은 길이 1.5km 넓이 30m 높이 10~15m로 바다와 마을의 경계선에 있다. 수십 종의 나무로 이루어진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록활엽 숲이다.

   
▲ 봄 풍경, 물건방조어부림은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과 조수를 막는 방조림,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 떼를 불러들이는 어부림이라는 부른다.

물건방조어부림은 세 가지 이름을 가진다.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준다고 해 방풍림,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과 조수를 막아주기에 방조림,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 떼를 불러들인다고 해 어부림이라는 부른다. 지난 2002년 루사 태풍의 혹독한 태풍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물 반, 고기 반이였던 때에 비하면 어획량이 줄어들었지만, 물건리는 해안림 나무 밑으로 산란하러 오는 고기떼들이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많단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말 쓰나미 당시에도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인도해안에는 피해가 적었다. 해안림은 그저 아름다운 숲이 아니라 해안지역 인간의 삶과 그 터전을 지켜 주는 결정적인 생명선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들을 보전하고 보호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단다. 10년 전 이곳 항만공사로 완공된 방파제는 바닷물의 순환을 저해하고 일부에서 물이 썩고 있단다.

중장기적이지 못한 개발의 단면으로 건강한 해안림을 일시에 병들게 한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에 방파제 통수시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 방풍림의 보전을 위해서는 해안림 숲 아래와 우측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이전과 관광객들이 이용 중인 비포장도로의 재건설도 요구된다고 한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말이나 생각보다 작은 실천이 있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남해 바닷가의 어업실정과 환경에 대하여 물건리 어촌계장 이승렬(50)님이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옛 선조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기 시작한 물건리방조어부림의 과거 경관은 굉장히 좋았고, 방파제가 없을 때는 숲이 울창해 물반 물고기반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이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오염이 진행됐고 해양자원도 고갈되기 시작했단다.

육지의 오염은 물고기들의 서식과 산란 장소였던 해초를 파괴하고 환경오염은 직접적으로 어민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말엽 이 숲 일부 나무를 베어낸 뒤 때마침 폭풍이 마을을 덮쳐 피해를 입자 마을에서는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라는 믿음이 생겨 지금껏 잘 보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 물건마을 위쪽으로는 독일마을이 빨간 지붕을 한 서구씩 목조주택들이 즐비하게 자리했다. ⓒ 류기석

물건마을 위쪽으로는 독일마을이 빨간 지붕을 한 서구식 목조주택들로 즐비하게 자리했다. 자연과 조화는 먼 것 같다. 77번 해안도로는 눈부시게 빛나는 쪽빛바다와 짙푸른 해송이 조화롭게 색채를 뿜어낸다. 섬들의 고향 남해의 해안선에서 만난 또 다른 아름다움은 상주해수욕장풍경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는 바다를 생명의 밭으로 살아가는 어촌마을에 이런 아름다운 U자형 해변이 있다는 것은 자연 현상의 섭리에 순응하며 소박한 삶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 소박한 심성들이 빚어낸 것이 아닐까한다.

이곳은 남해군 이동면 지역으로 상주개 또는 상주포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으로 상주리라고 했다. 그림처럼 빛나는 상주 해수욕장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물과 숲, 바위들이 만나는 최종 목적지인 남해 금산이다. 하지만 실망이 크다. 산길만 아니라 복곡 저수지 쪽에서 자동차도로와 각종 시설들이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림처럼 빛나는 상주 해수욕장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물과 숲, 바위들이 만나는 최종 목적지인 남해 금산이다. ⓒ 류기석

주차요금 5,000원을 내고서도 금산 보리암 길은 또 다른 입장료를 내야한다. 산\꼭대기까지 차들이 넘나드니 씁쓸하다. 여기서 해발 681m인 금산까지는 걸어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로 산사는 인산인해다. 보리암은 이미 역사경관의 원형보전 정신에 어긋나는 온갖 불교조형물들로 가득해 인공미가 물씬 풍긴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포구와 기암괴석의 경관은 창조자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지만 금산은 이미 너무도 많은 손길을 타 실망감이 크다.

비단산, 금산(681m)이란 산명과 ‘보리암’이라는 절 이름은 이성계가 붙인 이름이란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당시 이곳에서 100일 기도를 했다는데, 원래는 보광산(普光山)과 해수관음 도량 보광사가 이름이다. 원효가 663년(문무왕3)에 보광산을 ‘개산(開山)’했다고 한다.

 

   
▲ 금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포구와 기암괴석의 경관은 창조자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류기석
금산의 보리암을 나서며 가족들은 기기묘묘한 나무각질들의 표정과 빛깔에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오늘날 욕망과 권력의 광기가 희망의 삶터를 온통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에 인간의 고통을 씻어내기 위한 정토(淨土)가 그리웠다. 하지만 급격한 물질과 문명의 변화는 남해안의 ‘보물섬’을 그대로 놔주질 않을 것이기에 이제부터라도 남해도의 자연환경만큼은 부분별한 개발보다는 ‘깨끗하고 쾌적한 섬 환경 조성’을 위하여 체계적인 자연경관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그 이미지에 맞는 경관특성을 유지 및 관리해야 하겠다.

지금 많은 농어촌마을의 취락구조가 무분별한 이벤트성 사업과 관광산업 등으로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원형을 도시인들에게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성찰할 수 있는 지역 만들기가 필요하다.

남해대교를 건너면서 마주친 낙조를 뒤로하고 하동군으로 향한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노량해전이 있었던 곳으로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며, 특히 봄에는 벚꽃 길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번기행에서 큰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그래도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유지한 곳이 남해도라는 것이다. 

   
▲ 금산 보리암은 이미 너무도 많은 손길을 타 실망감이 크다. ⓒ 류기석

   
▲ 남해대교를 건너며,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노량해전이 있었던 곳으로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며, 특히 몸에는 벚꽃길이 아름답다고 한다. ⓒ 류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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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의 바다가 품고 있는 활기찬 삼천포항구를 휘 돌아보다가 눈에 뛴 아주머니와 갖가지 생선들 ⓒ 류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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