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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하나님[류기석의 착한기행] 1박 2일 치유, 영성의 지리산 숲길 체험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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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2월 10일 (화) 15:17:26
최종편집 : 2009년 02월 11일 (수) 19:44:13 [조회수 : 4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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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이 끝나고 다시 마을의 농로를 따라 가다가 만난 노송은 나이가 400살이다.

기후변화위기는 자연이 보내는 신호음

지난 1월 29일부터 30일까지는 사랑방교회학교 푸른꿈(중고등학생) 공동체생활기간으로 이때를 맞추어 세상일, 가정일은 잠시 미루고 아내와 단 둘이서 치유, 영성의 숲길인 지리산 옛 길을 찾았다. 이는 부부간의 공동체훈련으로 소망과 미래의 꿈을 향한 삶의 가치를 찾기를 위함이었다.

이번 기행에서 특별히 느꼈던 것은 기후변화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가뭄현상과 맞물려 지리산의 지난해 강우량도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매동마을은 제한 급수에 나섰고, 상⦁중황마을 곳곳의 저수지는 말라 있었다.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마저도 가뭄에 시달리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였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자연이 보내는 신호음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세기 1:31)는 말씀이 이번 길위에서 나에게 향하신 말씀임을 고백한다.

최근의 재난은 어느 때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자연과 생태계, 인간관계를 파탄으로 만드는 폭풍, 태풍, 가뭄은 오래 가지 않는 지진보다 더욱 영구적인 재난이다. 미 지질조사국은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갑작스런 기후 변화가 많이 발생할 거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의 기후변화 선임고문인 마틴 소메르콘은 북극은 지구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지역의 급격한 변화가 여타 지역을 위협하는 불안한 조짐이 목격되고 있단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호주, 중남미 등지에서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밀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올봄 황사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중국은 50년 만의 최악인 겨울 가뭄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은 0.1㎜라는 아주 미미한 강수량을 보였을 뿐 전혀 비가내릴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 기후변화위기로 인한 가뭄 + 식량 파동 + 최악의 황사 예상

또한 허베이성과 간쑤성 등 북부지역 황허강 일대 8개 성에서는 넉 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세계 밀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중국 밀 산지 가운데 43%가 가뭄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중국의 밀 생산 타격으로 가격 파동이 우려된다. 이들 지역의 주민 370만 여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가축 185만 마리도 먹을 물이 없는 상태다. 중국 당국은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1억위안(약 200억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등 가뭄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호주에선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멜버른도 지난 1월 한 달간 겨우 0.8㎜의 비가 내렸을 뿐이다. 1월 강우량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빅토리아주와 남호주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온이 섭씨 영상 44도까지 치솟는 등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도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단다. 지난달 농업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농민들에게 세금 납부 기한을 1년 연기해 준 아르헨티나는 비가 오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가뭄으로 콩 옥수수 밀 육류 등 아르헨티나의 주요 농·축산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어 국제 상품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밀가루와 콩기름 세계 1위, 옥수수 세계 2위, 밀 세계 4위 수출국이다.

이렇듯 인간이 만들어 편리하게 사용해온 문명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가 되어 전 세계가 보기 드문 위기를 맞고 있기에 그만한 대가가 요구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삶이 고귀한 생활방식으로 바꾸고 지구와 동식물을 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실천이다. 벌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사라진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과연 침묵의 봄은 오고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는 신속히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과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적 균형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주천면사무소 앞 예원식당(063-635-5507)은 청국장이 별미다.

치유, 영성의 지리산 숲길 체험

지리산의 풍광을 둘러보기 위해 떠나던 날, 비가오고 있다는 그래서 기행하기에 좋지 못하다는 현지주민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오후부터는 날이 갤 것이란 기대를 않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구름이 많이 끼어 흐린 날씨지만 빠름의 고속도로를 벗어나 느리지만 여유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전원풍경 속으로 빠져볼 요량으로 장수 나들목에서 19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갈색이 짙은 들판과 산골, 한가로운 농가를 즐기면서 장수군을 빠져나와 남원시로 향했다.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전라도 음식중에 남원의 진미를 찾았다. 때마침 지인의 소개로 찾은 주천면사무소 앞 예원식당(063-635-5507)은 청국장이 별미다. 청국장의 맛은 지리산 산나물과 함께 단백 했다. 토속음식의 맛은 오래 동안 지켜온 전통과 맥이 닿아있고 넉살좋은 아주머니가 있어 음식점은 밥만 먹는 것이 아닌 문화를 먹는 공간이다.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채집하고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지리산 숲 길 인근에 살고 있는 지리산약초학교 허은선님을 찾았다. 남원시 주천면 배덕리 깊은 산골에는 과거 압구정동에서 최고의 사교육으로 부를 누려오던 아줌마가 돌연 농촌으로 내려와 18만평이나 되는 산골에 터를 잡은 이유는 단순히 둘째아이의 알레르기(아토피)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서 우울했지만 1년만 살고자 했던 그가 시골살이 계획을 5년, 10년, 평생으로 늘어난 것은 여유로운 삶이 있는 농촌에 눈이 띄었기 때문이다. 그는 깊은 숲속에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부부를 평안히 맞아주었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깊이 있는 대화와 차 맛 또한 좋았다.

남원에서 살면서 허브는 이해하는데 우리의 약초를 허브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과 인식부족 등의 한계를 경험하면서도 당차게 지리산에서 정성껏 키운 약초하나만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약성이 좋고, 비싸게 팔고 있었다. 그는 약초가 일반 작물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으로 도전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새로운 귀농, 귀촌의 사례다. 앞으로 인연이 닿는 지자체에서 약초로 농촌마을을 살리려는 뜻과 미래의 꿈을 몽골 같은 나라에서 보내고 싶다는 속내도 들려주었다.

   
▲ 남원시 인월면 월평리 지리산길 안내센터, 늦은 오후라 센터는 한산했고 예쁘게 단장중이라 어수선했다.

남원시 추성면을 벗어나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는 인월면 소재지를 찾았다. 늦은 오후라 센터는 한산했고 예쁘게 단장중이라 어수선했다. 안내인의 도움으로 방명록에 서명도 하고, 지도와 팜플렛, 숙박장소 등의 친절한 설명도 들었다. 뒤편으로는 지리산 옛 길을 되살리려는 지리산생명연대 부설 ㈔숲길의 사무실인 흰색건물이 센터건물과 인상적이다.

이곳 지리산권 숲길은 2011년까지 산림청의 지원으로 경남 하동·산청·함양군과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 지리산이 깔고 앉은 3개 도, 5개 시·군, 16개 읍·면, 100여개 마을을 연결한 길이 800리(약 300㎞)에 달하는 숲길을 정비한다고 한다. 일단 지난해 10월 지리산 길 인월면 안내센터에서 월평마을을 바라다보는 뚝방길, 중군마을을 지나 임도와 숲 그리고 장항마을 숲과 당산나무, 매동마을 뒷동산 까지 9km가 추가로 개통되어 이곳을 제1구간이라 한다.

2구간은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상중기마을, 중황마을, 상황마을, 등구재를 넘어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과 금계마을까지 10㎞다. 3구간은 마천면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와 벽송사를 지나 휴천면 어름터를 지나 송대마을과 마적동 그리고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까지 숲길 10㎞다. 올 4월이면 세동~산청, 월평~주천간 구간이 새로 열려 지리산길은 70km로 늘어난다.

이날 남원시 인월면 월평리 지리산길 안내센터를 출발한 우리부부는 느림의 삶으로 빠져드는 착각 속에서 지리산 옛길을 따라 설치된 독특한 팻말을 보며 천천히 옛 길과 현재 길이 교차하는 공존의 숲길을 걸었다. 월평교 앞 엄천강의 지천인 람천이 흐르고 수풀이 무성한 하천에는 몇몇의 원앙가족들과 들오리들이 한가로워 보인다.

   
▲ 남원시 인월면 월평리 지리산길 안내센터를 출발, 월평리 하천 뚝방길에서 바라다본 월평마을과 들판

월평~매동마을 지리산 둘레 길을 걸으며...

한겨울인데도 논둑길은 봄날처럼 질퍽했다. 이윽고 만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지나 중군마을에 다다랐다. 멋들어진 몇몇 기와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방인들은 마을중앙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임도 길에서 만났다. 이곳 지리산 길옆 계곡물은 중군마을과 숲길의 끝자락에 있는 장항마을 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사용하니 각별히 쓰레기의 오염에 조심해야 할 공간이다.

맑은 햇살이 어느 순간엔가 쌀쌀한 기운으로 바뀌어 늦게 출발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련사로 가는 길목에 수많은 벌통이 설치물처럼 펼쳐져 있는 풍광과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길이 한 없이 이어진 끝머리에는 원시적인 숲길이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예고했다. 햇살도 어둑어둑 석양으로 저무는 겨울 끝자락에서 이 숲길은 모든 저무는 것들로 아련하다.

   
▲ 멋들어진 몇몇 기와집이 눈길을 사로잡는 중군마을 전경이다.

여기서 백련사는 우측 길로 지리산 옛 길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잘 정돈된 숲 길 사이로 수북히 쌓인 낙엽들로부터 원초적인 생명과 평화로움이 물밀듯 스친다. 한 사람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예쁜 숲길은 장항마을 사람들이 인월로 장을 보러 갈 때 이용했던 길이었고 산내면 사람들이 9월쯤에 보리쌀 찧고 콩 한 되 싸들고 수성대 근처까지 가서 풍개(자두의 원종)랑 바꿔 먹던 길이라고 한다.

산허리를 따라 가는 숲길은 순하다. 숲길을 가다보면 시야가 트인 개활지를 만나는데 인월이 한 눈에 안기는 곳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키 큰 나무를 따라 시선도 하늘로 향한다. 나무를 훑고 이윽고 파란 하늘에 시선이 닿기까지가 참 길다. 숲길이 끝나고 다시 마을의 농로를 따라 가다가 만난 노송은 나이가 400살이다. 이 소나무는 장항마을을 북쪽에서 마을에 액운을 막고 좋은 일만 일어나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 중근마을~백련사,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길이 한 없이 이어진 끝머리에는 원시적인 숲길로 이어진다.

마을 지형이 노루목을 닮았다고 해서 장항(노루 장, 목 항)리로 불린다. 높이 10m에 가지가 15m 퍼져있는 노송은 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매년 정월 초사흘에 제를 지낸다고 적혀있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소나무를 신성시한다는데 마을 건너편에는 육중한 호텔이 지어져 대조를 이룬다. 개발과 보존의 대비로 사람이 다니다 보면 없던 길도 생겨나고 아주 정겨운 삶에 이루는 행복한 마을도 생겨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번듯한 길도 포장만 하면 자연은 무참히 파괴된다. 오히려 묵혀 자연으로 돌아가는 편이 낳을 수 있다. 이렇듯 길을 통해 생겨난 마을과 만남은 내 애인을 만난 양 마냥 가슴이 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월면 지리산 숲 길 안내센터에서 1시간 반쯤 걸었을까 산내면 덕두산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 잡은 장항마을을 지나 자연스러운 물길이 흐르는 장항교를 건너 맨 처음 지리산 길 문을 열었다는 매동마을에 자리한 고사리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 백련사로 가는 길목에 수많은 벌통이 설치물처럼 펼쳐져 있는 풍광이 이채롭다.

   
▲ 예쁜 숲길은 장항마을 사람들이 인월로 장을 보러 갈 때 이용했던 길, 잘 정돈된 옛 길은 숲 사이로 수북히 쌓인 낙엽들로부터 원초적인 생명과 평화로움이 물밀듯 스친다.
   
▲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키 큰 나무를 따라 시선도 하늘로 향한다. 햇살도 어둑어둑 석양으로 저무는 겨울 끝자락에서 이 숲길은 모든 저무는 것들로 아련하다.
   
▲ 숲길이 끝나고 다시 마을의 농로를 따라 가다가 만난 노송은 나이가 400살이다.
   
▲ 마을 지형이 노루목을 닮았다고 해서 장항(노루 장, 목 항)리로 불린다. 장항마을 건너편에는 육중한 호텔이 지어져 정겨운 농촌마을과 대조를 이룬다.
   
▲ 인월면 지리산 숲 길 안내센터에서 1시간 반쯤 걸었을까 산내면 덕두산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 잡은 장항마을 당산 숲에 이르렀다.
   
▲ 매동마을로 향하던중 고사리 할머니의 친구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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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누리 류기석 (165.132.129.91)
2009-02-12 17:42:20
주님의 은혜가 넘치기를...
물님의 말씀이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봄와 같습니다.

이제 유목민의 사갓을 벗어 던지고
오지마을에 정착하는 꿈만을 꾸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넘치기를...
리플달기
5 12
(75.249.217.140)
2009-02-12 03:25:45
류 사갓
어느덧 님은 류 사갓이 되어 천하를 발 아래에 넣은 자연인이 되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늘 수고하시고 주님의 은총 속에서 - - -.
리플달기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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