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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석의 착한기행, 자연과 생명으로 만나는 하나님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어머니, 순천만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다.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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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1월 28일 (수) 23:37:08
최종편집 : 2009년 01월 29일 (목) 09:19:24 [조회수 : 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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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과 보전이라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정부나 지자체의 보전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처로 결국 지구 온난화 등 환경오염으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는 하루속히 경제, 개발, 자유무역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고정된 가치관에서 환경, 생태, 공정무역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용산전망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어머니, 순천만이 있는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는 아내가 태어나 살던 고향이다. ⓒ 류기석

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며, 개발을 하되 생태계를 살리는 그러한 녹색의 가치관, 녹색의 체제가 시대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는 우리들이 선택하고 스스로가 미래를 여는 나침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내세우는 '녹색'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녹색'과 너무도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정부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는 물론 포크레인을 동원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반면 세계는 녹색도시, 녹색정치, 녹색경제, 녹색농업, 녹색에너지, 녹색건축, 녹색교통 등 모든 것에서 발상의 전환을 벌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체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마음, 조금은 천천히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에너지와 식량을 자립하는 발상의 전환이 풍요로운 삶의 공동체문화를 짓는 관건이다. 지금처럼 멀쩡한 산과 강, 들판을 파헤치고 메워서 도시를 만들고, 의식주 전반에 걸쳐 자연과 조화를 거스르는 삶의 방식이 녹색이고 생태라면 아마도 어느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국토 나쁘게 나쁘게, 우리 국민 어렵게 어렵게, 그리고 우리 경제 약하게 약하게, 만들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심히 염려스럽다.

   
▲ 순천만 갈대밭은 총면적만 해도 15만평에 이르고, 간혹 물억새와 쑥부쟁이 등과 갈대밭 뒤편으로 마치 붉은 노을인양 불그스레한 칠면초 군락지도 있다. ⓒ 류기석

세계는 지금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금융과 경제시스템, 과학기술 문명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은 기후재앙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2010년까지 이재민이 5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지 지난달 31일자 기고문에서 "2008년 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엔 경제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기후변화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인류의 운명은 금융위기 극복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해 엄청난 경제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세계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 위에 놓여있다. 시급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당장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친 우리에게 위로보다는 용산재개발을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벌어진 철거민 참사라는 있어서는 안 될 소식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회복을 위해 싸우지 않고 상생하는 녹색정치와 철학, 기후변화에도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어야 할 정국도 민심도 심상치가 않다.

   
▲ 선학리마을에서 가까운 갈대밭을 산책하면서, 갈색의 옷으로 두른 갈대들은 작은 갯바람에도 서로의 몸을 부둥켜 않고 비빈다. ⓒ 류기석

지난 6일부터 9일까지의 가족기행은 처가가 있는 순천을 종착역으로 하여 모두 마쳤다. 매번 여름과 겨울방학이 되면 연례행사로 찾아뵙는 처가 방문길이 이렇듯 천천히 지역을 돌아보며, 나와 생각이 다른 여리고 착한생명들까지 만나게 되니 착한기행이다.

순천은 어머니 같은 포근한 바다만을 끼고 있다. 깊은 산과 너른 들판, 강과 바다 그리고 오랜 역사와 문화가 순천에는 있다. 그래서 순천만에 이르면 몸도 마음도 풍성해진다. 경제적 자본주의가 따지지 못할 엄청난 자원이 순천만의 자연, 어머니 품 아니겠는가. 이곳에서 성서 속에 머물고 있는 하나님이 아닌, 자연과 생명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하나님의 숨결을 만났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2003년 12월 국토해양부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6년 1월 20일 국내 연안습지들 중 처음으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돼 전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면적은 총 39.8km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갯벌과 5.4㎢의 갈대밭, 27㎢의 하구 염습지와 갯벌로 이루어졌다.

   
▲ 세계는 녹색도시, 녹색정치, 녹색경제, 녹색농업, 녹색에너지, 녹색건축, 녹색교통 등 모든 것에서 발상의 전환을 벌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순천은 어머니 같은 포근한 바다만을 끼고 있다. ⓒ 류기석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를 품에 안고 있는 순천만 갈대밭은 총면적만 해도 15만평에 이른다. 이 갈대군락지는 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내려온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갯벌 하구에 이르기까지 약 3㎞쯤의 물길 양쪽이 갈대천국이다. 갈대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삶을 이루며 오손 도손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어머니, 순천만이 있는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는 아내가 태어나 살던 고향이다. 이곳에서 새록새록 아내의 동화 같은 삶을 가끔씩 전해 듣는다. 뒤로는 앵무산 골짜기로부터 앞으로는 박봉과 용산이 들러 살포시 감싸 앉은 처갓집은 잘 정돈된 갈대정원을 두고 있다. 이곳 순천만 습지는 일년동안 일곱 번씩이나 색이 바뀐다는 칠면초와 흑두루미가 유명하다. 동쪽으로는 여수반도가 자리하고 서쪽으로는 고흥반도가 둘러싼 호수같은 순천만은 갯벌과 넓은 갈대숲이 일품이다.

   
▲ 아침햇살을 맞으며 선학리 용산에 오르다 만난 새집, 환경, 생태, 공정무역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 류기석


갈색의 옷으로 두른 갈대들은 작은 갯바람에도 서로의 몸을 부둥켜 않고 비빈다. 이른 아침의 바닷물이 찬 갈대밭사이의 바다는 강인하게 보인다. 영롱한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갈대들의 축 늘어진 잎들이 내년 봄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가 된다. 갈대는 가을에 비로소 빛이 난다는 대, 겨울바다와 갈대 또한 잘 어울린다.

특히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에서 드넓은 갯벌 사이로 낮에는 새파란 하늘과 푸른 물빛이 금빛과 은빛, 잿빛을 띠고, 늦은 오후에는 뉘엿뉘엿 지는 아름다운 겨울의 일몰은 넋을 놓아버리기에 충분하다.

   
▲ 와온마을 포구, 순천만은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군이 갯벌에 서식해 아름답고도 특이한 자연경관을 만들어 낸다. ⓒ 류기석

이곳은 딱히 갈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혹 물억새와 쑥부쟁이 등과 갈대밭 뒤편으로 마치 붉은 노을인양 불그스레한 칠면초 군락지도 있고,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해 약140여종의 철새 떼들과 전 세계 습지 중에 서식하는 희귀조류가 11종이나 날아온다니 굉장하다.

작년 10월28일부터 11월4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세코)와 경남도 일대에서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람사르협약'은 점차 사라져가는 습지와 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많은 생물을 보전하기 위해서 채택된 국제협약이다.

바다의 갯벌과 육지의 습지는 자연정화 기능이 뛰어나고 동식물이 서식하기에 좋아 '자연의 콩팥'으로 불린다. 갯벌과 습지는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으로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 뿐 아니라 홍수 방지 및 해안 침식 방지, 지하수를 머금어 지하수량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또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군이 갯벌과 습지에 서식해 아름답고도 특이한 자연경관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각종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하에 자연이 훼손되거나 인공화 되어가는 요즘, 그곳에 사는 동식물들과 환경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용산에서 만난 청미래 열매, 세계는 녹색도시, 녹색정치, 녹색경제, 녹색농업, 녹색에너지, 녹색건축, 녹색교통 등 모든 것에서 발상의 전환을 벌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류기석


우리나라의 습지보전 법에는 습지를 내륙습지와 해안습지로 구분하는데, 내륙습지는 육지 또는 섬 안에 있는 호 또는 소와 하구이고 해안습지는 만조(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을 때) 때 물에 잠겼다가 간조(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낮을 때) 때 드러나는 지역을 말한다. 또 습지보호지역 안에서는 건축물의 신·증축, 습지의 수위·수량을 증감하는 행위, 동·식물의 포획·채취, 모래자갈의 채취 등의 행위는 금지되지만 해당 지역 주민이 장기간 지속해 온 경작·포획 또는 채취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람사르 총회가 열린 경남도는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륙 습지와 연안 갯벌을 대규모 매립하고, 매립한 자리에 STX 등 조선사업소를 유치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사업은 이미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 사업으로 습지와 갯벌을 메워 조선사업을 한다는 발상자체가 반환경적이라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자연과 생명에 대한 문제는 늘 개발과 보전이라는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겉으로는 자연에 대한 보존의 중요성과 대책을 운운하지만 결과적으로 개발허가가 나고 자연이 망가지고 또 그것을 환경이니 생태니 하면서 복원하는 현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자연환경의 피해는 지금 당장 나타나기보다 서서히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위기로 다가오는데 말이다.

   
▲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에서 드넓은 갯벌 사이로 아름다운 일몰의 풍경은 넋을 놓아버리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는 성서 속에 머물고 있는 하나님이 아닌, 자연과 생명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하나님의 숨결을 만났다. ⓒ 류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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