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의용군 생각이 났다, 본부에서 활개치는 사람들을 보고...

본래 평안도가 고향이었던 우리 집안이 8.15해방정국에 월남을 하여 잠시 정착하다가 한국전쟁을 겪은 곳이 경상도 풍기라는 곳입니다.
어느 날 북으로 후퇴하던 인민군들이 우리집에 들이닥쳐 쌀을 내밀면서 "발을 좀 해 달라"더랍니다. 우리 할머니, 어쩔 수 없이 밥을 해 주었고, 저녁밥을 먹은 인민군들 부리나케 북으로 향했답니다.
놀란 가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을 자려는데 뒤꼍에서 누군가가 찬송을 부르다가 훌쩍훌쩍우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깜짝 놀라 나가보니 빡빡머리 소년인민군 하나가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전에 북으로 떠난 인민군에서 탈출하여 다시 저녁 밥 먹은 집으로 숨어든 소년병이었습니다
"아부님이 장로님이었는데 빨갱이들에게 순교당했습네다. 아부님 불에 타 죽는 것을 본 후에 의용군으로 끌려나왔습네다. 나는 북으로 가기 싫습네다. 살려 주시라요"
난감해진 할머니는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둘 째사위를 불러다가 "저 아아래 거딧말 하는 거인지 참 말 하는 거인지 알아보라우!"... 이어서 둘 째 고모부의 심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주기도문을 외워보게" "사도신경을 외워보게" "아는 찬송가를 불러보게"...
그 소년병은 나중에 저희 할머니의 막내딸과 결혼을 하여서 저의 막내고모부가 되셨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유명인사들로 성장한 아들딸들과 더불어 잘 살고 계십니다. 몇 년 전 한국에 나오셨을 때, "고모부님은 미국시민권도 가지셨고 하니 고향에 한 번 가셔서 동생들을 만나고 오시지 그러십니까?" 하였더니, "나는 탈주범이기 때문에 못 가. 차라리 내가 그 때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북의 가족들에게 좋을 거야. 내가 살아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해봐라. 그놈들이 우리 가족들을 가만둘 것 같네?"..... 그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자기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16세 어린나이로 전쟁터에 끌려와 다시는 고향을 밟지 못하는 그 어른의 비극. 김일성 하나 때문에 그런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이 땅에 또 얼마나 많이 있는 것입니까?

사람 만날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김국도목사일행이 감독회장실을 점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감리교본부로 갔습니다. 때는 오전 10시쯤, 16층에 올라가보니 감독회장실로 통하는 복도에 수십명이 서 있었습니다. 거의 모두 나이가 어려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자기네 편이 아닌 듯한 나를 노려보는 기분나쁜 표정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 선량해 보이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11시에 예정된 사회복지재단 이사회를 김국도측 목사들이 방해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회의실로 들어가보니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힘깨나 쓰는 듯이 보이는 두 사람이 고수철감독회장 앞에 막아서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안영희 목사가 그 중의 한명에게 "P00목사님, 그만하세요?" 했더니 "영희야 니가 뭔데" 하며 안목사에게 갑니다. 안목사:"너 몇살인데 나한테 영희야 하면서 반말이야? 그래 때려봐라" "나보다 나이 적지 않아?" "주민등록 까!"
"왜들 그러시는거예요?"하는 항의에는 J목사:바로 뒤의 고수철감독회장을 가리키며 "응? 왜 그러는지는 이 사람에게 물어봐. 이 사람이 원인제공자야!"
어느 아주 젊어보이는 사람이(목사인지 전도사인지는 모르겠음) 안 목사에게 "아줌마, 잘났어." 하면서 여러번 "아줌마"를 반복하기에 "목사님인줄 알면서도 아줌마가 뭡니까? 더구나 손 윗 분에게." 했더니 제 앞에 있던 젊은 목사 하나가 나를 죽일 듯이 째려봅니다. 제가 물었지요 "나는 박인환목사인데 목사님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째려봐서 어떻게 하겠다는거요?" 대답은 없이 노려보는 그 모습이 측은해 보였습니다. 손에 장갑을 끼고 신발은 활동하기 편하게 운동화를 신었더군요. 그게 뭐 하자는 복장인지?
하여간 그들은 희희낙낙, 마치 무슨 전투에서 승리한 개선군들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왠지 의용군같은 생각이 들어 불쌍해 보였습니다.

▲ 사회복지재단 이사회 파행 광경 ⓒ 당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