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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하자
군목을 마친 후 대학원을 다닐 때, 홍정수교수의 ‘종교언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20년도 훨씬 넘은 것이라 강의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 클래스에서 보다 넓은 사고의 지평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참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많이 혼잡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세상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셨고 세상만물은 그 말씀에 복종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우리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므로 매일 말을 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라는 것이 말입니다. 말이라고 다 바른 말이 아니고 바른 말이 아닌 것은 더 이상 말이 아니라 소음일 것입니다.
히브리어를 잘 하는 친구 이환진목사에게 몇 달 간 히브리어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성경에서 말하는 ‘말’이라는 것이 그저 입술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도 포함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히브리어에서는 말과 행동이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을 제대로 잘 할 줄 알면 행동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틀린 말을 한다거나 자꾸 말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행동도 바르게 할 수 없고 의로운 삶을 살기도 힘들고 그럼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 감리교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노라면 정말 말이 혼잡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하는 말도 있고 특정인을 옹호하기 위해서 하는 말도 있습니다. 법과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말도 있고 법과 상식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주장만 되풀이 하는 말도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잘 몰라서 하는 말도 있고 거짓말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안타깝게 보이는 말은, 잘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면서 쉰소리하는 말, 그리고 무책임한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도 큰 문제일 텐데, 소위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연회감독, 또는 감독당선자들이라는 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사태입니다.
아래의 경우들은 소위 감리교회의 지도자라는 분들이 자행하고 있는 잘못된 말들입니다.
1.감독 당선자 10명 선언-이번에 당선된 11명 가운데 서울연회 감독당선자만 뺀 10명이, “ 2554표를 받은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으로 당선된 것”이라고 국민일보에 광고하였습니다. 아마 유일한 감신대학출신인 서울연회 당선자를 제외한 목원.협성 출신 당선자들은 모두 한 뜻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서둘러 광고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0명 중 4명은 분명히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이름까지 도용하였습니다. 이것은 범죄행위입니다.
2.현직감독회의 결의 사항(9월26일) -현직 감독 8명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 회의의 의결사항은 ‘오늘의 이 난국이 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3가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타임즈에는 결의된 적이 없는 제4항이(“선거관리위원장의 직무정지와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은 합법적이라고 볼 수 없다”) 등장합니다. 그리고 제 2항에서 “...절차에 따라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의된 내용이었으나 그 앞에 ‘교회법’이라는 단어가 가필되었습니다.
당당뉴스에 의하면, 기독교타임즈에서는 “최승일감독님에게서 받은 것 그대로 실었다”(곽인 편집부장)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못된 짓을 했는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의결되지 않은 것을 의결되었다고 허위문건을 발표하고, 자기 입맛대로 가필을 하는 자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3.전국감리사 103인의 기독교타임즈 성명서-기독교타임즈에 전국감리사 103인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는데, 그것 역시 “김국도목사가 감독회장으로 당선된 것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주부터 기독교타임즈를 보지 않기 때문에 보도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103인의 감리사 명단에 들어간 어떤 감리사님이 “웃기는 사람들이야, 전화왔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고 이름 넣지 말라고 했는데 넣었어!” 하면서 분노하시는 소리를 들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남의 이름 도용! 범죄행위 아닙니까? 이것 또한 거짓된 일 아닙니까?
온통 말장난과 거짓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글)로 먹고사는 기독교타임즈는 특정세력에 빌붙어 펜을 휘었습니다. 언론으로서 바른 말 하기를 스스로 포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타임즈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어졌습니다. 감리교회신문이라는 탈을 쓰고 있다 하여도 그 내용이 왜곡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폐간하여서 더 이상 헛된 소리, 거짓말을 들려주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모름지기 목사는 말을 잘 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목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대신 전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든지 거짓말을 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말씀도 왜곡하여 전하게 될 것입니다.
진실은 감춘 채 말꼬리나 잡으면서 되지도 않는 글을 자꾸 쓰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낙서질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자유입니다. 그러나 내가 뱉은 말이 그냥 공중에 음파를 만들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들은 사람의 기억에 남고, 홈페이지에 쓴 글은 홈 페이지에 남습니다. 그리고 남을 뿐 아니라 그 말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바른 말이면 좋은 열매를 맺게 할 것이고 그 말이 나쁜 말이면 나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오늘도 감리교게시판에 글을 쓰시는 여러분, 각자의 글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쓰기를 하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힘을 미치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감독님들, 그리고 앞으로 감독으로 취임하기 위해 기다리시는 감독당선자님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님들의 자리가 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힘이 좋게 나타날 수도 있고 나쁘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03인의 성명서를 발표한 감리사님들, 103인 가운데 과연 몇 분이 동의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자기 확신을 가지고 이름을 올리신 분들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꾸 선후배가 강권하여서’, 또는 ‘김국도목사님과의 친분 때문에’..... 거기에 이름을 올리셨다면 회개하십시오. 목사가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말해야 하지 않습니까? 지도자가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젊은 나이 때인 10년 전에 감리사가 되어서 2년을 하였습니다. 비록 젊고 경험이 부족한 때에 감리사를 하였지만 “예”와 “아니오”는 분명히 말하면서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감리사는 그저 내 경력난 채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고, 지방의 행정책임자요 지도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발 우리 서로 말을 잘 합시다. 그래서 좋은 열매를 맺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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