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동안 오직 땅에 매달려 농사만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온 꽃우물마을 사람들. 마을 한켠에 서서 새벽마다 종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화정교회가 곧 당신들의 교회라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직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 마저도 '우리교회'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화정교회'라는 말이 없습니다. '교회' 또는 '우리교회'만 있을 뿐입니다.              -박인환-

지은이 박인환 목사는 1957년 2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1979년 감리교신학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1987년 같은 대학의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회천교회를 개척 담임하고, 육군군목과 필동교회 부담임목사로 역임하였다. 1989년 9월부터 오늘까지 화정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 ｢때론 자전거를 메고 갈 수도 있다｣(도서출판 한생명,2001)와 역서 ｢감리교영성생활의 뿌리｣(성서연구사,1994)가 있다.

이번 저서에서는 화정교회를 담임하고 교회본당을 건축을 준비하면서부터 쓴 일기를 수필처럼 엮은 책으로 책을 펼치면서부터 닫을때까지 편안하게 우리네 신앙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잔잔한 책이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와 오명동 목사(현덕중앙교회), 한영제 목사(좋은교회)의 추천의 글을 통해서도 볼수 있듯 글에서 사람의 냄새가 나고, 삶의 이야기를 통해 꽃우물마을과 교인들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를 담은 교회 이야기 

박인환 목사님이 발문을 부탁하면서 동봉한 원고를 앉은자리에서 모두 읽었습니다. 평소에 강원도 곰을 연상케 하는 박 목사이긴 합니다만, 사방으로 개발되는 신흥 도시 틈바구니에서 꽃우물마을과 그 마을의 어르신들의 ‘우리교회’를 20년 세월 한결같이 섬겨 온 것이 어찌 본인만의 의지와 결단으로 된 일이겠습니까? 모두가 주님의 섭리요, 은총인 줄 압니다.

사람들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한 토막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시원을 알 수 없는 데서 비롯된 거대한 이야기 중간에 태어나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다가, 언제 어떻게 끝날는지 모르는 이야기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에겐 개인의 이야기가 있고, 마을엔 마을의 이야기가 있고, 교회에는 교회의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지요.
이야기에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야기꾼)이 없으면 이야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화정교회 박 목사님은 좋은 이야기꾼입니다. 이야기 내용에 간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이야기들을 옮기고 있으니까요. 그가 여기 옮겨 놓은 많은 이야기들은 저마다 ‘설교’가 담겨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설교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앉은자리에서 모두 읽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 교회당 건축헌금을 하기 위해 국수집에 조수로 일하고 몇 달 동안 모은 돈 전부를 바친 김 아무군은, 지금쯤 전역을 했겠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 주님이 그를 기억하실 겁니다.
옛 예배당 헌 벽돌을 재활용하겠다는 목사님의 생각을 굳이 고집하지 않고 그 가운데 몇 개를 신축 예배당 입구에 박아 놓으신 일은, 제가 보기에도 참 잘하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거기에 ‘고집’이란 말이 붙어버리면 그게 아주 고약해지거든요.
옮기느라고 가지는 말할 것 없고 뿌리도 많이 다쳤을 묵은 등나무가 아무쪼록 새로 잡은 터에서 무사히 몸살을 치르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

목사님이 꽃우물 우체통과 명아주 지팡이를 만드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아, 그런 모습의 ‘우리 동네 목사님’이야말로 오늘 우리 세대에 얼마나 아쉬운 존재인가요?

벽돌 하나, 커튼 한 장, 저마다 아름답고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화정교회에 하나님의 영광이 항상 빛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목사님도 계속해서 맑은 눈과 밝은 귀로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시어 화정마을 공터에 이야기 모닥불을 피우시고, 성장 위주가 아니라 건강하게 성숙하는 교회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화정교회와 화정마을에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이현주-

▲ 새로지은 성전 앞에서...화정교회 박인환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