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이석주 기자의 기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사실상 전면 개방키로 합의한 가운데,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야권이 21일 각각 청문회 개최와 야당 대표회담을 공식 제안 하는 등 공동 대응 전선을 마련키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공동 대응 전선'에 야권이 합의할 경우,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과 같이 정부가 외국과의 통상협상을 진행할 때 국회의 감시.심의 기능을 강화케 하자는 '통상절차법' 통과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개최…한나라당도 거부하기 힘들 것"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쇠고기시장 개방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정치적 선물로 바치기 위해 우리의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다 내준 것"이라며 "쇠고기시장 완전개방문제는 이번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1일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허용했다"며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 CBS노컷뉴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남아있는 문제는 국민 건강과 검역주권, 한우농가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며 "방역문제와 검역주권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정부의 대책이 한심하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에 시장개방과정을 보면, 총선이 끝나자마자 며칠 만에 통과시켰다. 뉴타운과 함께 고의적인 것"이라며 "이과정을 철저히 따질 것이고,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겠다.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한미FTA에 '적극 찬성' 입장을 갖고 있는 손학규 대표 역시 "쇠고기 협상을 왜 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쇠고기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외교가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노, 강기갑 의원 단식 농성…천영세 대표, 야당 대표회담 공식 제안

이미 지난해 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혀온 민주노동당도 이날 국민 건강권 수호와 축산농가 대책 마련을 위한 야당 대표 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앞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전면개방키로 합의한 직후인 19일 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등 쇠고기 전면 개방 백지화를 촉구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19일 부터 청와대 앞 단식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천영세 대표는 21일 야당 대표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 CBS노컷뉴스,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전면 수입개방한 것은 국민들의 건강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러한 굴욕 협상을 막아내기 위해 야당들의 공동대응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하고 박수를 쳤다고 했다. 과연 국민들의 건강권을 책임진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는지 안타깝고 의심스러울 따름"이라며 "거대 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야당들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들이 진정 민생을 지키겠다면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고 졸속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결과의 철회를 위해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그것이 바로 야당다운 모습이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민생을 챙기는 행동일 것"이라고 야당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통상절차법, 한달 여 남은 17대 국회 통과 여부도 이목 집중될 듯

한편 이런 가운데, 오는 5월 말로 종료되는 17대 국회에서 통상절차법이 통과될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번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를 계기로 통상절차법에 대한 전면 수정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통상절차법'에서 통상절차에 대한 전권은 정부가 갖고 있고 국회는 비준동의권 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다른 나라와 통상협정을 진행할때 국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자는 게 수정 배경의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 최인기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통상절차에 대해 정부가 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관한 문제는 국회의 심의와 동의 절차 받게 통상절차법을 손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정책위의장은 "국민 부담이 많은 통상협상을 정부가 국회와 상의 없이 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렇다"라며 "국회에서 이번 쇠고기 검역조건 완화와 무조건 개방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민노당과 우리 당이 동조한 뒤, 과거에 제출한 것이 있다. 하지만 현재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 건강에 관한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다면 국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될 길이 없다. 때문에 그런 절차를 절충해서 넣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