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국회통과를 앞에 두고 그동안 무심했던 국민들이 의료보험이라는 피부에 와닿는 변화의 바람앞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병원 치료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당연지정제와 계약지정제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일요일인 오늘(13일) 오후 1시 30분에 명동에 위치한 향린교회에서는 약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태인교수를 초청하여 '4/9 총선과 한미 FTA전망'이라는 강연회를 가졌다.

다음은 이날의 강연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의료보험의 변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당연지정제에서 계약지정제로...)

우리나라는 당연지정제로써 국민건강 보험(흔히 말하는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함과 동시에 전국의 어느 병원에서든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를 당연하게 받아야 하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치료비의 약 6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선진국인 미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혜택을 전국민 대부분인 싼값에 받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의료보험의 계약지정제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미 FTA에서 미국이 한국측에 바라고 있는 조항가운데 하나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계약지정제가 되면 민간보험에 가입을 해야만 사설 병원(일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개인병원 등 국가진료기관을 제외한)에만 가야하며, 보험료 역시 지금의 몇배를 더 내야한다.

지금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누진세 덕에 재산이 많을 수록 더 많이 내고 없는 이들로 하여금 적은 액수로 부한자나 가난한 자 모두가 동등한 진료권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의료보험의 민영화는 먼저 동등한 보험료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달 건강보험료 5천원을 내던 사람과 많은 재산으로 인해 한달 5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현재 병원에서 같은 진료를 받고 있지만, 민영화가 되면 두 사람 모두가 한달 5만원씩 혹은 더 내야 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가진자들을 위한 보험제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민영화된 보험사 역시 차등 보험상품을 통해 진료에 있어 차등진료를 받게 되는 현실이 된다. 즉, 돈이 있어야 질높은 진료와 수준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차등 의료행위에 대해 정부가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없게 된다. 즉, 돈없으면 병원에 가도 치료를 못받거나 진료비용에 따라 차등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계약지정제의 폐단의 모습

“sicko”라는 영화에서는 미국의 계약 지정제의 폐단을 사실 그대로 보여준 영화이다. 의료보험증을 갖고 있지만 급하게 찾아간 병원이 그 의료보험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은 병원이어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자식의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미국은 계약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국민의 40%정도만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너무나 비싼 보험료 때문에 보험에 가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의료보험 없이 병원 진료를 받을 경우 단순 감기 치료도 5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지정제는 부자들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비싼 돈을 낼 수록 차등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에서는 돈을 많이 주는 환자만 받으려 한다. 종합병원들이 계약지정제를 요구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즉 장사가 된다는 말이다. 또한 가진자들 역시 자신들이 건강보험료를 비싸게 내면서도 적게 내는 사람들과 같은 진료를 받는 다는 것이 억울한 것이다.

몇년 전 가진자들 중 일부가 건강보험의 강제가입에 대해 위헌소송을 냈으나 그때 당시에는 기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앞장서서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가진자들의 누진료가 빠져나가게 되어 건강보험의 재정이 약화되고, 이러한 악순환은 건강보험이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마 이제 계약지정제가 되면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야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가진자들은 위헌소송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많은 민영보험기관들이 의료보장 보험 상품을 시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100원을 내면 60원을 보장해준다. 그러나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100원을 내면 110원을 보장해주고 있다. 병원을 자주 찾는 이들은 서민들이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이 계약지정제(민영화)가 되면 단돈 3천원이면 손가락 곪은것을 치료받을 수 있었지만 10만원이 될지 20만원이 될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것은 단돈 3천원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서민들의 가계에 부담이 피부로 와닿을 것이고, 가계에 대한 부담은 곧 병을 키우는 결과가 되고 만다. 노무현정권에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것을 지키며 FTA를 체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정권은 스스로 이것을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4가지 독소조항

1) 네거티브리스트

대부분의 무역체결은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방할 것에 대한 조항을 나열하는 방식이다. 반면 네거티브리스트는 개방하지 않을 부분에 대해 나열하여 조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것은 앞으로 미래 분야에 대해서는 모든것을 개방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미국이 앞서서 새로운 것을 만들면 그 상품은 미국시장과 동시에 한국시장에서 받아들여져 시장이 형성이 되게 된다.

즉, 한국이 미국의 한개의 주가 되어버리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러한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하려 하고 있다.

또한 현재유보와 미래 유보라는 것이있다.  미래유보는 지금 개방했다가도 그 조항에 있어 한국이 너무 어려우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크린 쿼터제를 미래 유보조항에 들어가 있다면 한국영화가 어려울때 스크린쿼터 일수를 다시 예전처럼 늘릴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스크린 쿼터는 현재유보 조항에 들어가 있다. 때문에 한국영화가 아무리 어려워도 다시 예전처럼 스크린 쿼터 일수를 늘릴 수는 없다.

2) 래칫 -> 역진방지장치
미국 FTA만 유일하게 있는 장치이다. 가장 쉬운 설명으로 스크린쿼터를 현재유보조항에서 73일로 되어져 있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이나 시장 경제의 요구에 의해 50일로 줄어들 경우 이것을 한국영화산업이 아무리 어려워도 73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독소조항이다.  즉 시장 개방은 허용하지만, 역행하지는 목하도록 한 조항으로 특이하게도 한미 FTA에만 있는 조항이다.

3) 미래의 MFN

여러 나라에 대해줬던 것보다 미국에 대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몽고에 서비스개방을 우리나라가 100%요구하면 미국에도 그 모든 것을 다 개방해야 되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생각해도 우리가 개발도상국과 체결할 경우에는 이득이 된다고 보지만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체결에 있어서는 철저한 독소조항인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앞으로 혹시 미국보다 다른나라에게 더 좋은 조건을 줄 경우 미국에 대한 조건은 무조건 그 이상으로 더 좋게 해줘야 한다.

4) 투자가 국가 제소권

한미FTA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 있다. 미국 투자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위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이조항은 정부의 정책이 투자자의 이익에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을 당정부에서 한다면 불이익이 갈수 있기 때문에 제3단체에서 재판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정동영 대선후보의 공약 중 의료보험 민영화를 하되 암에 대해서는 100%보장해주겠다고 하였다. 이럴때 암보험을 갖고 있는 미국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고 이에 대해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 가동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한국 당사자 기업에서 한명씩, 제3의 인물로 통상전문 변호사 한명을 구성해 총 3명이 협의하에 딱 한번의 번복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린다. 그런데 전세계 유능한 국제통상변호사는 거의 대부분 미국인들이고 한국인은 전무한 상태이다. 지금까지의 판결로 보면 기본 1000억원과 최대 33조원까지 소송이 걸린 예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금은 모두 현금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에서는 미국 기업가들이 손해보는 정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한번 시행된 정책이나 사업에 있어 미국 투자자가 있을 경우 수정이나 보완을 하려면 눈치를 봐야하며 함께 협상을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며, 폐지하거나 사업을 철회하지는 못하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왜 하려드는가?

그동안 정부에서는 수도권 제한제, 출자총액제한제, 금산분리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이번 이명박 정권에서는 경기 부양 정책으로 규제완화, 공기업민영화, 관세완화를 내걸었다. 또한 이번총선에서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특목고와 부동산 규제완화를 내걸었다.

부동산규제 풀면 단기간 경제성장은 하겠지만 이미 국제사회에서 거품이 빠져가고 있는데 2-3년 후에 어떻게 되겠는가? 대운하 사업의 경우 어느 민간기업도 통행세를 받아서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이 대운하를 찬성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얻어지는 규제완화이다. 민간 기업들은 카지노와 호텔을 요구할것이고, 부동산은 거품만 낄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는 한번 풀면 강화하기 힘들고, 특히 한미 FTA체결로 인해 미국기업이 들어오면 한번 풀린 규제는 다시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국가 주권에 엄청난 침해를 불러오게 된다.

공기업 민영화를 하려드는 정부는 앞으로 대기업에 법인세를 내려 주겠다고 했다. 매년 8조원씩 줄여주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업에서 이돈을 투자할 것이다라는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이미 350조원이 넘게 현금을 갖고 있지만 손쉽게 돈벌수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에게도 소득세를 감소시켜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재정이 부족해진다. 이것을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단기간에 재정부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결국 거대 공기업을 살 수 있는 기업은 재벌 아니면 외국기업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제 상위 10%가 아닌 상위 1%에 맡기거나 외국자본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자유주의시장경제체제에 맡기려는 책임없는 행위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기업의 민영화속에 미국의 투자가 들어온다면 투자자국가 제소권의 그물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된다. 

다른 나라와의 FTA는?

유럽 FTA에는 투자자국가 제소권을 제시하지 않는다. 상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우리나라정부가 유럽에 이 제소권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유럽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FTA 체결이후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두 나라 모두 대기업과 통상관료들이 미국과의 FTA를 추진했다.

우리나라에도 IMF가 온적이 있었다. 남미의 경우 IMF가 10년마다 찾아오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 IMF로부터 지원을 받고 시장개방을 요구받아 어쩔 수 없이 개방했다. 처음에는 경기가 회복되는 듯 했으나 나라의 근간을 외국기업에게 신자유주의시장논리에 맡긴 결과 10년 마다 반복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역시 왜 IMF가 왔는지 근본 원인을 찾아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겨 FTA를 체결한다면 남미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살아서 점점 커지는 괴물이다. 어떤 정권이 바뀌어도 철회할 수 없는 장치이다. 재벌들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없음에도 한미 FTA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관세 완화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FTA가 체결되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만들어 버리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FTA가 곁들어진다면 이것은 정말 괴물이 된다.

폐기할 수는 없는가? 있다!!

폐기는 쉽다. 상대국에 통보하면 된다. 통보후 6개월이면 폐기된다. 다만 한미관계는 심각해진다. 그리고 만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돼서 FTA를 재검토 한다면 폐기될수 있다. 양국에서 비준이 되지 않게 하면 된다.

유편민영화를 하면 읍까지 나와서 우편물을 찾아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물을 민영화 했더니 이질, 콜레라가 발생하고 불이나도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유지비용 아끼기 위해 수압을 낮췄더니 아틀란타에서 불이나도 불을 끌수 있을만큼의 수압이 나오질 않아 대형화재로 이어졌다.

또한, 외환위기는 종금사나 대기업에서 돈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면서 생긴일인데 정리해고 되고 어려움겪는 것은 서민들이었다. 한미FTA 역시 부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있다.

한미 FTA!! 정권이 바뀐후에 더 큰 진통을 통해 폐기하기 보다는 철회시키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