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생명의강을모시는사람들 홈피(www.saveriver.org)에 실린

신근식님의참가체험기를 미처 필자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가져왔다.

사회 대중운동으로 착각하다 - 2월 23일
(驪州, 驪江 아름다운 곳 - 2월 24일.)

2월 23일 오전 7시 40분, 양근 대교 위에서 남한강을 바라보니 여주 쪽에서 해가 떠 오르고 있다.

강바람이 여간 세찬 게 아니다. 추위 속에서 양근 대교 주위를 30-40분 가량 배회하다 양근대교 서쪽단에서 순례단에 합류 하였다.

순례단은 단장인 감리교 목사님과 네 분의 승려님들, 천주교 신부님 이렇게 여섯 분에 총괄지원팀장, 홍보팀장,지원팀장, 동영상기록 이렇게 네분의 지원 팀이 계셨다. 일반 참가자는 지리산 생명 연대에서 오신 세 분, 양평에 사시는 아주머니 세 분, 광주에서 올라 온 전남대 여학생 둘, 지원 팀의 공식 동영상 외에 동영상 기록을 자청하신 분, 등등 해서 총원이 스무 명쯤 되어 보였다.

간단한 예비 운동과 2분간의 묵상 - 걸어온 길과 걸어 갈 길에 대한 생각, 그리고 기도 제목에 대하여 – 에 이어 신부님의 기도로 순례행진이 시작 되었다.

홈페이지(www.saveriver.org)에 실린 일반 참가자의 순례지침은

-일렬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말없이 걸으며,

-차량 진행 반향과 반대로 걷고 닦아오는 차량에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일반 참가자의 식수, 음식, 침식은 각자가 준비 한다.


추위 속에 길을 걸었다. 길을 걷는 속도가 산길 평지를 걷는 속도의 반에도 이르지 못해서 답답하고 그 속도에 맞추느라고 매우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이 분들은 서울 김포를 출발하여 한강을 따라 팔당 댐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여주, 충주, 문경, 그리고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다시 거기서 영산강과 금강을 지나 서울까지 100일을 걸어야 하는 분들이다. 그러니 절대적으로 체력의 안배와 건강을 조심 해야 하는 분들이다. 겨우 이틀, 정말 2프로의 일정에 참가 하는 나의 생각이 조급한 것임을 알았다.

더우기 이들이 걷는 것은 운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묵상을 통한 참회를 얻고자 하니 천천히 걸음으로서 묵상의 깊이가 더 하리라 생각 했다.


보속을 조정하며 나는 훈련이 안되 있어 묵상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였다. 어제 저녁 “ 대운하 반대 집회에 갔다가 일요일 밤에 올께.” 라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 순례행진에 보니 대운하 반대 라는 문구는 한마디도 찾을 수가 없다. 단지 ”생명을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이라는 선두 깃발과 몸자보만 있을 뿐이다.

나는 답답 했다. 운하 추진 팀은 내년 2월 운하를 착공하기 위하여 암암리에 주야를 가리지 않고 책동하고 있을 테인데, 반대측도 그에 맞서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대중의 시선을 끌고 그 것을 사회 여론화 시켜서 운화 추진 계획을 백지화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가끔 차량이 쌩 하고 지나가고 동네 개들만 짖어대는 이 한적한 도로 위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


20분을 걸어 강상면 면사무소 앞에서 성바오로의 딸 수녀회 수녀 분들이 열명 가량, 인천 환경 연대에서 열명 가량이 더 합류 하였다. 수녀 님들이 합류하니 행진에 무게감이 더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시 한국 방송 공사 남한강 연수원 앞에서는 전 조계종 총무원 원장이시던 송월주 스님이 합류하여 대운하는 천리를 거스리는 역리 라고 말씀하시고 세월리까지 행진에 동참 하셨다. 그 사이에 순례행진 인원이 많이 늘어 났다. 외국어 대학 여학생 두 명, 화계사 신도님들, 안성에서 초교 5학년 아들과 참석한 아주머니 등등. 50여명에 이르는 것 같다.


행진은 30분 걷고 10분 휴식, 점심은 1시간 정도, 이런 원칙 하에 진행 되었다.

휴식 중간 중간에 여대생들이 순례단원들과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이번 순례 행진의 주제가 반대 보다는 참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운하를 파려고 하는가?
-더 잘 살기 위하여?

지금 우리는 가난 한가? 우리가 가난하다면 그 진정한 이유는 욕심 때문이며, 욕심이란 채워도 채워도 채워 지지 않는 그릇이다. 우리가 못 산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끊임없이 우리를 남과 비교 하고, 남의 위에 올라서기를 원하고, 남보다 못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위정자의 몫이 아니고 종교 지도자의 몫인데 그들이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함을 참회하는 것이 순례의 목적인 것을 알았다.

나는 미선이 초선이 때처럼 사회 운동으로 대 단위 집회를 꿈꾸었고, 반대로 순례단은 자기 참회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정화 시키기를 원하는 것이다. 역시 종교인의 뜻은 깊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오전 행사가 끝나고 갖은 짧은 모임에서 수경 스님이 “나는 걷는 중에 내가 살아온 60년이 올바른 길이었는가를 부끄러워하고 고뇌 하였다”라고 대운하에 대하여는 일언 반구도 없이 참회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오후 순례를 시작 하였다.

일반 참가 인원만 늘었다 뿐이지 방법은 오전과 동일했다.

순례의 올바른 뜻을 깨닫고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왜 위정자들은 대운하에 집착 하는가?”

악마와 거래를 하고 한 나라의 총리가 된 파우스트 박사는 대단위 방조제 공사를 일으켜 공사가 완성되자 “ 순간이여 멈추어라!”하고 외쳐서 약속대로 악마에게 그 영혼을 빼앗기고 만다.

창세기에 하느님이 엿새 만에 이 천지를 만드시니 하나님 보시기에 좋으시더라 하셨다고 하지만 유대교의 2대 랍비인 아키바(AKIVA)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미완성으로 남겨두었기에 인간이 그의 노동으로 완성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창조 한다는 점에서 신의 동반자”라는 입장을 취했다.

신들의 산인 히말라야를 정복하기 위해 1930년대 유럽 강국들은 식민지 점령만큼이나 열을 올렸다. 점령 해 보았자 국기를 꼿고 사진 한 장 찍는 일에 히틀러의 제 3제국은 모든 열의를 다 쏟아 부었다.

이처럼 서구의 사상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변형의 대상으로 여겨온 뿌리가 깊다.


그런데 왜 “산은 물을 건네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한국인의 후예가 조선의 국토를 어지럽힐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일까?

우선 실용주위의 병폐이다. 남한강을 보니 자연이 순하다. 수변 지역은 광활한데 물이 흐르는 면적은 좁다. 이것을 바르게 직선화하고 여기에 물을 가득 채우면 얼마나 보기에도 좋고 기능적인가 하는 생각에서가 아닐까?

둘째는 위정자의 욕심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은 큰 건축 공사나 토목공사로 자기의 이름을 남기려고 한다. 목사님들은 크고 위엄 있는 새 성전을 지으려고 꿈꾸고, 위정자들은, 평화의 댐을, 새 만금을, 새 공항을, 새 도시를 짓기를 꿈꾼다.


지금 비어 있는 수변 지역도 홍수가 차면 가득하고, 뱀이 기어가듯 한 하천은 홍수시 유속을 느리게 하고 수생 식물들이 살기 좋게 한다. 그러면 그 밑에 물고기들이 놀고 그 물고기들을 노린 새들이 모여든다. 하나님의 역사가 인간의 생각보다 깊다.

평화의 댐, 새 만금, 새 공항, 새 행정도시, 위정자의 실적으로 남기보다는 모두 그것을 추진한 사람들의 명예에 누를 입혔을 뿐이다.

그런 다음 어떤 위정자도 그 실패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드린 인간의 창조물은 국민의 혈세를 먹고 제 자리에 서 있다.

그런데 이 대 운하는 완성과 동시에 경제성이 없어 흉물처럼 우리 국토를 망가트려놓고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 세금만 먹는 것이 아니고, 우리 나라에서 같이 살아 온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몽땅 없에 버릴 것이다. 이 산하는 인간들의 전유물이란 위험한 사상이 결국 인간들을 황폐화 시킬 것이다.


이런 참화를 성직자의 참회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행진이란 단어를 씀으로 마틴 루터 킹 박사의 자유의 행진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답도 구하지 못 한 채, 오후 4시 30분, 여주군 금사면 계신리 석불암 앞에서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조그만한 마을이 있고 대중교통 수단도 없고 지나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동네이다. 순례단에서 내준 차를 타고 양근대교로 가서 세워 둔 차를 몰고 여주에 가서 잤다.

쉽다고 얕본 코스였는데도 매우 피곤하다. 순례단은 아직도 88일을 더 가야 하니 앞 날이 매우 걱정 된다. 0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