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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새길을 찾는다]‘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장 이필완 목사경향신문 인터뷰 기사 게재
당당뉴스 편집실  |  webmaster@dangda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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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2월 23일 (토) 10:50:31 [조회수 : 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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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서 이필완 목사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절기는 우수(雨水)를 지나 봄으로 향하고 있지만 강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강을 따라 고행의 길을 걷는 사람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종교인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산천과 생명을 해치려는 인간의 욕망을 막기 위해 길 떠난 이들에게 봄이 어찌 봄일 것인가.

순례단장 이필완 목사(54)가 행렬의 선두에서 묵묵히 걷고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 등 5대 종단 소속 목사, 스님, 신부들로 구성된 순례단은 지난 12일 경기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전망대에서 각 종교에 따라 인간의 탐욕에 대한 ‘참회의 기도’를 올린 뒤 100일 대장정의 첫걸음을 뗐다. 이들은 한강을 거슬러 올라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한 조령대수로 터널 예정지, 영산강, 금강 등 전국의 대운하 건설 예정지를 차례로 밟을 계획이다.

순례단에는 삼보일배로 유명한 수경 스님,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하고 있는 도법 스님,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의 차흥도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목사, 성공회환경연대 최상석 신부, 원불교 홍현두 교무, 천주교 김규봉 신부 등 종교계의 생명·환경운동가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일 순례단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팔당댐을 지나고 있었다. 하루 15㎞ 정도씩 걸어온 순례길이 100㎞를 넘었다. ‘강은 생명입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등의 ‘몸자보’(몸에 쓴 대자보)를 두른 순례단은 깃발을 세워들고 8일째 강바람 속을 걸으면서 길 위에서 먹고 길 위에 천막을 치고 잠을 잤다. 팔당댐 너머로 겨울 한철을 잘 지낸 철새떼가 이 땅을 떠날 준비를 하며 강물 위로 멋지게 비상하고 있었다. 대대손손 겨울마다 이 강물을 찾아오게 해달라고 시위하는 듯이.

이목사는 출발 때 차림 그대로였다. 개량 한복 위에 호랑이 가죽 문양의 스웨터를 겹쳐 입었다. 안경 위에 베레모를 깊게 눌러 쓰고, 굵은 나무 지팡이를 꾹꾹 눌러 땅을 짚으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구부정한 등,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구레나룻이 한뎃잠의 고생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강과 들을 따라 걸으며 기도할 뿐입니다. 이런 기도와 참회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들을 모아나가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성’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고 열정적이었다. 이목사는 기독교계 인터넷 대안매체인 ‘당당뉴스’ 운영자다. 당당뉴스는 3년 전 ‘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를 기치로 내걸고 ‘1인 매체’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이목사가 취재, 사진, 운영 등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해냈다.

당당뉴스는 순전히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원고료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은 매일 4000명 정도가 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기독교계에서 확고한 목소리를 내는 비판적 대안매체로 자리잡았다. 후배인 송양현 전도사가 가세해 식구가 두 명으로 늘어났다.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나도 기자’ 등 필자도 30~40명에 이른다. 이현주 목사의 ‘관옥이 생각’, 최완택 목사의 ‘북산(北山) 편지’, 박흥규 목사의 ‘대관령과 신화이야기’, 김기석 목사의 ‘꽉찬 설교’ 이주연 목사의 ‘산마루서신’ 등은 당당뉴스의 인기칼럼들이다.

“이 시대의 목사들은 예언자적인 역할을 잃어버렸습니다. 성직자라기보다는 교인들에게 설교만 하는 직업 종교인으로 전락한 것이지요. 역사와 사회 앞에 쓴소리를 하는 예언자가 필요합니다. 당당뉴스의 칼럼 필자들은 대부분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분들입니다.”

이목사는 당당뉴스를 운영하기 전부터 한국교회의 잘못과 대형 교회 목사들의 부정·비리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을 해온 감리교 목회자였다.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 원로목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등 외로운 투쟁을 벌이다가 2004년 12월 강화도 난정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교회 안에서 자정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법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법원에서 실형선고를 받고도 나를 교단내의 ‘문제아’로 비난할 뿐 조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좀더 적극적으로 교회를 바꾸는 일에 나서기 위해 당당뉴스를 만들었다. 교회 대신 인터넷을 목회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이목사는 PC통신을 통해 일찌감치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 대광고와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한 이목사는 목회 활동 25년의 대부분을 전라도 지역 농촌에서 지냈다. 15년 전부터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통신예배’를 진행했다. 그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당시 한국통신(KT)이 PC통신 이용자들에게 주는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사람’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당당뉴스는 교회의 분쟁과 목회자의 비리 등을 파헤치면서도 작고 아름다운 교회,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목회자들의 이야기 발굴에도 열심히 발품을 판다. 그는 “농촌의 작은 교회에는 생명을 아끼고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공동체적 아름다움이 살아있다”며 “그런 모습을 취재하면서 한국 기독교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요즘 몇몇 대형 교회 원로 목회자의 호화생활이 보도돼 물의를 빚었지요. 목사가 세상의 윤리·도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교회가 살아나려면 진실의 힘과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외로운 파수꾼을 자처하는 그가 지금 생명의 파수꾼으로 순례의 길에 서 있다. 기도 순례 기간 동안 당당뉴스의 운영 관리는 송전도사에게 맡겼다. 순례단은 하루 종일 한 줄로 늘어서서 걷고, 걷는 중에는 ‘묵언’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번 길 떠남과 돌아옴을 ‘침묵’의 순례로 정한 것은 이 길이 ‘투쟁의 길’이 아니라 ‘생명 살림의 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은 한 줄로 걷고, 걷는 도중에는 ‘묵언’을 원칙으로 한다. 앞에서 두번째가 이필완 순례단장. 김포 | 강윤중기자

“순례는 대운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 자신과 한국교회를 향한 참회의 길이지요. 목사와 스님, 신부가 한마음이 돼 손을 맞잡고 걷는 순례길에선 그리스도인이나 불교인이라기보다 ‘생명’과 ‘평화’라는 더 큰 틀의 종교성으로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걷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감동적인 장면 아닙니까.”

그는 “옳지 못한 일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은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면서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종교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천막 노숙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순례단은 아침 6시에 일어나 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저녁에는 대화로 하루를 결산하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밤 9시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천막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순례의 피로로 신음이 저절로 나온다. 특히 순례 둘째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침낭을 덥고도 서로의 체온을 찾아 옹기종기 뒤엉켜 겨울밤을 났다. 노숙의 고수격인 수경스님조차 “얼어 죽을 뻔했다”고 비명을 질렀다.

사실 이목사가 순례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가족은 물론 주위에서도 모두 말렸다. 그가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날이 지날수록 무릎 통증이 사라지고 몸도 더욱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도 내부자로서 부패한 목회자들을 기사화하는 것으로 ‘한국교회 자정 능력의 회복’을 주창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순례를 통해 앞으로 당당뉴스가 할 수 있는 싸움의 폭과 내용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교회와 생명을 살리는 길을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 험난한 길이지만 ‘천하 생명을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 경향신문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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