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김동언 기자의 기사입니다.

추부길 팀장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가 건설된 한반도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2월 12일 MBC ‘PD수첩’에서 추부길 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4만 불이 되면 슬로우 라이프가 정착돼 관광도 여유를 즐기면서 6박 7일, 10박 11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운하 관광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되면 네 집 당 하나 꼴로 요트가 보급된다”면서 “요트를 통해 관광을 다니는 시대가 불과 10년 안에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설득해서 운하 건설 찬성률 높일 터

“기업체 오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90% 이상 찬성, 종업원들한테 물어보면 70~80% 이상이 반대한다. 왜냐하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

1월 24일 <대구방송>이 주최한 ‘경부운하, 희망의 물길인가?’ 토론회에서 추 팀장이 한 말이다. 추 팀장은 2007년 여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와 큰 차이가 나는 <한겨레>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월 14일 <한겨레>가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72개 업체(화주)의 물류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로 설문조사해 보도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6.7%는 대운하가 필요 없고, 56.6%는 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 팀장은 <한겨레> 조사가 화물운송업체 운전사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화물운송업체 대표나 회사에서 그 업무를 맡고 있는 책임자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추 팀장은 1월 23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운하에 대한 반대여론이) 40% 정도라고 본다. 앞으로 국민 설득을 통해 찬성률을 높일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국민 설득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 팀장은 “대선기간 중에도 독일·네덜란드·중동 등 대여섯 군데의 외국자본이 대운하 투자 의향을 밝혀왔다”며 민자 유치를 자신했다. 이는 대운하가 경제성이 있는가 하는 의혹을 물리칠 또 하나의 논리다. 기업이 게다가 외국기업이 손해 볼 장사를 하겠냐는 거다.

건설업자들이 운하 자체의 수익보다 운하 주변의 개발권을 노리고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운하 주변 토지들은 거의 국유지고, 그밖에 토지는 개인 소유다. 국유지 불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업자에게 터미널 운영권 정도는 줄 수 있다”고 답했다.

환경 파괴 우려는 몰라서 하는 소리

또 강을 따라 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낙동강 주변은 그동안 버려진 땅이었다. 어느 정도 땅값이 오를 수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또 대운하 권역이 워낙 넓다 보니 어디의 수지가 좋을지 맞추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터미널 등 주요 시설은 국유지 중심으로 배치할 것”이라며 비켜갔다.

한반도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준설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는 것은 운하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추 팀장은 “환경단체는 준설이 멀쩡한 강을 파헤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원래 준설은 모래·자갈이 퇴적돼 있는 바닥을 긁어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상이 계속 높아져 홍수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운하를 통해 홍수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반대론자들은 댐을 짓고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하는데 댐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수중보·갑문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면 물이 흐르는 속도는 줄어드나 계속 넘쳐흘러 썩는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량이 풍부해져 갈수기 때 물 부족으로 수질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 팀장의 말만 들으면 운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운하를 만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추 팀장은 “대운하는 청계천보다 쉬운 공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뜯어낼 시설물도 없고,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할 민원인도 없다. 임기 내 충분히 완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을 얕잡아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운하에 대해 연구 후 반대하길

1월 31일 서울대 교수들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을 발족하자 추 팀장은 2월 4일 ‘백지연의 SBS전망대’에서 “정치적인 입장에서 (대운하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교수들을 “감정적이고 운하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없이 반대하는 분”이라고 규정하고, "심지어 교수라는 분들이 그렇게 운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인신공격을 한다"면서 “운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연구를 한 다음 반대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 날 서울대 교수들은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전문가인가?’라는 제목의 입장을 발효하고 “추 씨의 주요경력을 보면 그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다. 김대중 씨에 대한 자문도 이명박 씨에 대한 자문도 가리지 않고 다 하는 프로 정치지망생”이라며 추부길 목사의 정치행보를 낱낱이 고발했다.

이들은 “추 씨가 자신은 ‘비정치적’이며 오히려 우리가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데 대하여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대응이 참으로 ‘정치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했다.
 
최대의 토목공사가 될 것이라는 한반도 대운하를 두고 창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추부길 팀장은 이명박 당선자로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라는 사명을 받아 일하고 있다. 그가 대운하를 추진해야 하고 홍보해야 하는 입장이라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상대의 목소리에 최소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