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 목사(choshalom@yahoo.co.kr)
향린교회,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노무현정부가 주도적인 정부 사업으로 추진해온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맞춰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되면 정부가 주장했던 대로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고 미국과 하나의 경제체제를 갖게 되면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24년을 살다가 지난 5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 왔다. 오랜 미국생활과 이민목회를 통해 미국의 가난한 자들이 살아가는 비참한 모습과 이민자들의 고생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이런 희망은 단지 환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이 일 년에도 수백만 명이 미국에 여행을 다녀오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빈민지역을 직접 가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며 미국 노동자 세 명 중 한명은 정부가 정한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미국국민의 15-20%에 가까운 5천만의 사람들이 건강보험이 없다. 이들은 빈민계층이 아니다. 빈민들은 오히려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혜택을 받고 있다. 웬만한 노동자들 역시 회사의료보험이 있다. 그러면 의료보험이 없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대부분 겉으로 보기에는 중산층이라 말할 수 있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10년 전 이민목회를 하던 중에 40대 초의 매우 유능하고 헌신적인 두 여집사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보험이 없어 정기검진을 하지 못하다가 암이 온 몸에 퍼지고 나서야 발견되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분들이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금도 생존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빈손으로 이민을 와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한 달에 거의 천불(백만원)에 가까운 의료보험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 기록영화가 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시코(Sicko)라는 영화이다(현재 개봉 중). 약값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 미국 노인들이 한 달 평균 약값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30만원에 이른다. 그래서 클린턴정부시절에도 힐러리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의료계의 반발로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다. 이는 자유경쟁을 기초로 한 미국 시장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맹점 중의 하나일 뿐이다. 만약 한미FTA가 통과되어 시장경쟁체제에 들어가면 얼마 있지 않아 현재의 국민의료체제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한미FTA를 통해 미국 체제의 일원이 되면 혜택을 받는 계층도 있겠지만, 노동자, 농민 등 가난한 계층은 더 가난하게 된다. 우리나라 또한 분명 매년 수출은 늘고 국민소득은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농부들의 삶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는 국가소득이 20%의 상층부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대한민국보다 빈부의 양극화가 훨씬 더 심하여 5%의 상층부의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보기에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고 하였듯이 한미FTA는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만약 이 열매를 따서 먹는 날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헤어나기 힘든 경제 위기와 고통의 늪 속에 빠져 들어갈 것이다. 예수님은 분명 사람이 하나님과 맘몬의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선언하셨다. 세상은 변하지만 이 말씀만은 변함이 없다.

* 이 기사는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에서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