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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차례 협상의 종점, 결국 밀실협상에 이르다

한미자유무역(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8차례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벌어진 이 협상은 이제 막바지 협상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8차례의 협상과 협상 반대 투쟁의 진행과정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끈질긴 과정을 거쳤다. 협상 찬성 진영은 그다지 실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주로 정부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주로 세계화 대세론과 개방 불가피론, 개방 번영론으로 대중에 대한 이미지 선전에 주력해왔을 뿐이지 구체적인 개방의 이익을 보여주지 못했다. 광개토대왕을 연상하게 하는 텔레비전 광고와 무역 수출대국으로 성장하는 한국경제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환상 조작’만을 했을 뿐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에서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일뿐이다.

반면 한미FTA 반대 진영은 지난해 초반, 문제점 지적에 대한 활동이 시작된 이후 끈질긴 반대 투쟁을 벌여왔다. 주로 정태인 전 청화대비서관의 ‘양심선언’ 차원의 문제제기와 이태영한신대 교수의 이론적인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의 회의장소를 오가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해 11월 22일에 전국적으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는 약 10만 명의 인원이 참가해 커다란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그 이후 집회가 원천 부정된 채 지금까지 반대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의 협상 상황은 제8차 협상을 마쳤으며 사실상 실무적인 협상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협상의 주요쟁점인 쇠고기 문제, 쌀을 비롯한 농업 개방 문제, 자동차 개방 문제, 개성공단 문제 등 핵심 사안은 아직도 타결되지 않은 채 전자상거래, 무역 실무 문제 등은 부분적으로 완전 타결된 부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타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소위 고위급협상으로 올라가 정치적 일괄타결로 넘겨져버렸다.

정치적 타결은 한미FTA 협상의 결정적 약점

이번 한미FTA 협상의 핵심적인 약점은 사실상 정치적 결단에 따른 타결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협상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다. 경제 논리에 따른 협상이 되어야 할 자유무역협상이 사실상 정치 논리에 따를 것이다. 그러므로 협상의 정당성과 명분이 크게 훼손될 것이 명백하다.

정치적 타결은 지금까지 한미 관계의 관행과 구조를 볼 때 사람들의 말에 오르는 대로, 밀실협상과 묻지마 타결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FTA 협상이 갖는 동북아 정세변화와의 관계성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분단과 전쟁 이래 근본적인 방향의 전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6자회담과 한미FTA 협상이 표면상으로는 무관한 것 같으나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유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일정한 맥락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미국은 군사적, 정치적 지배를 통해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다고 한다면, 변화된 정세 아래서는 FTA협상을 토해 경제와 문화로 한국에 대한 지배와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한미FTA 협상은 정치적 타결로 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이미 현실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협상이 마칠 때쯤에야 이런 본질을 다시 깨닫게 된다.

한미FTA 협상 이후 예상되는 삶의 모습

한미FTA 협상은 우리 삶에 총체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농업·금융·방송·영화·교육·의료, 심지어는 교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다.

철수 군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CNN뉴스를 틀었다. 한국어로 더빙되어 동시통역으로 제공되는 뉴스는 중동전에서 싸우고 있는 미군 소식을 전해준다. 래리 킹 라이브를 통해 할리우드 스타의 인터뷰를 시청할 수도 있다. 철수 군은 아침식사로 캘리포니아산 쌀로 지어진 밥을 먹고 국제학교에 등교해서 영어로 설명하는 수학 수업을 받는다. 저녁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예약해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즐긴다.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며 아파오자 존스홉킨스대학부설 병원에 가서 미국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미국제약회사가 만든 약을 먹는다. 주일이 되자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설교하는 교회에 가서 잉글리시 예배를 드리고 ‘어메이징 갓’을 찬양한다.

기철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출근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는 늦으면 벌점이 부과되어 해고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몸이 무거워져서 약을 먹어야 하지만 국민의료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비로는 비싼 약값을 감당할 수가 없다.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 철수는 미국 회사에 취직이 되었지만, 한국 학교 교육밖에 못 받은 기철은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연봉 10만 달러인 기철에 비교해 철수의 연봉은 2만 불이다. 기철의 가족은 임대아파트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살아가는데 철수의 가족은 쾌적한 웰빙 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친구 철수의 아이들은 앞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을 예정이지만 기철이 아이들은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한미FTA는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파괴하며 우리의 정체성과 민족성, 의식과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전면적이 모습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 기독교인은 어떻게 한미FTA 협상을 보고 그것에 대해 기도하고 선한 싸움을 싸울 것인가? 우리는 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성윤/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대외협력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