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아래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한미FTA 협정문에 드러난 독소조항의 의혹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을 촉구했으며, 한미FTA 협상 무효를 선언했다.

지난 4월 2일 정부가 한미FTA 협상 타결을 선언한 뒤 협정문 공개를 미루어오다 지난 5월 25일 협정문을 공개했다.

이 협정문에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해 "'최혜국 대우'에 대한 미래유보 사항"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유보사항인데도 미국 측 유보사항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라는 판단의 주체가 명확히 명시돼 있지만 한국 측은 정보통신부, 방송위원회, 또는 두 기관이 통합될 방송통신위원회 가운데 그 어느 부서의 이름도 이번 협정문에 나와 있지 않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의 판단 권한은 없고, 방송위원회나 정보통신부 등 한국 정부가 취하는 규제의 실질적 효과를 미국 정부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4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미FTA 협정문에 드러난 단서와 독소조항의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한미FTA 자체의 비대칭성을 생생하게 반증하고 있다"면서 "방송위와 정부의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공동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반대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반FTA광고도 일체 불허하면서 한미FTA 협상을 체결했다"며 "국민주권을 말살하는 한미FTA가 국회비준에서 통과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서중 공동대표도 "우리가 얻는 것은 없고 오직 미국만 얻은 것이 많은 한미FTA 협상에 대해 정부는 우리가 미국에게 조금 내주었다면서 협상을 잘 했다고 언론계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협상 결과가 전문이 공개된 것을 보면 정부가 말했던 내용조차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방송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것은 밝히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준안 위원장 또한 "협정문 내용을 보면 원칙과 이해가 완전히 뒤바뀐 것을 알 수 있다. 한미FTA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전선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김환균 회장은 "공개되지 않은 밀실협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사실로 들어났다"면서 "미국은 할 수 있는데 우리는 할 수 없다. 이 말은 노예계약이다. 방송위원회는 이것이 어떤 내용인지 어떠한 것이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한미FTA 협상문 자체가 어려운 것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이렇게 어려울 리가 없다. 정부는 미국이 방송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밝혔고, 시청각미디어 공대위 전규찬 위원장은 "호주, 캐나다, 싱가폴, 멕시코는 미국에 대해서 감시 및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나 미국은 할 수 있다"면서 "즉 미국과 FTA를 하는 모든 국가는 사실 미국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못하는 대신에 거꾸로 미국은 모든 나라에 대해서 투명성과 형평성, 경쟁성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 FCC가 한국 방송의 미래를 결정하나?"하고 규탄했다.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한국 방송의 미래와 정책을 미국의 FCC에게 넘기는 기막힌 현장을 발각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런 차이가 다름 아닌 한미FTA 자체의 비대칭성을 생생하게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방송위와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또한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는 "방송주권의 침탈, 공영방송의 해체, 공적영역의 붕괴를 가져올,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킬 한미FTA 괴물이 마침내 몸을 드러냈다"면서 "사회와 공익, 문화를 게걸스레 먹어치울 괴물에 비준저지라는 최후의 무기로 대적코자 한다. 온갖 독소조항을 내뿜는 괴물을 시민여론, 민중연대라는 무기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미FTA 협상이 국회 비준에 앞서 드러나는 밀실협상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답변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