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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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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10월 02일 (토) 15:39:48
최종편집 : 2010년 10월 04일 (월) 17:35:21 [조회수 : 4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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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바쁜 시간을 뒤로하고 모처럼 당당뉴스 기자들과 MT모임을 가졌다. 장소는 필완형이 묵고 있는 소백산 기슭으로 떠나기로 했다. 3시간여 달려 도착한 소백산기슭에는 굵은 빗줄기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사방이 어둠으로 온 산을 휘감으며 장대비가 모두의 걸음을 재촉했다. 방현섭 기자가 폭우를 대비해 비옷을 준비해온 덕분에 비를 피할 수 있었다. 하얀 비옷을 입고 산 중턱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마치 황새들이 둥지를 찾아 서서히 날개를 접고 하산하는 모습 같다. 맨 앞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는 사모의 하얀 비옷이 어두운 밤을 눈부시게 밝혀주었다.
점 점 산속 깊숙이 들어서자 묘지들이 세월과 함께 나지막하게 누워있다. 큰 거목들과 동고동락하며 친한 이웃이 되어 수목장이 아닌 수목 장으로 한그루 나무를 살리고 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죽어 나무라도 살려주니 고맙기만 하다.
한참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드디어 내리막이 가파르게 굽이져 있다. 비로인해 내리막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몇 번 뒤 뚱 하는 나를 보고 동행자들이 놀렸다. "역시 할머니는 이런 때 표가 나요" 마치 약점을 기다리다 이때다 싶었나보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어른을 공경하면 복 받아요, 할머니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요?"
사실 요즘 할머니 되기도 힘들다. 사회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결혼기피현상과 함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얌체부부, 불임부부가 많아 할머니로 승급하기가 힘든 관문이다. 주변에 아직도 할머니로 승급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기에 말이다.
몇 발 뒤를 보니 산자락에서부터 심자득 편집장이 저녁거리를 어설프게 지게에 지고 오는 것이 보였다. 문득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님이 생각났다. 예수님은 세상 죄를 다 지고 가셨지만 지금 우리가 매고 가는 짐은 각자의 죄를 지고 가는 것은 아닌지, 새삼 자신의 짐 무게가 부담스러웠다. 산골오지 체험을 막상 시도하려 했지만, 내심 그곳에서 불편할 것을 예상하며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짐이 많아져 버렸다. 단 하루의 불편함마저도 덜어내 보려는 편리주의가 무거운 짐을 만든 것이다. 하산 할 때는 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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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 오르다보니 저 먼 발치에서 필완형이 등불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완형은 집나간 아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 벌려 모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마치 아버지 품에 다시 돌아온 듯 서로 기쁨과 평안을 나누었다.
굵게 내리는 장대비로 땀방울을 식히며 드디어 산 중턱 산막에 도착했다. 산막은 당당뉴스 기사에서 본 그대로 허물어져가는 초막이다. 덕지덕지 겨울나기를 했던 두꺼운 천 조각들이 벽마다 붙어있다. 방은 두 개, 그래도 우리들이 온다는 소식에 방충망까지 방문에 붙여놓은 것을 보니 벌레걱정은 일단 해결되었다.
언 듯 방안을 들여다보니 벽면에 작은 십자가가 보였다. 나는 처음 출발할 때부터 소백산교회를 탐방하는 마음으로 나섰다. 교회가 꼭 건물이 아님을 필자는 성서를 통해서 잘 알기에 이곳 소백산 달밭골 중턱 산막은 작은 교회가 되었다. 어느 누구든지 자연 속에서 산제사를 드릴 수 있는 산막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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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도착감사를 드리고 돌아서는데, 덩치 큰 멍멍개 두 마리가 꼬리를 휘날리며 모두를 반겼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오랜만에 사람을 보고 반갑다는 표현인데 흙투성이 장군이와 똘이 모습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개였다.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뒹군 천진한 모습이다. 필완형이 호통을 치자 꼬리를 내리고 저 만치 물러서면서 멍멍거린다. “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늦은 저녁에 돌로 만든 화롯대에 솥뚜껑을 올려놓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장작불을 지피고 거북이등만한 솥뚜껑위에 삼겹살을 구웠다. 지지직 소리와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온 산을 허기지게 했다. 또한 모두의 허기진 배는 먹고자하는 욕구로 충만했다. 지금 막 밭에서 따온 케일, 상추, 부추, 고추를 얹어 서로가 눈을 부라리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한 쪽 귀퉁이에서는 장군이와 똘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우리의 허기진 배가 채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기다리듯이 개의 눈은 오직 이곳에 집중되었다. 매정하게도 어느 누구도 고기 한 점 흘리지 않았다. 개들이 기다리다 짖었다. “우리가 남이가, 치사하다. 멍 멍!!?”
시장기를 달래는 동안 비는 그치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덩그러니 떴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둥 말끔한 모습으로 산허리를 밝혀주었다. 어디에선가 계곡물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바로 근 거리에 소백산 자락을 끼고 깊은 산속에서 계곡물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가장먼저 계곡물에 세족식을 하고 싶다. 속세의 죄를 정하고 정한 물에 씻고 잠시라도 자연과 이웃이 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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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나 눈을 들어 산을 보니, 과연 높은 곳이 이다지도 좋은 곳인지 금 새 느꼈다. 발아래에서 청정수가 거침없이 흐르며 호령했다. "야, 이것들아 공정사회 서민대책 말로만 외치지 말고 니그들 잘해, 그리고 각 교단마다 감투싸움 그만하고 정신 차려" 어느 사이 따라왔는지 개들도 덩달아 꼬리치며 멍멍거린다. “너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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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찍은 장군이 사진이다. 콜리 종인데 순종인지는 모르겠다. 완존히 천방지축이다. 영주 성공회 천경배 신부가 새집 짓느라 몇달동안 맡겨두었던 4눈박이 진도개 똘이는 추석 지나고 데려갔다. 아쉽다. 이 목사는 새로 강아지 한마리 더 기를 생각이다. ⓒ 이필완 |
계곡 길옆에는 온갖 유실수가 가지가 휘어지게 열려있다. 또한 각종 유기농 야채와 과실들이 자연 미인처럼 각각이 색을 자랑하고 있다. 내 눈에는 그 과실들이 마치 동산중앙의 선악과로 보였다. 나는 바구니 가득 선악과를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음직 보암직한 과실들을 입 안 가득 넣고 싱그러운 향기에 취했다. 방울토마토의 싱그러운 맛이 아침 요기에 적격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선악과는 금세 내 눈을 밝아지게 했다.
밝아진 내 눈은 마침내 동물과 사람이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저 만치서 개 두 마리가 혀를 내두르며 무언가 핥고 있는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개들이 행복하게 핥고 있었던 것은, 전 날 밤 그토록 맛있게 삼겹살을 구워먹었던 솥뚜껑이었다. 잠시 후 파리 떼도 아침 산책을 나와 삼겹살 잔치에 동참했다. 멍멍이와 파리 떼가 서로 이웃 삼아 솥뚜껑을 핥으며 거나한 새벽을 열었다. 나눔의 원칙도 여러 가지지만 저렇듯 자연스런 나눔은 이곳에 와서 처음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장군이가 신명나게 꼬리를 흔들며 장작만한 발로 장난을 쳤다. “ㅋ ㅋ 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달밭골에 와보니 필완형은 자연처럼 살고 있었다. 비록 거처는 초막이지만, 그가 거하는 산막은 솔로몬의 궁정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가난함을 그대로 안고 좋은 이웃(멍멍이, 파리, 각종 벌레)들과 살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으나 그저 당당하게만 보였다.
필자가 당당뉴스에 머물게 된 동기도, 바로 열악함과 가난함이 필자의 마음을 머물게 했다. 긴 시간 부요함과 안락함속에서 자신을 부정하며 여기까지 왔다. 지금 여기도 종점이 아닌 출발점 신호 앞에 서 있는 상태다. 항상 어디든지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교회라는 개념으로 건물 없는 교회를 향해가고 있다. 즉, 내 몸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로서 어디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필완형이 내려놓은 빈 그릇에 우리가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교파를 넘고 지경을 넘어 갈릴리를 향해 하나님의 사람들을 찾는 사역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비포장도로를 달려가야 한다. 좁은 비포장도로에서 억울한 자, 연약한 자들을 만나 참 좋은 이웃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각 교단과 정치와 조직들은 감투싸움에 정신이 없다. 한 편에서는 하나님의 의와 영광을 외치고, 또 한 편에서는 공정사회와 열악한 이웃을 위한 서민대책을 논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각 개인의 돈이 아닌 헌금과 세금을 쓴다는 점이다. 그래서 헌금과 세금은 정겨운 이웃처럼 돈을 쓰는 개념도 비슷하다. 분명 개인의 것이 아닌 헌금이며 세금인데 거침없이 쓰는 사례가 닮았다. 때로는 탁상공론으로 내편을 향해 은밀히 나누어 쓰는 눈 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상대가 나와 다를 때에는 내 이웃을 혼낼 수도 있다. 어찌 인간의 마음에 원수 같은 자, 상대하기 싫은 자가 없겠는가. 영원히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도 있다. 그러나 내 이웃을 굶겨 죽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가인의 논리로 북한의 현실을 바라보면 형제의 논리가 된다. 그래서 형제를 죽이고자하는 마음이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논리는 긍휼의 논리다. 긍휼의 논리는 분명 ‘내 원수도 사랑하라’는 명령이다. 지금 우리의 원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진정한 내 이웃은 누구인가.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넘기 어려운 담벼락이다. 감히 형제의 논리로는 넘을 수 없는 불가능한 북녘 담이다. 그러나 형제의 논리에 긍휼의 마음이 함께 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담벼락은 무너질 것이다. 오고가는 만남을 통해서 원수가 우리의 이웃이 되는 그날까지 나누는 것만이 복음이다.
복음의 깊은 뜻을 잠시 소백산 교회에 와서 진정한 이웃의 개념을 만난 것 같다. 이제는 원수를 찾아 떠날 짐을 챙겨야 하는데 짐이 가벼워야 겠다. 어찌 보면 원수는 항상 내 안에서 정죄하고 있으니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 아닌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들 바로 앞에서 장군이와 똘이가 장난을 친다. 잠시 왔다가 돌아가는 일행들에게 아쉽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야 할 이웃임을 강조하며 짖었다. “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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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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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서 두번째 사진 기미영 사모의 폼이 예사롭지 않군요. 왕년에 모델출신이셨나요? 맛난 글 사진,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잘 읽고 보았습니다.
이필완 목사는 여전히 잘 있군요. 참으로 푸근하고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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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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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이웃이제 멍멍!!"
이 두 이웃의 사진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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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음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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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기에 좋네요.
맴버들이군요.
앞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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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보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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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211.205.17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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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 갔는데 가을에 올리셨군요. 많이 기다렸습니다. 사진과 글을 보니 그때가 생생하게 그리워집니다. 장군이와 같이있던 똘이는 주인품으로 돌아갔답니다. 장군이가 혼자남아 강아지 한마리 구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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