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그런지 빈 땅이 있으면 무엇이든 심고 싶어진다. 그래서 교회 마당 주변 손바닥 만 한 빈터에 무얼 심었었다. 그러나 나무그늘과 교회 주변 청소 때 뿌리는 제초제 때문에 잘 안 돼 이젠 접었다.대신 옆집 홍순동 성도님이 갈아준 냇

김학현   2016-06-20

다리는 미끈한데 여기저기 울긋불긋 흉터가 있다. 어렸을 때 천방지축 뛰어 놀며 난 상처란다. 어머니께서 얘기해 주기 전까지만 해도 내 다리의 거무스름한 자국들이 맘에 안 찼다. 미끈함에 뽀얗기까지 하면 금상첨환데 생각하면서 자랐다.무릎은 다른 다리의

김학현   2016-06-17

난데없이 집안에 나방이 날아다닌다. 파리채를 휘둘러 잡아 쓰레기통에 넣고는 나도 모르게 센티해져 내가 휘두른 파리채에 나방은 전 생애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읽었던 한 간호사의 이야기 때문인 듯.내용은 대강 이렇다. 암 병동에 근무하는 간

김학현   2016-06-05

울라고 하면 운다. 웃으라고 하면 웃는다. 그걸 잘하는 사람이 좋은 연기자다. 조직화·획일화된 사회는 남에게 연기를 요구한다. 사람들은 남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기에 남더러는 연기를 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전화 상담

김학현   2016-05-29

‘겉볼안’이란 말이 있다. 겉모습을 보면 그 인간됨까지 얼핏 알아볼 수 있다는 뜻에서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이 다 맞지는 않는다.참 오래된 이야긴데 내가 고등학생 때 신앙생활 하던 교회에 새롭게 담임목사님께서 부임하셨다. 그런데 그 겉모습이 영 아니었

김학현   2016-05-22

맘에 안 드는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가 한 마디 한다.“넌 친정에서 도대체 무얼 배웠니?” 또는 “네 친정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던?”이런 말은 해서는 안 될 말이지만, 이런 말을 하는 건 가정교육이란 본디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 받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김학현   2016-05-15

어느 인생이든 엮으면 책 10권은 넉넉히 된다. 고생 없는 삶이 없고, 아픔 없는 인생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인생만 고생과 고난이 너무 심하다고 착각한다. 이 생각이 지나치면 자신만 ‘을’이고 세상사람 다 ‘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김학현   2016-05-07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남을 사랑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남을 미워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미국의 중부 네브래스카 주에 사는 옥수수 농부 이야기를 들어보

김학현   2016-05-02

한 탈북자가 방송에 나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넓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남한이 참 일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도로 뿐 아니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지나는 푸른 산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그가 그리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산은 언

김학현   2016-04-23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듯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예상했든, 예상하지 못했든 결과는 우리 앞에 나타났다. 결과를 놓고도 설왕설래 말들이 분분하다. 정치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무관심하려고 해도 무관심할 수가 없다.정치

김학현   2016-04-14

“이번에 제가 이 나라로 오면서 국경인 역수(易水)를 지나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물이 빠진 강가에 커다란 조개가 입을 벌리고 볕을 쬐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지 않겠습니까.그때 도요새가 날아오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조개 속살을 쪼았습니다. 깜짝

김학현   2016-03-31

어느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 애들은 꿈이 없어 큰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비전을 말하는 거라면 나도 일부 동감하는 바다. 내가 어렸을 때는 택시 운전사로부터 비행기 조종사까지, 화가로부터 유명한 소설가까지 참 꿈도 많았다. 지금 전혀 꿈이 아니

김학현   2016-03-17

‘청맹과니’란 말을 아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쉽게 말하면 ‘눈뜬장님’이란 말이다. 좀 더 풀이하면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이나 사안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김학현   2016-03-09

뉴욕 맨해튼의 럭셔리 호텔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의 탄생이야기는 참 극적이다. 19세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몹시 음산한 밤이었다. 어떤 노부부가 호텔 프런트로 와 이렇게 말했다.“오늘 저녁 이 호텔에서 묵

김학현   2016-03-04

일본의 유명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젊었을 때 이야기다. 그녀의 이름이 아직 알려지기 전,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활을 이어나가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자그마한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욕심 없이 시작한 가게였지만, 장사가 너무나도 잘

김학현   2016-02-26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한 승객이 탑승했다. 그런데 배를 처음 타 본 그였기에 배에서 먹는 음식은 당연히 사서 먹는 것으로 생각했다. 뱃삯도 겨우 마련한 그였기에 주머니 사정은 어렵기만 했다.그래서 식사시간이 되면 주린 배를 쥐어 잡고, 다른 승객들을

김학현   2016-02-18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삶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는 금산교회가 있다. 금산교회는 1997년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6호로 지정되었다. 모악산국립공원과 금산사 등과 어우러져 관광지로도 유명하다.금산교회는 1908년 4월 미국의 남장로회 선교사 데이트가

김학현   2016-02-01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얻으려 길을 떠난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청년이 되고 나이가 들고 머리가 허옇게 희도록 꽃 한 송이 얻을 수 없었다. 그의 지게엔 늘 쓰레기만 쌓여가는 것이었다.가던 길에서 노인 한 분을 만났다. 그의 지게엔 꽃이 한 가득

김학현   2015-11-28

어느 날 오후 오랜만에 아빠의 정원 손질을 돕고 있는 아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고, 정원수들도 다듬고 화단의 꽃에다 물도 주고, 때마침 신선하게 바람도 불어와 아빠를 돕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아들과 함께 잔디밭 여기저기 자란 잡초를 뽑고 있던 아빠

김학현   2015-11-19

사랑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고 행복한 일이다. 메마른 세상에 사랑이 있기에 살맛이 난다. 그런데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가수의 외침처럼 ‘눈물의 씨앗’인가? 아니면, 어느 분의 낙

김학현   201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