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젊었을 때 이야기다. 그녀의 이름이 아직 알려지기 전,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활을 이어나가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자그마한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

욕심 없이 시작한 가게였지만, 장사가 너무나도 잘 됐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을 트럭으로 공급할 정도였다. 그만큼 매출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게가 잘 될수록 옆집의 가게는 장사가 안 되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가게가 매우 잘 돼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에요.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거와 어긋나는 것 같아요."

▲ 미우라 아야코와 그의 소설 <빙점>

아내는 남편의 배려 어린 이야기에 감동했다. 이후 그녀는 가게 규모를 축소해 팔지 않을 물건을 정하고, 그 물건은 가게에 아예 들여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찾는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안내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없던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바로 <빙점>이다.

미우라 아야코가 계속 가게에서 돈 버는 일로 바빴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그렇게 유명한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없었을 것이다. 장사가 계속 잘 되었다면 돈을 많이 번 평범한 부자로 살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둡다고 낙망하는 것만 할 때가 있다. 실은 그게 기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망과 좌절로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생활비에 쪼들리는 게 미우라 아야코를 자극했고 가게라도 해 가계를 돕고자 했다.

여기까지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생활비라는 목표에 충실했던 아야코 부부는 이웃의 어려움이 자신들 때문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을 생각하고 부의 축적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해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돈인가 사람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 돈으로 사람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실은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에서 그들의 선택은 소수의 그것임에 틀림없다.

아야코는 예전 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상황을 부러 만들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사람들은 바빠야 살아가는 것 같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건 속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시간에 속고 일에 속고 세상에 속고 있다.

목회자들 가운데도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소위 일중독(workaholism)에 빠지고도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른다. 일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바쁜 예수님도 쉬시며 기도하셨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 보다 얼마나 자신에 충실했느냐를 물어야 한다. 이미 주어진 재능과 시간에 충성해야 한다. 그게 잘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