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부지리'를 설명하는 YTN의 화면 갈무리

“이번에 제가 이 나라로 오면서 국경인 역수(易水)를 지나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물이 빠진 강가에 커다란 조개가 입을 벌리고 볕을 쬐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도요새가 날아오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조개 속살을 쪼았습니다. 깜짝 놀란 조개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그 바람에 도요새 부리는 조개 입 속에 꼭 끼고 말았지요.

당황한 도요새는 ‘네가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계속 벌어진 채로 있으면 볕에 속살이 말라서 죽고 말걸.’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개는 ‘흥! 내가 놓아 주지 않으면 네놈인들 굶어 죽지 않고 배길까.’ 하고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처럼 둘이 티격태격할 때, 마침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와 조개도 도요새도 함께 붙잡아 버렸답니다.”

전국시대에 연나라가 제나라와 싸우고 있던 중인데 가뭄이 들었다. 그 틈을 타 조나라가 침공하려고 했다. 두 나라와 전쟁을 치르면 질 수밖에 없기에 연나라는 조나라에 침공을 하지 않도록 부탁하는 사신을 보냈다.

이 때 사신 소대가 혜문왕을 만나 한 일화다. 여기서 ‘어부지리(漁父之利)’란 말이 유래했다. 조나라와 연나라가 싸우면 호시탐탐 전국통일을 노리는 진나라만 득세하게 될 것이라는 소대의 주장에 조나라 혜문왕은 연나라 침공 계획을 포기했다.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도처에서 발견된다. 둘의 싸움이 결국 다른 이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현상 말이다. 일본의 군국주의로의 회귀는 남북한 간의 다툼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남북은 연일 자기들의 무기가 더 최신예라고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여기서 최신무기를 동원하여 훈련을 하면 저기서 더 막강한 무기를 선보이며 무력 연습을 한다. 이러다 일본이 핵무장하겠다고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남북의 긴장을 틈타 일본은 자신들의 야욕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미국이란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이런 논리는 어떨까. 남북의 긴장이 미국의 무기상들에게 이익을 더 창출하게 만든다면. 북한이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는 한국이 핵무장하고 미군은 한국의 분담금을 올리고 주둔하든지 않으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의 긴장은 메리트가 충분한 머니게임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들의 머니게임에 한국이나 북한이 한 술 더 뜬다는 것이다.

세계도, 나라도, 정당도, 교회도, 집안도 서로 싸우면 엉뚱한 이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다고 잘못을 비판하지도 말라는 뜻은 아니다. 비판은 하되 지리멸렬로 가선 안 된다는 뜻이다. 정당들이 20대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보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회의 모습과 쏙 빼닮았다. 싸워도, 비판을 해도, 주장을 해도 자멸로 가면 안 된다. 마귀만 좋아할 일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