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달음’ ‘도’를 일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민운동’의 격렬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반대로 ‘시민운동’적 고민과 실천에만 몰입되어 있는 이들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들의 자기 성찰로부터 시작되는 삶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이 그 중의 하나이거나,

이 양자사이의 화해의 어려움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적이 있다면, 

이의 분석을 시도하는 아래의 ‘지루하고’ ‘딱딱하며’ ‘장황한 글’ [포용과 비판]을 애써 살필 필요가 있다.

양이 많아서 가장 밑의 잡글 란으로 뺀다.

■ 후반부에 기록되어 있는 ‘20년 동안 손수 학생들 등교지도하고 있는’

[공주 신월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관련한 기록은 꼭 살피시길...

... 둥글이의 전국 유랑기 함께 가보시렵니까?  사진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곳을 클릭하십시요.

 => http://www.howcan.or.kr/  

어머니 생각

일평생 자식들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신 내 어머니...

당신 덕에 나는 미숙하나마 이 좁은 가슴 속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심의 마음을 담을 수 있었다.

이 다혈질 인간의 몸 속에 그래도 생명 사랑의 꾸준한 의지가 솟구치는 것은 

꽃과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하던 당신이 내 어린 시절 내내 곁에 있었던 덕분이리라.  

어느 어머니의 마음이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자식들을 위해서 먹고 싶은 것 참고, 신발하나 옷 하나 사 입지 않고,

차비 아낀다며 아픈 다리를 참고 걸어 다니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릴 때는

가슴이 막혀올 따름이다.   

10년 전에 지병으로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을 때 느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풍요한 환경에서 그 어미(나에게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아오시다가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와서 평생을 고생하셨고, 자식들로부터 호강도 못 받으시고

그리 돌아가신 한이 당신의 무덤 앞에 설 때면 뼈가 저며 오도록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살아생전 받지 못한 효도를 어찌 죽어서 받을 수 있으리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무덤 앞에 설 때면 늘상 다짐의 다짐을 하곤 한다.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을 직접 갚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자식을 위해서 한 것 처럼 나 역시 내 자식세대를 위해서

그 책임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당신이 자식을 위해서 모든 기회와 평안과 행복과 생명을 다 내던진 만큼의

노력은 아니더라도, 당신에게 건네받은 다만 100분의 1이라도 내 후대에

올 이들에게 되돌려 줄 것이라고...

어머니를 마음에 그렇게 다시 담아보고,

7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내려와 아버지를 잠시 만나 뵙고 나서,

마지막 활동지인 계룡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전으로 추석맞이 활동을 위해서 향했다.

(9월 22일)

대전에서 철군

대전으로 향한 것은 비교적 인구 유동이 많을 톨게이트 한편의 적당한 공간에 자리하고

귀성객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날씨도 맑다고 했으니 관리소장님께 적당히 말씀 드리고 나서 톨게이트 한편

차 안다니는 곳에 텐트 치고, 플랭 걸고 있으면 귀성객들의 관심을 집중 시키리라.

그런데 구름 가득하던 하늘에서 정오가 넘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눈 앞에 톨게이트 고개가 보이는 작은 공원의 정자에서 비를 피해서 앉아 있었다.

특이하게도 정자에 헌 양탄자가 깔려있어서 쉬기가 그만이었다.

안 그래도 1주일 간 논산, 계룡을 거쳐서 ‘대첩’을 치뤄내면서 밤 잠을 푹 못 잤었다.

더군다나 바로 전날 전북대 옆의 찜질방에서 자는데, 젊은 놈들 세명이 새벽 두시 쯤부터

한 시간 가량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통에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넓은 방바닥에는 60여명의 남녀들이 뻗어 있었고,

한 구석에 있었던 여성의 무리들도 ‘재들은 왜? 저렇게 떠든대?’하고 투정을 했지만,

‘자신들 돈 내고’ 시설을 이용하는 그들의 머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개념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나 역시 내가 돈을 내고 자기 위해서 온 자리에서 그들의 사생활 노닥이는 것을

들을 이유는 없으리라.

그래서 한 시간 동안을 참고 있다가 ‘좀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라고 한마디 하고 돌아왔다.

자다가 일어나서 왕복 60여 m를 이동한 터에 숙면이 취해질리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해서 개념상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던 그들의 머릿속에 ‘타아’가 들어차고 자신들의 노닥거림이 타인의 숙면에

방해가 될 것임을 ‘알아’ 조용할리도 없었다.

조금 조심은 하는 듯 했으나, 여전히 귀를 간질이는 소리 때문에

한동안 더 뒤척거리다 잠이 들어야 했다.

이렇게 일주일간 밤 잠을 못자고 시달려왔던 지라,

정자에 짐을 내려놓고 앉아 있으니 마음이 푹푹 가라앉는 것이다.

떨어지는 빗소리는 숨소리까지 빨아들이며 더더욱 긴장을 풀어냈다. 

더군다나 양탄자까지 깔린 정자임에야...

짐을 한편으로 치우고 바로 드러누웠다.

그 옆으로는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씽씽거려 댔지만, 시끄럽게 들리지는 않았다.

누워 자는 중에 장기를 두기위해서 모여든 마을 어르신들 너덧이 정자로 올라오기에

한 구석으로 피해서 잠을 계속 이었다.

한시쯤에 정자에 도착해서 자리를 펴고 누운 듯 한데,

네 시 넘어서까지 그리 뻗어서 잤다. 

비가 좀 그쳐서 캠페인을 위해서 톨게이트로 올라 주변을 살폈다.  

예상과는 달리 텐트 치고 한쪽 구석에서 3,4일을 버틸만한 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별 효과도 없을 듯 하다.

[ 1000 대구톨게이트 전경 ]

고향 군산. 구시청 사거리의 반공호 대피소 벽면의 버스 정류장에다만

플랭을 매달고 2년 동안 400시간 이상 각종의 주제로 1인 시위 또는 캠페인을 했던 전력이

있던 지라,

적당한 공간을 창출하여 이목을 끌게 할 수 있는 감각은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곳 톨게이트에서는 관리소장과의 협상도 관건이었지만,

설령 허락을 해준다고 해도, 캠페인 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정자에 앉아서 빗줄기가 좀 잦아지기를 기다렸다.

[ 1010 인도에 떨어지는 빗줄기 ]

[ 1020 톨게이트를 막 빠져 나와 대전 시가로 향하는 차량들 -

  저들은 가족과 벗들을 만날 수 있는 기대에 부풀어 있으리라. ]

빗 길에 신발과 양말이 다시 젖은 체로, 밤거리를 추적거리며 걸었다.

운 좋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을 제공하는 적당한 초등학교 구석을 발견해서

들어가 자리를 깔았다.

[ 1030 모 초등학교 한편의 야영지 ]

[ 1040 낮 동안 귀성객들을 대하면서 고향생각도 나고, 비가 오니 울쩍 하다 보니,

인근 슈퍼에 가서 맥주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주량이 맥주 캔 하나인데,

1.6 리터짜리를 들이키니 알딸딸 했다. ]

새벽 한시 쯤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세 명이 주변의 주택가가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끄럽게 소란을 피워대면서 내 잠까지 방해를 해대는 것이다.

‘방범대원’임을 사칭해서 가서 ‘설 연휴기간 특별 방범 단속 기간이기 때문에 신고 들어오니

좀 조용히 좀 하라‘고 차분히 얘기했는데, 녀석들은 그래도 담배를 털어 한쪽으로 놓더니,

알았다고는 했다. 그러나 그 후로 한 시간 가량 더 고성방가가 오갔다.

계룡으로...

술 때문에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의 소박하고 한산한 동네 길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홍시감을 따고 계신다.

여쭤봤더니 자신은 감을 안 좋아 하는데, 길바닥에 자꾸 떨어져대서 난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저분해서 바닥에 떨어져서 터지기 전에 청소하고 계신단다.

보통의 농촌과 같은 흙바닥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로블록이다 보니,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겪는 과실들도 이리 귀찮은 존재가 되어있다.

하여간 연휴 아침부터 길가는 행인들에 대해 배려키 위해서 삐질 땀을 흘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뵙기 좋다. 

[ 1050 바닥에 떨어질 홍시감 따는 할아버지 ]

[ 1060 떨어져 모아 놓은 홍시감 하나 ]

원래 대전까지는 도보 이동으로 한나절은 잡아야 하는 거리였지만,

추석맞이캠페인 하기 위해서 잠시 들린 것이기에 다시 버스로 계룡으로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플랭 게시대에 붙어 있는 플랭 하나가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았다.

[ 1065 대폭할인 ‘개업10주년 기념’ - ** 장례식장. 인간이 때를

맞춰 죽을 수 있다면 얼매나 좋을까? ]

공주를 향하여...

공주 도서관 휴게실에서 노트북과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자료정리를 하고 있는데,

오누이로 보이는 5,6학년 쯤 되는 꼬마 녀석들 둘이 인사를 해오는 것이다.

‘아저씨 아니?’하고 물었더니,

여자 아이가 ‘학교 앞에서 스티커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빠아이가 갑자기 뭔가 떠올려진 듯

‘독수리가 기다리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 하고 혼자 소리를 지르고,

이윽고 여자아이도 ‘너무 불쌍해~~~’ 하며 따라서 안타까운 표정과 몸짓을 보인다. 

나눠준 스티커 중의 하나를 떠올리며 하는 소리였다.

[ 1100 나눠준 스티커 중의 하나 ]

‘너희는 스티커 안 버렸니?’하고 말하자.

‘예 받아서 *공책과 *공책에 하나씩 붙였어요’라며,

어떤 아이들은 책상에 붙이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싹싹하고 내 하는 일이 관심있어 하길래,

이런 저런 환경교육 관련한 플래시를 펼쳐서 보여주며 설명해 주고,

별 사진 같은 것도 보여주고 했다.

(마침 아이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컵라면을 받아다가 물을 부어서 먹고 있길래,

숙취도 풀 겸 좀 뺏앗아 먹으면서... ^^‘)

이제 5, 6학년 밖에 안 된 사내 녀석은 대견하게도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하나 뽑아오더니,

‘먹으면서 하시라’는 것이다. ^^ 대견하기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듣던 녀석들은 별사진이 아름답다고 하길래

이메일 주소 적어달라고 해서 몇일 후에 메일로 보내줬다.

아침까지 전날 먹은 맥주 때문에 머리도 띵하고 콘디션이 좋지 않았었는데,

녀석들과 4,50분 이야기 하면서 생기에 차 있어서 그런지 머리 아픈 기운도 사라진다.

도서관에 그리 있다가, 오후 1시경에 공주를 향해서 움직였다.

[ 1200 계룡시를 빠져나가는 중 가로수 화단이 여러 가지 풀들과 이끼 등과

어우러져 참 아기자기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1300 - 1330 계룡대 외곽의 한적한 산책로 - 뒹구는 낙엽들이 유난히 처량히 느껴졌다. ]

중간에 배낭을 뉘여 놓고 그 위에서 쉬고 있는데,

끝없이 뻗어있는 산책로에 역시 끝없이 떨어져 있는 낙엽이 눈에 들어온다.

시야를 가깝게 땡겼다가 다시 저 먼 끝으로 밀어붙였다가를 몇 번을 반복했는데,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었다.

[ 1340 끝없는 낙엽 길 ]

한참을 편한 마음으로 누어서 쉬다가 다시 걸었는데,

길 끝이 너무 뜬금없다.

[ 1350 뜬금없는 길 끝 ]

가는 길에 계룡대(3군 사령부가 있는 부대) 외곽도로를 돌아야 했는데,

제 2정문, 제 3정문 외곽을 돌아서 두어 시간 걸어도 계룡대 주변이었다. 

그 오른편으로는 군인아파트를 지나쳤는데,

계룡대 주둔군 1만 5천을 수용하는 주택단지여서 그런지 그 규모가 조그만 도시와 맘먹었다.

[ 1360 계룡대 제 3정문 정면 ]

[ 1370 문제의 사진 - 계룡대 철망 안쪽으로 삽질하는 병사들.

계룡대 보수대대 제 10중대 1내무반에서 키우던 복실이(2살된 암캐/치질로 병사)를 묻을

무덤을 파던 이 장면이 외부에 누출된 사건은 우리 군의 보안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급보안을 필요로 하던 이 작업을 이렇게 백주 대낮에 해대던 병사들도 문제였지만, 

둥글이가 이 사진을 찍는 장면이 위병들에게 발각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사살 당했을 것이다.

보수대대 대대장은 이 사진이 인터넷상에 유포되며 큰 파장을 일으킨 9월 28일

공식 논평을 통해서 국가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이러한 위중한 사안에 대한

보안의 허술함을 일부 시인하면서, 야간에 수색조와 매복조를 투입하여

복실이 무덤을 옮겼음을 공식발표했고, 국민과 태극기 앞에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중대한 안보상의 위협을 자초하는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했다.

야간 매복 중에 뽀글이라면에 물을 부었다가 긴급 착출 되어서 2시간 동안의 작업을 끝내고

돌아왔던 박모 상병은 스폰지처럼 팅팅불은 뽀글이 라면을 눈물로 삼키면서   

‘내가 그러니 복실이 묻어주지 말고 그냥 구워먹자고 하지 않았냐’며 옆에 있던

조모 병장에게 항명했고, 이에 조모 병장은 뽀글이 라면을 먹고 있던 박상병을 전투화발로

걷어 찼다. ]

[ 1380 계룡산 자락의 한 봉우리에 레이더 탑이 구름에 반쯤 가리워져 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레이더 기지를 항시 구름으로 가리기 위해서

인근 50m 반경을 삥 둘러서 꼴초사병들을 교대로 근무시키면서 담배를 뿜어 대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

짜여진 질서와 체계가 사람 숨을 넘어가게 만드는 군부대와 시설의 모습을 보니,

괜한 공상으로 부러 여유를 만들어 내지 않을 수 없다.

흐릿한 하늘에서 또 이슬비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마침 인근에 공원이 있어서 정자 아래서 비를 피한다.

‘괴목정’이라는 곳이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도로 가에 경치 좋고 한가하게 늘이워진 휴식의 장소라 드믄드믄

차들이 들어와서 사람들이 우산을 받고 잠깐씩이라도 산책을 하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공원 한편 정자아래 자리를 잡고 드러누웠다.

빗줄기가 약간 굵어져서 보슬비가 되었는데,

바람이 소용돌이 치면서 정자 안쪽으로 빗방울을 몰고 온다.

비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렸다가 몸을 이리 저리 돌렸다가 앉다가를 반복하다.

[ 1390 정자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빗방울 ]

30분 쯤을 정자에서 쉬면서 이곳에서 야영을 할까 말까 고민한다.

하지만 지도를 보니 고개 너머 학봉리에 초등학교가 하나 지도에 표시되어 있길래

짐을 챙겨서 이동한다.

몸이 성할 때 최대한 갈 수 있는 만큼 이동해가야 다음날 좀 덜 고생한다.

[ 1400 정자에서 나와서 도로로 나오면서 보니 까치 무리가 금새 내가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 1410 길가의 무수한 은행나무에서 무수히 떨어져 있던 은행열매들...

시간만 좀 넉넉하고 깨끗이 씻어 말릴 공간만 있으면 다 주웠으련만,

씻을 기회가 자유롭지 않은 나그네가 구린내를 감수하고 까 모을 수 없다. ㅠㅜ ]

[ 1420-1440길 가는 내내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에 달라 붙어서 자라는

버섯의 색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

[ 1450 개발제한구역이라지만 넘어진 표지 보수는 해야 할꺼 야녀~ ]

30여분간을 씩씩 거리며 고개를 오르니 그 정상에 공주경계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 1460 공주경계면 ]

내리막 길은 플라터너스가 머리위로 넓찍하게 팔을 뻗고 있어서 시원한 감이 들었다.

[ 1470 플라터너스 길 ]

[ 1480 달팽아 이 길은 네 길이 아니구나 ]

내리막 길을 20여분 정도 더 걸으니 웅장한 계룡산을 배경으로

마을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학봉리.

[ 1490 계룡상이 둘러있는 학봉리 전경 ]

이곳 학봉리의 삼거리는 인근 계룡산을 찾는 행락객들을 상대로

상가들이 줄지어져서 산뜻하게 꾸며져 있었다.

가게에서 라면 등을 사고, 옛날 찐빵도 한봉지 사서 가방에 챙기고,

인근 학봉초등학교로 들어간다.

수돗가가 인접한 지붕이 있는 통로 한쪽에 텐트를 쳤다.

[ 1500 텐트를 쳐 놓고 누워서 보이는 광경 - 계룡산의 정기를 받으며 ]

[ 1510 운동장에는 계속 비가 떨어지고... ]

밤에는 그야말로 별일 없었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서 차량이 두 어대 지나기는 했지만, 관여할 바 없었다.

9월 23일 월요일

오전 내내 비가 떨어지는 통에

정오가 넘어서 공주방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1600 조각공원이 있는 사거리의 바리케이트 시작점에 오래된 고목을

잘 보존 해 놓은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

[ 1610 공암리 표지 ]

지명이 특이하다. ‘공암?’ 돌이 비었다는 표지인가? 

알고 보니...

[ 1620 정말 돌에 구멍이 났군 - 이 동굴은 "서씨동굴" 이라고 합니다. 

 6.25때 서씨성을 가진들이 저안에서 숨어지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

한 시간 반 가량 걸으니 반포면이 나왔고, 인근에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 1630 반포초등학교 입구 ]

다음 날이 추석이라 저녁 꺼리도 풍성하다.

오는 길에 떨어져 있던 밤을 한 주먹 가방에 담아 넣었었는데 이를 삶아먹었고,

[ 1640 주워온 밤 ]

명절이라 찬거리도 샀다.

 [ 1650 명절 특별찬 꺼리 3분짜장 ]

옆에 화장실이 있고, 세면대가 있어서 명당인 자리이다.

[ 1670 야영장 전경 ]

다음날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구름 조금이라고 해서 내친김에 밀렸던 빨래도 했다.

땀에 쩔은 채로 3일 동안 배낭 한구석에 박혀있었던 빨래를 꺼내 물에 1시간 쯤 담궜다가

빨기 시작하는데, 특히나 1주일 동안 등짝에서 나는 땀을 빨아들여 말렸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했던 런닝에서는 땟국물이 막걸리 처럼 계속 흘러나왔다.

몇 번 행궈도 그 모양이길래 물이 더러운 줄 알았는데,

몇 번 더 행구니 점차 물이 맑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빨래를 해서 뒤편 유치원 놀이터에 줄을 걸어서 널어 놓았다.

[ 1680 널어 놓은 빨래 ]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이 막 구름이 걷히는 모습이 보인다.

오전 내내 빨래를 말리면서 쉬다가 오후쯤에 움직여야겠다.

[ 1690 1700 하늘에 구름이 걷히면서 달이 고개를 드는 모습 ]

9월 24일 (화요일/추석)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기상청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물론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인간이 한시 앞을 내다보겠냐만은

전날 기상청에서 ‘구름 약간’낀다고 하길래, 작심하고 빨래를 빨아 널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젖은 빨래를 둘둘 말아 배낭에 집어넣는다.

빨래말리기 위해서 햇빛이 나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젖은 빨래 무게 때문에 배낭이 묵직하다.

두어 시간 째 걸을 때는 다리가 후둘 거리고 어깨가 아파오고 했다.

늘상 최소한의 짐의 무게를 유지하면서 몸의 부담을 최소화 하곤 했고,

시군간 이동할 때는 특히 그랬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곤욕을 치룬다.

과거 언젠가도 지역 활동을 끝내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쌀을 좀 얻었었는데,

한주머니 가득 얻은 쌀의 무게가 상당해서 이동하는 내내 무릎이 아팠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특히나 시군 이동 중에는 짐의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각별이 신경을 쓰지만,

한 번씩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다리와 어깨가 진땀을 흘리곤 한다.

[ 2000 저 끝에 다다르면 공주가 나올까? ]

[ 2010 공주 가는 도로는 내내 ‘금강’을 끼고 있었다. ]

[ 2120 금강에서 노니는 외가리인지 백로인지... ]

[ 2130 금강변 풍경 ]

[ 2150 금강변 풍경 넝쿨이 온통 나무를 덮고 있는데 마치 우비를 뒤짚어 쓴

노인의 모습 같기도 하고...]

[ 2160 모녀 - 망자의 흔적을 강에 뿌리고 있는 것인가? ]

[ 2180 ‘직사광선이 내리 쬐이는 여름나절 간이화장실에서 급한 볼일 봐 본 일 없는

            이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 둥글이 명언록? 중 ]

추석이라 그런지 음식점이 죄다 문을 닫았다.

공주로 오는 길 내내 길가에 음식점을 흘깃 거리면서

맛 난 것을 사 먹으려는 부푼 기대는 끝내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공주도착 한시간 전의 거리에서 중간에 운치 있는 음식점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 3000 고풍스러운 건물 그대로의 모양과, 쌓아 놓은 장작, 정원한편에 마련 된 그루터기 의자,

  감나무 아래 심어진 봉숭아꽃과 그 위를 노니는 나비들의 모습 등이 참으로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문까지 열려 있어서 들어가서 주인을 찾아보았으나,

쉬는 날인 듯 했다. 사람의 자취는 없었다.

잠금장치가 없어서 그런지 쉬는 날에는 그냥 저렇게 덩그라히 건물을 두고

사람만 빠져나가는 듯 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다가 인도 한 중간에 거미줄을 늘이워트리고 나뭇잎과 씨름하고 있는

큼지막한 거리 한 마리를 피해 모퉁이를 도니,

[ 3510 나뭇잎과 씨름 중 ]

공주의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 3520 눈에 들어오는 공주 시내 ]

공주로 오는 길에도 도처에 죽음이 버려져 있었다.

[ 3521 - 3525 버려진 죽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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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나 자체적인 모임/조직 활동에 함께하지 않는 분들 중에

둥글이 활동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의 헌 지폐나 안 쓰는 잔돈을 수거합니다. ^^

유랑캠페인을 하며 초등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스티커 비용을 후원받습니다.

여러분들이 종종 한 번씩 챙겨주시???는 마음은

보다 더 양질/다량의 스티커를 아이들에게 건네게 함으로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더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현대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재수 좋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뵙기 전에는

초등학교 졸업 전 까지 ‘인간과 환경’에 대한 진지한 자극을 한 차례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초등학교 때에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몇 번이나 기억 나는지요.

재수 좋게 특별한 선생님을 만나 뵌 경우 이외에는 그런 기억이 거의 없을 것인데,

아직까지도 그 현실이 크게 바뀌어 있지 않았음은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그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갖고 자신을 높이기 위한

자기과시와 성적향상을 위한 노력에만 매진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교육정책이다 뭐다 해서 아이들의 경쟁과 성취에 대한 욕망은 더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집에서는 집에서 대로 아이들은 경쟁을 위한 도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아이들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감을 얻을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며

인간적인 정서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오르고 대학을 가고, ‘돈 많이 버는 직장’을 얻어서

다시 자신들과 같은 사회적 책임감, 환경의식, 시민의식 없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한살이’입니다.

이에 대해서 전문화된 고민을 하면서 집중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룰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배낭을 매고 다니면서

전국 시군구의 초등학생들에게 ‘인간과 생명에 대한 자극’을 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전 처음 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건네는 스티커를 받자마자 보는 앞에서 구겨서

바닥에 내 던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저씨 왜? 이런 것을 하세요?’라고 진지하게 물어오며 스티커를 달라고 하는 아이들,

‘이런 활동해줘서 고맙다’고 먹을 것을 건네고 가는 아이들에게는 제 활동이 큰 자극이 됩니다. 

또한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그 메시지를 반복해 주시는 것을

진지하게 수용할 아이들에게는 그 마음에 작은 의미가 심어지게 됩니다. 

그 자극은 앞으로 성장하면서 대하게되는 세상의 갖은 추악하고 더러운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약간의 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활동 자체가 특별하고 중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시간 내서 그러한 활동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의 의미가 아이들에게 심어집니다.

아이들은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러한 진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좀 더 갖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들이 헤쳐가야 할 황량한 삶 속에 부정과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고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이러한 순수와 사랑을 심어주는 노력은 ‘딱’ 기성세대가 얼마나 그러한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사에 바쁜 분들이 굳이 시간 내서 이런 활동을 하기가 힘들 것이기에,

‘유랑’을 병행해서, 이 초등학교 앞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 

활동비의 절대양이 ‘인간사랑자연사랑스티커’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이 버거운 상태입니다.

문제는 일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분야는 특별한 사안투쟁을 통해서 그 ‘성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효율성, 효과성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물리적인 후원을 이끌어 내지만,

이러한 초등학교 앞 인간사랑자연사랑 캠페인 같은 활동은 그 ‘효과성’ ‘결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지원을 얻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의미’ ‘공감대’ ‘활동성’ 등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영역을 확대해야할 부분입니다. 

길바닥에서 한 1년 버티다 보면 그래도 최소한 스티커 제작비 쯤은 후원될 것을 예상했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저의 정신은 대중의 지지는 커녕 관심도 끌 여력이 되지 않아서

한 달 평균 들어오는 후원수입은 스티커 제작비의 반절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을 바라면서 이리 구구 절절히 한 말씀 올렸습니다.

유랑생활의 곤궁함은 어찌 버틸 수 있는 문제이지만,

스티커 부족한 것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스티커 비용 번다고 기약 없이 멈춰서 일하다 보면 앞으로 최소 6,7년 걸릴 활동이 20여년 쯤으로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 활동을 지지하시는 (시민단체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분들의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저는 여러분 각자가 나서서 (잘못 꿰어진)현실과 싸울 수 있으면 그리하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물질적으로 후원해주는 것보다는 각자 실천적시민의식으로 무장해서

세상의 부조리하고, 부정한 문제를 면밀히 살피고 나서서 주체적인 힘으로 바꿔내려는 노력이

사회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부득이한 이유로 그리할 여력이 없으시다면,

나서서 치열하게 싸울 각오가 된 이들에게 총알 좀 장전해 주십시요.

총탄은 오백원짜리든 천원짜리든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총알을 장전할 약실은 농협 090-12-023267(박성수)입니다.

공주시 

공주는 금강이 중앙부를 관통하고 있고 남동부에는 계룡산의 지괴가 있다.

13만 인구를 가진 공주의 예산은 3600억원 규모인데, 이는 타 지역의 인구규모에 대한

예산규모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양이다. 또한 공주의 ‘사범대부설고등학교’와 ‘공주사범대’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있는데, 이러한 혜택과 명성은

과거 16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흔적인 듯 하다.

공주는 백제 22대 문주왕이 서기 475년에 하남 위례성에서 왕도를

웅진(현재의 공주)으로 옮기고 64년간 백제의 도읍이 되었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3530 공주의 지리적 위치 ]

[ 공주시청전경 ]

[ 공주시가 전경 ]

4시간 동안의 진군 끝에 도착한 공주시.

2시 가까이 되어가고 있어 배가 고파 근처 음식점을 찾아 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추석이라 대부분 문을 닫은 것이었다.

그래서 공주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로 라면을 하나 사들고 들어갔다.

철봉 뒤편 나무에 끈을 대어서 빨래를 걸어 말리고, 깔판을 깔아 앉아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 3600 빨래는 말라가고... ]

한 두어 시간 시멘트 바닥에 깔판을 깔고 자다 보니 한기가 엄습해서 일어났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지며 아름드리 느티나무로부터 영롱한 빛이 발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 3700 -3750 느티나무에 쏟아지는 늦 오후의 햇살 ]

공주의 지리를 살필 겸 공주시내의 천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추석이라고 잠시 시골로 내려와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 둘이

하천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있다.

[ 3800 토목공사중인 아이들 ]

‘꼬마야 뭐하니?’하고 물으니

‘댐 만들어요’라고 한다.

‘그러면 산란하기 위해서 다시 천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고기들이 못 올라가는데?’라고 하자,

‘이쪽에 있어요’ 하고 작은 물길 하나를 가르친다.

‘그 정도로는 안되고 더 틔워줘야지’ 하고 웃으며 그냥 지나쳐 갔는데,

다음날에는 더욱 견고히 쌓여진 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3810 공사완료된 댐 ]

생명과 자연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서서

뭐든지 쌓고 세우고 막으려고 하는 것이 어찌 저 아이들의 본래적인 습성이겠는가?

어른들에게 직접 보여준 결과이겠지.

저녁에는 낮에 쉬었던 사대부설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추석이라 시장 문이 닫는 관계로 쌀을 살 수 없어서,

저녁 밥은 낮에 오면서 길에서 주운 밤 한 주먹과 음료수 한캔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없는 놈들은 명절이 오면 서럽다니까...

낮에는 라면을 끓여먹지 않나...

[ 4000 추석날 저녁밥 ]

[ 4100 야영장 전경 ]

[ 4200 텐트 안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 ]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논산 - 계룡을 거치면서 일대 접전이 벌어졌던 상황...

공주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전운은 감돌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 종종 예민한 상황을 접하게 된다.

짊어지고 다니는 배낭의 폭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사람들과

스쳐지나가거나 충돌?할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심의 조심을 하곤 하지만

깜빡 정신을 잃는 사이에 그 느슨해진 의식의 틈을 삐집고 ‘자존심’과 ‘공격성’이 치고 들어오면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반대쪽에서 사람들이 나를 마주하고 걸어올 때는

왠만하면 인도를 피해서, 도로 가쪽으로 내려가던지 아니면 최대한 인도 외곽으로

몸을 붙여서 지나치곤 한다.

물론 상대방도 내가 조심하는 만큼 주의를 해서 알아서 피해주던지 하곤 한다.

공주에서 도착한 첫날부터 예민한 상황이 발생한다. 

좁다란 인도 길을 마치 퍼레이드를 하 듯이 4열 종대로 걸어오는 여학생들이 눈에 보인다.

이전의 기억을 통해 볼 때는 반대쪽에서 사람이 마주대하며 다가오면 알아서

한 줄을 접던지 하는 것이 예사인데, 이곳의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한지

정면으로 다가오는 사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열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대열을 유지한다.

나름대로 인도 한쪽으로 좀 피하려고 시늉은 했지만,

그렇게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학생들 중의 하나를 배낭한쪽으로 ‘툭’ 건들였다.

좋다. 

이런 저런 접촉사고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법...

서로 조심하고 다음에 다시 이런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건은 다음 날 아침에 발생했다.

추석 명절연휴임에도 연 세끼를 빵과 라면, 밤으로 떼우고 허전한 속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앞에 청년 둘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분명히 그들은 정면에 산더미 같은 짐을 짊어진 사람을 보았을 터인데,

전혀 길을 비켜 줄 생각도 않고 그냥 곧게 걷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고구려와 신라사이에서의 생존을 위한 굽히지 않던 의지가

이곳 백제의 도읍이었던 공주민들의 피에 과감한 돌격정신으로 현현된 것일까?

다가오는 젊은 친구들은 전혀 피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대하면 미묘하게 자존심이 고개를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하는 호전적인 기질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러한 감정의 솟구침은 단순히 내 개인의 자존심의 문제만이 아니라,

‘저런 녀석들은 버릇을 고쳐줘야해’라는 등의 소영웅주의적 기질과 함께 복잡히 어우러진다.

하지만 예와 배려를 중시하는 백의민족의 후예로서 나는

알량한 자존심을 꺾고 길을 살짝 비켜서 걸었다. 

그러나 길을 완전히 피해준 것은 아니었고 그들이 비켜야할 몫은 조금 남겨 뒀기 때문에

지나치면서 젊은 친구들 중의 한명의 어깨에 내 짐이 ‘싹~’스쳐 지나갔다.

일곱 여덟 발짝 더 걸었을까?

뒤가 시끄러운 것이다.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듯 했다.

몸을 돌려봤더니 어깨가 스친 젊은 친구가 눈을 부라리면서

내 쪽을 향해서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발놈 *새끼’ 하면서.

옆의 친구는 말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걸으면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열 살은 어려보이는 젊은 친구는 계속 ‘*발*발’해대면서 ‘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냐?’고

발광하는 것이다.

이런 때는 정성을 다한 훈육이 필요한 때다.

나는 ‘니가 피해갔으면 될 것을, 나는 피해 걸었는데 길 한중간으로 걸으면서

니가 내 짐을 스친 것은 생각 않고 지랄을 하냐?‘하면서...

가방을 벗어서 옆에 내 던졌다.

이 길바닥은 내 길바닥도 될 수 있고 상대의 길바닥 될 수 있는 ‘공공의 것’인데,

그러한 공공의 것에 대한 개념없이 마치 사유화하려는 식의 이기적인 발상에

나름대로 화가 났다.

여기에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들릴 만큼 욕설을 해대면서 내 사적인 평안을 깨고,

공공장소(찜질 방 등)에서 소란을 피움으로 내 잠을 방해하며,

공공의 기회를 자신의 사적인 영달을 위해서 이용하는 정치인과 기업가들의 모습이 중첩되었다. 

그러한 ‘타아’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일상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만들어낸

대한민국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기에, 허고 헌 날 그 울분의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 바로 나인데,

분노의 빌미를 또 하나 나에게 제공하면서 오히려 시비를 걸려하다니,

이제 ‘너’는 나의 손 끝에서 싸늘한 죽음이 되어야 하리라.

태어나서 그리 스펙터클한 크기의 배낭을 와일드하게 벗어던지는 것을

아마 처음봤을 젊은 친구는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겸손해 진다.

‘그래도 길 가면서 그렇게 스치고 지나가면 기분이 좋지 않은 거죠’하면서 언어가 순화된다.

계속 밀어 붙여 버릴려다가 꼬리를 내려는 녀석을 더 다그쳐서 좋은 것이 없을 듯 해서,

혈압을 낮추고 존대 말을 써주면서 상황을 추스렸다.

그러고 보니 젊은 친구들은 취해 있었다. 새벽까지 뚜껑 따질 만큼 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을 저질러서 보호관찰도 받고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라고 얘기했고,

옆의 친구도 시종일관 미안하다고 하다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상황을 수습하고, 충실한 직업정신에 입각해서 인간사랑 자연사랑 스티커까지

하나씩 건네고 내 갈 길을 갔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을 많이 접할 터인데,

내 ‘알량한 자존심’과 ‘대의명분’을 위한답시고 고개 드는 ‘소영웅주의적’ 정의감 등이

과연 그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조율될지...

나의 일면만 알아오던 이들은 이러한 나의 ‘과격함’에 대해서 의아해 할 수 있다.

내가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우려는 마음으로’라는 타이틀로 초등학생들에게

‘인간사랑자연사랑스티커’를 나눠주면서

높임과 채움, 경쟁의 문화에 반하는 개념과 도식들을 전파하려는 모습과

길 바닥에서 주먹다짐을 하려는 이미지와는 너무 대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말 그대로 마음을 온통 비우고,

‘도’ (노장자 사상의 중심적인 개념 / 불교사상의 한 축이기도 함)를 한답시고

이리 길거리를 떠돌아 다니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의 ‘도’를 하려고 했다면 그냥 방 구석에 처박혀서

‘모든 것이 내 마음 속에 있어...’

‘내 분노만 다스리면 상황 끝이야’ 라면서 정신수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문 앞을 한 발짝도 나설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나는 ‘도’를 얻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맞부딪치는 사회 현실을 진솔하게 ‘공명’하면서 나와 세계를 발견하기 위함임으로

이 험한 사회 속에 함게 요동치면서 그 현실을 ‘체현’하면서

자연 상태에서 야수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때를 피가 튀고 뼈가 꺽이는 것 처럼

야생상태와 다를 바 없는 길바닥 생활에서 종종 격렬한 투쟁이 수반되는 되는 것도 필연인 것이다.

어쨋튼 이렇기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운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피튀기는 무용담을 담아낼 날도 머지 않았으리라.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길바닥위에서 극히 원초적이고, 물리적이며, 조악한 상념들에 휩쌓인다.

사무실과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면 나는 결코 이러한 조악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리라.

동행

27일 저녁에 강원도 보령에서 친구 하나가 찾아왔다.

6,7 년 전에 인터넷 싸이트에서 알게 된 친구였다.

이 친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일반적으로 그러하기 요구되는 사회적 존재이기를 포기하고,

주변의 따끔한 시야와 비난을 감수하고 자기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의 삶을 사는 친구이다.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rimbaud27.do )

이 친구는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보이는 언행과는 달리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전적인 비판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가 특공대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공격정신 때문보다는

인간의 자유롭고 자기답게 살고자 하는 기회를 사회가 막고 있음에 대한 반발감으로 보인다.

제대후 1년은 티코 승용차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인생체험을 했단다.

사회적 조직에 대한 근원적인 반감으로 대학도 안 들어가고 직장생활도 않고 있지만,

그는 지식과 진리에 대한 갈증으로 군 제대 후에 계속 도서관에서 책에 파 묻혀서 살았고

나름의 생산물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단다.

각종 시민사회의 문제에 많은 고민을 갖고 정열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그의 천부적인 예술적인 역량을 이용해서 시나리오를 써 내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한번은 거의 될 뻔도 했단다.

4년 전에 익산에서 만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었지만,

그때는 그리 많은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동안 연락이 안 되다가 다시 만난 이친구와의 관계는 잘 발효된 된장의 그것과 같았다.

나이도 같겠다. 생각하고 지향하는 바도 비슷하겠다.

몇 마디 말이 오간 후로는 둘은 허물없이 막말까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8시 경에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새벽 2시까지 각종의 잡다한 사회-인간-문화에 대한

잡다한 담론을 나눴었다.

친구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깊고 심오한 정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는 이름 있는 사람들로 부터도 그 정신적인 성과물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야기 나누는 중간에 특정 사안에 대한 서로의 ‘논리’에 대한 반발로

각자의 논리를 설명한답시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그것 자체도 나름의 즐거움과 재미였다.

새벽 두시 넘어서 비 맞으면서 찜질방 들어가서 좀 씻고 찜질방의 어수선한 분위기 덕분에

자다 깨다가를 반복하다가(친구는 웅성웅성거리는 탓에 거의 못 잤다함)

아침에 일어나서 플랭을 찾고, 우체국에 가서 스티커를 찾아

임시 아지트인 공주대 중앙도서관으로 돌아왔다.

[ 5000 친구의 모습 - 금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공주대교’위에서.

이 친구 모자를 쓴 이유는 머리를 밀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사색의 결과인지 머리가 많이 빠져 있어서 아예 밀어 버렸단다.

찜질방에서 자고 났는데 그곳에서 이발영업하시는 분이 이친구가 스님인 줄 알고

본인의 친구도 스님인 이야기를 해오시면서 살갑게 말을 걸어오시는 것이다.

/ 손에 든 박스는 고향에서 ‘성철’형님이 보내준 전단지 스티커 박스 - 공주에서 뿌릴 양. ]

[ 5001 공주대교 다리 아래쪽 하상안정용낙차보로 물이 떨어져 내리면서 물보라가 일으켜지는 모습 ]

[ 5002 금강에서 낛시를 즐기는 이 ]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라면과 3분 짜장, 맥주 등을 한봉다리 사들고

하루 전날 야영을 했던 제 2학생회관 뒷 편으로 찾아들어갔다. 

[ 공주대학교 정문 ]

저녁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굉음을 내뿜는 환풍기 소리와

드럼 치던 소리 때문에 잠이 좀 방해되었던 경험은 있었지만,

마땅히 다른 곳 물색 해 놓은 곳도 없어서 자리를 잡았다.

동숙할 친구 때문에 텐트 내의 물건 배치가 기존과 달리 이뤄져야 했다.

[ 5100

혼자 야영할 때는 한쪽에서 깔판 깔아 놓고 자고, 나머지 텐트 한편에는

가방들(배낭/노트북/카메라/각종 주머니)을 줄줄이 쑤셔 넣었는데,

친구가 함께 동숙해야 하는 이유로 짐을 모두 텐트 밖으로 빼서 비닐로 덮었다.

내가 깔고 자는 깔판 너머로, 친구가 라면박스를 주워다가 깔아서 누울 수 있게

만든 자리가 보인다. ]

밥해서, 사발면에 말아먹고 나서 맥주한잔 마시고 이래저래 노닥거리다가

전날 찜질방에서 잠을 설쳤기에 좀 피곤해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이 친구 횡성에서 출발하려고 할 때 저녁에 잘 것을 대비해서

이불을 넣어오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번거롭다고 후드티 하나만 가져온 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가지고 다니는 침낭이 있어서 그 안에 푹 들어가서 추위 문제는 없었지만,

친구는 거의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 덮고 자라고 플랭카드 하나 꺼네줬다.

친구는 플랭을 몸에 덮고 얼굴을 가져온 티로 가리고 잠들기 위해서 자세를 잡았다.

친구가 누워 있는 상황에서 눈치 채지 못하게 덜 마른 양말을 그 몸 위에 펴서 올려놓았다.

(소리 죽쳐 ㅋㅋ 거리면서...)

그의 몸에서 나는 열기가 다음날 아침에는 양말을 다 말려 놓으리라.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을 ‘도구’로 이용하는 이 잔악무도한 둥글이...

하지만 내가 우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암~ )  

그런데 바로 옆의 학생회관 건물이 요란해지기 시작한다.

드럼소리와 싱어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10시부터 시작된 그들 그룹사운드의 노래연습은 새벽 네시가 넘도록 이어졌고,

당연히 우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대학가요제 나갈 준비를 하는가 보다.

한편에서는 정기적으로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그나마 나는 길바닥생활 많이 하면서 차 소리, 사람소리,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등에 상당히 적응이 되어 있었지만,

친구는 영 잠을 이루지 못한 듯 했다.

새벽녘에는 텐트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것을 발견하고 일어나서 수건으로 딱아냈는데,

새벽기온이 전날과 달리 확 떨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종종 친구의 몸에 다리가 닿았는데, 친구 몸의 경련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추위에 ‘달달달’ 떨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친구는 잠도 못 자고 피로에 한기가 겹쳐서 맥을 못춰댔다.

생각 같아서는 취침 중에 침낭을 나눠 쓰고 싶었지만, 그는 하루만 버티면 집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괜히 침낭 나눠썼다가 몸에 한기가 들어오면

길바닥에서 계속 고생을 해야하는 처지였기에,

우정과 의리를 집어던지고 ‘아이구 이거 침낭 뒤집어 쓰고 있으니 더워 죽겠네’라고

약 올리면서 침낭 안에 푹 들어가 있었다.

9월 29일

[공주신관초등학교 활동]

친구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10여분을 걸어서 신관초등학교 앞에 섰다.

[ 6000 신관초등학교 전경 ]

길 양편에 갈라서서 친구와 계속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캠페인을 했다.

친구는 특유의 따스한 말투로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건넸다.

그런데 한 참 캠페인 중에 교장선생님의 차가 지나가다가 멈추는 것이다.

황급히 달려가서 스티커를 건네드리면서

‘인간사랑자연사랑 캠페인 하는데,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니.

‘전에 본적이 있다’고 호감어린 표정을 하시면서 들어가시는 것이다.

호호~ 역시 방송을 탄 덕을 톡톡히 보는구만...

과거 새만금- 핵폐기장 반대, 평택미군부대반대 건 등으로 해서 중앙방송에 많이 나왔었지.

암~~(뿌듯)

... 근데 다 모자이크 처리(ㅠㅜ)되어 있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알아보셨지?

딴데서 보신 모양이군.

아마 길가에서 지나면서 보셨던 듯 하다.

하여간 옆에 친구가 활동을 함께 해주니 기분이 넉넉했다.

캠페인 다니면서 초등학생이 캠페인 도와준 적이 있고,

선생님께서 함께 나눠주신 적도 있기는 했지만,

원정 와서 함께 묵으며 캠페인을 도와준 것은 처음이었다.

친구가 감사했다. 

[ 6100 아이에게 스티커를 건네는 친구 모습 - 밤새 추위에 떨어서

아직도 기온이 풀렸음에도 계속 춥다고 후드티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 ]

캠페인 끝나고 아지트인 공주대로 와서 서로들 볼일 좀 보다가

점심 먹고 잠시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 서로 각자의 갈 길을 향했다.

나중에 친구의 소원대로 영화 감독하게 되면 필히 ‘에로영화’ 한편을 찍으면서

주연배우로 발탁해 주십사 부탁을 했는데, 어찌 될진 두고 볼 일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와의 이러한 격 없는 만남이 나에게 한없는 자유를 준다.

우울증의 치료

이 친구가 공주에 와있는 동안 친구가 ‘아는 동생’을 면회하기 위해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함께 갔다.

치료감호소는 ‘사회 보호법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정신 장애자나 알코올·

마약중독자를 수용하여 치료하는 시설’(인테넛사전발췌)을 말한다. 

그 동생이라고 칭하는 이를 친구는 인터넷 상으로 알게 되었고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친구를 무척 신뢰했다고 한다.

그 동생은 사건이 있고 나서 감호소에 들어온 후에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이 친구와 연락을 취했던 것이고,

이 친구도 그 동생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면회에 동참했던 것이고,

나도 그냥 엉겹결에 따랐던 것이다.

오며 가며 그의 부모님들은 차 안에서 과거사를 후회하고 있었다.

머리가 영특하고 공부를 잘했던 자식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우울증을 앓으면서 투정을 하자,

나이드신 분들이 흔히 그렇듯이 ‘배부르니까 헛 생각한다’는 식으로 우울증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방치해 뒀더니 나중에 그것이 공격성으로 표출되어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친구도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라 우울증에 대해서 좀 알고 있는지

한마디 거들었다. 

‘그것을 마음의 병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우울증은 근본적으로

뇌의 이상으로 인한 병이기 때문에 꾸준히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했다‘고...

우리가 얻은 면회 시간은 1년에 2번 있다는 집단 면회시간이었다.

평소 면회시간에는 감호소 창살 너머로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때가 되면

운동장에 깔판을 깔고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할 기뢰를 얻는 시간이었다. 

운동장 한편을 꽉 매운 그곳에는 우울증 환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을 우습게 알고 방치했다가 결국 큰 손실을 치룬 많은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상당하리라.

하지만 지난 후에 후회한들 어찌하리요.

친구가 동생으로 칭하는 이는 호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점차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지만, 그래도 수습되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은 좀 놓이시는 듯 했다.

부모님은 극적으로 연락이 되어서 함께 면회를 왔던 친구가

정서적인 끈이 되기를 바라하는 모습이었다.

새벽에 쏟아진 비

공주대학교 학생회관 뒷 편...

야영을 하기 위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서니, 전날 새벽 네 시가 넘도록 밴드 연습을 하며

가끔 잠을 깨우던 밴드의 소란스러움이 뇌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전날 그리 푸닥꺼리를 했는데, 오늘 또 할라고’라고 안위하면서

텐트를 치고 눈을 붙였는데, 역시 ‘또’ 하는 것이다.

그들은 전날과 같이 새벽 네 시가 넘는 시간까지 푸닥 꺼리를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소란쯤은 면역이 되어서 어느 정도 버티고 잘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회관의 밴드연습장이 아닌 하늘에서 발생했다.

전날 일기예보에 비올 확률이 20%밖에 안 된다고 해서 텐트를 쳐놓았었는데,

새벽 네 시경에 빗방울이 텐트를 때려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금 떨어지다 말겠지 하고 안위하면서 버티려고 하는데,

이건 조금 떨어지다 말 비가 아닌 것이다.

줄기차고 지구력있게 내리는 것이다.

비를 맞으며 나와서 짐을 챙겼다. 

떨어지는 비가 이미 텐트를 푹 적셔 놓았는지라, 걷어서 가방에 말아 놓으면

배낭까지 젖을 판이어서 텐트는 그냥 비 맞으라고 그대로 세워놓고 인근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이 5시 쯤 되었었는데 부지런한 학생들이 한둘 지나다니고 있었다.

도서관 1층 홀에 있는 긴 의자에 침낭을 꺼내서 펼쳐 놓고 7시 반까지 들어가서 누워 잤다.

[ 새벽에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는 텐트의 처량함 ]

10월 1일

[ 신월초등학교 캠페인 ]

4차선 도로가 인접한 신월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서 캠페인 준비를 하는데,

나이드신 선생님 한분이 교통지시봉을 들고 앞쪽의 횡단보도 앞에 서신다. 

시간은 7시 30분 경.

학부형교통봉사단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젊은 선생님도 아닌 나이드신 선생님이 빨리 나오셔서 교통지시봉을 들고 있으신 것이 의아했다.

지나는 아이들에게 물으니 교장선생님이시란다. 

선생님은 횡단보도의 빨간불일 때는 지나는 차량에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셨고,

[ 8000 지나는 차량에 인사를 하시는 교장선생님 ]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 중간까지 나가서 아이들을 배웅하셨다.

[ 8020 횡단보도 중간까지 나서서 아이들을 맞는 모습 ]

[ 8030 아이들에게 손 흔드시는 교장선생님 ]

그런데 선생님은 서서 교통정리 하기도 힘드실 텐데

지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뭐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

교장선생님이 저리 미소를 지으시면서 손을 흔들며 아이들을 맞으니,

아이들도 천진한 미소와 표정으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는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충남에서 다섯 번째로 큰 초등학교다 보니 일찌감치 스티커가 거덜 나서

학교를 돌면서 버려진 스티커를 주웠는데,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정성이

눈에 보이는 학교는 늘 그렇듯이, 바닥에 떨어진 휴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가야초등학교]에 휴지 떨어진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이재영교장선생님을 뵙고

학교 주사님 같이 소탈하시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 아이들에게 전달된 것을 살필 수 있었고,  

[진주수정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의 나그네를 배려해주는 따스함이

아이들의 모습에 그대로 배여 나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고성초등학교] 아이들은 유난히 길가의 휴지를 주우면서 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는 백명흠 교장선생님이 출근할 때 학생들에게 솔선수범으로 가능한 모습이었다.

[마산 선적초등학교] 김성현선생님께서 학생들 등교지도를 하면서 ‘안녕하세요’라며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 건네시는 노력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져서 

참으로 밝고 명랑하게 나에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많이 대했었다.  

[산청초등학교] 오일창교장선생님의 환경과 인성을 중시하는 습성이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남다른 쾌적한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냈음도 잊을 수 없다.

[ 각각의 지역의 일지를 보면 그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외의 다른 많은 학교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의 관심과 교육이

잘 전달되어 피부로 접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다만 선생님들을 찾아뵙기가 여의치 않았던 이유로 일일이 말씀 나누고 기록하지 못했던 것 뿐이다.     

[ 교장선생님 면담 ]

교장선생님 교통정리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요청해서 말씀을 들었다.

질문 1 : 젊은 선생님도 많이 계신데, 이리 어른인 교장선생님께서 왜?

이런 수고를 무릅쓰시는지. 언제부터 해오셨는지.

답 : 20년째 아이들 등교지도를 하고 있다. 하나의 봉사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장선생이 이렇게 아침마다 학부형들을 대하면서 등교지도를 하다보니

학부형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믿고 학교를 보낸다.

질문 2 : 아이들을 통행시킬 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 같던데,

그것이 어떤 말씀이고, 왜? 하시는지?

답 :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는 ‘잠재적교육과정’을 염두해둔 교육기법으로

그렇게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긍정적인 사고를 스스로 갖게 된다.

질문 4 : 이러한 활동이 쉽지 않았을 텐데.

답 : 정년이 1년 남은 나이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오나 이렇게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7시 30분 전에 이렇게 와서 서려면 좀 힘들 때가 있다.

질문 5 : 학교에 휴지가 떨어진 것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을 상대로 어떤 교육을 하는지.

답 : 자연보호의 궁극의 길은 물건을 아껴 쓰고, 오래 쓰고,

다시는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강조해서 교육을 하고 있다.

질문 6 : 흔히 지위가 올라가면 근엄해지고 권위적여지고 약한 사람을 없지 않아

깔고 보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교장선생님은 겸손하게 밑바닥의 일부터 솔선수범 하신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답 : 요새는 교장과 교사 사이에 민주화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과도 격 없이

정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이뻐 해 주다 보니

아이들도 교장실에 ‘사랑한다’는 쪽지를 보내주고,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꾸민 상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 8030 후덕하신 조동수교장선생님 ]

각 지역과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신 분,

격 없는 수수함을 간직하신 분, 솔선수범하시는 분, 강직하신 분,

남다른 독서열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이 습관을 전하시는 분 등의 여러 교장선생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듣고 했었다.

그런데 이곳 교장선생님 만큼 따스함과 편안함이 풍겨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듯 하다.

내 자신이 다혈질 적인 기질이 있어서 이렇게 잔잔한 미소가 자연스러운 후덕하신 분을

뵐 때는 늘 존경스러움이 밀려온다.

                                       --- 2007년 10월 1일 충청남도 공주에서...

HOT!  참고로 공주대학교 예술대학 앞에 세워진 동상을 차마??? 캠페인 일지에 싣지 못했다.

무슨 동상사진인지 궁금하신 분은 둥글이다음카페의 '자유게시판'에 올려놓았으니 살피시길...

----  잡글  ---------

포용과 비판

1. 두부류의 인간

흔한 표현으로 ‘덕’이 있는 이들은 사람들을 잘 품는다.

직면하는 사안을 (흔히 말하듯)현명히 처리하면서

상대방의 입장과 감성을 잘 살피면서 갈등과 분열 없이 잘 조율하곤 한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없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의 내면의 문제에 신중한 고민을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비심’한 이들이다.

(노장자, 석가, 예수의 믿음을 따르며 ‘자기수련’에 집중하는 이들.)

반면 ‘비판력’ ‘투쟁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가진 관점의 특성은 직면하는 ‘부조리’ ‘부정’에 맞선 직접적인 해결이다.

그러하기에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집중과 타격을 통해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호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예민하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의 완성보다는 사회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 있다. (시민운동가 등)

이 두부류의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평등과 평화, 자유, 행복’ 등이 어우러진 그것이지만,

삶에 대한 관점과 가치, 행위는 정 극단을 취한다. 

이들은 서로를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하며 소통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성찰’과 ‘사회운동’이라는 이 양자의 존재경향은 인간의 의식이

안으로(자기수련) 향할 것인가? 밖으로(사회문제) 향할 것인가?의 차이.

즉 양극단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스팩트럼 상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동질적인 인간의 ‘전체정신’상의 문제임으로 하나의 ‘통합’된 시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양자(자기수련/사회변화)의 ‘팽창’과 ‘균형’을 통해서 사회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쇄퇴하고 붕괴하게 된다.

2. 사회균형모델

이의 설명을 위해서 극히 단순화한 ‘사회균형모델’을 하나 제시한다.

전체인구는 100이다.

그 중에서

내면의 성찰에 집중한 ‘자기수련’을 위해서 힘쓰는 사람이 10명이고,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진 ‘시민운동가‘ 10명이고,

없는자와 약자를 내리누르는 ‘사회부정세력’이 20명이고,

나머지 일반 대중이 60명이 라고 하자.

그리고 1. 자기수련자와 2. 시민운동가를 하나로 뭉쳐서 ‘사회긍정세력’이라고 편의상 정리하자.

----- 정리 ----------------------------------

A. 사회긍정세력 - 1. 자기수련자 (10명)

                  2. 시민운동가 (10명)

B. 사회부정세력 (20명)

C. 일반대중 (60명)

* 편의상 여기서의 ‘사회긍정’ ‘사회부정’의 기준은

없는자-약자를 ‘대변하느냐? 착취하느냐?’로 하기로 한다. 

** ‘자기수련자’를 ‘사회긍정세력’으로 포함한 것은 근본적으로

자기를 낮추고 비우며 자기 수련 노력 자체가 ‘없는자-약자’를 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고, 그러한 낮춤과 비움의 문화 자체가 ‘없는자-약자’를 착취하려는

사회부정세력의 힘을 ‘간접적’으로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

이 사회모형에서

A. 사회긍정세력과 B. 사회부정세력은 서로간의 힘의 대립-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세력다툼을 통해서 자기 자신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짖는다.

3. 사회긍정/부정세력의 대립

A. 사회긍정세력 과 B. 사회부정세력의 대립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경험해온 ‘약자와 강자와의 대립’을 통해서 수 없이 살폈다.

A. 사회긍정세력이 우위에 있을 때는 B. 사회부정세력이 힘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반대의 관계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 세력의 한편이 ‘절대화’되지는 않는다.

인간 내면에 긍정과 부정, 사랑과 분노, 생의의지와 죽음의 의지가 공존하듯이

이의 사회적 현현인

‘사회긍정세력’과 ‘사회부정세력’은 끝없이 서로에 대해 대립 갈등하면서

세력이 약화되었다가 강화되었다가를 반복한다.

가령 A. 사회긍정세력 30 B. 사회부정세력 10 이거나

     A. 사회긍정세력 10 B. 사회부정세력 30 일 수 있지만,

     A. 사회긍정세력 40 B. 사회부정세력 0 이거나

     A. 사회긍정세력 0 B. 사회부정세력 40 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각각의 세력은 자체적인 노력이나, 상대세력과의 대립과정에서의 영향에 따라서

그 규모가 확대되거나 축소되거나 한다.

4. 사회긍정세력의 균형의 붕괴

문제는 ‘1자기수련자’ ‘2시민운동가’의 균형이 현격하게 깨트려졌을 때

A. 사회긍정세력의 힘의 약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갑의 상황

'1. 자기수련자‘를 20명

’2. 시민활동가‘를 0명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을의 상황

'1. 자기수련자‘를 0명

’2. 시민활동가‘를 20명으로 만든다면

사회긍정세력의 힘이 현격히 약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갑의상황의 경우,

만약에 ‘자기수련자’만 20명이 되고,

‘시민운동가’가 0이 된다면,

사회는 ‘사회부정세력’의 뜻대로 움직여지면서 사회적인 약자들(60명의 대중)은

끝없이 짖 밟히고 착취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자기수련자’들의 특성상

그들은 직접적인 사회부정에 대해서는 나서서 맞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자기수련자’ 20여명은 ‘그에 아랑곳 않고’(세상이 어찌 돌아가던 말던)

평안한 마음으로 일관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험난하고 흉폭한 사회 현실 속에서

더욱 고감도로 자기수련을 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60여명의 대중이 착취를 당하면서 고통 받는 것에는 대체로 ‘비심’(무심)한 체로...

물론 그들 ‘자기수련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간접적인’ 사회정화효과가 있음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부정세력’이 그들 유리하게 만들어내는 사회제도, 법체계, 교육, 문화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필요를 느끼는 ‘자기수련자’들의 특성상

전반적인 사회는 점점 더 부정하게 흘러가게 된다.

이번에는 

을의 상황을 예 들어보자.

‘시민운동가’가 20이고

‘자기수련자’가 0이라면,

‘사회부정세력’과 맞설 힘이 좀 더 강화되면서 사회적 정의는 좀 더 세워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에 따른 증폭된 ‘갈등’과 ‘분열’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현격히 건조하고 황량해질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스스로를 추려갈 기회를 갖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외부의 대상(자본과 권력)에 대한 투쟁만 일삼는 이들이 만들어낼 사회에는 

극도의 황량함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투쟁력 있는 활동에 의해서 사회제도, 법체계, 교육, 문화 등이 없는 자와

약자를 위해서 재편되기는 하겠지만,

내면의 통찰과 자기자신과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동반되지 않는

따라서 이 양자 간에는 ‘균형’이 맞춰져야할 필요가 있다.

5. 사회긍정세력간의 균형 비율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어떤 방식’으로 그 ‘비율’이 맞춰져야 하는 것인가?

우선 그 ‘균형’이라는 것은 양자를 정확히 반절로 나눈 균형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한정된 20명이 투입되는 사회긍정세력의 힘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두고 비율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가령 사회부정세력의 힘이 강화되어 직접적인 사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

1. 시민운동가의 비율을 높이면서 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해야하고,

사회부정세력의 힘이 좀 약화되거나 덜 호전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되면,

2. 자기수련자의 비율을 높임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6. 사회긍정세력간의 갈등

문제는 세력 간의 연대를 통해서 ‘사회부정세력’에 대응해야할 사회긍정세력 간에

전혀 소통이 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때로는 ‘반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기수련자’들의 경우에는

‘모든 법이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내 마음만 비우면된다’ ‘자아를 버려라’

‘예수만 믿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류의 주장만하면서 사회적 억압과 착취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나서서 움직이는 ‘시민활동가’들의 활동을 ‘폄하’하면서

‘그렇게 해서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 자신이나 잘 다스려라’는 따위의 조언만을 일삼는다.

이들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마음을 비우고 ‘득도’한다고 해서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의 고통까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인지할 필요조차를 못 느낀다.

왜냐하면 이들 대부분이 말하는 ‘해탈’ ‘득도’ ‘영생’의 진수는

실질적인 세상의 문제와 관계를 끊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석가와 예수가 그리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마치 사회문제에 대해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만 비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기고 있다.

이는 ‘주관적인 관념론’ ‘주관적 낙관론’의 소치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고 자신들과 같이 산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여기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러할 것 같으면 어떠한 사이비 종교가 말하는 세계도 참으로 이상사회일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선택한 믿음의 길에 정진하기는 하되,

그 반대세력(사회부정세력)이 항상 상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지해서

시민운동가의 격렬한 활동의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배타성은 ‘시민운동가’에게도 나타난다. 

시민운동가는 ‘자기수련’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함으로 인해서

‘자기수련’분야의 숙고가 인생에 주는 무수한 자양분을 공급받지 못한다.

일명 시민운동을 한다고 나서던 이들이 자기 내면에 발생하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에 포섭되어 변심하는 경우...

조직 내부의 끝없는 질시와 분열...

시민운동성의 특성으로 인해서 반대되는 세력(사회부정세력)의 힘을 상대적으로 강화시켜주는 특성은

시민운동가들이 그들의 삶에 ‘자기수련’의 노력을 접목하지 못한 결과이다.

전적으로 그러한 이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화 해서 설명하자면,

‘자기수련자’들이 세상을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내부로만 끝없이 시야를

집중시키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시민운동가’들은 자기의 문제는 살피지 않고

외부로만 끝없이 시야를 확대시키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각각은 같은 스팩트럼 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서로 간에 그 극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상대방의 존재가 그렇게 이질적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 양자를 조율하고 통합해서 사회부정세력에 적절히 맞설 힘을 길러야 사회는

보다 건전하게 발전될 수 있다.

7. 응용사례

(인간사랑과 에티켓)의 문제에 대한 활동성을 가진 YMCA류의 활동가들과

(직접적 사회부조리에 대한 투쟁)을 행하는 일반 민중단체들은 서로 ‘심정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특별한 사안을 통한 활동의 연대도 좋지만,

서로가 긍정적 세상을 위해 각자의 입지에서 활동하며 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음을 ‘심정적’으로 느껴야 한다.

YMCA류의 활동가들이 일반시민운동가들을 비판하는 것이나,

일반 시민운동가들이 YMCA류의 활동가들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예외는 있다.

첫째, 서로의 조직들을 긍정할 자세가 안 된 이들은 그것 자체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가령 YMCA 류의 활동을 하는 이들이 시민운동가들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이 YMCA류의 활동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양자의 힘이 하나로 합해져야 사회의 건전성이 확보되는 힘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 대한 이유만으로 비난 받아도 마땅하다. 

둘째, 타성에 젖어서 일방적 활동의 방향만 고수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가령 앞서와 같이 사회긍정세력간의 비율 균형 에 맞게 ‘사회긍정의 힘’이 재편되어야 하는데,

직접적인 처리 사안/투쟁이 필요한 사회적 부정-부조리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YMCA류의 활동만 하거나,

사회적 갈등현안이 없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투쟁과 공격성을 고조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투입되는 기회비용의

비효율과 역효과를 초래하여 사회의 건강성을 헤치기 때문에도,

이러한 상황을 읽어내지 못하고 ‘자기만족’에만 빠진 활동을 하는 것은

냉철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양자’의 활동이 동일한 스펙트럼 선상의 활동임을 이해하고 조율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기존의 사회운동(성)/시민운동(성)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