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8월9일 당당뉴스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작년 9월부터 전국을 유랑하고 있는 박성수님입니다. 몇 달전, 필자가 11년동안 목회했던 벌교원동교회에 유랑길에 들르게 되면서 서로 이메일로 연락해 알게된 분이지요. 방학동안은 쉬고 9월부터 다시 유랑길에 오르면 당당뉴스에 정기적으로 기행기를 게제하기로 하였습니다. 둥글이의 전국 유랑기 함께 가보시렵니까? http://www.howcan.or.kr/ 

 

 

... 둥글이의 전국 유랑기 함께 가보시렵니까?  사진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곳을 클릭하십시요.

 => http://www.howcan.or.kr/ 

대가리 말

인생을 가장 재미없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는 전통-관습화된 사고가 통념과 상식을

맹신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렇다면 그 삶에 ‘안정’은 있을지는 몰라도, 우주공간의 중심에 떠 있는 초록별 지구의

생명체가 누릴 수 있는 ‘풍요’를 맛볼 수는 없다.

두 바퀴를 돌아야 정면이 나오는 ‘희한한 특성’의 원자가 수조 개가 모여야 만들어지는

세포, 

그 세포 수조개가 다시 ‘유기적’으로 모여야 인간의 ‘몸’이 되기에 이 복잡성과 난해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거기에 ‘정신’ 이라는 요소가 작용해서 어우러지는 ‘삶’이라는 현상에는

우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함이 늘상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 각각의 개인은 생명과 정신의 수십억년 압축된 역사가 영원의 순간과 무한의 공간을

관통해 ‘현재’화 되는 매개체이다.

그런데 ‘통념과 상식’이 만들어낸 ‘일상’의 함정은 안타깝게도 그 엄청난 존재 가능성의

대양 속에서 고작 우리 자신을 ‘경제적동물’로 전락시키고만 있다.

더군다나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한 ‘경제적 동물’로서의 노력이 다른 이의 손에 쥐어질 것을

빼앗고, 환경파괴를 가속화 하고 있음에 이러한 삶의 조잡함은 이루 말할 바 없다.  

이 현실 속에서, 하나라도 더 갖고 한 단계라도 직위가 상승하면 뭔가 큰 성취를 이룬

듯 한 착각에 빠져 깔깔대고,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무참한 절망으로 한평생을 흘려보내는

것은 ‘현실이라는 게임’에 빠진 이들이 치러야 하는 댓가이다.

이렇게 너나나나 모두가 ‘기꺼히’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한평생을 일관하는 분위기이기에,

각기의 개인이 그 ‘함정’을 발견하기에는 쉽지 않고, 설령 그 함정을 (언듯)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갖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러하니 자신이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삶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무수한 삶이 ‘현재’

중첩되어 있음을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이들도 삶-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무한의 가능성, 생명의 하나 됨에 대해서

종종 직관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휴가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시각적인

스펙타클함에 압도되는 감상적인 수준의 그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극소수의 이들이 그것을 ‘의식화’해 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과 철저히 유리된

‘관념적 유희’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워지는 직관을

구체적으로 ‘의식화’ 하고 자신의 삶으로 ‘체현’해 낼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요와 공급의 엄밀한 법칙만이 난무하는 약육강식의 경제 사회 속에 적응하기

위해 ‘순수’라는 능력을 내팽개친 댓가이다.  

이렇다 보니 매일 매일이 새롭고 상큼하며, 놀랍고 신비로워야할 삶을 마음껏 향유하지

못하고, 사회경제적으로 기대되는 것만을 욕망하면서 그것이 성취되고 되지 못함에 의한

쾌락과 고통의 양가적 감정 사이만을 전전하는 것이다.

이들이 초록별 지구를 살아가며 얻을 수 있는 생명의 풍요를 누릴리는 만무하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의 하나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만 나는 내가 그간 서 있던 그 ‘허망의 지반’을 발견했고,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의식화해서 내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밝혀낸 후,

올바로 대지를 밟고 서기 위한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댓가로 평범한 일상의 기회를 모두 투자한 터이고, 통념과 상식에 맞서 처절하면서도

비루한 투쟁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 밖에 주워지지 않은 인간의 삶...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며 사는 것’보다는, 내 속에 존재하는 수십억년 압축된 생명과

정신의 역사를 체현하며 당당히 살아가리라.                          

                                            [ 2007년 전반기 활동을 전라북도 진안에서 마치며...  ]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모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몇 일 생활하면서, 중학생 둘을 알게 되었다.

할일 없이 놀 꺼리를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아이들이었다.

한 녀석은 얼굴에 항시 때 국물이 흐르고 있었고, 허름한 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학교 갈 때도 그 차림 그대로 가방도 없이 등교하는 모습을 봤었다. 깨지고 썩은 이빨을

하고 있었고, 허리 쪽에는 자그마한 문신도 하나 새겨져 있었다.

녀석의 아버지는 막일을 하시는 분이시란다. 일을 끝나고 오면 온 몸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술을 꼭 한 병씩 마시곤 하셨단다. 그런데 언제부터 일은 안 나가시고 술로 세월을 지샌단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니,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도

알지 못한다. 세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단다.

친구가 옆에 있음에도, 이런 얘기를 히히덕 거리며 늘어 놓는다. 

자신의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오랜 세월동안 할퀴고 찢겨졌던 그 마음이 엿보였다.

전날은 집에서 쫓겨났단다. 돌아다니다가 열 시경에 집에 들어가려니, 아버지가 술취한

기운에 ‘(집에서)나가’ 라고 소리를 지르셨단다. 그래도 그냥 비집고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안나가면 죽인다’고 소리를 치길래 그냥 나왔단다. 그래서 그의 친구와 함께

어떤 건물 아래 의자에서 웅크리고 잤단다. 

함께 방황하는 그의 친구 도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자기 방이 보수중이라 잘 곳이 없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방에서 자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버지 술 냄새 때문에 못 잔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새 그리 돌아다닌

단다. 술 냄새는 변명인 듯 했다. 뭔가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을 듯 했다. 더군다나 아버지

는 위암 중기라고 하시는데, 하지 말라고 해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하루 종일 술 담배로

지샌단다. 

막연한 불안감과 축적되는 고통의 경험들, 과도한 스트레스 자극과 통제할 수 없는 갖가지

상황들은 그들이 사춘기의 방황을 유달리 길고 암울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듭되는 절망과 좌절, 어둠속에

서의 끝없는 방황...  

아이들은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불우한 주변 환경이 그들로 부터

언제 그 마음을 빼앗아 갈런지 알 수 없었다.  

... (중략) ... 이하 내용은 하단 '잡글'란 참조.  

7월 5일

 정든 장수를 빠져나와 진안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대한다.

[ 1000 진안 가는 이정표 ]

또 다시 새로운 출발이다.

지역에서 일정을 마치고 이동할 때 마다,

오락실에서 한 판 깨고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기분.

진안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난 후에는 아이들 방학기간에 맞춰 한동안 돈벌이를 해야 한다.

스티커 뽑아서 캠페인 하고, 필요한 물건사려면 ‘쩐’이 있어야 한다.

전반기 마지막 활동지로 향하는 길이어서 그런지 많은 아쉬움들이 남는다.

-

진안읍 중심부에서 10여분을 나오니 길가 사과나무에 거대한 열매가 다섯 개 열려있다.

열매 크기 하나가 내 배낭만 하다.

[ 1010 진안군 앞 사과나무 ]

하나 따서 가방에 챙기면 앞으로 음식 걱정 없이 한 달은 버티리라.

하지만 담벼락으로 넘어온 나무 가지의 대추나무 열매나, 텃 밭의 가지를 따서 챙기는 것과 달리,

지나는 이들의 눈이 너무 많이 있어서 까딱 잘 못 걸리면 둥글이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사과도둑 둥글이! 현행범으로 채포되다.’

끔찍하지 않은가?

욕심을 거둬들이고 한입 베어 무는 것으로 만족한다.

[ 1015 한입 베어 물린? 사과 ]

몇 발짝을 더 가니 길가에 장승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남녀 ‘쌍’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여장군만 떡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뭔가 과부된 사연이 있으리라.

[ 1020 지하여장군만 딸랑 ]

장수읍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 되는 곳에 문화제 건물이 눈에 띈다.

‘타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공간인데,

공원이라기 보다는 사당에 가까운 곳이다.

타루비의 안내문은 다음과 같다.

[ 1030 타루비 안내판 ]

타루비는 현감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하급관리가 손가락을 뜯어 흘린피로 꿩과 말을

그리고 ‘타루’(눈물 흘리다)라는 글을 남기고 죽은 것을 기리기 위한 ‘비’란다.

1802년 ‘순조’ 왕조에 이러한 비가 세워진 이유에 대해서 나름의 역사적 상상을 해 본다.

 ‘영정조’기의 막강한 왕권이 어린 순조로 넘어가면서 수렴청정(섭정) 이 시작되고,

이로 인해서 조직적으로 짜여져있던 국가관료 조직이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자들은 헤이해진 관료/백성들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모종의 심리적

장치의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관료와 백성들이 나라를 위해서 좀 더 ‘충’(성)할 수 있는 ‘동기’부여, ‘이미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 1040 타루공원 전경 ]

이러한 터에 죽은 현감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고 피를 쏟고 자살을 했던 관리의

이야기(이름도 남겨지지 않은 걸로 봐서 만들어진 이야기 일 듯 하다)는 관료조직의

하부단위가 그 윗 단의 권력자를 위해 치루는 ‘희생’을 당연시하는 ‘충성’ ‘국가주의’의

가치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에 (윗사람을 보좌하지 못해서)‘눈물을 쏟는다’는 의미의 ‘타루비’는 ‘그 시절’(순조)에

세워져야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광고-이미지-문화 선전물’이었던 것이다. ‘윗 사람을

위해서 아랫 사람이 기꺼히 피 흘리고 죽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서 이렇게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재 ‘국정홍보처’에서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 'FTA 추진‘ TV 광고를

끝없이 쏟아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타루비나, FTA추진 광고나)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을 위해서 ‘백성’-‘민중’의 희생을

당연시화하는 착취 전략인 것이다.

설사 타루비의 이야기가 사실일지라도 현감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서 혈서를 쓰고 자결을

한 하급관료의 이름 조차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백성(국민)의 맹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국가주의의 인간 말살 관점과 일맥이 통해 있다.

그러고보니 장수에는 참으로 독특한 ‘관점’ ‘인물’들이 서로 극과 극으로 대치되어 있는 듯 하다.

이곳 장수의 북부에는 상급관리에 대한 충성심을 자결로서 실현해 보임으로 인해서

국가주의 전략(국가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화하는)을 공고히 하는 ‘이름없는’ ‘비’가

세워져 있음과는 대조적으로

장수의 남부에는 (장수일지 참조) ‘국가주의’ ‘세계화’전략에 반대하면서 자결로서

그 주체적인 열정과 의지를 드러내 보인 ‘이경해열사’의 묘소가 있기 때문이다.

[ 1050 벽화 - 피로 그렸다는 꿩과 말은 암벽에 양각화되어 있다. ]

이러한 과거의 ‘급진적인 충성 이미지’는 현 시대에 별로 기릴 것이 되지 못하는지,

‘타루공원’으로 이름지워진 비석- 사당- 벽화의 국가주의충성세트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

진안으로 향하는 중에 독특한 풍경들이 눈에 띈다.

[ 1060 파마머리를 한 버스정류장 ]

[ 1080 ‘논개수련원’ 전경 - 과거 폐교였던 곳을 고쳐서 운영.

  그 옆으로는 ‘천’이 흐르고 있다. ]

[ 1090 서 있는 세종대왕 - 학문과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세종대왕은 주로 의자에 앉아있는

동상으로 묘사되는 이유로 서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생소히 여겨졌다. ]

[ 1100 멀리 고가고속도로 아래로 보이는 ‘천천면’ ]

천천면 

장수에서 세 시간쯤 부지런히 걸어서 천천면에 도착했다.

천천면은 장수와 진안 사이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뱃속에서 점심시간 신호를 보내는 때에

맞춰 도착을 해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곳 옆의 식당으로 들어가서

청국장을 시켜 먹었다.

[ 1110 천천면 내 전경 ]

오랜만에 알이 송송 가라 앉아 있는 청국장다운 청국장을 먹고 있으려니 식당 아주머니가

비닐봉투에 뭔가를 담아서 가져오신다. 누릉지였다. 살가운 정이 느껴진다.

[ 1120 식당 아주머니가 주신 누릉지봉지 ]

아주 오래전에도 먼 길을 떠나는 한 나그네가 이곳의 주막에 잠시 들렸으리라...

국밥을 한 그릇 시켜 먹고 짐을 챙겨 나가려니, 주모는 나그네의 행색 살피고는 부엌에

가서 누릉지와 주먹밥을 한지에 싸서 건넨다.

시골 동네를 거치다 보면 이렇게 산업화로 인해서 단절된 과거의 문화와 역사를 잇는

특별한 ‘근거’를 발견하고 잠깐씩 잊혀진 시대에 머물곤 한다.

식당에서 나서서 천천면을 관통하는 개울 옆의 은행나무 아래 그늘에 배낭을 깔아 놓고

그 위에 눕는다.

[ 1130 - 은행나무 아래 배낭을 깔고 ] 

[ 1140 - 개울을 배경으로 ]

한 시간여 가량 누워서 푹 쉬다가 다시 짐을 챙겨 움직인다.

하여간 물소리 들으면서 나무그늘에 누워있는 것은 최고의 휴식이다.

-

이곳은 유난히 담배(잎)이 잘 자라는지 곳곳에 담배 밭 투성이이고,

잎을 따서 경운기 한차 실어서 옮기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 1150 담배잎 따서 실은 풍경 ]

480 미터 나지막한 ‘방곡재’를 넘어 내려가니

[ 1155 방곡재 오르는 길 ]

진안군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 1160 진안 표지 ]

마이산 ‘탑’으로 유명한 진안답게 주유소 입구에 이를 흉내 낸 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 1170 주유소 앞 돌탑 ]

[ 1180 어디나 그렇듯이 도로를 또 포장한다고 산을 깍아 내는 흉한 전경도 눈에 띈다. ]

[ 1190 밭을 일구는 아주머니의 손이 바쁘다. 장마비가 잠시 멈췄을 때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이 많으시리라. ]

두 어시간 더 걷다가 ‘천천면’과 ‘진안군’ 사이의 오천리 ‘오천초등학교에서 여장을 풀었다.

[ 1200 오천초등학교 전경 ]

학교가 파한 후라 한산했다.

한편 구석에 선생님 한분이 남아있어서 하루 묵어 갈수 있을지 여쭸더니,

많은 걱정을 해주시면서 주차장 아래쪽에 비 맞지 않을 자리를 가리켜 주신다.

선생님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의 관심을 가지신 분이셨다.

일부로 서울까지 가서 ‘기상교육’까지 받고 오셨다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의 멸종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까지 대면서 말씀 하셨다.

환경오염으로 하루 세 종류의 동식물이 멸종한다는 것과, 2020년의 양서류 멸종의 문제

등등의 문제까지도 지적하시자 이야기가 일사분란하게 통했다. 

선생님 퇴근길이라, 버스시간 때문에 많은 말씀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돌아다니면서 뵌 선생님들 중에서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가지신 분은

처음인 듯 하다. 

-

오천초등학교는 학생 수 30여명의 작은 학교인데, 방과 후면 아이들이 인근의 마을로

뿔뿔이 흩어지는 이유로 학교는 한산했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술 먹고 담배피우면서

시끄럽게 할 일도 없었다. 하루 종일 농사일에 시달리는 시골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운동하기 위해서 학교에 찾아 올리도 없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렇다 보니 텐트를 쳐 놓고 드러누워 맘 편히 저녁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학교 한편에는 유난히 폭이 넓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여유 있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 1220 폭 넓은 느티나무 ]

학교 옆으로는 천이 하나 흘렀는데, 발 좀 식힐 겸 해서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서

이쪽 저쪽 휘젖고 다녔다.

[ 1210 오천초등학교 옆을 흐르는 천 ]

이곳의 적막함은 밤낮의 구분 없이 모든 방향을 채우고 있어서 하루 동안 쌓인

긴장을 풀어냈고, 사방이 칠흙 같이 어두운 학교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도

산야에 울리는 종소리와 같이 잔잔한 평안을 주었다. 

[ 1230 야간에 학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 ]

7월 6일

여유 있게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겨서 다시 진안으로 향했다.

한 시간 가량 걷다가 딱 쉬려고 하는 자리가, 마침 아주머니들이 자두 따는 자리였다.

[ 1240 도로가의 자두나무와 열매를 따는 아주머니들 ]

도로 가에 심어져있는 자두나무에서는 빨간 자두들이 주렁주렁 열려져 있었다.

아주머니가 ‘뭐 하로 다니냐’고 묻는다.

가방 한쪽의 ‘FTA 결사반대’ 문구를 보이며, FTA 반대하기 위해 다닌다고 말씀 드린다.

뭐 사실 'FTA 반대하기 위해 다닌다‘는 말은 ’농심을 대변하는 척 함으로 자두를

얻어먹기 위한‘ 기회주의적인 발언임을 인정한다.

FTA반대하기 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고, 초등생 캠페인 하기 위해서 다니는 중에

다만 FTA 반대문구를 하나 붙여 놓고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먹고 살려면 ㅜㅡ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배우는 것이라고는 ‘구걸’의 양을 최대화하고, 하루 하루를 잘 묵어

보내기 위한 권모술수. 

아주머니는 묻는다.

‘그렇게 반대한다고 (FTA 무산이)돼냐?’고...

농민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좌절의 아픔이 그 말에서 느껴졌다.

‘안되더라도 노력이라도 해보는 거죠.’

아주머니는 오라고 부르시더니, 자두를 따놓은 다라이에서 실한 자두만 골라서 한 봉지 건네신다.

‘반대해서 이쁜게 주는 거여’

안 그래도 어려워지는 농촌 환경에서, 팔아서 자녀들 학비 보태야할 자두를 너무 많이 받아가는

듯 해서 죄스러운 기분이 0.5~0.7초간 뇌리를 스쳤지만, 그 불그레한 빛깔이 침샘을

자극하는 순간 죄책감은 사라지고 성취감이 밀려온다.

[ 1250 자두한봉지 ]

옷에 대충 문질러 닦고 두서너 입 배어 씹은 후에 통체로 입에 던져 넣고 씨만 골라서

뱉어 내기를 반복하며 진안으로 향한 길을 재촉한다.  

- 

이로부터 삽십여분을 더 걸으니 진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표지가 들어온다.

[ 1260 진안 입구 표지 ]

그 진입로에는 인삼과 마이산의 고장이라는 타이틀답게 인삼모양의 가로등이 줄지어 서 있다.

[ 1270 진안 진입로 ]

진안군소개

진안은 전북의 동부 산악권에 위치해 있다. 

[ 2000 진안군의 지리적 위치 ]

용담댐이 완공되어 용담면을 비롯하여 주천, 정천, 안천, 상전면과 진안읍 등 진안군

전체면적의 절반에 해당되는 일천여 만평이 수몰되었지만, 전주, 군산, 익산 등지에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진안군청발췌)

지역의 특산물로는 ‘인삼’ ‘사과’ 등이 있고,

수성암으로 이루워진 세계최대 규모의 벌집모양 반동굴형 마이산관광지가 유명하다.

진안군 캐릭터 ‘마이용’은 용담호 용의 승천을 이미지화하여 미래발전을 상징적 형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발되었단다.

[ 2010 진안군 캐릭터 마이용 ]

7월 6일

진안읍 내에 들어와서 주요 시설물(군청, 학교, 우체국)등을 확인하러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 2020 읍 내를 흐르는 작은 개울과 느티나무]

[ 2030 진안시장간판 / ‘덤과 정이 살아있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 

[ 2040 진안시장 전경 ]

[ 2045 진안군청 ]

[ 2047 개천 너머로 체육공원 입구 ]

[ 2050 다리 너머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대조적으로 바위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냉기가

시원한 체육공원 입구의 나무그늘 ]

[ 2060 이러한 천혜의 조건아래서 낮잠 한숨 ]

[ 2070 마치 동굴과 같이 드리워진 나뭇가지 ]

[ 2075 모기 판박이 된 자리 - 누워서 쉬고 있는데 따끔 해서 손바닥으로 쳤더니,

그대로 판 박이가 되었다. ]

[ 2080 진안초등학교운동장 멀리 보이는 마이산 ]

오후 6시 반 경에 학교 한편 구석에 텐트 쳤다.

물통에 물을 뜨려고 수돗가로 가는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사이의 사내 녀석들

예닐곱 명이 돌아다니면서 번잡스럽게 놀아댄다.

뭐라고 주의를 주고 들어가 텐트 안에 있었다.

한참 후에 그 무리중의 꼬마 녀석 하나가 궁금한 듯 와서 기웃거린다.

초등학교 3학년 이란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뭔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 길래 ‘설법’을 시작한다.  

하나라도 더 갖고 멋지게 보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아끼려는 노력이 세상에 필요한 것임을 이야기 한다.

세상의 자원과 기회는 한계가 있는지라,

하나라도 더 갖고 폼나게 살려고 노력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릴 수 밖에 없음을...

너무도 굶어서 독수리의 밥이 되기 직전의 아이의 스티커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너의 작은 노력’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음을...

인간과 생명이 파괴되고 고통 받는 것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부터 관심을 갖고 감싸 안아야할 일’임을 이야기 해줬다.

슈바이쳐나 테레사 수녀 등의 - 마음이 넓은 이들은 자신들의 일생을 바쳐서

세상의 헐벗고 굶주리는 이를 위해서 살았음을 이야기 해줬다.

자... 이런 얘기는 참으로 뻔 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누군가 어른을 잡고 얘기했으면 콧방귀만 뀌었을 것이다. ‘다 아는 얘기 뭐하로 하냐?’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그들의 정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주는 자극들이다.

그렇더라도, 요새의 아이들이 (어른이 만들어 놓은) 번잡한 자극과 떠들썩한 놀이문화에

찌들어 있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대충 들을 줄 알았더니, 똘망똘망한 눈으로 열심히 듣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잡고 훈장질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안좋을 듯 해서 적당히

얘기하고 스티커 줘서 보냈다.

그랬더니 잠시 후에 녀석이 아이들 둘을 더 데리고 온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네 녀석이 더 온다.

내가 주절대는 얘기들에서 뭔가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러 이야기를 청하려 했던 것이다.

텐트 앞에 앉혀 놓고 15분여 정도를 인간과 생명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댔는데,

한 녀석도 딴 생각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빌어서 비로소 내 ‘교주’로서의 능력을 알아 볼 수 있었다. ^^‘

‘할렐루야~’

[ 2090 둥글이교 신도들^^‘과 함께 ]

음... 녀석들을 포섭했으니, 다음 만날 때는 각각의 녀석들에게 두 명씩 더 데리고 오라고 하고,

좀 더 근엄하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녀석들에게 나의 ‘둥글이즘’ ^^; 을 포교하면서,

주머니에 들어있는 잔돈이라도 ‘기꺼히’ 털어 낼 수 있게끔 통을 하나 마련해 놓는 것이 좋겠군.

(깜짝!) 이런이런... 권력에의 욕망이란~

하여간 기특한 녀석들에게 이야기를 끝마치고 집으로 보낸 후, 30여분 쯤 지나니,

다시 인기척이 들린다. 

그 무리의 아이들 중에서 3학년 꼬마 녀석(현준)과 중학교 2학년 녀석(근혁)이 다시 온 것이다.

김밥을 들고서...

텐트 생활하는 아저씨가 굶주리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기꺼히 자신들의 용돈을 털어서

김밥을 사온 것이다. 함께 앉아서 김밥을 까먹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다.

시험도 끝났다고 부모님들이 마음껏 놀다 오라는 허락을 받아왔다고 해서

열 시경까지 놀다갔는데, 다음날 마이산에 함께 오르자는 약속을 했다. 

-

녀석들이 간 후에 누워서 좀 쉬려니 뒤편 놀이터에서 여중생쯤으로 들리는 시끌 뻑작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지 가봤더니 잡담을 해대면서 담배를 태우고 있다.

‘방범대원’을 사칭해서 접근한다.

담배 태우면 몸 상한다는 것과 밤 늦게 큰 소리로 떠들면 주변 동네사람들이 불안스럽다는

얘기를 하니,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죄송하다’고 말귀를 알아듣고 주의하겠다고 한다.

텐트를 친 장소가 소리가 몰리는 곳이라 이런 저런 잡음이 심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울어대자,

이에 부응해서 개 한 마리가 선두로 짖어대고 이내 곧 온 동네의 개들이 난리 법석을 떨어댄다. 

7월 7일 토요일

진안초등학교 캠페인

[ 2095 진안초등학교 전경 ]

아침 일곱시 쯤 되니 3학년 꼬마 현준이가 텐트친 곳으로 나타났다.

전날에 학교 앞에서 캠페인 하는데 도와준다고 했었다.

기특한 녀석, 그냥 하는 얘기인줄 알았더니 정말로 나온 것이다.

짐 꾸려서 학교 앞에 섰더니,

전날 함께 얘기를 들었었던 현준이의 같은 또래 친구도 와서 일을 거들 준비를 했다.

길이 많이 분산되어 있어서 나는 정문을 맡고 녀석들은 한쪽 진입로를 맡기로 했다.

과거 [해남서초등학교]에서 환경에 관심 많은 학생 하나가 자발적으로 캠페인 도와준다고

하면서 스티커를 받아서 뒷문에서 나눠줬던 이후로 9개월만의 경험이었다.

[ 2100 장수초등학교 한쪽 진입로에서 아이들이 스티커 나눠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 2110 스티커를 나눠주는 모습 ]

[ 2115 스티커를 받아든 아이가 꼼꼼히 읽고 가는 모습 ]

[ 2120 종류별로 스티커를 달라고 해서 받아가며 좋아하는 모습 ]

[ 2130 스티커 나눠주는 모습 2 - 아직 초보라서 언듯 보기에는 스티커를 나눠주는 모습

이라기 보다 물건을 ‘강매’하거나 ‘삥’뜯는 모습처럼 보인다. ]

아~ 이렇게 늘상 옆에서 캠페인 도와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활동 표정을 찍어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안초등학교에서의 캠페인은 유쾌하게 시작되어서 유쾌하게 마칠 수 있었다.   

마이산 등반

오후 세 시경에 진안초등학교에서 근혁이와 현준이를 만나 마이산을 올랐다.

[ 3010 멀리 보이는 마이산 ]

[ 3020 마이산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

[ 3030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고 ]

[ 3040 - 15분 여만에 도착한 마이산 입구 ]

[ 3050 3060 마이산 오르는 길 - 물통 던지고 받으며 ]

[ 3070 마이산 계단 448 계단 ]

[ 3080 약수터에서 물 좀 떠 마시고... ]

[ 3090 마이산 ‘암봉’과 ‘수봉’ 사이 길 오르기 직전 ]

[ 3100 암봉과 수봉 사이 정상?에서... - 두 봉 사이 길이기 때문에 ‘재’라고 불러야하나? ]

[ 3110 암봉과 수봉 사이 100m 쯤 올라가는 길에 있는 ‘화엄굴’ 올라가기 ]

[ 3120 화엄굴모습 - 굴 사이에 약수가 흐르고, 굴 아래쪽의 무더위와는 대조적으로

찬기가 끝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

[ 3130 화엄굴 약수를 먹으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바로 반대쪽에는 이를 기원하는 돌탑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

[ 3140 건너편 탑사로 내려가는 길 ]

[ 3150 금당사 전경 ]

[ 3160 금당사에서 올려다 보여지는 마이산 ]

[ 3170 무량수전(부처님 모신 건물)에 놓여있는 목탁 ]

[ 3180 ‘동네북’ ^^‘ - 아무나 쳐도 됨. 둥글이는 기원함에 100원 넣고 세 번 쳤음. ]

[ 3190 금당사에서 약간 내려와서 ]

[ 3200 곳곳에 쌓여진 돌탑 ]

[ 3210 마이산 곳곳의 구멍 자국은 풍화작용에 의한 ‘타포니’현상이라고 함.

왼쪽 아래 구멍에는 누군가 기어 올라가서 돌탑을 쌓아 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

[ 3220 3230 탑사 전경 ]

탑사에 대한 네이버 검색 자료 -> 1976년 4월 2일 전라북도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후기 임실에 살던 이갑용(李甲用)이라는 사람이 25세 때인 1885년(고종 25)에 입산하

여 이곳 은수사(銀水寺)에 머물면서 솔잎 등을 생식하며 수도하던 중 꿈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돌탑을 쌓기 시작하였고 10년 동안에 120여 개에 달하는 여러 형태의 탑을 쌓았다고 한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그대로 쌓아올려 조성한 이 돌탑들은 높이 1m 쯤에서 15m

의 것까지로, 각양각색의 형태이다. 그는 낮에는 멀리서 돌을 날라다가 밤에 탑을 쌓았다고

전해지며 천지음양(天地陰陽)의 이치와 8진도법(八陣圖法)을 적용하여 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림으로써 돌탑이 허물어지지 않게 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피라미드형 등 여러 모양의 탑

80여 개가 남아 있다.

[ 3260 물레방아 약수터 ]

[ 3270 3280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 ]

[ 3290 마이산 아래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주점-음식점 ]

[ 3300 마이산 입구 ]

두 어시간 동안 마이산을 오르락 내리락 한 후 오후 여섯시경에 다시 읍내로 돌아왔다.

  
저녁 야영 

마이산에서 돌아와서 도서관 근처에 짐을 내려놓고 잠시 눈감고 쉬고 있는데,

얼굴에 조금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도 다음날 비 온다고 했고, 언 듯 보니 구름도 지나쳐갈 형세 길래,

누워서 5분 정도 맞고 있었지만, 비가 그치지 않는다.

짐을 싸서 도서관 현관 지붕 아래로 피해 들어간다.

이곳 도서관은 토요일 일요일 여섯시면 문을 잠그고 퇴근하는 이유로

현관 앞에 짐을 내려놓고 비를 피하는 것을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 3410 - 3430 비 내리는 풍경 ]

어차피 올 사람도 없으니 일찌감치 텐트를 쳤다.

잠시후 현준이 녀석이 우산을 받고 오는데, 비가 워낙 세차게 내리는 터라 우산을 뚫어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녀석이 춥다고 하면서 텐트 안에 들어오길래, 버너를 틀어줬다.

[ 3440 도서관 현관 앞에 친 텐트에서 ]

한참 있자 근혁이가 오길래 짜파게티 네 개를 사오라고 시키고 물을 끓인다.

중간에는 근혁이 녀석이 데리고 온 친구들까지 한바탕 웅성웅성댔었는데,

이러하자 동네 사는 주민이 불량배들인 줄 알고 신고를 했나 보다. 경찰이 와서 신분을

확인하고 갔다. ㅠㅜ

전날부터 녀석들에게 아무리 주의를 줘도 번잡하게 떠들어대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다.

물이 냄비 안에서 끓는 것을 기다리며, 녀석들은 면 쪼가리를 깨물어 먹는다.

[ 3450 ‘적당히 빠개 먹어 이 자식들아~’ ]

물이 팔팔 끓는 것을 기다릴 수 없어서,

대충 기포가 생겨나기 시작할 때 라면을 쑤셔 넣었는데,

냄비 크기에 비해서 면이 너무 많아서 냄비에 제대로 들어가지가 않는다.

[ 3470 꾸역꾸역 냄비에 쑤셔 넣는 면발 ]

비바람이 불어대는 이유로 도서관 현관 지붕아래도 안전하지 않았다.

빗방울이 옆으로 불어 떨어지는 이유로 한편에는 우산을 뉘어서 받쳐 놔야 했다.

셋 다 라면이 익기를 차분히 기다릴 만큼의 인내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라면 봉지 윗부분을 뒤짚어 까서 그릇을 만들어 놓고 식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아버지... 채 짜파게티 면발이 익기 전에 젓가락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저희들의 조급함을 용서하여 주옵시고, 김숙영(라면검사책임자)씨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요.‘

3년 전에 기도하는 척 하며 조카녀석들 눈을 감긴 후에 과자를 빼앗아 먹은 후로 처음하는 기도였다.

녀석들은 엄숙한척 두 손을 모앗지만 킥킥거려댄다.

라면 해 먹고 나서 녀석들은 텐트에 나란히 누워서 소근대며 잡담해 댄다.

집에 가도 딱히 할일도 없고 텐트 안에 들어와 있으니 야영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그리 놔두면 아예 밤을 샐 모양이다.

9시 좀 넘어서 쫓아 보낸다.

습하고 더워서 텐트를 반쯤 열고 잠을 청했다.

7월 8일 일요일

아침부터 맥이 탁 풀려서 정신이 바로 서지 않는다.

계속 피곤해서 눕고만 싶어진다.

전날 마이산 올랐던 것이 무리였던 듯 하다.

시군 사이를 그렇게 걸어 다니면서 체력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계단 밟으면서 산을 오르는 것은 또 다른 체력을 요구하는가 보다.

하루 종일 겔겔거렸다.

도서관과 학교 주변에 마땅히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서 개천 너머의 체육공원을 향했다.

몇 일전 들렸었을 때의 그 시원함이 그대로 였다.

한 시간에 한 두명 지나다니는 샛길의,

동굴같이 드리워진 나무그늘 아래 깔판을 깔고 눕는다.

[ 4000 아예 판 벌리고 쉴 때는 ‘프로답게’ ]

양말 벗어 던져 놓고 대자로 뻗는다.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냉동실 열어 놓은 것 처럼 바위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찬기를 만끽한다.

냇가에 부서지는 햇살과

[ 4010 ]

태양 빛에 가리운 나뭇잎의 흔들림...

[ 4020 ]

옹벽에 달라붙어 있는 초록생명의 아기자기함.

[ 4030 ]

몸살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서 오전에 두 어 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밥 먹고 다시 와서 서 너 시간 또 누워있었지만 몸이 개운하지 않아 계속 빈둥거렸다. 

다섯시 경에 할머니가 한분 지나가시면서 ‘하늘이 꺼질 듯한 걱정’을 하신다.

이 샛 길을 만들기 위해서 깍은 암벽이 불안전해서 얼마 전에 암석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자신은 이 길을 걸을 때 마다 불안한데,

그 밑에 깔판을 깔고 누워서 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건 도무지 가슴이 떨려서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다.

[ 4040 깔판에 누워서 정확히 하늘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풍경 - 뭐 저 암석이 떨어진다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지 어쩌하겠는가? ]

[ 4050 걱정해주시고 가시는 할머니의 모습.

    그 옆의 바위는 작년에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던 암석덩이 ]

한 시간 정도 더 빈둥대니 말썽꾸러기부대가 나타났다.

대부분이 구면인 아이들이었다.

[ 4060 출정을 앞둔 꾸러기부대의 모습 ]

어디를 그렇게 몰려 가나 했더니, ‘복숭아 따로’ 간단다.

서리하기 위해 나서는 듯 했다.

‘적당히 해 먹으라’고 당부한다.

7월 9일

진안 중앙초교 캠페인

진안중앙l초등학교는 학생 수 250정도의 학교이다.

학교 진입로가 이쪽 저쪽으로 분산되어 있고, 널찍한 운동장과 탁 트인 진입로 덕분인지,

활동 내내 한산함이 느껴졌다.

[ 4070 진안중앙초등학교 전경 ]

언제나와 같이 스티커를 더 받기 위해서 교실에서 달려 나오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쭉 뻗은 진입로를 깔깔거리며 달려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스티커를 250여장 정도 나눠줬는데, 바닥에 ‘한 장’이 버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스티커를 떼서 어딘가에 붙이고 남은 노랑종이(접착반대면)였다.

전반기 마지막 활동은 그 버려진 한 장의 쪼가리를 줍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 마무리 하며 -

일지에는 써 올릴 수 없었지만,

이곳 진안에서는 몇몇 방황하는 아이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들이 방황할 수 밖에 없는 가정환경과

무기력해지고 무 의욕한 심리도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는

방황하는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무의식은 이를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여겼는지, 몇 일 동안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숙고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활동의 청사진에 상당한 영향을 주웠다.

이러하기에 ‘그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 2007년 7월 9일 전라북도 진안에서.

                                         둥글이세상  http://howcan.or.kr

- 잡글 -

 깨어나는 개인 - 편협한 역사 계승 의식에 저항하라!  

1.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와 문화

지역을 떠돌다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 지역민들만의 ‘역사’와 ‘문화’를 대하곤 한다.

선조들의 습성이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고,

과거 선조들이 ‘행했던 일/문화’ 등이 구전되어서 전해지기도 하다.

귀하게 보존되어 남겨진 서책을 통해서 

또는 마을 한쪽에 세워진 비에 새겨진 역사의 자취에 의해서 전승 계승되곤 한다.

가끔 일본이나 유럽에서 강탈해 간 고문서를 통해서 지역의 역사가 새로이 재편되고

지역민들의 의식에 약간씩이나마 영향이 미쳐질 때도 있다.

멀게는 구석기시대의 유물로부터 시작해서, 삼국시대, 조신시대를 거쳐서 일제시대의

민중의 항쟁에 대한 역사와 가깝게는 6.25 동란의 지엽적 전투, 노동운동, 6월항쟁 등을

기념한 ‘행사’와 ‘문화’ 등 전국 각지에는 이 역사의 유산들이 복잡하게 산재해서 각기의

지역민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격렬한 민중 ‘항쟁’의 흔적만이 아니라,

지역에 장이 서고, 풍년을 기원해 제를 지내며, 마을 입구에 뿌리내린 수백년 된 고목을

휘감는 새끼 줄 역시 우리네 역사와 문화가 오늘로 이어져 온 중요한 흔적인 것이다. 

2. 지역의 문화행사의 문제점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지역에나 한 두 개씩 조상의 ‘얼’ ‘전통’을 기리는

문화 행사가 벌어지곤 한다.

문제는 그 의미가 대부분 ‘온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러한 ‘행사’ ‘문화’ ‘유적’들이 단순한 ‘시선 끌기’를 위한 목적으로

이루워지고, 보존되고,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그 ‘문화행사 등’이 ‘관주도’의

이벤트성 행사로 치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선조들이 만들어낸 ‘역사의 의미’가 현재

적으로 ‘재해석’되고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과거 우리 조상들이 그랬데’

하는 수준으로 그치곤 한다.

특히나 이러한 ‘행사’ ‘문화’들에는 이를 주관하는 이들의 ‘파벌’과 ‘가문’ ‘집단’ ‘조직’의

‘정치적’ ‘금전적’ 이권이 맞물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과거 자신의 조상들이 누렸던

‘권력과 권위에 대한 퇴행적 집착 증’마저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순’하고 ‘부당한’ 마음가짐이 바탕하고 있으니 선조의 얼이 제대로 계승될 수 없다.

모 장군의 공덕을 기리기 위한 행사(기념관), 모 항전 기념일(기념관), 일제 항거 기념

문화제(기념관), 민주화 운동 중 산화한 넋을 기리기 위한 위령제(기념관) 등등...

이러한 행사와 기념관의 대부분의 경우 ‘과거의 기억을 강박증적으로 그대로 되풀이해

떠올릴 뿐’이지, ‘과거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데’는 실패하곤 한다.   

가령 조선시대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시, 수적으로나 화력면에서나 절대적으로 우세한

적들에 투항하지 않고 민관이 똘똘 뭉쳐 싸우다가 모두 전사한 역사에 대해서,

‘우리 지역이 바로 그 지역이야’ ‘우리 지역민들은 바로 그 선조들의 피를 받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야’라고 자긍심을 갖고 있기는 해도,

그 ‘항쟁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서 ‘지금 빚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를 처리하려는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없다.

또한 우리에게는 일제시대에 '모든 세계인들이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는 천부의 인권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그 세계 속의 하나의 국민된

권리로서 ‘대한독립’을 외쳤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기억을 그대로 되살려서 그 시절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거리행진 중에 ‘대한독립’을 외치는 일은 있지만, 이 3.1운동의 정신을

현재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서 인류사에 빚어지고 있는 제국주의의 야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행사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이고, ‘반민중’적일 수 밖에 없는 특정 이익집단이 역사의 재해석을

가로 막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주의’ 사고의 강요가 각 개인의 의식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개인’들이 이러한 강박증적인 역사 재현을 자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만을 강조하고 ‘무턱대고’ [나라와 국가]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된 역사를 권장 - 미화하는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는 저항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군다나 민중의 손에 한 번도 쥐어져 본 적이 없는 그 [나라와 국가]라는 것은 기실 그

거창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보면, 몇몇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권력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조직임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전통계승 ‘행사’ ‘문화’ 가 ‘선조의 얼을 현재에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함’은

[투쟁적이고 드라마틱한 인물들과 항전] 의 문제를 다룰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적 문화와 전통] 속에서도 엿보인다.

3. 일상적 문화와 전통의 문제

가령 (생태적인 문제로)조선시대 전남 진도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문에는

나락이 실하게 열려 대풍 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이 ‘벌레’들을 다 ‘떨구워’달라는 바램과

함께... ‘하지만 그들의 씨는 남겨 달라’는 인간중심적이지만은 않은 생태주의적인 관점이

잘 배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가? ‘풍년기원제’를 하기는

하지만,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위해서 벌레와 곤충의 씨를 말리고자 맹독성 농약을

살표하고 방부제로 코팅해서 먹 꺼리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는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무분별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앞으로 20년 안에는

양서류들이 멸종하고, 80년 안에는 대부분의 동식물들은 물론 ‘후손들의 씨’까지 마를 것이

라는 사실에는 아랑곳 않는다. 오직 생산성과 수익성에만 집착할 뿐이다.

또한 

(인간관계의 문제로) 과거 우리가, 품앗이, 두레, 향약 등을 통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삶을 살던 습성은 현재 그 ‘골격’만 앙상히 남아 ‘피라미드 다단계 판매조직’

과 ‘대부업’ 등으로 변질된 듯 싶다.

4. 좁은 시야

이렇게 ‘선조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좁은 시야’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리고 그 좁은 시야는 ‘하나라도 더 갖고 채우기만 하려는 집착적

욕심’이 만들어냈다.

어쨋튼 이 좁은 시야가 결국 사사로운 이익에만 집착하게끔 우리의 의식을 왜곡시켜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역사와 현재의 만남의 관계에 치명적인

‘곡해’를 불러 일으킨 듯 하다. 

이러하니, 우리는 주변에서 행해지는 행사, 우리의 일상에 침투한 문화를 늘 깨인 시야로

보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의 현실에 적응된 우리의 시야가 이를 발견해 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는 하다. 

따라서 우선은 나의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현실’이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보여져 왔던 것’ 그래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보기를 기대하

는 것’ 임을 알아,

이로 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우선은 순수한 ‘나의 눈’을 틔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그 ‘나만의 눈’으로 역사와 문화를 읽기 위한 힘쓸 필요가 있다.

5. 저항

늘상 그러하듯이 ‘전체주의’ ‘국가주의’ 관념에 맞선 ‘개인적 자각’ ‘주체의식’ 의 심화가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세상에는 난무하는 수 많은 허상을 가려내고, ‘각자의 눈’으로

올바로 세상을 보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국가주의’에 기반한 편협한 ‘역사’ ‘문화’의식을 비판하고, ‘자기만의 눈’을

강조하는 의도는, 국가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하고 ‘개인주의자’가 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세우고 나서 국가를 세워도 늦지 않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개인’이 만들어낸 ‘국가’는, 그 속의 개인은 물론이지만, 과연 온전한

국가이겠는가? 

‘그렇지 않다(온전한 국가가 아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인 귀결임과 동시에,

생태계와 인류를 종말로 이끌고 있는 ‘전 세계 정부’의 ‘현재’의 모습이다.

눈을 떠 세상을 보라! 위대한 개인이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편협한 역사의식에 기반한 문화와 전통’에 침을 뱉고,

선조들의 열정과 의지, 찬란한 인간과 생명의 문화를 내일로 이어갈 길을 틔우라!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1. 사례

-

모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몇 일 생활하면서, 중학생 둘을 알게 되었다.

할일 없이 놀 꺼리를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아이들이었다.

한 녀석은 얼굴에 항시 때 국물이 흐르고 있었고, 허름한 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학교 갈 때도 그 차림 그대로 가방도 없이 등교하는 모습을 봤었다. 깨지고 썩은 이빨을

하고 있었고, 허리 쪽에는 자그마한 문신도 하나 새겨져 있었다.

녀석의 아버지는 막일을 하시는 분이시란다. 일을 끝나고 오면 온 몸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술을 꼭 한 병씩 마시곤 하셨단다. 그런데 언제부터 일은 안 나가시고 술로 세월을 지샌단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니,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도

알지 못한다. 세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단다.

친구가 옆에 있음에도, 이런 얘기를 히히덕 거리며 늘어 놓는다. 

자신의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오랜 세월동안 할퀴고 찢겨졌던 그 마음이 엿보였다.

전날은 집에서 쫓겨났단다. 돌아다니다가 열 시경에 집에 들어가려니, 아버지가 술취한

기운에 ‘(집에서)나가’ 라고 소리를 지르셨단다. 그래도 그냥 비집고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안나가면 죽인다’고 소리를 치길래 그냥 나왔단다. 그래서 그의 친구와 함께

어떤 건물 아래 의자에서 웅크리고 잤단다. 

함께 방황하는 그의 친구 도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자기 방이 보수중이라 잘 곳이 없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방에서 자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버지 술 냄새 때문에 못 잔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새 그리 돌아다닌

단다. 술 냄새는 변명인 듯 했다. 뭔가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을 듯 했다. 더군다나 아버지

는 위암 중기라고 하시는데, 하지 말라고 해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하루 종일 술 담배로

지샌단다. 

막연한 불안감과 축적되는 고통의 경험들, 과도한 스트레스 자극과 통제할 수 없는 갖가지

상황들은 그들이 사춘기의 방황을 유달리 길고 암울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듭되는 절망과 좌절, 어둠속에

서의 끝없는 방황...  

아이들은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불우한 주변 환경이 그들로 부터

언제 그 마음을 빼앗아 갈런지 알 수 없었다.

-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할 때,

동네에서 방황하며 돌아다니는 아이들 서넛을 내 방에서 재운 적이 있었다.

녀석들은 술 먹는 부모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지역을 떠나려고 한단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안면이 있었고 나이도 서너 살 어린 녀석들이기 때문에 부디 ‘올바른

 길?’을 갈수 있기를 바래면서 책장에 있던 책도 한권씩 건네주기도 했다. 그 책을 받는

녀석들도 상당히 진지한 눈빛으로 뭔가 받아들이려는 표정을 보였기에 나름대로 ‘뿌듯함’

마저 느껴졌다.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소영웅주의적’ 발상으로 무장해서, 야간에 풀 통하나 옆구리에

끼고 거리를 돌며 (인간사랑과 관련한)벽보를 붙이고 다녔을 정도였음을 보면,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관심을 갖고 ‘설법’을 늘어놓으려 했던 것은 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데 녀석들에게 밥 해먹이고, 재우고 난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잠깐 한눈팔던 사이에

녀석들은 내 책상에 올려져 있던 책살 돈 십 몇 만원을 가지고 도망을 갔다. 

나는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책’을 보면서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내 관심과 정성이 쓰레기통에 처박혀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

대학 다니며 자취를 할 때, 싼 방 찾아다니다 보니 빈민가 중심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옆집에 사는 자취하는 중학생 녀석이 동생들과 함께 살면서 학교는 안가고

집에서만 먹고 놀고 하면서 수시로 뽄드질을 해대는 것이다.

섬에서 살고 있는 그의 아버지 역시 ‘술’로 찌들어 사시며 녀석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셨기에 녀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삶을 살고 있었다.

종종 불러서 먹을 것도 사주고 잔소리도 해줬는데, 다음 학기부터 기숙사로 들어가면서

마음이 멀어지다 보니 녀석의 그 이후의 행적을 알 도리가 없다.

-

그 이후로 청소년 관련한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보호관찰소’ 와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각각 서너 달씩 실습 하면서 살폈는데, 

상당수의 문제아로 불리우는 아이들 뒤에는 늘상 불우한 가정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불우한 가정’의 ‘중심’에 술 먹는 가장이 든든히 버티고 있음을 발견했다.

2. ‘누구의 책임인가? ’

자...

앞선 고통스러운 사춘기를 보내는 세 부류의 아이들 이야기 속에 ‘술 먹는 가장’이 끼어

있고, 보호관찰소 실습을 통해서도 그 ‘사실’을 재 확인했음의 사실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술 먹는 가장’을 탓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이 글을 써

내려왔음으로 생각 할만도 하다.

물론 어떤 아이들이라도 충분한 보호와 관심 속에 풍요한 사춘기시절을 보내야 할 권리가

있음의 사실에서 보면, 아이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방황하도록 ‘방조’ 내지는

‘내모는’ 술 먹는 가장에게 큰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방황하는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가 ‘술 먹는 가장’을 지탄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기본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다.

외국 선진국과 같이 아동-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우리 각자의

‘이해’와 ‘책임’과 ‘실천’의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이러하다면 술 먹고 주정하는 부모를 지탄‘만’하고, 책임 있는 관심과 실천을 동반하지 않는

우리 각자는 결국 방황하는 아동-청소년이 생겨나도록 ‘공모’한 것이나 다름없음의 사실을

알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술 주정뱅이’들이 ‘빼앗긴 권리로 몸부림치는 사회적약자이고, 자본주의 사회적

인간평가척도의 희생자’임의 사실을 판단한다면, 각각의 사회구성원들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3. ‘술 주정뱅애 가장을 만들어내는 사회’

위계질서를 가리는 [유교문화적인 전통]과 압축성장을 통해 심어진 [천민자본주의적인

사고]는, 한국사회에서 부와 권력의 ‘갖고-갖지 못함’으로 인해 사람을 차별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이는 (과거보다는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직업에 대한 차별과 직위간의

수직적인 종속관계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러한 ‘위계’와 ‘권위’를 발생시키는 ‘소유지상주의 문화’는 아이들의 문화에까지 침투해서

‘폼나는’ 메이크 제품 몇 개 갖지 못하면 ‘축’에도 못 끼고 기가 죽고 따돌림 당해야 하는

독특한 ‘열등과 소외의 문화’까지 발생시키곤 한다.

이는 가진 것(권력)의 양이 많을 때 ‘우월감’과 스스로에 대한 ‘중요감’을 자극받고, 반대로

가진 것의 양이 적을 때 ‘열등감’과 ‘좌절’을 겪게 만듦으로 더 갖게끔 의지를 자극시킴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 체제가 그 각기의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심리 작용이다.

이러한 ‘심리’ ‘문화’가 그 기반을 받치고 있는 터에,

[자본과 권력관계]에 혈연, 지연, 학연이 엮어지고, 가진 자들의 카르텔과 없는 자들에 대한

억압이 심화되다보니, 가진 자들은 계속 ‘권력’과 ‘부’를 누리며 ‘떵떵’거리는 것이고,

없는 자들은 계속 그 처지에 머물러 기꺼히 ‘비참해’ 한다.

이는 ‘한정된 지구자원’이 모두에게 배분될 수 없음에 의한 근원적인 불평등에 기인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 일용직노동자/ 사회소외계층에 대해 유난히도 ‘노블리스오블리제’가

부족하고 배척적인 성향을 가진 한국의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사회 작용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일명 ‘못 가진 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과 ‘자학감’ ‘좌절감’을 갖고 살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그것은 ‘가진 자’들이 목에 힘주고 떵떵거리는 것과 같이, 한 덩어리로 작용하는 사회의

정반대편 극에 위치한 이들의 자연스러운 심리작용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결핍’이,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음을 스스로 자각 할 때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난 것이고, 바로 이 위치에 놓인 ‘개인’은 중대한 심적인 격동을 겪게 된다.

가치적인, 기질적인, 감정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상실감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이의 해결하기 위해서 주로 두 부류로 반응한다. 세상을 파괴하거나, 자기 자신을 파괴하거나.

세상을 파괴하는 부류의 이들은 반사회적인 범죄성향을 표출시킴으로 자신의 금전과

권력에의 결핍을 보충하는 이들이고,

(중심 문제로 다루고 있는)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이들은 완전히 자포자기가 되어서 술로

세월을 보내는 이들이다. 

이렇게 자포자기가 되어서 술로 세월을 보내게 되면, 이들 자녀들의 삶 역시 황폐화 될

터이지만, 이미 그들의 ‘자아’는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터이다.

더군다나 한국사회는 이렇게 '알콜중독자‘를 만들어낼 수 있게끔‘ 사회 문화 각종의 요소가

잘 짜 맞춰져 있는 동시에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전무하다. 이에

더불어 알콜 중독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윤리적 처신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도, 해결의 길이 요원해진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알콜릭 가장을 둔 가정의 아동-청소년의 방치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고, 방황하는 아동-청소년들을 대하는 일반인들이 아무런 ’사회적 책임의식‘을 느

끼지 못하고 그의 알콜릭 부모에게만 ’손가락질‘ 해대는 것 역시 현재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 수준의 인식에서는 필연이다. 

4. 그렇담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간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로 사회가 급변화하는 중에 한국사회에 (앞서 말했던)엄청난 부작용이 빚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사회’ ‘교육’ 시스템은 이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체계적인 이성과

논리력을 갖춘 인물들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혈연, 지역, 학연이 권력과 자본-관계에 얽매여 있고, 천민자본주의적 사고가 그에 덮여져

있으며,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가 바로 설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은

필연이다. 더군다나 냉철한 이성의 눈이 아닌, 전통과 감정의 기호로만 이 문제를 살피니

문제는 인식자체도 되지 않는다. 

이러하다 보니 우리는 선진 유럽국가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민의식’을 갖추

고 있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식의 개념 조차 모른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의식’

'사회적 연대의식‘이 생성 될리 만무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실천이 동반 될리 만무하다.

이렇다 보니 시민사회로부터 시작되는 건전한 사회정화작용이 이뤄지지 않고,

기득권세력과 권력자들의 의지에 따라서 사회구조가 작위적으로 맞춰지며,

그에 반발한 소수운동가들의 격렬한 반발이 동반되는 것이다.

사회적인 시스템의 차이가 있지만, 일본 미국이 각각 정기적 자원봉사비율이 20%, 30%임

에 비해서 (얼마 전까지) 한국인들의 정기적인 자원봉사 비율이 2,3%에 그친다는 것은

이러한 ‘사회의식 부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연대의식’ ‘시민의식’이 형성될 수 없는 사회에 살아 왔음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시작으로, 불우한 시기를 보내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책임 있는 관심에 임해야 한다. 

만약 유럽인들이 와서 방치되는 아동-청소년들의 실태를 접한다면 기겁을 할 것이다.

알콜릭 가장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어째서 그 ‘알콜릭 가장’의 문제를 사회화

하지 않고,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해 무관심한지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회의식’으로는 이러한 문제는 마땅히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투쟁’해서 쟁취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정치인들도 관심을 갖고 법안으로 만들어 내고 제도화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기반’(=각기의 시민정신) 자체가 다져져 있지 않다보니, 그러한 ‘사회적

연쇄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사회심리적’ 차원에서의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자.

2)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선 ‘문제제기’를 하나씩 짚어서 해결해 내는 것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이다.

첫째 - [ 사회구조적인 관점 ] - ‘법’적 ‘제도적’으로 ‘알콜릭 부모’들과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고민하고 실력행사에 나서거나, 그러한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

(주로 여성/청소년 단체를 ‘후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단체 후원하기 클릭 http://howcan.or.kr/best%20org.htm

둘째 - [ 지역 공동체적 관점 ] - 국가적인 관점보다 조금 축소된 지역공동체(마을/동네)적

인 관점에서의 해결도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집중력’만 있다면 지역의 몇몇이 모여서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서 지역 청소년의 실상에 맞는 활동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고,

관련단체나 관청으로부터 ‘정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자체적인 조직은 동네의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직할 수 있다.

이 활동에서는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청소년과의 교감을 위한 ‘찾아가는 활동’이다.

이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직접 접하고, 현장 감각을 익힐 필요에 의한다. 학교와 경찰서

등으로부터 ‘비행청소년’에 대한 자료를 (가능하면) 확보 받아서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할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의 ‘찾아가는 활동’은 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초등학교 구석,

오락실, 유흥지 등에 직접 찾아가서 아동청소년과의 교감을 이루는 활동을 말한다.

‘방범활동’의 형식을 접목시킬 수도 있다.

셋째 - [ 각각의 아동-청소년적인 관점 ] - 가장 구체적인 방법으로 방황하는 아동 청소년

과의 대면을 통해서 그들의 상처를 확인하고, 필요를 보충해 주는 방법이다.

이는 가정으로부터 제대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신이 해결해 낼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충격 등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임파워먼트

방법으로, ‘맨토링’과 맥이 통한다.

(맨토링 : 성인의 배려 있는 지도 속의 청소년과 성인의 1:1 신뢰관계. )  

이 활동에는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경제적’ 결핍을 보충하고, 정서 심리적인 문제를 확인하여,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능동적 자발성, 적극성을

심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데, 지역사회의 여러 종류의 복지자본을 아동-청소년과

연결시키기 위한 네트워킹 방법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전반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청소년 상담, 복지 관련한 전문적인 소양이

갖춰져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동-청소년에게 ‘진지하게 관심 갖고 있음’의

마음이라도 전해주는 것 자체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결손/알콜릭 가정에서의 아동-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가장이 만들어내는 문제 상황에

휘둘리면서 무기력한 상황에 빠져들고 이에 따른 집중력의 상실로 학업성취도 마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다시 그들의 부모와 교사들의 질책을 이끌어 내고, 이로 인해 ‘자존심’이 저하된다.

‘나는 못나고 쓸모없다’ ‘비참하다’ 는 류의 생각들이 아동청소년 의식의 한편을 채워가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서 ‘능동적 집중력’마저 저하가 되면, 이제 ‘본능’과 ‘욕망’의 포로가

되어서 잡다하고 떠들썩한 ‘유흥’ 꺼리만 찾아다니게 된다.

내제한 ‘사회적 기준’에 의해서 스스로 ‘낙오’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종종 불안에 휩 쌓이지만, 이를 해결 해낼만한 굳건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음으로 인해서,

비슷한 문제를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문제를 더더욱 악화시키고, 범죄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빚어지는 원인이 바로 ‘사랑받지 못했음’에 있음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진지하게 관심 갖고 있음’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은 긍정적인 연쇄반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서적지지’의 차원과 더불어

그들에게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현실’을 볼 수 있게끔 심리적인 도식을 만들어주고

‘능동적’으로 이에 대처할 수 있게끔 구체적인 지침을 들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임파워먼트)

일예를 들어보자.

방황하는 아동-청소년이 자존심의 하락과 무기력을 경험하는 것은 그들의 알콜릭 가장으로

부터 보고 배운바가 크다. 그들의 가장이 스스로에 대한 ‘낙인’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가정의 아동-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답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낙오적 삶의 전처를 답습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그들의 가장 역시 다시한번 스스로에 대한 낙오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해결해 낼 수 없는 사건들과 불안에 휩쌓이면서 방황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도식’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네 자포 자기한 아버지를 직접적으로 바꿔낼 가능성이 없다면,

네 자신이 네 삶을 추스르고 노력하는 모습을 네 아버지에게 우선 보임으로 인해서도

너의 가정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 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뭔가를 행할 수 있음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제시’가 그들의 삶을 바꿔낼 기회가 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서있는 위치를 살피게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뭔가를 행할 수 있음’의 사실

자체를 안다는 것 자체가 하락한 자존심을 끌어 올리는 하나하나의 자극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아동-청소년에게는 마음을 넓힐 책을 선물해주거나,

인류 역사상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이 겪는 문제인, 무기력감, 집중력저하, 번잡한 자극과 욕망 추구는 

근본적으로 ‘협소한 자아감’에 의한 것임으로 그러한 헌신적인 인물들의 이야기와 책을

통해서, 그 오그라들어 있는 자아를 우선적으로 해방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용어설명] 방황청소년 : 이는 범죄행위와 연관되는 ‘비행청소년’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는 ‘비행청소년’으로 진행할 위험은 있지만 아직은 비행청소년 집단에 속하지 않은 청소년들로,

가정과 학교에서의 미흡한 보호로 인하여,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 자신을 추스르지 못함으로,

어른의 관심과 보호를 요하는 대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