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프로이드는 모든 인간의 욕망은 ‘성욕’이 기반해 있다고 했고,

아들러는 ‘권력욕’이 인간의 근본 욕구라고 했다.

조건반사를 통해서 종을 칠 때 침을 흐르게 만드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 있어서의

욕망이란 그야 말로 기계적인 반사작용일 따름이다.

융은 인간의 의식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원형의식’의 개념을 통해서 

인간욕망의 뿌리를 좀 더 근본적으로 탐구했으며,

매슬로우는 생리적 욕구로부터 존경의 욕구까지에 다다르는 욕구5단계설을 주창했다.

에리히 프롬은 자기주체가 빠진 ‘시장형성격’이라는 표현으로 인간 욕망의 잘못 고착된

문제를 사회심리적으로 분석하며 ‘사랑’만이 이를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의 욕망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동인’이 되고,

이러한 자본경제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사상가인 칼 마르크스는 먹고 살기 위한 기본생리인

‘식욕’이 모든 욕망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먹고 살기 위한 욕망’을 넘어선

잉여생산 물의 축적과 자본가들의 착취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허상이라고 매김하고 있다.

자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 자아가 갈망하는 욕망이 실체일 것이냐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죄악시 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길 것을 종용하고 있다. 

‘물질’에서 ‘몸’ ‘마음’ ‘영성’까지를 총괄하는 최근 신사상의 핵심에 있는 ‘켄윌버’라는 철학자는,

1. 인지행동주의 2. 인본주의 심리학 3. 초개인심리학, 신비사상 등을 세 부류의 수준으로

나누고 인간의 의식이 몸에서 정신으로 그리고 영성으로 뻗히며, 나아가서 그것을 통합하고

초월하는 수준으로 갈 수 있음의 가능성을 그려낸다. 

앞선 모든 이론적 분석이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고,

각자의 기질과 성격과 가치에 따라서 좀 더 ‘자기와 맞는’ 관점이 눈에 띄겠지만, 

대체로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욕구의 위계 사이에서 역동하게 된다.

우리는 창밖을 내다 보며 한숨을 쉬는 그 짧은 순간에 마저도 무수한 감정과 사고와 욕망의

혼재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의식에서 무의식을 가로 질러서 개인의식으로부터 원형의식까지 뻗어 있는,

성욕과 권력욕, 자존욕 등이 ‘나’라는 주체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는

그 무엇을 매 순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무수한 욕망의 ‘바다’를 어렴풋이 ‘직관’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의식화’ 할 수 없으니 그 ‘욕망’의 문제를 올바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전체성으로 통합해 내지 못한다.  

수 많은 차원의 욕망(나와 너의 통합, 우주와의 합일, 사랑 등등)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모든 욕망은 무시되고 오직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욕망에만 삶의 초점이 맞춰지곤 한다.

유사 이래 왜곡된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현대사회가 제공하는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이성과 정신을 마비시킨 결과로

이 현실이 개선의 조짐이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배부른 체로 우리가 소크라테스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이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개인적 자아의 테두리 속에 안주한

‘배부른 이들’(혹은 배부르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혼란을 겪는다.

이들은 개인성을 넘어선 영역에서의 무의식과 원형의식이 요구하는 다양한 내면의 갈구를

막연한 불안 속에서 어렴풋이 선망하곤 한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평생을 뭔가 잡을 수 없는 뜬구름과 결핍 속에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으로

일관하곤 하는 것이다.

설령 그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놓여 있는 ‘가치’와 ‘감각’ ‘욕망’의

스팩트럼이 너무 광대하고 그것을 대면하기가 벅차다 보니,

이것을 한순간 들여다보고는 겁을 집어 먹고 나서 다시 일상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유적으로)배 굶주림을 각오하면서 자기를 각성시키기 위한 훈련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포기해야하는 존재의 풍요감이다.   

배 굶주리는 노력을 치열히 해왔다면 훈련된 감각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우주에 뻗혀져 있는 개개의 욕망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그 우주에

뻗혀진 무의식과 원형의식의 근원을 다시 자기 내면으로 통합 시킬 수 있는 혜안을 제공받을 것이고,

배 부르려는 욕망을 위한 노력만을 해왔다면 ‘이 시대 이 장소’에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능력을 얻을 것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당신은 무엇을 욕망해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욕망하고자 하는가?

점점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말만 하는군... ㅜㅜ

배불리 먹여줘봐 이런 소리 하는가!

논산으로

금산에서 마지막 볼 일을 마치고 10시 반 경이 좀 넘어서 금산 변두리 도로를 타고

논산 쪽으로 나선다.

머리위에는 태양이 떠 있다.

[ 0110 ]

금산읍에서 빠져 나온지 얼마 안되서 요란한 중장비 소리가 산을 파헤치는 듯 해서

고개를 돌려 봤더니, 쓰레기 처리장의 전경이 들어왔다.

지역 주민이 쓰고 버린 엄청난 쓰레기가 말 그대로 산더미 처럼 쌓여 있었다. 

그 위를 태양이 비추고 있었다.

[ 0120 ]

좁은 커브길 내리막을 밀려 내려가는데, 트럭 한 대가 과속을 하면서 내 옆을 바싹 지나쳐 간다.

6,70cm 비껴 지나가면서 엄청난 소음과 바람을 쏟아낸다.

머리칼이 곤두서면서 마음의 평정이 깨진다. 

오랜만에 맛 본 스릴감에 나도 모르게 환호하며 소리친다.

‘저이~ *새끼’

아니... 아니... 막무가네로 그의 뒤에 대고 욕을 할 일이 아니다.

‘저 새끼님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저리 급히 길을 재촉하시는 것이겠지’

떠돌이 나그네가 길가에서 차에 치이면 그야말로 개죽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차량의 위협에 대해서는 늘 민감하다.

이뤄놓은 것도 없고, 남겨줄 것도 없는... 오직 몸 밖에 없는 나그네가 길바닥에서

‘개죽음’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는가?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죽음에 귀천이 어딨을 터이고, ‘개죽음’도 하나의 죽음의 방식일 터이며,

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을 터인데...

나라고 ‘화려한 죽음’?을 굳이 기대하겠는가?

나에게 주워진 방식의 죽음이 개죽음이라면 그를 순수히 따라야 할 터이지...

‘굶어죽거나’ ‘늙어죽거나’ 할 때 욕지거리를 뱉어내지는 않을 터인데,

굳이 개죽음 당할 위협에 노출 되었다고 해서 그 근거를 제공한 상대(운전기사)에게

투덜댈 필요가 있나?

해가 쨍쨍하다.

[ 0125 ]

두 어시간 더 걷는데 포도밭 옆으로 직판장이 눈에 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바구니에 가득 따 온 포도송이를 포장지에 싸고 있다.

‘한 송이만도 파시나요?’라고 묻는다.

농민들이 피 땀흘려 생산해낸 산물을 공짜로 얻어먹으려 할 때 의례 쓰는 수법이다.

‘어떻게 파시냐?’고 물어 보면 가격을 말씀해 주시지만,

돈 주고 팔기 좀 껄끄러운 양의 가격을 물어 보면 인심 좋으신 분들은 하나씩 그냥

건네주시곤 한다.

후덕하게 생긴 아주머니는 ‘씨익’ 웃으시더니,

그냥 주겠다며, 알이 실한 포도송이 세 개를 종이에 싸주신다.

인심도 좋으시지...

한 알씩 떼어 먹으며 걸었는데, 10분 이상을 정신없이 먹으니 송이줄기만

앙상하게 남는 것이다.

내내 태양은 비추고 있었다.

[ 0130 ]

점심 먹고 금성초등학교 옆 파출소 한편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다가,

다시 논산방향으로 향했다.

막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한 지라 바닥이 후끈후끈하게 닳아오고 있었는데,

그 열기가 태양 빛에 견줄 만 했다.

[ 0140 ]

10여분을 걸으니 논산 가는 이정 거리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45km 라...

그 길도 저 태양이 비출 것이다.

[ 0150 ]

나그네의 얼굴을 시원히 씻기어준 개울물에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가을철에 꽃잎 하나 내 보이지 않는 코스모스 길에도...

논 한편의 쉬기 좋은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에게도...

유난히 사이좋게 보이는 마을 주민들의 (인삼을 싸는) 이끼작업을 하는 모습위에도...

태양은 강렬히 내리 비추고 있었다.

[ 0160 - 0190 ]

그 태양은 길 가에 버려진 냉장고와,

차에 깔아 뭉게진 동물의 시체는 물론이고, 차에 깔아 뭉게질 뻔한 다람쥐에게도,

갖은 가을의 열매들에게 차별 없이 내리 쪼이고 있었다.

[ 0210 길가에 버려진 냉장고 위에 떠있는 태양.

누군가 이 곳이 냉장고를 버리는 모습을 태양은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 0220 차에 깔아 뭉게진 동물의 시체 위에 떠 있는 태양.

강렬한 태양은 자동차에 짖 뭉게진 동물의 몸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

[ 0225 차에 깔아 뭉게질 뻔한 다람쥐를 비추던 태양. ]

[ 0230 가을의 알곡을 풍성히 맺게 해는 태양.

이 빛을 받으며 대추가 주렁주렁~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있다. ]

걷기 시작한지 세 시간 째부터 왼쪽 발등에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좀 괜찮은 듯 하다가도 조금 쓸만하면 통증이 시작된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과 후나 저 태양은 저 모습 그대로 내 길을 비추고 있었다.

[ 0240 ]

이동을 중단하고 야영지를 찾아야할 상황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진산면’의 한 마을이 쏟아지는 태양 빛 아래 눈에 들어온다.

[ 0250 ]

차바퀴에 움푹 패인 진흙탕 길에 잡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꿋꿋히 생존해 있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 두는 마을 입구를 좀 따라 들어가니,

마을 회관이 나온다. 짐을 풀어 놓고 발등 찜질을 하며 앉아 있다가

바로 옆 텃밭에 방울토마토 몇 주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모습을 발견한다.

다 익은 것들은 갈라지고 터져서 진물이 흐르는데, 주인의 손길이 그친지 오랜 듯 싶었다.

먹을 만한 것을 몇 개 따서 손에 쥔다.

태양이 새겨 넣은 이 불그레하게 빛깔이 식욕을 돋운다.

[ 0260 ]

마을 회관 의자에 앉아서 좀 쉬다가 몇 발짝을 더 가니 마음 편하게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와서 무심코 길을 넘으려다가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 했다.

읍내 3리의 자그마한 충혼탑 공원이었는데,

뒤편으로는 수련 밭이 있고, 한편으로는 비교적 맑은 개울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발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다섯시경 쯤부터 해서 공원 한쪽에

널찍한 소나무 그늘 아래 판을 깔아 놓고 누워서 쉬다가 어둑해져서 텐트를 쳤는데,

자그마한 벌레들이 가득해서 텐트를 반쯤 잠궈서 방비 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쉬었다.

서산으로 기울어질 태세였지만, 태양 빛은 여전했다.

[ 0270 ]

밥을 해 먹고 나서는 낮부터 계속된 두통으로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두통이 심해져서 새벽녘에 한 차례 깨었다.

시계는 3시 2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다시 잠은 들었는데, 텐트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다시 깼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의 리듬을 깨고 불규칙적으로

물방울이 텐트에 ‘퍽퍽’ 떨어져 내리는 거리는 소리...

주변이 습지와 산과 논 밭 으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에 응결된 안개가

소나무 길쭉히 뻗은 살대 잎에 달라붙어 있다가 그리 모아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응결되어 떨어지는 방울도 방울이지만, 짙은 안개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있던 텐트는

물기를 한껏 빨아들인 터여서 온통 젖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아랑곳 않고, 침낭과 옷가지들이 텐트에 닿게 하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고 계속 잠을 청했다. 

미묘한 두통을 좀 더 식히려고 8시 경까지 누워있었는데,

온통 천지에 안개가 자욱해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저 안개장막 너머에는 태양이 떠 올라 있었다.

[ 0280 ]

짐을 다시 꾸려서 논산쪽 으로 향한다.

발등은 여전히 아프고, 미묘한 두통이 몸의 힘을 빼 낸다.

가는 길 중간에 개 집단 사육장을 하나 거쳤는데,

그 퀘퀘한 냄새와 불결한 시설과 절규 섞인 울부짖음을 지나쳐 오는

5분이 두통을 더 심하게 만들어 낸다.

안개장막 너머에 태양은 이에 아랑곳 않고 늘 그렇듯이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으리라.

[ 0290 ]

한 시간 정도를 걸으니 규모는 작지만 절경에 세워진 정자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두통을 좀 가라앉힐까 해서 판을 깔고 누워서 30여분 가량을 더 쉰다. 

안개는 점차 걷히고 있었고, 그 너머로 태양의 윤곽이 모양을 드러낸다.

[ 0300 ]

20여분 쯤 더 걸으니 밤 나무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밤송이가 가슴을 벌려서 밤 알을 토해낸 상태였고,

몇 개 붙어 있는 밤송이는 잘 익은 알을 그 안에 품고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올라가서 나무를 몇 번 흔들자,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밤알들이 아래로 ‘후두두~’ 떨어져 내린다.

아래로 내려와서 풀숲을 뒤지면서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밤알들을 발견한다.

안개는 걷히고 태양은 이제 강렬히 대지를 비춘다. 

[ 0310 ]

발 상태 때문에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 잡아타기를 시도한다.

중간의 ‘발산’까지는, ‘금산’에서 벌초 하로 왔다가 대전으로 돌아가시는 아저씨의 차를 잡아타고 이동했고,

발산에서는 논산까지 20몇 km 되는 거리는 시원한 바람이 창문으로 밀려들어오는 시내버스 타고 이동했다. 

그 길 내내 강렬한 태양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 0320 ]

태양과 생명

태양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반짝이는 별)으로 크기는 지구 지름의 109배,

부피는 130만 배에 달하며, 그 궤도의 평균 거리는 1억 4960만km에 달한다.

태양 내부 온도 1500만도와 30억atm의 고압은 태양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데,

이에 의해서 매년 1경 9천 3백조 톤의 수소를,

1경 9천 2백조 톤의 헬륨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핵융합반응에 의해서 원소가 바뀌면서 약 100조 톤의 무게 차이가 발생되는데,

이것이 빛, 열, 플라즈마 입자로 변화된다고 한다.

태양은 지난 50억년 동안 엄청난 수소를 소모하였지만, 아직 50억년을 소비할 수소가 남아있고,

수소가 바닥난다고 해도 다시 헬륨이 핵반응을 이어 받는다고 한다.

수소의 핵반응을 통해 중심핵이 거의 헬륨으로 바뀌어 전체적으로 태양은 팽창하게 되는데,

밝기는 현재의 500배가 되고 반지름은 100배나 커지게 된단다. 수성의 궤도까지 팽창한

태양의 열기로 지구는 증발하게 된다고 하지만, 이는 앞으로 50억년 이후 쯤의 일이다. 

[ 0400 태양 구조(네이버 펌) ]

작금의 우리 앞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인류가 무사히 넘긴다고 하더라도,

그 영겁의 세월 동안에 인류가 남아 있을리는 만무하고,

수 많은 생물의 다양한 진화가 또다시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꽃피울 터인데,

우주공간으로 자신들을 쏘아 보낼 여력이 있을 정도로 공학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한 생명체가 뜨거워진 지구를 피해서 외계행성으로 이주를 하며 우주선 창 밖으로

고향별을 바라보는 감정은 어떠한 것일까?

[ 0405 펌 ]

어쨋튼 지구가 생성되는 훨씬 전부터 태양은 그렇게 내내 지구를 비추고 있었고,

태양 전체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고작 10억분의 1의 에너지가 지구에 쏟아짐으로 인해서,

이 우주공간을 가르는 황량한 땅덩이는 생명이 가득한 푸른 별이 되었던 것이다.

1초 동안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 빛을 에너지로 바꾼다면 1년을 인류가 쓰고도 남는다니

머리위에 늘상 떠 있는 이 태양의 위용이라는 것이 실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말할 나위가 없다.

태양은 단순히 ‘태양 빛’만을 통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수력, 풍력부터 시작해서 석탄, 나무 등도 태양열을 저장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더군다나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273도의 절대의 냉각 온도인 사실을 감안한다면,

태양빛 자체가 영원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의 중심인 ‘지금 여기’에 우리 자신을 있을 수

있게 하는 원천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인류는 해가 구름에 가리워지는 등의 일이 발생했을 때

발생되는 갖은 ‘생존’(기후, 농작물생육, 건강상태 등)의 문제에 태양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에 대한 자연스러운 숭배가 시작되었다.

고대의 대부분 문명에 ‘태양신’이 등장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소포타미아의 태양신 헬리오스, 힌두교의 수리아, 잉카족의 인티/비라코차, 그리스의 아폴론,

로마의 아폴로, 아시리아의 니니브, 이집트-로마의 ‘라’신, 인도의 ‘미트라’,

그리스 한국에도 삼국유사에 수이전설화가 태양신을 다루고 있단다. 

또한 직접적인 ‘종교’와 ‘신화’와 '설화‘로 거론되지는 않더라도,

이 ‘태양’은 인간 생명과 존재의 ‘원형’으로서 우리 의식의 깊숙이에 뿌리 박혀서

우리의 삶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은연중에 태양이 ‘신’과 등가로 다뤄지는 것을 보면

인간의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의 파급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것...

비루한 인간 존재를 압도하는 것...

우리를 포괄하는 힘...

우리를 있게 한 기원...

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잃는 순간부터 우리는 존재의 지반 자체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시험’ 잘 보게 하는 일이나 ‘돈’되게 하는데 하등의

도움을 주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숙고를

‘할일 없는 일’로 치부하면서, 일상의 삶 속에서의 하나라도 더 갖고 높이려는

욕망을 통해서 우리의 존재감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한줌도 안 되는 흙으로 되돌아갈 삶을 살아갈 이들이 모여서 무리, 집단, 사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긍심-비하감, 우월감-열등감을 동력으로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높아지려고 서로 싸우게끔 자극하며,

손에 뭔가 좀 쥐어지고 자리가 좀 높아지면, 하늘 높은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기고만장해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를 비추는 그 ‘근원적인 힘’을 통찰할 기회를 포기한 우리의 좁은 시야에 기인한 것이지만,

동시에 결과로 되돌아 온다.

[ 0410 초록별 지구 (인터넷 펌)- 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이 별은 지금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태양의 자식들로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을 마음에 품고 서로 나누고 함께 하려 하지 않고,

자기들 각자를 태양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은 현대 인류의 문명은 물론,

후손의 미래와 생태계의 파괴 까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물질상업 문명’과 ‘하향평준화된 문화’ ‘허구의 일상’이 중첩되고 과잉되어 빚어내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 시대 이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여 그 위기의 근본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들의 나섬은 너무 미미하다.    

‘태양’을 버린, ‘신’을 버린 인간은 그에 응당한 처절한 댓가를 치러야할 상활이지만,

그 재앙의 길목에 선 인류는 자신들이 해 놓은 일에 무심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여전히 타오른다

다 

   [ 영화 션샤인의 한 장면(태양을 배경으로 수성이 지나는 장면) 구현 ]

    ‘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이니라’ - 성경의 한 구절

태양계 넘어 우주...

이 불타는 항성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것이 ‘태양계’이다.

(작년까지는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 속했지만, 1. 명왕성이 크기가 너무 작고,

2. 나머지 8개 행성에 비해서 궤도면이 너무 기울어졌고, 3. 새로 발견된 명왕성의 위성

카론과 비슷한 크기로 서로의 중력권에 끌려서 ‘맞 돌고’ 있고, 4. 해왕성 바깥쪽을 돌고

있는 소행성대인 ‘카이퍼벨트’에는 수 만개의 그만그만한(명왕성만한) 운석들이 돌고 있는데

단지 어두워서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기에 그 모든 것을 발견 할 때마다 행성이라고 명명할

수 없기 때문인 ‘등’의 8개 이유를 들어, 2006년 8월 16일 국제천문학연맹에서는 명왕성을

태양계 내 행성에서 제외시켰다.)

태양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우선 중심에 1m 크기의 에드벌론이 있고, 1cm 짜리 구슬이 10m 반경으로 빙빙 도는 것이,

‘태양과 지구 사이의 크기와 거리에 대한 압축비’이다.

그리고 그 에드벌론을 중심으로 300m 떨어진 곳을 돌고 있는 4cm 직경의 공이 바로

우리 태양계의 최 외행성인 해왕성이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공’들이 각자의 공전, 자전주기를 돌고 움직인다. 

1977년에 쏘아진 보이저 2호는 30년째 우주 탐사 임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명왕성 바깥궤도로 나가기는 했지만, 태양계의 최 외곽 물질과 만나려면

아직 4만년은 더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광대한 ‘태양계’는 ‘은하’의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은하’의 크기는 보통 지름이 6광년 쯤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태양계는 그 은하의 한쪽 귀탱이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1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1년간 움직이는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빛이 1초동안 움직이는 거리가 지구 일곱 바퀴 반을 도는 거리라니 그 시간의 규모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 0440 사진은 20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어디서 펐나 기억 안남) 

  - 우리의 은하도 이러한 나선형 은하라고 추정되고 있다. 지름이 6광년쯤으로 짐작한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어서 그 우주선을 타고

저 은하를 빠져나가려 한다고 해도 수천 세대가 지나도 저 은하의 외곽에도 다다를 수 없다. ]

이렇게 ‘거리’(공간)의 문제를 다루다 보면 그것이 결국 ‘시간’을 다루고 있는 문제임을

우리는 확인하게 되는데, 아인슈타인 이후의 현대물리학이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

즉 ‘시공간’으로 다루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은 언듯 보기에는 둥그런 돔에 촘촘히 전구가

박혀 있는 듯이 보여도(17세기까지 인류는 그렇게 생각했단다) 가깝게는 4광년에서 멀게는

수억광년의 별까지 다종다양하다. 이는 다시 말하면, 4년 전에 빛났던 별로부터 

수억년 전에 빛났던 별의 자취를 본다는 말이다. 

이러한 광활한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 맞닥트린 어떤 과학자는

밤하늘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시간의 복도이다’라며

시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하여간 이 은하들이 다시 수천억개 모여서 다시 ‘은하군’이 형성되고,

[ 0441 앞선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수천억개 모여진 은하군 ]

이 은하군이 다시 수천억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 cosmos, 宇宙 ]를 형성하게 된다.

이 우주의 역사는 150년 쯤으로 어림잡고 있는데,

현재의 우주의 상태가 ‘첫 폭발’의 과정에서 팽창하고 있는 것인지,

과거 언젠가 폭발 후 다시 수축해서 ‘특이점’ 상태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폭발을 한 것인지,

이것이 몇 번 반복을 한 후인지를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 ‘우주’가 유일무일한 우주인지, 차원이 넘어선 곳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지도

‘광학-전파 천문학’과 ‘이론물리학’ 등등의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

인간의 의식과 물질이 하나로 어우러진 덩어리임을 실증해 가고 있는 최신의 ‘양자물리학’은

[흔들이우주론]론을 통해 인간이 ‘의식적 분별’을 하는 매 순간마다 우주가 두개로 나눠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한편으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양자상태에서의 존재와 비존재가 공존하는 상황)의 실험 등으로

모든 존재가 편재(모든 상황과 실체가 하나로 섞여 있음)한 대한 탐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기가 자기를 무는 띠(뫼비우스띄)와 같이 의식과 물질이 연결되어 있고,

관찰자와 관찰 대상이 결코 둘이 아님의 동양철학의 직관들이 최신의 물리학이론에는 스며들고 있다.

프렉탈 모델과 카오스이론, 비선형연구 등이 이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인류는 광대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연구의 말미에

우리 자신의 의식과 정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인류가 최고의 기술과 지혜를 가지고 우주 저 건너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 우주의 끝에서 그 장비로

우주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어느 물리학자의 상상은

이제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간과 시간, 우연과 필연이 맞물려 만들어낸 물질, 반물질, 정신, 의식, 존재를 다루는 중에

우리는 과연 영원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을 관통한 정 중심인 ‘지금여기’에 서 있는

‘나는 누굴까?’ 라는 고뇌를 해 보지 않을 수 없고,

‘신’의 존재성에 관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 0450 우주 사진 ]

=> 플래시 [우주속으로] 보기

* 참고로 앞서 ‘신을 믿는다’는 표현에서의 ‘믿음’은 한국기독교보수종단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믿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아집으로부터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그 뒤틀린 믿음이 자본과 권력과 추잡히 얽히고설킨 믿음. 다만 ‘신’과 ‘예수’를 들먹이면서 좀 고상한 체 할 뿐이지,

채우고 높이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더더욱 부추기고 정당화 시키는

한국기독교보수종단과 같은 믿음은 차라리 없는 것이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들의 '믿음‘이 이끄는 삶의 방식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갈등상황과 환경 위기상황의

개선은 커녕 오히려 고조시키고만 있는 상황이다. 현대 사회의 ’종교‘를 가진 이들의 대부분은

종교를 갖지 않은 이들에 비해서 대체로 두 배의 죄를 짖는다.

하나는 (사회제도적으로 노골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뿐이지)그 일상적인

소유와 소비수준의 삶 자체가 ‘인류와 환경에 대한 죄’를 거국적인 차원에서 저지르고 있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의 죄는 신을 믿는다고 사칭하면서 신과 관계없는 것에 달라붙어 있는

‘신성 모독’이다.

추천 영화 - 콘텍트, 선샤인, 우주대기행(일본 NHK 다큐멘타리)

추천 서적 - 코스모스(칼 세이건),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폴 데이비스)

            생명조류(라이얼왓슨), 시간의 역사(스티븐호킹), 카오스(제임스클라크)

(다시 일상으로...)

논산 

인구 13만의 논산은 신병교육의 요람으로 흔히 인식되어 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받아든 입영영장을 가지고 입소해

2년간 격리된 생활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위주의 조직사회에의 본격적인 적응을 시작하는 출발기점으로서의

논산훈련소는 젊은이들의 한이 유난히 많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논산은 포효하는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는 한반도의 단전부에 위치해 있는

중요한 힘의 원천지로 선사 시대부터 조상들이 정착하여 온 곳으로, 삼한시대에는 마한이

위치하고 삼국시대에는 백제가 위치하여 계백장군이 이끄는 5천 결사대와 신라의 김유신이

이끄는 5만군대가 황산벌을 중심으로 백제 최후의 결전을 벌인 곳이다. [논산시청발췌]

[ 0500 논산시 위치 ]

논산의 상징

시 상징마크 아래 황색은 논산시의 황산벌을, 위 파란색은 하늘을 나타내며 영문

"NONSAN"의 "O"는 태양을 나타내며, "A"는 산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넓은 황산벌판 위에 푸르른 하늘이 있고, 밝게 떠오르는 태양과 자연의 초록이 있는

논산의 평화롭고 아름다움을 형상화 한 Mark이며, 영문표기 "Nonsan"은 자유롭지만 안정

감 있고 개성 있는 서체를 사용하여 논산 시민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논산시청발췌]

[ 0510 논산의 상징 ]

[ 0515 논산시청 전경 ]

논산에 도착해서는 몸도 영 뻐근하고, 아침 이슬로 젖은 텐트 등도 말려야 하겠길래,

중앙초등학교 사거리 길 한편 화단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 1000 화단에 자리를 깔고서 ]

왔다갔다 지나는 사람들에 아랑곳 않고 두 시간을 엎치락 뒤치락 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햇살이 가끔 비춰대고 열기가 느껴져서 몸을 구부렸다 폈다 뒤틀었다해댔지만, 

그리 누워있으니 머리 아픈 기운도 좀 빠지는 듯 했고, 힘도 좀 충전되는 듯 했다.

다만 나무에서 낙엽과 함께 송충이가 좀 떨어져 대는 바람에 좀 귀찮기는 했다.

[ 1110 떨어져대는 송충이 ]

떨어진 낙엽들을 보니 세월에 생기를 빼앗기고, 송충이에 입을 갉아 먹혀,

그 앙상한 뼈대만 남은체로 누군가의 발에 밟히면 곧 흙이 될 태세였다.

[ 1120 앙상한 나뭇잎 ]

요 몇일 콘디션이 좋지 못하다.

몸에서 진이 빠져 나간 상태였다.

시민문화회관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맥주 한 병을 사들고 건물 뒤편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까 마셨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몸에 힘이 좀 붙어 있을까...

텐트를 치면서 봤더니 낮에 낮잠 잘 때 달라붙었던 송충이 너덧 마리가 짐에서 발견되었다.

요새는 다시 한번의 식단혁명으로 인해서 밥 먹기가 즐겁다.

매일 점심을 사 먹으면서 아침 점심 먹을 반찬을 반찬통에다 담아 오려 보면 이만저만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는데, 콩을 사다가 넣어 먹으니 반찬 없이도

‘깔끔’히 아침 저녁 식사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 1135 저녁 밥 / 왼쪽 손에 든 밤은 낮에 땃던 것을 밥해 먹으면서 넣어 익힌 것 ]

[ 1136-1138 콩을 사왔던 화지중앙시장의 전경 / 안쪽 / 곡물상 ]

9월 13일

우체국에서 스티커를 찾고 나서 자료 정리 좀 하고 있는데,

초등학생 또래의 녀석들이 우체국 한편에 마련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화끈’한 자료를 검색하는 것이다.

한 녀석은 두 어시간 전부터 야한 싸이트를 뒤적이고 있었던 듯 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녀석이 자꾸 주변 사람들 눈치를 봐대서 언듯 봤더니 노골적인 영상들이

컴퓨터 한 켠의 창에 은밀히 띄워져 있었다.

왜 학교도 안가고 그러고 있는가 했더니, 눈병이 걸린 아이들은 ‘퇴출’당했다는 것이다.

한반에 두 서너명 된단다.

너무 집중해 있는 듯 해서, 

‘이놈들아 야한 사진 적당히 봐라’ 하면서 스티커 하나씩을 나눠줬다.

녀석들은 ‘킥킥’대면서 멋쩍어 하다가 밖으로 갔다. 

평생을 즐겨 볼 텐데 어렸을 때부터 그리 온통 신경이 빼앗겨 있으면 쓰나...

까놓고 얘기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서 야영을 할 때나,

새벽녘에 언제나 나보다 먼저 일어나 내 숙면을 방해하는 녀석 때문에

여간 곤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녀석의 부지런함과 정확도는 콘디션이 안좋아서 하루쯤 우는 것을 빼먹는 수탉과

밧데리가 떨어졌을 때 멈춰서는 시계 알람보다 더욱 정확해서 하루를 빼먹지 않는다.

녀석이 하늘을 향해서 뻣뻣히 고개를 드는 각도에 따라서 외로움은 더 해가는데,

녀석을 부여잡고 새벽부터 외로움을 삭혀야 함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식점이나 슈퍼 벽면에 잘 빠진 여자 화보에 시선이 닿을 때는 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일도 종종있고

길가고 있는 중에 앞서가던 아가씨가 뭔가를 줍기 위해서 갑자기 멈춰 서서 엉덩이를

뒤로 빼 보임으로 의미 있는 곡선을 만들어 낼 때는 침을 꼴깍거리고도 한다.

책을 보려고 할 때는 가물거리던 눈도 젊은 여자의 몸이 전방에 있을라 치면,

거리와 기상상태를 가리지 않고 독수리의 눈이 되어 10여배쯤 줌으로 땡겨진다.  

문학의 거장들은 이러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여성의 몸에 대해서 각종의 미학적 수사를 덫 붙이곤 한다.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곡선’이라느니, ‘신이 창조한 가장아름다운 조각품’이라느니...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원하는 바에 따라, 노골적으로 이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을 때

세인들로부터 지탄받을 것을 우려한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표현일 뿐이지,

그러한 ‘관심’의 기반에는 늘상 ‘올라타고 싶은 욕망’이 깔려 있곤 하다.

방송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여인들의 섹시한 목소리와 현란한 몸동작, 각종 잡지와 화보

속의 요염한 자세 연출도 결국 그 ‘올라타고 싶은 욕망’을 ‘간접적’으로라도 실현하고 싶은

남성들의 욕망에 근거한 산업기반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간질나게 보여주지 말고 ‘화끈하게’ ‘올라타고 싶은 욕망’을 가장 잘

실현시킨 결과물인 ‘포르노비디오’와 ‘매춘’은 권장되어야 하는 것인가?

또한 이성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을 때는 ‘오늘 함께 자자’고 직설적으로 꼬득여서

일을 벌여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아! 이 말은 까놓고 보여주는 것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포르노와 매춘은 추잡한 상업주의와 맞물린 남성지배적 성욕의 과격한 배출하는 밖에

추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는 근본적으로 ‘자위행위’보다 훨씬 비생산적이고 비생명적이고,

충분한 준비와 과정 없는 성급한 잠자리도 육체자극에만 집착하게 되는 폐해를 끼쳐

정신적으로 해악을 주기 때문에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담. 노골적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노골적이라는 말도 아니고,

남성들이 흔히 느끼는 ‘올라타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 쏟아내란 말인가?

신이 인간을 반쪽으로 쪼개 놓을 때부터 서로 간에 달라붙게끔 그 부위에 유독 특별한 자력을

심어 놓은 만큼, 남녀의 관계는 필연이지만, 남녀의 성욕에는 단순히 성적욕구의 배출을

능가하는 그 무언가가 잠재하고 있다.

단순한 성관계의 끝에는 (주로 서로 간에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시도의 종국인) ‘허탈’

만이 남지만 온전한 성관계 속에는 남녀의 분열을 봉합하고, 고통을 치유하며,

존재를 성취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올바른 성관계란 그 행위를 통해서 ‘너’를 뛰어넘고 ‘나’를 초월해서 그 무엇을 얻는 것을

얘기한다.  

우리가 만나는 여인들, 눈에 띄는 여인들의 엉덩이, 의미 있는 곡선은,

단순한 개인성을 넘어선 여성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여성성의 원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원형을 가진 각각의 ‘개체(순희, 말자, 영미)’를 대하면서 자극을 받게 되고,

반대로 하나의 ‘개체’와 관계하면서 그 개체에 잠재한 여성성의 ‘원형’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나의 남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여성’과 그 여성을 이루는 ‘여성성’을 대하기도 하지만,

나 개인을 뛰어넘는 ‘남성성’(남성의 원형/무의식)으로 ‘여성’과 ‘여성성’을 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남녀 의식의 원형’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 의식의 원형’ 수준에서 

상대방을 포옹할 여력을 갖는다면, 이때는 ‘올라타는 행위’가 그야말로 우주의 합일과도

맘먹는 그것이 될 것이다.

‘나’ 속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생명과 평화를 너와 나누며,

‘너’ 를 통해서 인간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내가 배울 수 있는

이처럼 아름답고 축복 가득한 기회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우주’로서 서로 하나가 되길 원한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 ‘존재’ ‘성’에 대한 욕망을 좀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우리는 자신의 성에 냉철하고 솔직하지 못한 이유로 ‘왜곡 된 성욕’을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오고 있는 터이다.

특히나 ‘재산’ ‘직업’ ‘학벌’을 기준으로 짝을 찾는 관계가 이 대표적인 것인데,

이는 성욕이 단순히 ‘권력’ ‘체면’과 버무려진 기형적인 조합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런 관계의 섹스에서는 각자에게 온전한 ‘남성성’ ‘여성성’ ‘인간성’을 갖고

포용하고 나누고 이해하고 공유하고 사랑할 여력을 길러 낼 수 없고,

다만 더 성취하고, 더 많은 쾌락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을 착취하고 이용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이때 남성의 ‘올라타는 노력’은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려는 ‘지배욕’ 과

다를 바 없다.

그러한 이들의 ‘사랑’ ‘성’에는 뭔가 하나라도 더 ‘성취’하기 위한 교묘한 ‘권력욕’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각종의 사회병리적인 문제가 개인의 정신에 내제되어 각종의 보상을 기대하며 

바람직한 관계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느낌, 욕망에 대해서 보다

솔직하고 진지하고 통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까 놓고 이야기 하라!

야영

저녁에 텐트를 치고 자려고 누워있는데, 전날과 달리 사람의 통행이 많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남학생 정도의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어? 텐트다. 야~ 확~ 걷어 버려’

예닐곱 녀석이 텐트 주변을 지나치는 중에 한 녀석은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기웃거리다가

‘야 사람 있어’ 하면서 물러난다.

그 바로 뒤를 따르는 한 녀석의 태도가 영 불량한 것 같다.

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 거리면서 다가온다.

텐트 쪽으로 한발 한발 가까워지며 계속 침을 ‘찍찍’거리는데,

녀석은 아침나절에 어머니가 달여주신 우황청심원을 복용하고 담대해졌는가 보다. 

‘저 정도 신발소리에, 저 정도 침 뱉는 소리’를 냈다면...

이미 텐트에 침이 떨어져 붙었으리라.

하지만 단련된 쉼장과 정신은 평온하다.

한 번 더 침을 뱉으면 나가서 그의 행동의 부적절함을 스스로 자각하게끔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나서 가능하면 사과인사도 받아야겠다.

철모르는 녀석들이 저지른 과오를 넓은 안목으로 품어 이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어른의 아량을 보여줄 좋은 기회이리라.

바로 직후 텐트 바로 위에서 다시 침 ‘찍’거리는 소리가 들리워진다.

갑자기 혈압이 올라 지퍼를 열고 밖으로 나간다.

‘이 개*끼야. 너 일로와~’

맨발 차림으로 노도와 같이 밀려 나가자 맘 놓고 침 찍찍거리던 녀석은 기겁을 해서 줄행랑을 친다.

이 흉폭한 성격을 어떻게 바꿀까나~

어쨋튼 비루한 하루 일과가 이렇게 끝난다.

[ 1140 시민회관 뒤편 야영지에 어둠이 깔려서... ]

9월 14일

[ 논산내동초등학교 캠페인 ]

20여분을 걸어서 논산내동초등학교에 도착했다.

학교가 비교적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이 혼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많은 곳에서 캠페인을 했지만,

이렇게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캠페인을 한 경험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스티커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종류별로 하나씩 가져가세요’라고 하며

깔려 있는 스티커를 가리키면 아이들은 무심하거나 귀찮아서라도 그냥 뛰엇뛰엇 쳐다보면서

지나가기가 일수인데, 이곳 아이들은 초반부터 아이들 세 명 당 한명 꼴로 열심히 챙겨가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 등교시간이 되면서 밀려들어가는 아이들과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또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 치여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했는데 정신이 없었다.

10여명의 녀석들이 겹겹이 둘러쌓여서

‘저도 하나주세요. 아저씨’

‘저는 이것 없어요’

‘왜? 저는 이거 안줘요?’

‘예는 많이 가졌어요’

‘두개만 더 주면 더 달라고 안 할께요 아져씨~잉~’

하는 말들에

‘야 너 뒤에 숨겨가지고 있쟎아’

‘자 여깄어요’

‘넌 왜?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어 내놔’

‘자 너도 가지세요’

‘자 먹고 떨어지세요~’

라고 반응하며 정신없이 머리와 손발을 움직이려니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종류별로 더 갖고 싶은 친구들은 버려진 휴지를 주워오세요’라고 하니

신나게 달려가서 휴지를 한줌씩 손에 들고 나타나서 스티커 달라고 아우성이다.

덕분에 학교 청소는 안하고 갈만큼 입구가 깔끔해졌다.

배당된 스티커 천장 나눠주고 다른 학교에 나눠줄 스티커 5백장까지 털어 갔다.

6학년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은 교실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면서

스티커를 더 달라고 하며 내 말투를 흉내 낸다.

‘인간과 자연을 사랑해주세요~’ 하며...

‘정말 인간과 자연을 사랑할 수 있겠니?’ 하고 묻는다.

‘네!!!’ 너덧 아이들이 자신 있게 소리친다.

‘자 그럼 약속~’ 깨끼 손가락을 걸고 손도장을 찍는다. 

옆에 있는 아이들도 너도 나도 손가락을 깨끼 손가락을 걸어온다.

이러한 약속을 했다고 해서 아이들이 ‘잘~’ 하려만은...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를 이야기했던 어떤 아저씨에 대한 기억은

따스하게 남아서 이후 비슷한 자극에 대한 수용력을 높일 것이다.

끝나고 가려고 하는데도 몇몇 녀석들이 기웃거리면서 스티커를 달라고 한다.

짐을 매려는데, 사내 녀석들 둘이 ‘아저씨 가방 무거워요?’라고 묻는다.

‘아니 가벼워~ 가위바위보 해서 매주기 할래?’

‘네’

녀석이 주먹 내고 내가 보자기를 내서 들쳐 매줬더니 바로 주저앉는다.

그 가방을 번쩍 들어서 어깨에 매자,

옆에 있던 한 녀석이 ‘힘이 장사네~’라고 놀라워 한다. ^^‘

...

논산시청민원실로 와서 교장선생님께 팩스 한건을 보낸다.

이런 저런 캠페인을 하는 사람이고, 학교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스티커를 나눠줬는데,

아이들이 그냥 가지고 있으면 휴지가 될 것이지만,

선생님들이 한번 의미를 새겨 주시면 아이들에게는 값진 이해의 될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건네진 스티커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지는 이제 선생님들의 몫이다.

[ 2000 논산내동초등학교 전경 - 플랭이 걸린 ‘한마음 축재’는 과거의 운동회의 다른 이름이다.

4시까지 수업하고 4시부터 7시까지 행사를 한다고 한다. ]

저녁 야영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폭풍이 밀려 온댄다.

비를 피해 텐트 칠 곳을 찾아야 했다.

논산 오는 첫날에 중앙초등학교 외곽 화단에서 자리 깔고 누워서 자면서,

중앙초등학교 체육관 현관 앞이 비를 피할만 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음을 유심히 살폈기에, 

여섯시 좀 넘어서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학교 관계자 분께 양해 말씀을 올렸더니,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 이를 허락하신다.

하루 일과 끝!

(이라고 생각하면 늘 허탈한 다음순간이 기다리고 있지~)

[ 3000 체육관 앞에 텐트를 치고 ]

[ 3100 - 3300 텐트 안에서 바라보는 운동장 비오는 풍경 ]

[ 3400 3500 학교에 어둠이 깔리고 ]

밥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차가 하나 헤트라이트를 비추고 와서 멈춘다.

사람이 내려서 체육관 문을 딴다.

왜그런지 나서니 저녁에는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이 있단다.

ㅠㅜ 

10시 반까지는 할꺼란다.

그 입구에 텐트를 쳐 놨으니...

들어가는 사람마다 쳐다보고 의아해 한다.

안에 들어가서 배드민턴 치는 것을 구경하다가 나와서 바람쐐다가를 반복했다.

동호회 한분은 낮에 시청사에서 봤다고 관심을 갖고 물어 오셨는데,

환경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기는 알겠는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우선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루의 일에 매달려 사는데,

그게 쉽게 바뀌어지겠냐며 문제를 제기해 오신다.

이는 시미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이 대면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관심을 가진 시민들조차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 당장 뭔가를 준비하는 것 보다는

설령 미래의 파국이 있을 지언정 우선 당장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대중적인 관점.

물론 기본적인 생물학적 요구를 위한 필요는 마땅히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대중이 ‘현실적인 필요’로 생각하고 있는 그것은

과거 300년 전에 비해서, 1인당 2000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다소유와 과잉소비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고, 열등감이 불러일으키게 조작된 사회적 함정 속에 빠진 결과이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서,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반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높은 삶의 질 / 기준’들을 추구하는 것이 ‘온전한 것’ 이라고

끝없이 떠벌리고 있는데,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해 오던 이들은 그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기준’을 맞춰 살기 위한 대중의 삶이 결국 세상의 수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인류와 환경을 파국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지만, 

앞서 말했던 바대로 현실적인 필요를 제한하면서까지 미래를 내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그들은

스스로를 자멸로 이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 삶이 만들어내는 ‘해악’을 본인들이 아닌,

그 후손들과 생태계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부조리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할 만한 준비가 안 된 그들은

바로 그 ‘일상의 삶’에만 매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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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갔다 지나는 사람들, 한 세트 격하게 채를 휘두르다가 잠시 땀을 식히려는

사람들의 무리는 11시 쯤이 되어서야 사라졌다.

9월 15일

[ 중앙초등학교 캠페인 ]

전날 낮부터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아침나절이 되자 멈춘다.

언제 다시 쏟아질지 모를 일이다.

비 떨어질 걱정을 한편으로 하면서 후문 쪽으로 선다.

학생들 숫자는 많은데 비해서 남아 있는 스티커가 500장 밖에 없어서,

한 아이당 스티커를 한 장씩만 나눠줬다.

받아든 스티커를 바닥에 버린 아이들이 몇몇 되었는데,

빗물 웅덩이에 떨어져 있는 스티커 조각들이 유난히 눈에 거슬려 보였다. 

중간 중간에 한 번씩 진입로에 들어가서 버려진 스티커를 주웠다.

스티커를 나눠주는 중에 2학년 쯤이나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스티커를 건네자,

멀뚱히 쳐다보더니 아무 말 않고 두 팔로 X(안 받는다는 의미)자를 해 보인다.

‘꼬마야 어른에게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는 말을 했지만,

듣지도 않고 들어간다.

활동을 문제를 삼는 선생님은 없었다.

숙직하셨던 주사님만 퇴근하시면서 휴지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말씀을 하셨지만,

끝나고 다 주워간다고 말씀 드리니 꼭 그리 하라며 가셨다.

9월 16일 

거언 10일 동안을 씻지 못하고 더위와 비와 멈지에 부대끼는 상황이다보니,

때가 밀리는 상황이었다 몸이 꿉꿉하기도 이를데 없어서 

전날은 찜질방에 들어가서 잤다. 

늘상 그렇듯이 옆에서 떠드는 소리 때문에 깨어서 다른 쪽 구석에 들어가서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며 비몽사몽의 밤을 보냈다.

이날은 태풍이 몰고 온 비 때문에 열시경까지 찜질방에 있다가 도서관으로 들어가서

여덟시 넘게까지 피난해 있었다. 

열받기 

비가 계속 내려 대는 통에 도서관 휴게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남학생들 두셋이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고,

한쪽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초등생 1,2학년 쯤으로 보이는 딸애들 둘을 데리고 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있으니, 여중생들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들어와서 소란을 떨기 시작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 아랑곳 않고 큰 소리로 깔깔 거리며 책상을 치고 논다.

발로 탁자도 ‘통통’거려대다가 음료수 병으로 탁자를 때려대기도 한다.

이야기 하는 도중 ‘*발’ ‘*까’라는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오간다.

5m 정도 떨어진 나의 귀에 그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가 들리워진다.

옆에 꼬마아이가 그 욕을 듣던 아주머니가 듣던 이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휴게실에서 내가 내 맘대로 쉬는데 누가 뭐라고 할꺼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싶었다.

꾹꾹 참고 있는데, 목소리가 더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XX’ 찾는 욕이 더욱 심해지길래, ‘학생들’ ‘학생들’ ‘학생들’하고 점점 소리를 높여서 주의를 줬다.

하지만 워낙 자신들의 떠드는 소리에 도취되었던 지라 주변에서 누가 주의를 주는지 마는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가 언 듯 큰소리 나는 것에 움찔 해서 잠시 조용해 졌다.

그 후로는 욕은 좀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깔깔대며 소란을 피우기는 마찬가지였다.  

다가가서 정중하고 합리적으로

‘아무리 휴게실이지만, 자기 자신들이 쉬면서 떠들어대는 결과로 다른 사람들의 쉼이 방해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내가 왜? 너희들이 만났던 어떤 지지배가 **년 임의 사실을 알아야 하지?’라는 식으로

차분히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한 시간 넘게 녀석들에게 부데끼다 보니 가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닐 듯 했다.

괜히 상황을 조정한답시고 나섰다가 화풀이 하면서 잔소리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리라.

앞에서 공부하고 있던 남학생도 소란스럽게 떠드는 여학생들의 모습에

한 번씩 고개를 돌려서 인상을 짜렸지만, 여학생들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한 시간 반 넘게 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가 여덟시가 넘어서

평생교육관 뒤 주차장 자리로 가서 텐트를 쳤다.

낮에 지나며 보니 어떤 자식이 주차장 아래쪽에 똥을 싸놨 길래 괜히 옆에 텐트 쳤다가

오해 받을 것 같아서 이곳에만은 안치려고 했는데,

계속 비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쳐야 했다.

텐트와 똥싸놓은 자리는 불과 3m 거리였다.

그런데 텐트를 치고 누워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고등학생 정도 목소리 무리가 텐트 주위를 맴돈다. 

‘누가 있나보다’

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 길래 인기척을 했더니, 그중에 한 녀석이 기겁을 하면서 도망간다. 

10여m 떨어져서는 ‘킥킥’대면서 ‘니미*팔’을 반복한다.

(나에게 직접 한 것은 아니고 놀랬다는 의미로 한 듯 하다.)

이곳 애들은 유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 배낭을 한쪽 벽에 세워두면 다른 지역에서는 일체 건들지 않곤 하는데,

목욕탕에서 나와서 보니 엎어져 있었고,

탕 내에서 이빨을 딱고 칫솔을 소금그릇 옆에 놨었는데,

나중에 때 벗기고 보니 2m 가령 떨어진 하수구에 버려져 있는 일도 처음이었다. 

몇 일 전에 문화회관에서 야영할 때 텐트에 침 뱉고 지나갔던 녀석들은 또 어떤가?

한 시간 반동안 지지배들에게 들볶여왔던 터에

텐트 주위를 지나던 무리가 내 쪽을 향해서 욕설을하는 것을 대하니 혈압이 오른다.

지퍼를 열고 나가면 사고가 터지리라.

그냥 누워서 꾹꾹 마음을 삭인다.

누워서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 하는데 팔이 따끔 거린다.

모기가 한 마리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후뢰쉬를 켜서 잡으려고 하는데 이놈이 후뢰쉬 불빛만 대면 몸을 피한다.

다른 모기들은 후뢰쉬 불빛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는데, 이놈은 좀 다르다.

한참 휘젖다가 그냥 누워있는데, 텐트 벽면에 인근 가로등 불빛으로 인한

모기의 윤곽이 드러나 보여진다. 잡으려고 서서히 움직였더니 이내 눈치를 채고 피한다.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을 포착해서 서너 차례 손을 휘둘러 댔지만 그때마다 빠져나갔다.

10분 넘게 녀석과 씨름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질긴 모기는 또 처음이다.

이곳 논산에서는 모기까지 내 화를 돋우다니...

헌데 녀석이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잡아 놓지 않으면 새벽에 고생 하리라.

배낭에서 모기향을 꺼내서 피운다.

모기향이 다 타고 10분 쯤 지난 후에 녀석이 윙윙거리며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다.

모기박멸전문장비인 지도뚜껑을 빼든다.

날개가 꺾여 바닥에 떨어진 이 녀석의 모습 또한 가관이다.

다른 모기들은 공중타격을 당해서 떨어지면 방향감각 없이 빙빙 돌거나 그 자리에서

조용히 최후를 기다리곤 하는데,

이 녀석은 바둥거리면서 구석을 찾아 피해 뛰어 달아나는 것이다.

끄집어 냈더니 다시 내 반대편으로 필사적으로 피해 달아난다. 

내 보다 보다 이런 모기 놈은 또 처음이다.

[ 5500 고도의 지능을 갖춘 슈퍼 울트라 모기 - 바둥거리며 도망가는 모습 ]

너도 네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 그리 고도의 지능을 발달시켜왔을 터이고,

네 씨를 퍼트려 후손의 번영을 위해서도 그리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안달일 터이지만, 

나 역시 인간종족의 번영이 너 같은 영악한 모기의 창궐로 인해서 방해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손바닥을 내리쳐 그 목숨을 거둔다.

종 간의 이러한 생존을 위한 투쟁,

한 인간의 짜증, 분노, 고뇌,

낮동안 그 아래서에 빚어졌던 문제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칡흙 같은 어둠 한편을 가로등은 비추고 있었다.

[ 어둠 속의 가로등 ]

저와 같은 모습으로 광활한 우주공간에 떠 있는 태양이 지구를 비추고 있으리라. 

                                                 2007.9.17.  충청남도 논산에서

                                                  둥글이세상   http://cafe.daum.net/my80go

                                                      앞으로의 예상로 ‘계룡시’ -> ‘부여시’ ->...